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Answer-303화 (303/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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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류 날짜가 언제라고 했지?"

"이틀 뒤에. 시간 진짜 빨리 간다."

"몸은 좀 어때?"

"괜찮아. 3주 동안 아무것도 안한 거 잘 알잖아."

감각 유지를 위해 하루에 1~2시간 정도의 개인 트레이닝을 제외하고는 계속 집에만 있었던 데이빗이었다. 자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이었지만 이번에 소집되게 되면 몇 주간은 서로 보기가 힘들었기에 티티와 만나 업무 처리에 대한 논의를 나누고 있었다.

"그럼 리버풀과의 계약건은 그렇게 진행할게. 혹시 생각이 바뀐 부분이라도 있어?"

"응, 그거면 만족이야. 이의없어. 그대로 진행해줘."

여름 이적 시장이 한창인 요즘이었다. 유로 2012라는 메이저 대회가 끼어 있었던 만큼, 그 어느때 보다 활발하게 이적건들이 진행되고 있었다. 특히 리버풀에게 왕좌를 내준 상위권 팀들이 아주 적극적인 움직임을 취하고 있었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리버풀로서는 긴장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 비록 지난 재계약 체결 당시 바이 아웃을 설정하지 않았지만 최근 축구계에 거대 자본이 유입되면서 이적 시장 규모가 예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커졌기에 안심할 수는 없었다.

언론에서는 막강한 자금력으로 무장한 맨체스터 시티, 첼시, 레알 마드리드 등의 클럽에서 역대 이적료 기록을 갈아 치울 만큼의 천문학적인 이적료를 만들고 있다고 연일 보도했다. 그 뿐만 아니라 각 팀의 감독들, 그리고 스타 플레이어들은 입을 모아 데이빗 장의 능력을 칭찬했고 그와 함께 뛰고 싶다고 언론 플레이를 시작한 것이다.

특히 첼시의 미드필더 프랭크 램파드의 구애가 가장 적극적이었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그는 세계 최고의 선수이며 인격적으로도 훌륭한 선수이다. 어린 나이에 성공하는 몇 몇 선수들의 경우, 금방 거만해 지거나 사치에 빠지는 경우가 있는데 그는 언제나 축구만을 바라보는, 경건한 수도자와 같은 삶을 살고 있다."

"대표팀에서 그의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나는 최고 레벨에 있는 선수가 더 나은 수준에 오르기 위해 그토록 노력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언제나 겸손했고 유쾌한 사람으로 모두가 그를 좋아 했다. 나 또한 그러했고 그와 함께 있는 시간은 아주 즐거웠다."

"세상에 어떤 선수가 그와 뛰는 것을 마다할 수 있을까? 그와 함께 피치 위에 나서는 것은 대단한 특권이다. 우리는 그와 함께 할 때 한 차원 높은 수준의 축구를 즐길 수 있다."

"우리는 그와 함께 하길 원한다. 우리는 그에게 언제나 열려 있을 것이고 그를 환대할 모든 준비가 되어 있다."

애가 타는 리버풀, 그들은 좀 더 나은 조건을 통해 선수의 마음을 잡아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이미 프리미어 리그를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것을 증명한 데이빗이었으니 계약 갱신은 필수적인 부분이었다.

반면 티티와 데이빗은 느긋했다. 사실 데이빗은 티티에게 이적할 생각이 없다고 못 박았지만 그가 더 나은 조건을 따내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랬기에 적당히 리버풀의 애를 태우며 시간을 조금 끌었고 하루가 지날 때마다 금액은 점점 높아져 갔다. 그리고 며칠 전, 상당히 만족스러운 제안이 도착했고 티티는 그에 대해 데이빗의 마지막 승인을 요청한 상태였다.

"주급 25만 파운드라. 햐, 1년도 안 됐는데 거의 두 배 가까이 늘어나게 되네."

리버풀이 최종적으로 제안한 금액은 순수 보장 주급 25만 파운드, 출전 수당, 득점 수당과 개인 타이틀 등에 대한 옵션은 당연히 별도 였다. 옵션을 제외하고 현재 14만 파운드 가량의 주급을 수령하고 있던 데이빗이었는데 순식간에 세계 최고 수준의 주급 수령자로 이름을 올리게 된 것이다.

"그만한 가치가 있으니까. 이걸로 일단은 메시, 호날두보다 더 많은 주급을 받게 된 거네."

21~23만 파운드 정도의 주급을 수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메시와 호날두였기에 지금으로서는 확실히 데이빗이 그들보다 위에 이름을 올리게 된 것이다. 물론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에서는 그들이 보유한 선수의 자존심을 위해 주급을 곧 인상시켜 줄 테지만 말이다."

"거기에 초상권 수입까지 늘어나게 됐네. 갑자기 버는 돈이 두 배 가까이 늘게 되는 셈인데. 영 적응이 안된다."

30%의 지분은 50%로 늘어났다. 사실 구단 입장에서도 손해는 아니었다. 데이빗과 관련된 물품 판매가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는 요즘이었기에 큰 문제는 아니었다. 데이빗은 자신의 얼굴이 새겨진 컵을 매만지며 어색하게 웃었다.

"내 얼굴이 이런데까지 들어갈 거라고는 정말 생각도 못했어."

"요즘 인기가 엄청 많은 물건이야. 만들어 내는 족족 팔린다고 하더라. 이것 뿐만이 아니라 니 얼굴이 들어간 머플러, 티셔츠, 그리고..."

"그만, 알고 있는데 그래도 내 얼굴이 이런 물건에 들어가는 건 아직도 좀 어색해."

"익숙해 질거야."

"그렇겠지? 어제 시내에 잠시 나갔었는데 내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있는 꼬마를 봤어. 거기에 사인을 해 주는데 참 기분이 묘하더라. 내 유니폼에 사인을 하는 것과는 또 달랐어."

어깨를 으쓱하는 데이빗에게 티티가 가벼운 미소를 지어 보인다.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음에도 자신의 친구는 여전히 소탈했다.

"아무튼 바이 아웃 관련해서는 이야기가 좀 나오긴 했는데, 그 사람들은 아예 말도 안되는 수준의 바이 아웃으로 묶어 두길 원했어. 바이 아웃이 설정이 안되어 있으니까 오히려 교통 정리가 안되는 느낌이 들었겠지. 요즘 시장이 미쳐 돌아가고 있잖아."

수천만 파운드를 어디 구멍 가게에서 질소칩이라도 사먹는 것처럼 질러대는 구단들이 수두룩하다 보니 오히려 바이 아웃이 설정되지 않은 것이 독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이것은 티티도 예상하기 힘든 부분이었다. 그랬기에 리버풀 측에서는, 아무리 부자 구단이라고 해도 선수 한 명에게 섣불리 지르기 힘든 금액을 설정하길 원했고, 당연히 티티는 결사 반대했다.

"바이 아웃으로 2억 5천만 파운드라니. 이건 말도 안되는 일이야. 메시가 2억 파운드 남짓인데 말이지."

혀를 차며 고개를 흔드는 티티, 아무리 선수가 떠날 생각이 없다고 해도 이건 말이 안되는 이야기였다. 저 정도의 금액이라면 사실상 이적이 불가능해 지는 것이었기에 차후에도 목소리를 내는데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었다.

"그래도 기분은 좋네. 나한테 그정도 가치가 있다는 거잖아? 물론 저 만큼의 금액은 아니라고 해도."

실제 데이빗의 가치가 2억 5천만 파운드라는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그만큼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은 확실했기에 데이빗은 만족스럽다는 반응이었다.

"그거야 그렇지. 아무튼 바이 아웃 쪽은 지금처럼 설정하지 않는 걸로 마무리 됐어. 그 쪽에서 강하게 이야기하기가 힘든 부분이 있었으니까."

그렇게 계약과 관련된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아마 자신이 올림픽 대표로 활동하는 동안 계약과 관련된 대부분의 실무가 처리되어 있을 것이다.

"그 외에 더 할 이야기는 없어?"

"중요한 건 대충 다 끝난 거 같은데? 광고 건은 나중에 여유 있을 때 정리해서 보여 줄게. 그리고 전에 이야기한 재단 관련해서는 지금 잘 아는 사람한테 자문을 구하고 있으니까 이것도 나중에, 또 뭐가 있을까?"

곰곰히 생각하던 티티, 곧 큰 건에 대해서는 빠뜨린 것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이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아. 나머지 잡다한 일은 내가 알아서 처리해도 되겠지?"

"물론이야. 티티라면 믿고 맏길 수 있으니까. 아, 미안한데. 에리카에게 차를 선물해 주기로 한 거 있잖아. 그거 출고 되는 날에 내가 여기에 없을 것 같거든. 올림픽 기간 중에 나올 것 같은데 그때 좀 도와줄 수 있어?"

결국 데이빗의 고집을 이기지 못한 에리카는 롤스로이스 사에서 차량을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에리카의 체형에 맞춘 주문 제작 차량이 준비될 예정이었고 약 한 달간의 기간이 소요된다고 언질을 들었는데 그때가 딱 올림픽이 한창인 때였다.

"아 그 정도야 간단한 일이지. 가기 전에 차량이 출고되는 위치를 알려 줘. 그쪽 연락처도 좀 주고."

"알았어. 그럼 부탁 할게."

"뭘. 편하게 부탁하라고. 그 외에는 딱히 부탁할 일 없어?"

"그 외에? 잠시만...아 맞다. 그 우리 집 관리해 주는 분 있잖아. 이번 올림픽 기간 중에도 일해주는 걸로 이야기가 된 거지?"

"응? 아, 그렇지. 맞아. 그렇게 될 거야. 그러고보니 미안하네. 내가 깜박했는데 말이야."

자신의 머리를 콩 하고 치는 티티.

"너 내일 혹시 바쁜 일이라도 있어?"

"내일? 아니 별 일 없지. 그냥 집에서 쉬면서 내일 대표팀 합류 준비나 할까 생각했지. 무슨 일 있어?"

"아, 사실 별 건 아닌데 말이야. 메리 씨 있잖아. 여기 집을 관리해 준 사람. 그 분이 널 개인적으로 만나고 싶다고 요청을 해서 말이야. 곤란하다고 이야기해도 계속 간절히 부탁하는 바람에 한 번 이야기해 보겠다고 말해 놨었거든."

"나를?"

의외라는 듯 고개를 갸웃하는 데이빗, 딱히 자신을 만나야 할 이유가 있나 싶었다. 계약과 관련된 이야기라면 티티와 해도 충분했으니 말이다.

"그래. 용건을 물어 봐도 개인적인 부분이라고 곤란해 하더라고. 뭐, 내가 거절할 일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네가 결정해줘. 만날 생각이 없으면 내가 그렇게 전해 줄테니까."

"흐음."

잠시 고민에 잠기는 데이빗, 하지만 그리 길지 않았다. 별 상관 없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뭐 잠깐 보는 거야 상관 없겠지? 저번에 귀가했을때 집이 아주 관리가 잘 되어 있더라. 감사도 표하고 싶고 이번에도 잘 부탁한다고 이야기할겸해서 보지 뭐. 근데 내일은 외출하고 싶지 않아. 그쪽이 내일 된다고 하면 우리 집으로 방문해 줬으면 한다고 이야기해 줘."

"그래. 그렇게 이야기해 놓을게."

다음 날, 데이빗은 오전에 간단히 몸을 풀고 샤워를 한 후에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티티를 통해 메리가 오후 2시에 방문할 수 있다는 말을 전해 들었고 그대로 일정을 확정 지었다. 슬슬 약속 시간이 가까워졌고 데이빗은 손님을 맞을 준비를 했다. 식사 시간을  피한 방문이었기에 간단히 마실 차와 간식 거리만 준비하면 되었고 거실에 비치된 탁자에 세팅을 마무리 하자 초인종이 울렸다.

"타이밍 기가 막히네."

소파 위에서 대충 굴러다니던 쿠션을 정리하고 현관으로 향했다.

"어서 오세요."

"방문을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의바르게 인사하는 메리, 데이빗은 웃으며 그녀를 실내로 안내했다.

"자주 와 보셨으니 익숙하시죠? 이쪽에 앉으세요."

그리고 준비한 차와 간식을 권한다. 데이빗의 호의에 감사를 표하며 찻잔을 들어 가볍게 목을 축인다.

"먼저 제가 없는 동안 제 집을 잘 관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중한 인사에 메리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손사래를 친다.

"아뇨. 당연히 제가 해야할 의무인데요. 감사를 받을 일이 아닌 것 같아요."

"다른 곳에서도 좋은 평을 들으셨다고 하던데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네요. 코디 씨의 성실함이라면 어디에서나 환영받으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정말 뿌듯하네요. 이번에 자리를 비우실 때도 실망시키지 않도록 할게요."

몇 마디 덕담이 오가자 분위기가 훈훈해 졌다. 데이빗은 슬슬 본론을 알고 싶었다.

"티티에게, 그러니까 저의 에이전트에게 저를 개인적으로 만나고 싶다고 하셨다고요?"

"아, 그랬죠. 사실 연락이 없어서 거절하신 줄 알았습니다만..."

"저도 어제 전해들었거든요. 요즘 에이전트가 많이 바빠서 깜빡했다고 합니다. 코디 씨에게 죄송하다고 하더라구요."

"전 괜찮습니다. 이렇게 요청을 허락해 주셔서 고마울 뿐이죠."

"그럼 오늘 만나자고 한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데이빗의 요청에 나지막히 한숨을 쉬는 메리, 그리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

"이런 말을 하기에는 사실 조심스러워요. 괜한 오해를 살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해요. 이야기를 할지 말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뭔가 거창하게 시작하는 모습에 데이빗의 표정도 진중해진다. 자신이 생각하던 것 이상의 이야기가 나올 것 같은 분위기인지라 침을 삼키며 메리의 말에 집중했다.

"그래도...말을 하는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니까 다시 한 번 말씀드릴게요. 제가 하는 말이 믿기지 않을 수도, 화가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다른 의도가 있어서 말하는 것은 아니니 그 점을 기억해 주시면 고맙겠어요."

"...무슨 일인데 그렇게 말씀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들어 봐야 할 것 같네요."

그 말에 차분히 고개를 끄덕이는 메리, 그리고 나지막히 입을 열었다.

"데이빗 장 선수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에요. 저는 데이빗 장 선수의 어머니에 대해 알고 있어요."

============================ 작품 후기 ============================

-여행 9일 차, 이제 거의 끝나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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