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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쟤가 요즘 엄청 뜨고 있는 그 애송이 맞지?"
"누구요?"
"저기 있는 조그만 녀석 있잖아. 네이마르인가 하는."
"아, 맞을 거에요. 영상에서 본 그대로네요."
영국과 브라질의 4강전이 열리는 올드 트래포드 경기장, 입장을 마친 양 국가의 선수들이 경기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브라질은 그냥 그 이름 자체로 선수가 검증된다는 느낌도 있는데...딱히 유럽 무대에서 뛴 것도 아닌 녀석의 몸값 치고는 너무 거품이 낀 것같아."
현재 시장에서 4500만 파운드 이상의 가치로 평가받고 있는 네이마르를 보며 혀를 내두르는 베컴, 데이빗은 픽 웃으며 별 거 아니라는 듯 말한다.
"뭐 상관 없잖아요. 그런 몸값이 경기를 이기게 하는 것도 아니고. 거품인지 아닌지는 우리가 직접 붙어보면 견적이 나오지 않겠어요?"
"그래, 그 말이 맞아. 그나저나 난 오늘 좀 피곤하겠네. 저 녀석이 왼쪽 측면 공격수로 나서니까 나랑 계속 부딪힐 거 아냐."
영국의 오른쪽 미드필더로 출전하는 베컴인만큼, 포지션 상 경기 내내 마주칠 확률이 높았다.
"베컴 씨라면 잘 막을 수 있을겁니다."
"나도 예전 같지가 않아서 말이지."
"지난 경기들에서 뛰는 거 보니 아직 쌩쌩하던데요."
은근히 추켜 세워주는 데이빗의 말이 싫지 않은지 기분 좋게 미소를 짓는 베컴이다.
"너무 띄우지 말라고. 아무튼 오늘은 쉽지 않겠어. 이왕이면 결승전에서 만났으면 하는 상대였는데."
"뭐, 브라질하고는 준결승에서 만날 거라고 예상하기 쉬웠으니까요. 전 스페인이 조별 리그에서 떨어진게 의외였어요. 저쪽 블럭에서 결승까지 올라올 팀이라고 생각했는데..."
"축구공은 둥근 법이니까. 이변은 생각보다 자주 일어 난다고. 한 두 경기 그르치면 아무리 강호라고 해도 짐을 싸야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그리고는 슬슬 경기가 시작될 것 같다며 데이빗의 등을 두드려 준다.
"그럼 이제 각자 할 일을 하자고. 나는 저 어린 녀석에게 베테랑의 힘을 보여 줄테니, 넌 극성스러운 브라질 녀석들에게 아직 저 애송이가 너에게 비견될 정도가 아니라는 걸 보여 주고 와."
실제로 이번 준결승에서 가장 주목 받는 부분이 데이빗 장과 네이마르 간의 비교였다. 각자 자국을 대표하는 영건이었고 포지션과 플레이 스타일도 비슷한 선수들이었기에 그런 면이 더욱 부각되었다.
영국 측에서는 가당치도 않다는 반응이었다. 프로 팀에서의 커리어, 그리고 국제 대회에서의 영향력 등을 비교해 보아도 두 선수가 동일 선상에 놓이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 단언했다. 브라질 쪽에서야 당연히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언론에서 떠드는 내용 따위, 그다지 관심 없어요."
데이빗도 눈이 있고 귀가 있기에, 자신과 네이마르를 두고 시끄럽게 떠들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말들은 그에게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그래. 아무튼 오늘 잘 해보자."
브라질의 선축으로 경기가 시작되었다. 브라질 선수들은 딱히 영국의 홈이라고 해서 위축되지 않은 느낌이었다. 그들은 특유의 리듬을 살리며 경기 템포를 끌어 올리기 시작했고 영국 선수들보다 한 수 위의 테크닉을 기반으로 경기를 주도하고자 했다.
물론 영국 선수들도 허수아비들은 아니었다. 기술적으로는 브라질 선수들에 비해 조금 처지는 감이 있었지만 강인한 피지컬과 기동력을 앞세워 그들과 맞상대하기 시작했다. 에너지 레벨이 조금 떨어지는 긱스는 노련하게 동료들에게 지시를 내리면서 좋은 위치를 선점해 나가며 주도권 싸움에 힘을 기울였다.
퍼억-
"나이스!"
자신을 앞에 두고 현란한 발재간을 부리던 네이마르에게 강력한 어깨 싸움을 걸어 버리는 베컴, 정당한 몸싸움과 파울의 아슬아슬한 경계, 심판은 이 플레이를 정당한 플레이라 보았고 공을 빼낸 베컴이 지체 없이 공을 전방으로 보냈다.
"파울이잖아!"
억울한 듯 손을 크게 들어 올리며 외치는 네이마르, 브라질 출신의 선수와 한솥밥을 먹은 기간이 꽤나 길었던 베컴인지라 간단한 브라질 어는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는 피식 웃으며 한 마디를 남겼다.
"브레이크 댄스는 클럽에나 가서 추라고. 그런 어린애 장난 같은 테크닉이 통용될 만큼 만만한 동네가 아니야."
뒤에서 발끈한 네이마르가 뭐라뭐라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 왔다. 꽤 괜찮은 도발이 된 것 같다며 베컴이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리고 자신의 패스를 이어받은 공격수의 뒷받침을 해 주기 위해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좋아!'
강렬한 롱패스, 하지만 데이빗은 문제 없이 받아 냈다. 충격 흡수 장치라도 달린 것처럼 순간적으로 공의 운동 에너지를 0로 만드는 데이빗, 마법처럼 공이 그대로 발 아래에 정지한다. 볼 트래핑의 중요성은 이 장면에서도 나타났다. 공을 완벽하게 자신의 소유로 만든 만큼 후속 동작으로 이어나가는 데 이득을 볼 수 있었다.
[데이빗 장! 한 번의 터치로 수비수 한 명을 제쳐 냅니다! 정말 너무나 자연스럽네요!]
[볼 트래핑이 완벽한 만큼, 속도를 떨어 뜨릴 이유가 전혀 없었죠! 순간적으로 브라질의 수비가 당황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곧바로 후속 동작으로 이어나갈 거라고 예상하기 힘들 수밖에 없죠!]
[사람이라면 당연한 일입니다. 패스의 경로와 공격수의 움직임을 보고 대응할 수밖에 없는 것이 수비수입니다. 하지만 패스를 받음과 동시에 완벽한 방향 전환이 이루어 진다면 따라가는 것은 무리겠죠. 아무리 반사 신경이 좋다고 해도 무리입니다. 특히 상대가 데이빗 장과 같은, 세계 최고 수준의 스피드를 자랑하는 선수라면 더욱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 영국의 공격은 무위로 돌아가 버렸다. 수비수 한 명을 더 끌어낸 데이빗이 최종 라인 뒤로 쇄도해 들어가던 다니엘 스터리지에게 패스를 연결시켜 주었으나 오프 사이드에 걸리고 말았던 것이다.
"아...다니엘이 조금 성급했던 것 같죠?"
벤치에서도 아쉬운 탄식이 흘러 나온다. 그만큼 좋은 찬스였다. 굳이 성급하게 먼저 파고 들 이유가 없었다며 코치가 중얼거렸다.
"그러게 말이야. 완벽한 노마크였어. 패스를 받은 뒤에 움직여도 막을 사람이 없었단 말이지. 그런데 굳이 저렇게 움직이다니..."
피어스 감독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제 전반 10분 남짓한 시간이다. 이 시점에 한 골을 먼저 앞서 나갈 수 있다면 경기를 잡아내기 훨씬 수월해 졌으리라. 하지만 스터리지의 조금은 아쉬운 움직임으로 인해 최고의 찬스가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베컴이 네이마르를 생각보다 잘 저지해 주었군."
"정말 그렇네요. 하지만 네이마르가 생각보다 조금 어처구니 없었습니다. 굳이 저 위치에서 저런 비효율적인 스킬을 남발할 필요가 없었을텐데요."
코치의 말에 피어스 감독이 피식 웃는다. 자신이 생각해도 확실히 비효율적인 스탠드 플레이였다. 하프라인을 조금 넘어선 위치에서 상대 미드필더와의 대치 상황, 드리블보다는 패스가 효율적인 위치였음에도 네이마르는 드리블을 선택했다. 그것도 간결하고 스피드를 살린 돌파가 아니라 별 실속없는 화려한 스킬을 뽐내며 말이다. 베컴 정도의 베테랑을 상대로 할 때 최악의 판단이 되버린 셈이다. 그는 네이마르의 현란한 상체 움직임과 발놀림에 속지 않고 그저 몸으로 밀어 버리는 것으로 제압했으니 말이다.
"우리로서는 좋은 일이지. 이왕이면 경기가 끝날 때까지 댄스 타임을 가졌으면 좋겠군."
"저 쪽 감독도 생각이 있다면 자제시키겠지요."
그래도 최소한 전반전만이라도 네이마르가 방금 전처럼 무리한 공격을 감행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브라질이라고 해도 우리의 공격은 감당하기 힘들어 보입니다. 수비만 집중력을 유지해 준다면 이길 수 있을 것 같네요."
"애초에 수비가 그리 강한 팀은 아니니까. 우리 공격진이라면 충분히 공략하고도 남는 수준이지."
영국의 날카로운 공격이 한 차례 지나간 이후, 마치 답례라도 하는 것처럼 브라질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오른쪽 윙 포워드로 출전한 헐크의 돌파를 제어하지 못한 것이 화근이 되었다. 파워풀한 돌파로 잉글랜드의 왼쪽 측면을 초토화 시킨 그는 엔드 라인 근처까지 파고든 뒤 한 번 접고 날카로운 왼발 크로스를 올려 주었다. 이를 레안드로 다미앙이 헤더로 연결시켰으나 골대를 살짝 벗어나는 슈팅이 되고 말았다.
일진일퇴의 공방전, 준결승이라는 무대답게 수준 높고 치열한 양상으로 전개되었다. 브라질이 자랑하는 차세대 3인방이 멋진 호흡을 보여 주었다면 영국은 데이빗 장의 개인 기량에 의존하는 속공 플레이를 주력으로 삼았다.
"젠장...! 지겨운 자식!"
브라질의 오른쪽 풀백은 하파엘이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주전 풀백인 그는 프리미어 리그에서 지긋지긋하게 겪었던 데이빗 장을 다시 한 번 만나게 된 것을 저주하고 있었다. 리그에서도 그는 데이빗 앞에서 무력했고 올림픽 무대라고 해서 변하는 것은 없었다.
"지연시켜! 백업이 올 때까지 버티라고!"
'누가 그걸 모르나...!'
뒤에서 골키퍼가 외치는 소리, 참 속도 편한 소리라며 내심 이를 갈았다. 상대는 바보가 아니었다. 미드필더들의 합류까지 여기에서 얌전히 기다려 줄 상대가 아닌 것이다. 그 시간을 벌 수 있다면 자신들의 승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겠지만 이는 어려운 일이었다.
'온다...!'
상대의 리듬이 바뀐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 챘다. 그리고 이어지는 한 번의 헛다리집기, 속지 않았다. 애초에 빼앗을 생각 따위가 없었기에 가능했다. 그는 수비에 있어서 많은 부분을 포기했다. 그저 중앙 쪽으로의 돌파만 저지하겠다는 마음.
'얌전히 사이드 쪽으로 빠지시지!'
일부러 그쪽 공간을 열어 주었다. 어떻게든 중앙 지역으로 헤집고 나오지만 못하게 한다면 충분히 성공적인 수비라 할 수 있었다. 스터리지라는 공격수도 무시할 만한 레벨은 아니었지만 데이빗에게 슈팅 찬스를 내 주는 것보다는 나았다.
'사이드를 뚫으라고?'
데이빗도 눈치를 챘다. 아니 눈치채지 못하는 것이 어려웠다. 노골적으로 중앙 쪽을 경계하는 태세였으니까.
'그럼 사양하지 않고!'
가볍게 공을 치고 달린다. 그리고 잠시 동안 진행되는 주력 경쟁, 하파엘도 느린 선수는 아니었지만 데이빗에 비할 바는 되지 못했다. 더구나 드리블할 때와 그냥 달릴 때의 속도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 데이빗이었으니 말이다.
'제법...따라 붙는데.'
데이빗에게 바짝 붙어서 달리지 않고 약간의 여유 공간을 두면서 달린 하파엘이었기에 완벽하게 제쳐낼 수는 없었다. 물론 덕분에 패스를 마음 먹는다면 아무런 견제 없이 시도할 수 있었다. 빠르게 주변을 확인하는 데이빗.
'...그냥 뚫자.'
스터리지의 위치 선정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줄 수야 있었지만 확률이 지나치게 낮아 보였다. 소위 말하는 죽은 크로스가 될 확률이 높았던 것. 그럴 바에는 자신이 좀 더 볼을 지키면서 상황을 반전시키는 것이 나으리라.
'중앙 쪽만 경계해서는 안 된다는 걸...'
오른발 아웃 사이드로 공을 중앙 쪽으로 보내는 모션, 중앙 쪽을 크게 경계하고 있던 하파엘이 낚였다. 데이빗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공을 다시 오른발 인사이드로 끌어 왔다. 그리고 남아 있던 왼발로 공을 앞으로 터치한 뒤 엔드라인을 따라 골대 쪽으로 파고 들기 시작했다.
엔드 라인을 따라 달리는 데이빗, 이미 페널티 박스 안까지 들어 왔다. 커버를 나오는 중앙 수비수들도 함부로 수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공을 그대로 엔드 라인 밖으로 차 내는 것이다. 하지만 페널티 박스 안 쪽이라는 점, 그리고 섣부른 태클은 자칫 오히려 데이빗에게 슈팅 각도를 만들어 줄 수도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다가왔다.
'가르쳐 줄게!'
머뭇대는 수비진, 데이빗은 계속해서 골대쪽으로 파고 들었다. 뒤늦게 골키퍼가 크게 소리를 지른다.
"어디까지 오게 할 셈이야!? 막아! 막으라고!"
'늦었어 임마.'
자신의 돌파로 인해 박스 안에 있던 브라질 수비진이 완벽히 무너졌다. 이쯤 되면 스터리지의 불완전한 포지셔닝도 문제될 것이 없었다. 데이빗은 자신에게 달려드는 티아구 실바 옆으로 가볍게 공을 굴려 주었다. 수취인은 스터리지, 그는 이번 만큼은 데이빗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가볍게 인사이드로 슈팅을 날린다. 골대 앞에서 고작 3m의 거리, 못 넣는 것이 힘든 위치였고 스터리지는 이 상황을 날려버릴 만큼 무능력하진 않았다.
============================ 작품 후기 ============================
-줄 간격을 수정해 보았습니다
-E북 작업할 때를 대비해서...
-E북 작업은 아직 다 하지 못했습니다
-생각보다 양이 어마무시하네요
-그래도 약속을 했으니 오늘 연재는 지키고자...
-칭찬해 주시져
-요 며칠 사이에 일이 좀 많았습니다
-수요일에 동네 골목에서 누군가 버린 강아지 한 마리를 발견했어요
-완전 꼬물이, 애기였는데
-골목에서 깽깽거리고 있었어요. 추운 날씨 속에서 벌벌 떨면서..
-혹시 주인이 찾아 올까 싶어서 30분 정도 기다려 봤는데 아무도 오지 않았네요
-계속 벌벌 떠는 강아지를 그대로 두기도 안쓰러워서 집으로 데려 왔습니다
-이틀 동안 잘 지내다가
-오늘 아침에 영 기운이 없어서 병원에 데려갔더니
-코로나 바이러스래요. 전 잘 몰랐는데 새끼 강아지한테는 엄청 치명적인 병이라고 하네요
-제발 잘 이겨냈으면 좋겠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