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Answer-314화 (314/346)

00314        =========================================================================

"인상 좀 펴. 뭐 안 좋은 일이라도 있어?"

8강에 진출한 영국 대표팀은 이후 훈련을 모두 언론에 비공개로 진행했다. 어린 선수들이 대부분인 만큼, 자칫 분위기에 휩쓸릴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피어스 감독의 의중이 작용한 것이다. 3일 간격으로 치러지는 일정인지라 강도가 강한 훈련은 진행하기 힘들었고 대부분 회복 훈련을 겸하여 가볍게 진행되고 있었다.

"아뇨. 아무렇지도 않아요."

연습 내내 굳은 표정으로 임하던 데이빗이 걱정스러운지 베컴이 넌지시 물어 왔고 데이빗은 전혀 문제가 없다는 뜻을 밝혔다.

"표정이 계속 굳어 있으니까 무슨 일 있는 것 같잖아. 뭐 불편한 점이 있으면 이야기해. 나한테 말하기 뭣하면 저기 라이언이나 감독님한테 가서 말해도 좋고."

"괜찮다니까요. 그냥, 토너먼트에 올라왔으니 좀 더 집중해서 제대로 해보자고 마음 먹어서 그런가 봐요."

그 말에 베컴이 그럴 수도 있겠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확실히 훈련 중에 플레이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 말을 듣고 보니 오히려 집중력이 좀 더 강해졌다고 볼 수도 있는 것 같아 납득하고 넘어 갔다.

"그래도 너무 잘하려고 할 필요는 없어. 평소대로만 해도 상대 팀에게는 재앙이야. 오케이?"

가끔 너무 잘하려는 마음이 지나쳐 부진에 빠지는 케이스도 보아온 베컴이었기에 간단히 조언 한 마디를 하며 마무리한다. 데이빗도 웃으며 그의 충고를 감사히 받아 들였다.

"저기 베컴 씨."

"응?"

경기 간격이 짧았기에 오전 동안만 훈련을 진행한 대표팀, 선수들은 점심 식사를 마치고 각자의 방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혹시 한국...팀에 대해 좀 알고 있어요?"

"음? 한국?"

갑작스러운 질문에 베컴이 눈을 동그랗게 뜬다. 그리고는 코를 매만지며 잠시 생각을 정리하는 모습.

"예전에...언제였더라. 아, 10년 쯤 전에 한 번 상대해 본적이 있어. 아마도. 월드컵때였나, 월드컵 좀 전이었나 그랬을거야. 올림픽 대표는 아니고 A 대표팀이었고...글쎄,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서 그때 멤버는 지금 한 명도 없을텐데. 딱히 정확히 기억나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뭐 대충이라도 기억나는 건 없으세요? 이미지라던가...그외에...어떤...나라라던가."

"상대 분석때문에 그래? 유독 열심이네. 한국에 관심이 있어?"

이전까지 상대했던 국가들에 대해서는 딱히 물어오지 않았던 데이빗이었기에 베컴이 관심을 보인다.

"아뇨, 그냥 8강이고 좀 생소한...나라라서 그래요."

"음...내 경험으로는...엄청 성실한 이미지랄까?"

"성실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는 데이빗, 베컴은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이어 나갔다.

"그때 만났던 선수 중에 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이 있거든. 너도 알지?"

"알죠. 지난 시즌에 만나서 적잖이 고생 좀 했거든요."

"호? 그래? 그 친구가 그 정도였어?"

"일 대 일로는 문제가 없었는데 협력 수비가 장난이 아니더라구요. 처음에 엄청 당황했어요. 뭐 후반전에 갚아 주긴 했지만..."

당하고 끝낸건 아니라며 데이빗이 한 마디 더 덧붙인다. 베컴은 어린 선수의 자존심을 엿본것 같아 흐뭇하게 웃었다.

"그래. 경험이 있다니 설명하기 편하겠다. 그때 만났던 한국 선수들은 죄다 맨유의 박같은 느낌이었어. 실력이 아니라 하는 짓이 말이야. 다들 죽어라 뛰어 다니고 몸을 날려대는데 정말 짜증이 나더라."

"...그거 굉장히 짜증이 났겠네요."

박이 11명이라니, 생각만 해도 귀찮다며 고개를 흔드는 데이빗이다.

"뭐, 니가 생각하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아무튼, 그리고 팀 워크가 아주 좋았던 걸로 기억해. 감독들이 아주 좋아할 만한 팀이었어. 빠르고 성실하고 전술적인 완성도도 높고...뭐 괜찮은 팀이었어."

"그리고 그때 느낀 바로는 플레이가 엄청 거칠었어. 아시아 쪽 친구들이 보통 좀 얌전하게 축구하는 느낌이 강한데 그 나라는 좀 예외더라."

"흐음..."

"...근데 이게 다 10년 전 이야기라 지금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은데...?"

쓸모 없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며 베컴이 난색을 보이자 데이빗이 손사래를 친다.

"에이, 그래도 나라마다 스타일이라는게 있잖아요. 큰 틀은 어느 정도 비슷하지 않겠어요?"

데이빗이 계속 듣고 싶어하는 모습을 보이자 픽 웃으며 손을 으쓱한다. 어차피 할 일도 없는터라 이렇게 수다를 떨며 시간을 때우는 것도 나쁘진 않았다.

"알겠어. 뭐...장점은 대충 그렇고...단점은...결정력이랄까?"

"골 결정력을 말하는 거죠?"

"그래 그거. 주도권 싸움도 잘하고, 점유율도 괜찮게 가져가고 하는데, 마무리가 좀 어설픈 느낌이었어. 그러고보니 니 말대로 좀 스타일이 유지되는 것 같기도 한데? 이번 한국 올림픽 대표팀이 분명 3경기에서 2골인가 밖에 못 넣었다고 했지? 실점은 한 골밖에 하지 않았고."

"그랬죠."

"하긴, 어린 친구들은 윗 세대의 플레이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으니까. 아무튼 그 정도야. 아, 그리고 지금은 우리가 홈이니까 상관이 없긴 한데, 그 나라의 홈 경기장은 진짜 지옥이야."

경기 외적인 부분이 나오자 눈을 반짝이는 데이빗이다.

"지옥이요? 어떤데요?"

"그쪽 유니폼 컬러가 빨간 색이거든. 우리가 하얀색인것처럼 말이야. 그 나라에서 대표팀 경기가 있으면 말이야, 수 만명의 관중이 빨간 색 옷을 입고 경기장에 들어와. 동서남북 어디를 봐도 빨간 색이라고. 그리고 괴상한 소리가 나는 악기를 두드리면서 90분 내내 소리지르고 노래를 부르는데, 진짜 나도 어지간한 곳은 다 다녀 봤지만 그 동네도 만만치가 않아. 사람들이 정말 열정적이야."

이야기를 하다보니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지 몇 가지 더 이야기해주는 베컴, 데이빗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경청했다.

"...뭐 이 정도야. 내가 아는 건 이게 끝인 거 같네."

생각보다 이야기가 길어졌다. 적지 않은 시간을 떠드느라 목이 마른지 베컴이 자리에서 일어나 마실 거리를 가져온다.

"근데 유독 한국에 정말 관심이 많아 보이네. 혹시 아는 사람이라도...있으면 그 사람한테 물어 봤겠군. 그건 아니겠고..."

질문을 하다가 스스로 답을 내리고 곰곰히 생각에 빠지는 베컴, 데이빗은 난감한 미소를 지으며 손사래를 쳤다.

"그냥 갑자기 궁금해져서 그런 것 뿐이에요. 딱히...별 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닙니다."

"그런 것치고는 관심이 아주 많아 보여서 말이야. 혹시 그 나라 사람하고 뭐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어?"

장난스레 질문을 던지는 베컴, 소 뒷걸음치다 쥐 잡은 격이라고 우연찮게 단번에 핵심을 찔러 왔다. 데이빗은 순간 평정이 흔들릴 뻔했지만 간신히 별 다른 티를 내지 않을 수 있었다.

"딱히요. 그 나라 출신은 아는 사람이 한 명도...없네요."

"하긴. 뭐 큰 상관 없나. 나도 딱히 친한 사람은 없어. 우리하고는 크게 인연이 없는 나라니까."

슬슬 대화가 마무리 되는 분위기, 베컴은 침대에 몸을 기대며 TV를 켰다.

"혹시 뭐 보는 프로그램 있어? 딱히 없으면 내가 보고 싶은 걸 좀 봐도 될까?"

"아 얼마든지요."

[데이빗 장, 8강전에서 반드시 골을 넣을 것]

영국 올림픽 대표팀의 데이빗 장(22. 리버풀)이 8강전을 앞두고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8강전을 앞두고 진행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4강에 올라가는 것은 영국이 될 것"이라고 밝힌 그는 반드시 골을 넣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우리 팀은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선수들은 모두 하나의 목표르 공유하고 있죠. 네, 금메달입니다."

"그 동안 올림픽에서 여러가지 이유로 참가하지 못했던 역사를 다들 알고 있을 것입니다. 선수로서 사상 첫 단일 팀에 뽑힐 수 있었다는 것은 큰 명예입니다."

"마지막 올림픽 금메달이 100년 전이었따는 사실을 듣고 놀랐습니다. 그런만큼, 이번 대회에서는 반드시 조국에 금메달을 안기고 싶네요."

"한국은 강한 상대입니다. 터프한 팀이죠. 하지만 우리 팀이 우리의 플레이를 펼칠 수만 있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몸 상태는 아주 좋습니다. 감독님과 동료들은 언제나 저를 편하게 해 줍니다. 체력적인 문제요? 전혀 없습니다. 한 경기도 제대로 뛰지 않았는데요."

(데이빗은 조별 예선 3경기 동안 총 88분을 소화했다.)

"한국 팀을 상대로 좋은 경기를 펼칠 자신이 있습니다. 반드시 골을 넣어 우리 팀이 세미 파이널에 진출하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뭘 그렇게 조사하고 있는 거야? 중요한 일은 대충 마무리 된 거 아니었어?"

퇴근 시간이 다 되었는데도 아직 자리에서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 티티에게 제임스가 다가와 질문을 던진다.

"아...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그렇다고 이 친구야. 무슨 일인데 그렇게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몰두한 거야?"

"......"

난감한 미소를 짓는 티티, 데이빗이 자신에게 이야기 한, 부탁했던 부분은 남들에게 떠들고 다닐만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하지만 제임스라면, 데이빗도 제임스에게 이야기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해할 것이다. 셋은 언제나 그런 사이였으니까.

"어디가서 이야기하지는 마."

"...무슨 일인데 그래?"

"지금 얘기해 줄게. 그런데 이 이야기는 조금 민감한 이야기야. 데이빗에게 아주 중요한 일이라고."

진지한 티티의 반응에 제임스의 표정이 진중해 진다. 최소한 그는 장난칠 때와 진지해져야 할 때를 구분할 줄 아는 이였다.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는 제임스의 모습에 티티가 입을 열었다.

"데이빗의...과거 이야기야. 그 친구의 부모에 대한 부분을 조사하고 있었어."

"...뭐?"

갑자기 무슨 소리냐며 제임스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티티는 말 그대로라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어처구니 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린 제임스가 조금은 거칠어진 목소리로 질문을 던진다.

"뭐야, 또 그 녀석의 부모라고 사기를 치는 녀석들이라도 나타난 거야? 어떤 자식들인데?"

"진정해. 그런게 아니야."

"그게 아니면...!"

"침착해. 내 얘기를 끝까지 들어."

단호한 티티의 말에 제임스가 거칠어진 숨을 고른다. 예전보다 확실히 어른스러워진 친구의 모습에 만족한듯 티티가 고개를 주억거리고 말을 잇는다.

"전에 뽑은 데이빗의 하우스 키퍼 있잖아. 메리 코디 씨라고."

"아, 기억나. 그 사람이 왜? 설마 그 사람이 데이빗의 엄마라고..."

"아니야. 좀 끝까지 들어. 한 번만 더 말을 끊으면 이야기하지 않을테니까 알아서 하라고."

엄포를 놓는 티티의 모습에 깨갱하며 꼬리를 내리는 제임스.

"그러니까 그 사람이..."

"하."

티티의 설명이 끝나고 제임스는 긴 탄식을 흘렸다.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이야기였던터라 뭐라 할 말을 찾기 힘들었다.

"그래서 지금 여러모로 찾아 보고 있는데...내가 그쪽 관련해서 조회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사람도 아니라 여러모로 어려움이 있네."

"...젠장, 망할 자식같으니..."

누군가에게 욕을 하는 것일까, 으르렁거리며 욕설을 내뱉는 제임스, 티티는 한숨을 쉬며 말을 계속 이어 나갔다.

"데이빗도 꼭 찾고 싶다거나 만나고 싶어하진 않았어. 그냥,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다는 정도랄까. 그리고 그 외에 한국이라는 나라를 좀 알고 싶다고도 했는데, 어떤 부분에 대해서 알고 싶어하는지 몰라서 말이야. 대충 여러 분야에 걸쳐서 조금씩 조사해 보는 중이야."

"나도 도울게. 젠장, 내가 뭘 하면 되겠어?"

의욕을 보이는 제임스, 하지만 티티는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아냐. 딱히 정해져 있는 일도 아니고, 급하게 해야할 일도 아니니까. 오늘은 이만 퇴근하자. 가서 맥주나 한 잔 하자고. 뒷맛이 쓴 얘기를 했더니 영 찝찝하네."

"그래."

제임스도 술이 확 땡겼기에 티티의 제안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 들인다. 주섬주섬 퇴근 준비를 마무리하는 두 사람, 사무실의 불을 끄고 밖으로 나섰다.

"그러고보니, 다음 상대가...그 한국이라는 나라 아냐?"

"맞아. 데이빗도 생각이 많을 거야."

"젠장, 들어 보지도 못한 나라라 쉽게 이길거라고만 생각했는데..."

마음 편하게만 보기 힘들게 되었다며 제임스가 투덜거린다.

"뭐, 걱정하지마. 데이빗이라면 아마 잘 할거야. 오히려..."

"오히려?"

말끝을 흐리는 티티를 채근하는 제임스. 티티는 웃으며 자신이 하려던 말을 마무리했다.

"오히려 한국 친구들을 걱정해야겠지. 다음 경기에서 데이빗은 볼만 할거야. 아마 분풀이랄까, 복수랄까...번지 수는 좀 틀렸지만 그런 감정을 가지고 달려 들테니까."

============================ 작품 후기 ============================

-어...음...

-리버풀이 이겼네요?

-...제가 안보면 이기는 것 같은 기분은

-착각이겠죠?

-...아스톤 빌라가 못해거 그런거야...ㅠ

-어쨌든

-추천 수가 10만을 넘었네요

-예아!

-정말 감사드립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