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Answer-310화 (31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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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

동점골을 허용했을때 이미 자신을 찾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다. 데이빗은 고개를 끄덕이며 점퍼를 벗고 일어 섰다. 이는 오만이 아니었다. 객관적으로 이 팀에서 가장 믿을만한 카드는 자신이었으니까. 이는 커리어가 증명해 주고 있었다. 프로 경력 뿐만 아니라 국제 대회에서도 강하다는 사실을 증명해낸 만큼, 이 상황에서 자신보다 잘 어울리는 선수는 없었다.

"언제든지 오케이 입니다."

전반전이 끝난 뒤 주어지는 휴식 시간 동안 충분히 몸을 풀어 놓았다. 그리고 벤치에 앉아서도 주기적으로 몸이 굳지 않도록 스트레칭을 반복했기에 지금 당장이라도 경기를 뛸 수 있었다.

"알겠나. 우리는 무승부에 만족할 생각이 전혀 없다. 홈에서, 그것도 개막전을 승리로 이끌지 못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우리 팀에 의문을 품을 것이다. 나는 그런 꼴을 보고 싶지 않다. 내가 자네에게 무엇을 원하는 지 알 수 있겠나?"

"물론입니다."

단호히 대답하는 데이빗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는 피어스 감독, 그리고 직접 대기심에게 다가가 교체를 지시한다.

"전에 이야기한 대로, 공격 진영에서 마음 껏 움직여. 사이드로 빠져도 좋고 2선으로 내려와 패스에 힘써도 좋아. 자네가 원하는 위치에서 원하는 플레이를 하도록 해. 그게 내가 원하는 거야."

"알겠습니다."

리버풀에서 요구받는 역할과 동일한 내용이다. A 대표팀의 카펠로 감독과 같이 조금 제한적인 역할을 맡긴다고 해도 불만 없이 따를 의사가 있었지만 그래도 역시 익숙한 것이, 그리고 자유로운 것이 좋았다.

"잘해라."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저에게 맡겨 두세요."

땀으로 범벅이 된 라이언 긱스가 주장 완장을 데이비드 베컴에게 건네주고 터치라인으로 다가 왔다. 그리고 데이빗과 하이 파이브를 하고는 그의 엉덩이를 가볍게 두드려 주었다.

"리그에서 하던 것처럼만 해줘. 그거면 충분해."

"접수했습니다."

장난스럽게 대답하고는 피치 위로 올라선다. 단 몇 m의 차이였지만 피치 위의 공기는 달랐다. 무언가 뜨겁고 치열했다. 터치 라인에 붙어 있어도, 직접 서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공기, 데이빗은 이 공기가 마음에 들었다.

"후웁."

평소보다 좀 더 깊게 숨을 토한다. 며칠 간, 심리적인 문제로 완벽한 컨디션을 유지하지 못했다. 지금도 완벽히 떨쳐 냈다고 보긴 어려웠다. 하지만 몸이 먼저 반응했다. 경기장 분위기에, 이 열광적인 공기는 데이빗이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만들어 주었다.

"고집 부려서 참가한 올림픽이잖아. 제대로 해야지."

나중에 에리카와, 그리고 자신의 자녀에게 메달을 자랑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며 씩 웃었다. 대충 자리로 찾아가며 동료들에게 감독의 뜻을 전한다.

"난 프리롤! 귀찮을지도 모르겠지만 내 움직임에 맞춰줘. 다니엘! 중앙 쪽에서 기다리고 있어! 나 왼쪽 사이드에서부터 시작할테니까 왼쪽 먼저 봐줘!"

"오케이!"

주장 완장을 이어 받은 베컴이 알아 들었다는 듯 크게 소리 친다. 데이빗은 씩 웃으며 그에게 기대한다는 뜻으로 엄지를 들어 올리고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정확한 킥 능력이라면 오른쪽 미드필드 지역에서 왼쪽 최전방으로 한 번에 공을 연결해 줄 것이다.

'헤에, 표정들이 제법.'

동료들에게 전달 사항을 알렸으니, 이제는 상대의 태세를 확인할 차례였다. 세네갈 선수들을 살피는 데이빗, 눈빛들이 장난이 아닌 것을 확인했다. 아마 자신의 출전에 대해 긴장, 경계, 혹은 투쟁심을 불태우고 있으리라. 저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자신을 경계해야 한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최소 두 명...은 붙겠지?'

세네갈의 감독이 치매에 걸리지 않은 이상, 자신에게 수비수 한 명만을 붙이는 만용을 부리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성인 대표팀 레벨에서도 1 대 1로는 도저히 견적이 나오지 않는 선수라는 것을 증명해 냈기에, 그보다 레벨이 더 떨어지는 올림픽 대표에서 그런 모험을 할리는 없었다.

[라이언 긱스가 나오고 등 번호 10번, 데이빗 장이 투입됩니다! 스튜어트 피어스 감독이 아끼고 있던 최강의 카드가 드디어 경기장에 나타나는 군요!]

[사실 많은 분들이 데이빗 장 선수가 선발로 나서지 않은 것에 대해 의문을 표했습니다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죠. 불과 20 여일 전까지 유로 2012를 치르고 있던 데이빗 장 선수였습니다. 피어스 감독으로서는 선수 보호 차원에서라도 휴식을 주어야 했죠. 이왕이면 이번 경기에서는 쓰고 싶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세네갈의 역습으로 경기가 원점으로 돌아가지 않았다면, 그대로 아끼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겠지요.]

[올드 트래포드를 가득 채운 팬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정말 어마어마한 함성이네요!]

[하하, 리버풀의 선수인 데이빗 장 선수가 다른 곳도 아닌, 이곳 올드 트래포드에서 이런 환대를 받게 되다니, 참 재미있는 일이네요.]

데이빗의 투입은 그 자체만으로도 분위기를 바꾸는 효과가 있었다. 기세가 오른 세네갈 선수들에게 무거운 족쇄가 채워진 셈이었다. 그들은 젊고 자신만만했지만, 세계 최고의 선수가 상대라는 중압감을 피해가긴 어려웠다. 아니, 경험이 부족하고 젊은 만큼 더욱 심하게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자연히 한풀 기세가 꺾였고, 그 틈을 타 다시 한 번 경기를 주도하기 시작한 잉글랜드였다.

"좋아."

마이카 리차즈가 건넨 볼을 가볍게 반회전 하며 받아 낸 베컴, 빠르게 그라운드를 살폈다. 시야가 넓기로 유명한 그 답게 순식간에 경기장의 전부를 파악했다. 그리고 왼쪽 사이드에서, 자신의 패스를 기다리고 있는 데이빗을 발견했다. 수비수가 달려 있긴 했지만 상관 없었다. 저런 마크는 자신의 패스로 충분히 따돌려 줄 자신이 있었다.

"데이빗!"

패스의 수취인을 부르며 특유의 아름다운 킥 모션을 취한다. 디딤발이 꺾이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비스듬하게 둔 상태에서 유려하게 팔을 휘두른다. 그리고 강하게 휘둘러지는 오른발이 공을 정확히 때려내며 완성된다. 화려해 보이는 동작이었지만 놀라울 만큼 간결했고 신속했다.

'좋아!'

베컴과 눈이 마주친 순간, 데이빗은 패스가 날아올 것임을 직감했다. 꽤나 먼 거리였지만 연습 때 확인했던 그의 킥 능력이라면 문제 없이 자신에게 연결시켜 줄 것이다. 데이빗은 조금씩 속도를 끌어 올리기 시작했고 베컴의 패스가 그의 발에서 떠나는 순간, 패스의 경로를 읽어 내고는 전력 질주를 시작했다.

'역시!'

클래스는 어디 가지 않는다는 말, 베컴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절묘한 코스, 마크맨과 자신의 주력 경쟁을 붙이는 패스였다. 데이빗은 지금까지 주력 경쟁에서 밀려본 역사가 없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탁-

장거리 패스의 강렬한 위력도 한 번에 죽여버리는 특유의 트래핑, 물론 데이빗은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직 이런 미세한 컨트롤에 있어서는 완벽한 컨디션이 아닌 것 같았다. 평소보다 약간 멀리 튀는 공, 하지만 충분히 제어 가능한 범위 내였고 한 번 더 터치 함으로써 완벽히 자신의 소유로 만들었다. 그리고 빠르게 상황을 파악했다.

'응...?'

방금 전, 주력 경쟁을 통해 제친 수비가 하나였다. 이것으로 끝날 거라 생각하진 않았다. 곧바로 커버가 들어올 거라 생각했고, 그랬기에 이렇게 주변 상황을 파악하려한 것이다. 하지만 상황은 자신의 상상 이상이었다.

'...이걸 고마워 해야 하나...?'

수비가 죄다 자신에게 몰려 버린 상황, 무려 세 명의 수비가 자신에게 쏠리고 있었다. 중앙에서 손을 흔들고 있는 다니엘 스터리지의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가장 가까이 있는 수비수와 최소 3m 이상은 떨어져 있었으니 말이다. 허탈해질 지경이었다.

'...날 높게 평가해주는 건 고맙지만...'

애초에 컨디션이 완벽하지 않다 보니 리버풀에 있을 때처럼, 그리고 유로 대회에서 했던 것처럼 순식간에 수 명의 수비를 제치는 건 부담스러웠다. 방금 전에도 미묘한 트래핑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던가.

'...이건 무슨 동네 축구도 아니고.'

일이 편해진 것인 좋지만 어째 영 어색하다며 데이빗이 킥 모션을 취한다. 그리고 아직 완벽하게 갖추어지지 않은 포위망을 넘겨, 자신이 노마크임을 강하게 어필하고 있는 스터리지에게 정확한 패스를 연결시켜 주었다.

"허 참."

스터리지의 골이 터지고 광란에 휩싸였던 영국 벤치였다. 피어스 감독과 코치들, 그리고 선수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격한 기쁨을 표현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흥분이 가라 앉고 난 뒤, 조금은 어처구니가 없는 듯 너털웃음을 흘리는 피어스 감독이다.

"왜 그러십니까?"

"아니, 세네갈 저 친구들도 참 어지간히 급했나 싶어서 말이야. 세상에 세 명, 아니지. 원래 붙어 있던 수비까지 치면 네 명이 데이빗 한 명에게 달려 들었다고? 이쯤되면 사실 전술이라고 볼 수도 없는 수준이야. 그냥 공 따라 우루루 몰려다니는 축구지. 안 그래?"

팀 전체 인원의 1/3 이상이 단 한 명을 잡기 위해 몰려 버린 상황이니 그리 과장된 말이 아니었다. 코치도 생각해보니 그렇다는 듯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것도 그렇네요. 뭐, 저 친구가 리그에서, 그리고 유로에서 보여준 퍼포먼스를 생각하면 사실 2명도 불안하긴 합니다."

"그건 그렇지. 뭐, 덕분에 우리로서는 일이 편하게 풀렸으니 좋은 일이지."

"데이빗도 욕심내지 않고 침착하게 잘 밀어 줬네요. 덕분에 스터리지가 오늘 날을 잡았습니다."

"아, 오늘 두 골째였지. 이대로가면 대회 득점왕도 노려볼 수 있겠는걸?"

"데이빗 저 친구가 양보를 해준다면...이겠죠?"

턱 짓으로 스터리지와 함께 얼싸안고 역전골을 축하하고 있는 데이빗을 가리키는 코치, 피어스 감독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기가 그렇게 되는 구먼."

============================ 작품 후기 ============================

-남아공 월드컵때

-아르헨티나하고 붙을 때 우리나라 수비수들 한 서 너명이 메시한테만 붙는 장면 있잖아요

-정작 아게로는 본의 아니게 무시당한...

-16강전에서도 포를란만 신경쓰다가

-수아레즈한테 탈탈

-그런거져

-아직 몸 상태가 완전해 지진 않았는데요

-열은 완전히 내렸고 구토감이 사라져서 좀 살만하네요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천천히 페이스를 찾아 보겠습니다

-제 건강을 걱정해 주신 독자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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