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Answer-304화 (304/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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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놓이게 되면 흔히 할 말을 잃게된다고 이야기한다. 지금 데이빗이 딱 그랬다. 그의 눈은 크게 치 떠져 있었고 벌어진 입은 다물어지지 않았다. 말이 막히는 듯, 숨이 막히는 듯 묘한 탄성이랄까, 탄식을 내뱉은 데이빗이 간신히 정신을 수습했다.

"농담하시는 건 아닌 것 같고..."

탁자를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며 중얼거린다.

"...예상하지 못한 용건이네요. 설마 코디 씨가 저의 어머니다, 그런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니겠죠?"

날카로워진 목소리, 그만큼 그에게 가족, 특히 부모에 대한 부분은 깊은 상처였다. 그 부분을 언급했으니 데이빗의 반응이 공격적으로 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물론 아닙니다.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알 것 같아요. 제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거에요. 하지만 그래서 아까 이야기했잖아요. 오해받을 지도 모르겠다고."

처연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메리의 모습에 데이빗은 자신의 말이 지나치게 공격적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크게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라앉히는 데이빗, 그리고 조금은 나아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래요. 알겠어요. 코디 씨는 저의 어머니가 아니라는 건 알겠어요. 하지만 갑자기 나타나서 저에게 '난 너의 엄마에 대해 알고 있다'고 이야기하면 제가 어떨 것 같나요? 쉽게 믿을 수 있겠어요? 전 태어나서 지금까지 부모를 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그리고 감정이 올라오는 지 조금씩 격앙되는 목소리.

"만약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 봐요. 누군가 갑자기 나타나서 '이 사람이 니 부모다'라고 이야기하면 그걸 쉽게 믿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아뇨, 그렇지 않을 걸요? 최소한 저는 그래요."

"이해해요...저라도 그럴 거에요. 하지만, 조금만 더 제 말을 들어줄 수 있나요?"

간절한 어조, 데이빗은 눈을 감았다.

듣고 싶지 않았다. 지금에 와서 갑자기 무슨 부모에 대한 이야기라는 말인가. 그런 거 없어도 지금까지 혼자서 잘 해오지 않았던가.

하지만 또 알고 싶었다. 도대체 누가 나를 낳은 것인지, 그리고...왜 자신을 버렸는지 알고 싶었다. 데이빗은 혼란스러웠다.

"만약 정말 이런 이야기가 불편하다면 이야기하지 않을게요. 그리고 약속할게요. 어디에서도 이런 이야기는 두 번 다시 꺼내지 않겠다고."

"......"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는지 대답이 없는 데이빗, 메리는 차분히 그의 결정을 기다렸다.

10분, 20분이 지나도록 눈을 감고 대답이 없는 데이빗, 메리는 아무래도 오늘 이야기하긴 힘들 겠다는 생각을 했다. 괜한 이야기를 꺼내 마음을 복잡하게 만든 것 같다는 사과를 남기고 자리를 비켜 줄 생각을 할 때 데이빗의 입이 오랜 침묵을 깼다.

"...들어 볼게요."

허락의 표시, 메리는 조금 안색을 밝게하며 감사를 표했다.

"고마워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텐데..."

"확실히 해 둬야 할 건, 제가 듣겠다고 한 것이 코디 씨의 말을 믿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래요...일단 들어 보고, 들어 보고 판단하겠어요."

"그걸로 충분해요. 제 이야기를 듣고 어떻게 생각하는 지는 데이빗 장 선수의 자유니까요."

이야기를 허락해준 것만으로도 고맙다며 연신 감사를 표한다. 그 모습에 조금 누그러진 반응을 보이는 데이빗, 어쨌거나 자신의 어머니 뻘 되는 나이 대의 여성이 저렇게 저자세를 보이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럼...어디서 부터 이야기를 해야할 까요..."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데이빗이 좀 더 편안하게 들을 수 있을까 고민한다. 이왕 이야기를 듣기로 했으니 데이빗은 거리낌 없이 자신의 궁금증을 풀기로 했다.

"어머니라고 했죠? 아버지가 아니라?"

"네, 제가 아는 건 어머니에 대한 일이에요.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는 자세히는 모릅니다."

"후...알겠습니다. 그래서 제 어머니라는 사람은 누구죠? 뭐하는 사람이에요? 뭐하는 사람이길래 자기 자식을 고아원에 버렸던 거죠?"

침착하게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다시금 차오르는 울분에 끝에서 목소리가 갈라진다. 그 모습에 안쓰러운 표정을 지으며 조심스럽게 메리가 자신의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어 데이빗에게 건네 준다.

"이게 뭐죠? 사...진?"

오래된 낡은 사진, 그 안에는 자신이 있었다. 갓난 아이였을때의 자신과 똑같았다. 그리고 자신을 안고 있는 젊은 여성이 보였다. 조금 마른 체형의 여성은 처연한 미소를 지은 채 아기를 안고 있었다. 아마 자신에게 누나나 여동생이 있었다면 사진 속의 여성과 닮지 않았을까. 둥그런 눈매와 보기 좋게 솟아 오른 코, 부드럽게 휘어진 입술이 자신과 판박이었다.

정신없이 사진을 바라보고 있는 데이빗, 메리는 차분히 말을 이었다.

"네, 데이빗 선수의 어머니에요."

"...이 사람이, 제, 엄마...라고요."

질문이 아니었다. 그저 중얼거리는 소리였을 뿐.

"그래요. 그 사람이에요. 사실 우연히 알게 되었어요. 데이빗 장 선수가 국가 대표로 경기를 뛰고 있을 때, 저는 청소를 하고 있었어요. 일부러 찾아 본 건 아니에요. 하지만 청소를 하다가...탁자 위에 놓인 데이빗 장 선수의 어린 시절 사진을 보고 알았어요."

자신의 개인 서랍장을 뒤진 것이 아니라는 말, 하지만 그것은 지금 데이빗에게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처음 만났을 때, 혹시 제가 데이빗 장 선수를 조심스럽게 살펴 보았던 것 기억하시나요?"

"...그랬던 것 같기도 하네요."

"그때는 혹시나 하는 생각이었어요. 제가 기억하는 데이빗 장 선수의 어머니와 너무나 닮은 모습이었거든요. 실례가 되는 이야기지만...언론에서 데이빗 장 선수가 고아원 출신이라고 했던 것도 기억이 났죠. 하지만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어요. 우연이라고 해도, 이런 일이 쉽게 일어날 리 없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이해해요. 나도 지금 사실 믿기지 않아요. 그냥 닮은 사람일지도 모르니까요. 어린 아기의 사진은 사실 다 비슷하잖아요?"

말을 하면서도 목소리에 힘이 빠져 있었다. 데이빗 또한 이미 사진 속의 여성이 실제로 자신의 어머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맞아요.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이름마저 똑같고, 사진도 같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제 생각은 그래요."

"...제 이름은...이 사람이 지어준 겁니까?"

아직 어머니라고 인정할 수는 없다는 듯, 사진 속의 여성을 가리키며 묻는다.

"맞아요. 저에게 그렇게 이야기했어요. 물론 제 말을 데이빗 씨가 믿을지는 모르겠어요."

조심스럽게 이야기하는 모습, 데이빗은 사진 속의 여성을 보며 중얼거렸다.

"...성이 장이었군요. 혹시 장이라는 성이 누구의..."

"이 사람의 성이었어요. 부친에 대한 이야기는 조금 더 있다가..."

말하기가 조심스럽다며 적당히 흐리는 메리, 데이빗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대화를 시작했을 때에 비해서는 차분해 진 모습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이 사람은 지금 뭘 하고 있는거죠? 그리고, 이 사람이 정말 내 어머니가 맞다면, 왜 날 버렸는지, 꼭 그래야만 했는지...그걸 이야기 해 줘요."

그리고는 조금 안색을 굳히며 말을 덧 붙인다.

"혹시, 지금와서 얼굴보기 미안하다고, 그래서 코디 씨에게 먼저 이야기를 꺼내 보라고 시킨 건가요? 내가 자기를 용서할 수 있는지 알아보라고?"

그 말에 무겁게 고개를 젓는 메리, 그리고 한숨을 쉬며 먹먹한 어조로 말했다.

"아뇨, 그런게 아니에요. 정확히 이야기하면 그럴 수도 없어요."

그리고는 데이빗과 눈을 마주하며 이야기했다.

"없거든요 이미. 그레이스 장은 데이빗 장 선수를 고아원에 맡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어요."

"컨디션이 안 좋나?"

올림픽 대표 선수들의 훈련장, 오늘은 드디어 데이빗 장이 합류하는 날이었고 평소보다 훨씬 많은 기자들과 팬들이 그를 보기 위해 모여 들었다. 그리고 데이빗이 나타나자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는 팬들, 그리고 연신 셔터를 눌러대며 인터뷰를 요청하는 기자들이었다.

평소였다면 환한 미소로 그들에게 인사를 했을 데이빗이다. 스케줄로 인해 요구에 응하지는 못한다고 해도 언제나 밝은 표정을 유지하던 데이빗이었는데 오늘은 조금 달랐다. 조금 표정이 굳어 있다고 해야할까, 어색한 미소로 그들의 환대에 감사를 표하고는 그대로 훈련장 안 쪽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러게, 피곤해 보이기도 하고, 그냥 기분이 안 좋은 거 같기도 하고 말이야. 애인하고 싸우고 왔나?"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데이빗의 표정만으로도 다양한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기자들이다. 사진 한 장만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그들이었으니까.

"그래도 지나친 추측은 자제해야 해. 평소 사생활도 깨끗하고 잡음이 없던 선수라 다른 선수들 같지 않단 말이지."

"그거야 그런데, 뭐 장사 하루 이틀 하는 것도 아니고. 적당히 올리면 돼."

"왔군. 몸은 좀 어떤가?"

"표정이 좋지 못한데, 혹시 아픈데라도 있나?"

가장 먼저 올림픽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스튜어트 피어스 감독에게 인사를 하는 데이빗이다. 코치들과 간단한 미팅을 진행하고 있던 그는 데이빗이 도착했다는 소식에 곧바로 만나겠다는 뜻을 밝혔고 이렇게 함께 자리하게 된 것이다.

"아뇨, 아픈데는 없습니다만, 조금 피곤하긴 하네요."

그 말에 조금 안색이 흐려지는 피어스, 팀의 핵심인 선수가 컨디션이 별로라는 말을 듣고 기분이 좋을 감독은 어디에도 없을테니 말이다.

"하긴, 유로 대회가 끝난지도 얼마 되지 않았으니 그럴 수도 있겠군 그래. 오늘 오전 훈련은 방금 전에 마무리 되었네. 오후 훈련이 예정되어 있긴 한데 몸이 안 좋다면 좀 쉬겠나?"

"아뇨, 시간도 없는데 그럴 수는 없죠. 걱정을 끼칠 만큼 상태가 안 좋은 것은 아니니 괜찮습니다."

"그런가. 알겠네. 그럼 일단 숙소에 짐부터 풀고...아 자네가 데이빗 이 친구를 데리고 안내해 주도록 하게. 오후 훈련은 두 시간 뒤부터 진행될 예정이네. 그때까지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거나 아니면 좀 쉬고 있게."

"알겠습니다."

"그리고 정 몸이 좋지 않으면 무리할 건 없네. 언제든 문제가 있으면 이야기하게나."

"배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코치와 함께 방을 나서는 데이빗, 그가 사라지자 피어스 감독은 가벼운 한숨을 흘렸다.

"걱정이군 그래..."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일단 오늘 오후 훈련에서 몸상태를 지켜 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을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아직 어린 선수다 보니 힘들만도 하지요. 지난 시즌이 사실상 첫 풀타임 아니었습니까? 거기에 유로 대회까지 소화했으니 힘들만도 하지요."

코치들의 말에 애써 안색을 돌리는 피어스, 그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그래, 선수가 선수다 보니 내가 너무 과민하게 반응한 것 같군."

"그렇습니다. 그래도 훈련에 빠지지 않겠다고 하는 모습은 역시 들은 대로 아닙니까. 며칠 간 컨디션을 끌어 올리는 데 중점을 두면 충분히 올라올 거라 생각됩니다."

"자네 말이 맞아. 그렇게 하자고. 다들 데이빗의 몸 상태에 대해서는 좀 더 세밀하게 관찰하도록."

"물론입니다."

"이 방이네. 자네의 룸 메이트는 베컴 그 친구가 될거야. 평소 안 그러던 친구인데 첫 날부터 아주 극구 희망을 하더라고."

"아 그랬군요."

"그래, 지금은 점심 식사를 하고 있을 거야. 아, 자네는 식사를 하고 왔나?"

"네, 간단히 먹고 왔습니다."

데이빗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는 코치, 먹고 오지 않았다면 억지로라도 권할 생각이었다.

"그렇군. 그럼 짐을 정리하고 잠시 쉬고 있게나. 다른 선수들과는 훈련장에서 정식으로 서로 소개하는 시간을 갖을 예정이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푹 쉬라며 코치가 방을 나섰다. 데이빗은 가볍게 한숨을 쉬며 가방을 침대에 올렸다. 딱히 짐이랄 것도 없었다. 지금 입고 있는 정장을 제외하면 딱히 가져올 만한 것이 없었으니까.

"......"

침대에 그대로 누워버리는 데이빗, 정장이 구겨졌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머리가 복잡한 듯 이마에 손을 올리고 눈을 감는다.

"....그레이스...장..."

나지막히 중얼거린다. 어제 메리와의 대화는 데이빗에게 큰 충격을 안겨 주었다. 아직까지 머리가 정리되지 않았다. 하지만 변한 것도 있었다.

"...아직 용서한다는 건 아닙니다."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는지, 공허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데이빗.

"그래도...이해할 수 있도록..."

살짝 목소리에 물기가 어린다. 치밀어 오르는 뜨거운 것을 다시 가라 앉혔다.

"좀 더 시간이 지나면 한 번 찾아 가 볼게요."

============================ 작품 후기 ============================

-오늘 오전에 드디어 귀국 시작입니다

-론세스톤->시드니(8~10시간 대기))->콸라룸푸르(5시간 대기)->인천

-저가 항공을 이용하다보니 지옥같은 귀국길이 될듯

-먼저 말씀드린대로 2/3, 2/4 양 일간에는 연재가 없습니다

-귀국후에 빠르게 컨디션 회복하여 2/5에는 연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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