소설리스트

The Answer-326화 (326/346)

00326        =========================================================================

[초반부터 엄청난 압박이군요. 리버풀의 최전방에 위치한 세 선수, 데이빗 장, 루이스 수아레즈, 조단 아이브부터 시작되는 압박이 거셉니다.]

[클롭 감독의 축구 철학 중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죠. 게겐 프레싱. 경기장 어느 곳에서 상대 팀이 공을 잡는다고 해도 두 세명의 선수가 순식간에 압박을 하는 것이 특징이죠. 최전방 공격수라고 해서 수비 시에 절대 가만히 지켜보지 않습니다.]

[체력 소모가 심하다는 단점이 있는 전술입니다만 바르셀로나의 티키타카, 점유율 축구를 상대하는데 아주 효과적인 전술 중 하나이죠.]

[클롭 감독이 팀을 맡은지도 몇 년이 지난 만큼, 전술적인 완성도가 아주 높습니다. 정말 압박과 커버, 타겟 변경이 엄청나게 빠르네요. 정밀 기계가 연동하는 것처럼 유기적입니다.]

[데이빗 장 선수도 아주 열심히 뛰어 주고 있습니다. 사실 클롭 감독의 부임 초기에는 체력적인 문제를 드러내기도 했고 전술 이해도가 부족한 모습을 보였습니다만 이제는 정말 능숙하고 강력합니다.]

[그와 관련해서 데이빗 장 선수가 언급한 부분이 있습니다. 사실 게겐 프레싱을 제대로 소화하기 위해서는 강한 체력이 필요한 것은 맞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고 했습니다. 효율적인 동선과 공간에 대한 이해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죠. 그런 면에서 클롭 감독이 아주 뛰어나며 지금 리버풀의 선수들은 그런 부분을 완벽히 이해한 상태라고 합니다. 필요한 거리만 뛰며 최대의 압박 효과를 낸다, 그것이 지금 리버풀이 최고의 팀으로 거듭나는데 일조를 했다고 합니다.]

[확실히 정말 정교하게 챌린지 & 커버가 이루어지고 있네요. 하지만 바르셀로나도 만만치 않습니다. 리버풀의 강력한 압박에도 볼 소유권을 쉽게 내어주지 않고 있어요.]

[리버풀이 압박 축구의 최고봉이라면 바르셀로나는 패스 마스터의 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비록 리버풀의 압박에 전진 패스 비율은 상당히 떨어집니다만 이렇게 공을 지켜내고 있는 것도 대단하죠. 다른 팀들이었다면 진작 공을 빼앗기고 그 자리에서 리버풀의 속공을 허용해야 했을 겁니다. 아시다시피 리버풀의 공격진은 세계 최고 수준의 스피드를 자랑합니다.]

[정말 치열한 주도권 싸움입니다. 이 싸움에서 이겨내는 팀이 초반의 흐름을 주도할 것으로 보입니다!]

"나이스 오스카!"

세계 최고 레벨의 팀들이 붙는 경기 답게 경기 초반부터 치열한 난전이 벌어졌다. 격전지는 역시나 미드필드, 서로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두 팀이었기에 탐색전따위는 필요하지 않았다. 브라질 국가대표 출신의 미드필더 오스카가 탁월한 위치 선정으로 공을 끊어 내자 리버풀 선수들이 패스 코스를 열어 주기 위해 움직인다.

"마르코!"

팀의 1선과 2선을 연결하는 징검다리이자 플레이메이커 마르코 로이스에게 패스를 연결해 주는 오스카, 그리고 곧바로 빈 공간을 찾아 움직이며 공격 작업을 돕는다.

'이 팀을 선택한 건 최고의 선택이었어.'

경기 중이지만 그런 생각이 잠시 스쳐지나간다. 2012-2013 시즌을 앞두고 빅클럽들로부터 어마어마한 러브콜을 받았던 오스카, 특히 EPL의 두 명문 첼시와 리버풀이 그를 영입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저 녀석을 두 번 다시 상대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자신의 움직임으로 인해 자유로워진 로이스가 전방 패스를 시도하는 모습이 들어 온다. 패스의 수취인은 자신이 이적 결심을 하게 된 가장 큰 존재, 데이빗 장이었다. 2012 런던 올림픽 당시 준결승전에서 데이빗을 만난 오스카는 진정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가 발휘하는 파괴력을 실감했다. 그리고 그런 선수가 있는 팀이라면 자신의 성공적인 커리어에도 분명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고 덕분에 길었던 고민을 끝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선택은 성공적이었다. 리버풀에 합류한 지 어느덧 6시즌 째, 그 동안 4번의 리그 우승과 한 번의 빅 이어를 들어 올렸고 이제 두 번째 빅 이어를 눈 앞에 두고 있었다. 첼시도 여전히 리그 우승권 근처에 머무르고는 있었지만 리버풀의 철권 통치에 힘겨워 하는 모양새였다.

그의 합류는 서로에게 윈윈이었다. 공격적인 재능이 뛰어난 마르코 로이스의 위력은 그의 합류 이후 배가 되었다. 리버풀에는 그동안 기동력이 뛰어나면서 성실한 플레이어는 많았다. 하지만 절묘한 오프 더 볼 무브먼트를 장기로 삼는 플레이어는 부족했는데 그의 합류는 그런 약점을 메우게 되는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여기야!"

마르코 로이스에게 패스가 연결되자 공격에 활기를 띄기 시작한 리버풀, 루이스 수아레즈는 수비수들의 시선을 분산시키며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오른쪽 사이드의 조단 아이브 또한 중앙 쪽으로 쇄도할 태세를 갖추었다. 그리고 데이빗은 한 발 뒤로 물러서며 그가 패스를 해 주기 쉽게 움직여 주었다. 리버풀의 전형적인 공격 패턴이었다. 오스카가 빌드업 단계에서 공의 운반을 돕고 플레이메이커에게 선택지를 넓혀 준다. 그리고 마르코 로이스의 키패스가 전뱡을 겨냥하고 1선에서 데이빗 장이 연결된 공을 이어 받아 마무리 단계를 기획한다. 두 단계의 공정은 완료 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데이빗의 선택에 달려 있었다.

"덤벼 보시지!"

자신의 앞을 가로 막은 패기 넘치는 선수를 바라 보는 데이빗, 분명 이름이 그리말도라고 했던 것 같다. 원래 바르셀로나의 유스 출신인 선수였는데 다른 팀에서 커리어를 쌓다가 다시 친정팀으로 돌아왔다고 했던가. 그럭저럭 괜찮은 평을 듣는 수비수라고 했다. 물론 그 사실이 자신을 전혀 긴장시키진 못했다. 특정 선수를 상대로 긴장할 만큼 자신이 쌓아 온 커리어가 가볍지 않았다.

"시끄럽네. 애송이."

자신보다 너댓살 정도 어린 녀석이라고 들었다. 이제 이십 대 초반, 풋풋함이 남아 있는 녀석이다. 그리고 타이밍 좋게 도착하는 패스, 데이빗은 가볍게 받아 자신의 발 아래에 붙여 놓는다.

"니네 팀 코치가 내 앞에서 좀 겸손해야 한다고 이야기해 주지 않디?"

바르셀로나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전설적인 수비수, 지금은 은퇴하여 코치로 활동 중인 카를레스 푸욜을 언급한다. 그리말도는 지지 않고 도발을 계속한다.

"자신감 과잉이네. 딱히 별 말 없었거든? 너 정도는 그냥 막을 수 있다는 이야기겠지."

"저런, 근무태만이랄까, 그 사람이 의무를 다 하지 못했네."

안타깝다는 듯 중얼거린다. 그리고 말이 끝나기도 전에 변속하기 시작한다. 마치 최고의 스포츠카가 기어를 바꾸는 것처럼 순식간에 올라가는 속도였다. 이제 27의 나이, 아직 신체 노쇠화가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몸을 쓰는 요령을 더욱 잘 알게 되었고 20대 초반에 못지 않은, 아니 체감상 그보다 더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데이빗이었다.

"빌어먹을...!"

도발하고 있긴 했지만 상대를 얕 보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귀에 못이 박히도록 상대의 위험성에 대해 들었고 그 또한 자신이 맡은 역할의 막중함을 알았다. 이번 시즌, 유럽에서 가장 많은 골을 기록한 선수를 경계하지 않는다면 누굴 경계한다는 말인가.

'그 녀석은 말이지...'

같은 팀의 전설, 30대에 접어들어 슬슬 노장에 가까워졌지만 여전히 세계 최고 레벨의 실력을 자랑하고 있는 메시도 한 마디 거들었다.

'일단 나도다 빨라. 예전에는 비슷했지만...이젠 나보다 확실히 빨라. 내가 느려져서 그런 거긴 한데 사실은 사실이니까.'

아직도 훈련할 때나, 리그전을 치를 때 보면 무지막지한 스피드와 민첩성을 자랑하는 메시였기에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래도 충격적이지는 않았다. 바르셀로나 내에서도 스피드만 따진다면 30대의 메시보다 빠른 선수를 찾는 일은 생각보다 쉬웠으니까.

'그리고 볼 터치가...나하고 비슷한 수준이라고 보면 돼. 그러니까 지금처럼 발을 먼저 뻗으면 안 된다는 이야기야.'

팀 훈련 당시, 빈틈이라고 생각해서 메시에게 달려들었던 자신은 순식간에 볼을 옮겨가는 메시의 신기에 가까운 볼 컨트롤에 완벽히 농락당했다.

'몇 년전까지는 몸싸움이 그리 강한 편은 아니었고...체력이 약하다는 평이 있었는데...이젠 딱히 그런 것 같지도 않고...'

현실적으로 알려 줄 약점이 없다고 했다. 자신의 골 밖에 모르는 탐욕 많은 플레이어도 아니라고 했고 이타적인 플레이에도 능하다고 했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 미드필드에 합류하는 경우도 잦고 플레이메이커 역할 수행도 해낼 수 있다고 했다.

'네 커리어 역사상 아마 가장 힘겨운 상대일 거야. 그만큼 어려운 녀석이지. 하지만 그 녀석을 네가 막아낼 수 있다면, 넌 세계 최고의 수비수로 발전할 수 있을거야. 그리고 우리 팀 역시 빅 이어를 다시 한 번 들어올릴 수 있을 거고.'

"젠장...!"

어깨를 두드려주던 메시의 모습이 아직도 선명했다. 자신의 우상과도 같은 선수에게 신뢰받고 기대받는다는 느낌은 정말 황홀했다. 그래서 이번 경기에서 반드시 그 기대에 부응하리라 마음먹었다. 메시도 어느덧 30대에 접어 들었으니 앞으로 자신과 함께 뛸 수 있는 시간이 마냥 길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가 아직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동안, 자신의 성장을 보여주고 싶었고 그와 함께 성공을 거두고 싶었다.

하지만 상대는 잔혹했다. 아니, 자신이 부족했다. 이유야 어쨌건 확실한 것은 자신은 그를 제어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스피드 변화에 섞인 몇 차례의 페인팅 동작, 그리고 살짝 중심을 잃은 자신에게 어깨를 먼저 집어 넣고 들어 온다. 170cm의 단신이지만 몸싸움이 약하다고 생각해 본적은 없었다. 하지만 상대가 먼저 어깨를 집어 넣은 이상 승산은 없었다. 그렇게 불리한 상황에 처한 순간부터 체격 차이는 더욱 크게 다가오는 법이니까.

'루이스 쪽은...'

돌파에 성공한 데이빗은 빠르게 경기장 상황을 파악한다. 조단 아이브 쪽은 무리라고 판단했다. 아직 좋은 위치까지 올라오지 못했다. 그는 상대 수비가 몰리지 못하게 하는 미끼 역할로 충분할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선택지는 둘, 자신이 직접 해결하느냐, 그렇지 않다면 루이스 수아레즈에게 패스를 연결해 줄 것이냐 였다.

'루이스라면...'

선택은 빨랐다. 데이빗은 수아레즈에게 피니셔의 역할을 맡기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 예전만큼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진 못하는 수아레즈였지만 박스 내에서의 피니쉬 능력은 자신에 못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이라면 완벽한 패스를 그에게 전달시켜 줄 자신이 있었다. 가볍게 공의 밑부분을 찍어 차듯 패스를 시도한다.

[정말 아름다운 패스입니다! 상대 수비수의 머리에는 닿지 않는 공! 하지만 수비수의 머리를 지나 부드럽게 떨어지며 수아레즈에게 정확히 연결됩니다!]

[저런 스피드로 움직이면서 어떻게 이런 부드러운 패스를 보낼 수 있는거죠? 정말 믿을 수 없습니다!]

[그게 가능한 선수가 데이빗 장입니다. 그렇기에 그가 세계 최고의 선수라고 불리는 것이죠! 루이스 수아레즈! 완벽한 찬스를 잡습니다! 슈팅-! 아, 한 번 접으며 골키퍼를 제쳐 냅니다. 그리고 빈 골대에 가볍게 공을 차 넣습니다! 리버풀의 선취골!]

[전반 10분! 리버풀이 한 골 앞서 나갑니다! 역시 리버풀의 최강 듀오! 데이빗 장과 루이스 수아레즈가 골을 합작해 냅니다!]

[데이빗 장 선수의 역사에 남을 골 퍼레이드에 가려져서 돋보이지 않을 뿐이지, 수아레즈 선수의 이번 시즌 득점력도 아주 좋습니다. 리그에서 25골을 기록했고 챔피언스 리그와 기타 컵 대회를 합치면 34골을 기록 중입니다.]

[두 선수는 무려 두 차례나 시즌 40호 골 이상을 동시에 달성한 전력이 있죠. 이 두 선수가 같은 팀에서 뛰고 있다는 것은 다른 팀에게 재앙입니다!]

"코치를 원망하렴. 하긴, 그 사람도 현역 때 날 못 막았으니 너한테 뭘 가르쳐 줄 수 있었겠냐만은..."

수아레즈에게 절묘한 어시스트를 찔러 준 데이빗은 뒤따라 오던 그리말도에게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 트래쉬 토킹의 마무리를 깔끔하게 지어 주었다. 그리말도의 주먹이 부르르 떨린다. 한 마디도 대꾸해 줄 수 없는 현실이 비참했다. ㅇ완벽하게 당한 뒤에 하는 말은 추할 뿐이니까. 데이빗은 그런 그리말도를 뒤로 하고 열정적인 골 세레모니를 펼치고 있는 수아레즈에게 달려갔다.

============================ 작품 후기 ============================

-참교육 시전 중인 데이빗 장

-넌 아직 준비가 안됐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