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Answer-311화 (31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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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너 좋은 녀석이구나?"

데이빗은 세네갈과의 첫 번째 경기가 끝난 뒤부터 유독 친근하게 구는 다니엘 스터리지를 어색하게 바라 보았다. 처음 팀에 합류했을 때는 그저 그런 사이였다. 데이빗 본인도 아직 먼저 나서서 친근하게 구는 스타일은 아니었고 스터리지도 약간은 낯을 가리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첫 경기가 끝나고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자신의 두 번째 골을 어시스트 해 준 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그래, 다음에 리버풀 원정에 오면 연락해. 그럭저럭 괜찮은 레스토랑이 있으니까 거기에서 밥이나 먹자."

물론 고마움의 표현도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는 원래 성격이 이런 것 같았다. 지금도 데이빗이 '언제 한 번 식사를 하자'고 넌저시 이야기하자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처럼 좋아하며 달려들고 있었으니 말이다.

"얼마든지! 꼭 연락할거야! 그때가서 잊어버렸다고 하면 곤란해?"

"그럴 일 없으니 걱정하지마. 연락이나 하세요."

꽤 순박한 모습이었기에 나쁘진 않았다. 건너 들은 이야기로는 꽤나 탐욕적이고 이기적인 면이 있는 선수라고 했는데 지금까지 함께 하며 딱히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다. 경기 중, 공격수 특유의 욕심을 내는 부분은 있었지만 특별히 심한 편도 아니었다. 그 정도 욕심이 없는 공격수는 드물었다.

"알겠어! 그럴 것이 아니라 아예 올림픽이 끝나고..."

신이 나서 떠들어 대는 스터리지, 여기서 더 받아 주었다가는 언제 대화가 끝날지 알 수 없었기에 적당히 오케이라고 얼버무리고 발걸음을 옮긴다.

"알았으니 이제 들어가자. 이러다가 미팅 시간에 늦겠어."

영국 대표팀의 미팅은 한 시간이 훌쩍 넘어서야 마무리 되었다.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듣는 것을 그리 즐기지 않는 선수들은 지루했다는 듯 기지개를 켜며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흐아암, 지겨워 죽는 줄 알았네."

"그러게. 다음 상대가...그 아랍 에미리트라고 했잖아. 방심은 금물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가 홈에서 질 것 같지는 않은데."

"그런 말 하지마. 만약에 정말 1%의 확률로 우리가 이기지 못한다면 그 뒷감당은 어떻게 하려고 그래? 그리고 생각보다 축구에서는 이변이 많이 일어 나는 편이지. 뭐 매스컴의 스타가 되고 싶은 친구들은 모르겠지만 난 이제 그런 쪽으로 시달리고 싶지는 않아서."

사람 좋게 웃으며 베컴이 투덜대는 선수들에게 어깨 동무를 걸며 말한다. 불평하던 선수들도 진지하게 불만을 가진 것은 아니었던터라 멋적게 웃으며 얼버무린다. 그 모습에 데이빗이 조그맣게 삐죽거린다.

"난 다음 경기에도 벤치 대기 신세인데 한 시간동안 들었구만. 배가 불렀네 저 친구들."

"니가 그런말 하면 안되지 이 친구야."

어느새 나타난 긱스가 데이빗의 혼잣말을 듣고 장난스레 목에 팔을 감아 왔다.

"아 라이언 씨."

"유로만 아니었으면 주구장창 선발로 뛰고 있었을 텐데 말이야. 뭐, 8강부터는 아마 선발로 쭉 뛰지 않겠어?"

눈을 찡긋하며 말하는 긱스, 확실히 연륜이 그냥 쌓인 것은 아닌 모양이다. 언급한 적이 없었던 데이빗과 감독간의 세부적인 지침을 정확히 말하는 모습, 데이빗은 크게 부정하지 않고 그저 웃어 넘겼다.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런 거지. 아무튼 부정하지 않는 모습이 보기 좋은데?"

"사실이니까요. 제가 어디가서 꿀릴 레벨은 아니잖아요?"

당당하게 고개를 쳐들고 에헴하고 의기양양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에 긱스가 피식 웃는다.

"그 정도 자신감은 있어야지. 아무튼 아랍 에미리트 전은 아마 네가 나설 기회가 없을 거야. 방심 따위는 하지 않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격차라는 게 있으니까. 더구나 홈이기도 하고."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냥 특등석에 앉아서 경기를 관전한다 생각하고 있겠습니다."

긱스와, 그리고 다른 선수들의 예상대로 아랍 에미리트와의 경기는 일방적인 영국 대표팀의 우세 속에서 마무리되었다. 전반 16분에 터진 라이언 긱스의 선제골로 기선 제압에 성공한 영국 대표팀은 후반에 들어서도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선보이며 한 수 위의 전력을 과시했다. 후반 28분, 그리고 31분에 스캇 싱클레어와 다니엘 스터리지의 추가골로 불안요소를 노출시키지 않은 채 깔끔히 경기를 마무리하는데 성공했다.

다른 A조 팀 간의 경기에서는 영국에게 1패를 당했던 세네갈이 대회 유력 우승 후보로 꼽혔던 우루과이를 잡아내며 8강 진출 희망을 이어나가는데 성공했다. 우루과이는 1승 뒤 1패를 당하며 세네갈과 승점 동률을 이루게 되었고 2연패를 당한 아랍 에미리트는 사실상 탈락 위기로 몰렸다. 영국은 2승을 거두며 승점 6점을 기록, A조 단독 선두로 치고 올라가며 남은 우루과이와의 경기에서 무승부만 거두어도 조 1위를 확정 짓게되는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

"조별 리그에서 데이빗에게 걸린 출전 제한이 120분이라고 했지?"

"네, 그렇게 들었던 것 같습니다."

달글리시 감독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클락 수석코치. 그 말에 손가락을 꼽으며 무언가를 셈하기 시작하는 달글리시 감독이다.

"그럼...다음 우루과이 전에서는 풀 타임으로 쓸 수도 있다는 이야기로군."

세네갈과의 경기에서 30분도 뛰지 않은 데이빗이었다. 아랍 에미리트와의 경기에서는 아예 벤치 대기 신세였으니 약속된 제한 시간은 90분 이상 남아 있었다.

"그렇게 되겠죠. 뭐, 어차피 8강 진출은 유력한 상태이고...토너먼트에 올라간 이후 부터는 계속 선발로 나설텐데 큰 의미는 없지 않습니까?"

그리고 피어스 감독이라면 무리해서 데이빗을 쥐어짜 내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들었다. 굳이 90분을 풀 타임으로 출전시키며 약속한 120분을 채우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거야 그렇지. 내가 피어스 감독이라고 해도 언제까지 데이빗을 아껴 놓고 있지만은 않을 거야. 벤치에 장식해 두려고 뽑을 만한 선수가 아니니까. 감독이라면 쓰지 않고는 못배길 친구거든."

"저도 이해합니다. 출전만 시키면 한 골 이상이 보장되는 선수니까요. 사실상 필승카드라고 봐도 무방하지요."

"그런거지. 아무튼 우루과이 대표로 출전한 루이스나 세바스티안의 컨디션은 어떤 것 같나?"

리버풀에서 이번 올림픽 대표로 차출된 인원은 총 셋, 영국 대표팀으로 합류한 데이빗과 우루과이 대표로 뽑힌 루이스 수아레즈, 세바스티안 코아테스가 그 주인공이다. 다른 이들은 팀에서 진행하는 프리시즌 일정을 소화하며 충분히 체크했기에 몸 상태를 확실히 알게 되었지만 상기한 세 명의 상태는 확실히 알 수 없었다.

"큰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 루이스는 점점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워낙 승부 근성이 뛰어나고 향상심이 강한 선수라 말이죠. 움직임이 좀 더 효율적으로 변했습니다. 슈팅 정확도도 상당히 올라 갔습니다. 물론 올림픽이라고 하는 무대가 최고 레벨의 대회라고 보긴 어렵습니다만 유효 슈팅 비율이 10% 가까이 상승한 상태입니다."

"그 친구야 가만 내버려 둬도 열심히 하는 친구지. 중 남미 계열 치고는 참 보기 힘든 유형이야."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달글리시 감독, 자신의 팀 선수가 성실하고 열정적이라는 것은 감독으로서 흡족한 일이었다.

"코아테스는...컨디션에 문제가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인지 판단이 좀 늦는 모습입니다."

"그런가. 피지컬 적으로는 나무랄데가 없는 친구인데 말이야."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신다.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원래 공격수보다는 수비수의 성장이 더딘 편이기도 하고 말이죠. 공격수보다 경험이 더 중요한 포지션인지라 아무리 타고난 재능이 많은 선수라고 해도 20대 초반보다 중반, 후반으로 접어들 수록 더 좋은 수비수로 거듭나는 것이 보통이니까요."

"그래, 알고는 있는데 말이야...슬슬 캐러거의 대체자도 찾아야 하니까 마음이 영 급해지는 군 그래."

팀의 부주장으로서 든든히 버텨 온 캐러거는 미팅을 통해 한 시즌만 더 뛰고 은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전성기 시절에는 철인이라 불릴 정도로 강건한 모습을 보여 주었지만 나이가 들며 점차 부상 빈도가 높아지기 시작했고 신체 능력의 저하가 발목을 잡고 있었다. 현재 그의 위치는 부상이 잦은 다니엘 아게르의 백업 역할, 은근히 유리몸 기질이 다분한 다니엘 아게르의 특성상 절대 가벼운 위치가 아니었다.

"다음 경기가 마침 우리 영국과의 경기 아닙니까. 그때 한 번 보시고 감독님이 판단해 보시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다음 경기를 보고 판단하라고? 자네 그거 농담이지?"

무슨 그런 잔인한 말을 하냐는 듯 톡 쏘아 붙이는 달글리시 감독이다.

"풀 타임 소화가 가능한 데이빗을 상대로 해서 평가하라니, 기준 치가 너무 높은 거 아닌가? 만약 데이빗을 상대로 그럭저럭 쓸만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면 난 진작 세바스티안을 퍼스트 팀에 올려 놨을 거야."

"...아 그러니까 제 말은, 굳이 완벽히 막으라는 것이 아니라..."

"알고 있어.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수준 차가 나야 말이지. 다니엘이나 마틴도 데이빗 앞에서 맥을 못추는데..."

"...데이빗도 지금 완벽한 컨디션이 아닌...알겠습니다."

역시 빠돌이는 건드리면 안되는 거였다. 그래도 안된다며 열변을 토하는 달글리시 감독을 보며 클락은 괜히 이야기를 꺼냈다고 후회했다.

"아 무리, 절대 무리에요. 저 감독 영감탱이, 나한테 무슨 일을 시키려는 거야?"

우루과이 올림픽 대표팀, 코아테스는 같은 팀 동료 루이스 수아레즈와 한담을 나누고 있었다.

"왜? 감독 말에도 일리는 있잖아. 그래도 같은 팀에서 몇 번 상대해 본 니가 막는 게 더 낫지 않겠냐는 건데 말이야."

수아레즈의 말에 답답하다는 듯 고개를 가로 젓는다. 그리고 한숨을 쉬며 조금은 짜증이 실린 목소리로 말문을 연다.

"알죠. 내가 바보도 아니고 그걸 모르겠어요? 근데 루이스가 그런 말을 하면 안되죠."

"내가 뭘?"

"몰라서 물어요? 내가 우리 팀 훈련에서 어디 그 괴물 자식의 옷깃이나 제대로 잡은 적 있었어요? 내가 살다 살다 그런 공격수는 처음 봐요. 루이스를 처음 봤을 때도 정말 괴물같다고 느끼긴 했는데 그 정도는 아니었다구요."

"...그거 칭찬이냐?"

어째 비교되는 것 같아 기분이 이상하다며 수아레즈가 인상을 찌푸린다. 그러거나 말거나 코아테스는 자신의 할 말을 계속한다.

"그나마 경험해 봤으니까 제가 일단 전담 마크로 붙으라는 건 이해해요. 근데 나 혼자서 뭘 어떻게 하라고요? 감독 제 정신이에요? 머리에 총 맞은 거 아니에요? 저녁 식사에 약이라도 타서 먹은 건가? 나한테 뭘 바라는 거에요?"

"......"

"아니 그게 됐으면 내가 지금 팀에서 리저브에 처박혀 있었겠냐구요. 진작 퍼스트 팀 데뷔를 하거나 아니면 다른 클럽에서 주전으로 뛰고 있지."

"그것도 그렇네. 근데 세네갈 전은 너도 봤잖아. 데이빗한테 지나치게 수비가 쏠리면 다른 쪽의 구멍이 너무 커. 너도 알겠지만 그 녀석, 꽤나 이타적인 녀석이라서 말이야. 굳이 무리하지 않는다고? 동료가 좋은 위치에 있으면 망설임 없이 패스해 버리는 거 알잖아."

"알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혼자서 막을 만한 선수가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으면서 왜 그래요?"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었기에 수아레즈의 말문이 막힌다. 그것보라며 코아테스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흔든다.

"애초에 이런 레벨의 대회에 저 괴물이 낀 것 자체가 반칙이지만...이미 벌어진 이상 이쪽이 불리한 건 어쩔 수 없잖아요."

그러면서 손가락 두 개를 펼쳐 보인다.

"최소 두 명은 붙어야 비벼볼 만한 거리가 생기지 혼자서는 어림도 없어요."

"뭐...역시 그렇겠지?"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린다. 그리고는 걱정 말라는 듯 코아테스의 어깨를 팡팡 두드리는 수아레즈.

"걱정말라고. 데이빗 녀석이 우리 팀 선수를 두 명 잡아 두는 만큼, 내가 영국 놈들을 똑같이 감당해 줄테니까."

"...꼭 부탁할게요."

"엉? 뭐야? 너 지금 날 못 믿겠다는 거야?"

"그런 말 안 했거든요?"

"표정이 그렇잖아 임마 표정이."

============================ 작품 후기 ============================

-우리 데이빗은 그런 수비수로 못 막거든여? 빼애애애액

-극한직업 코아테스

-이거 막으면 주전임

-안해 ㅅ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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