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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nswer-287화 (287/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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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무리하지 마라."

만족할 만한 결과였다. 페널티 킥을 얻어 냈고 보누치는 옐로우 카드를 받았다. 이로써 최고의 득점 찬스를 잡음과 동시에 상대 수비수를 위축시킬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제라드는 데이빗의 부상이 가장 걱정이었다. 아직 8강에 불과했고 우승을 노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데이빗이 계속 뛰어 주어야 했다. 더구나 제라드는 그와 소속 팀도 같은 상황, 올림픽에까지 참가하겠다는 녀석인데 여기서 부상을 당한다면 다음 시즌에도 차질이 생길 것이 분명했으니까.

"아, 별 거 아니에요. 문제 없어요."

"그럼 다행이지만...그래, 괜찮다면 다행이지. 좋은 플레이였어. 네 덕분에 오늘 경기에서 가장 좋은 찬스를 잡을 수 있었네."

제라드의 칭찬에 데이빗은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웨인이라면 반드시 넣어 줄 거에요."

키커로 나선 것은 웨인 루니였다. 데이빗은 내심 제라드가 차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제라드는 망설임 없이 루니에게 페널티 킥을 양보했다. 그리고 지금, 다른 선수들이 페널티 박스 바깥으로 물러 났고 루니와 부폰만이 페널티 박스 안에 존재하고 있었다.

"아쉽지 않아?"

"뭐가요?"

제라드의 질문에 고개를 갸웃한다.

"네가 얻어낸 페널티 킥인데, 직접 차고 싶지 않았냐고. 이거 넣으면 득점왕도 사실 상 예약하는 셈인데."

"아, 상관없어요. 골이야 뭐 또 넣으면 되죠."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하는 데이빗, 제라드는 어처구니 없다는 듯 픽 웃음을 흘렸다. 세상에서 골을 넣겠다는 이야기를 이렇게 쉽게 하는 녀석이 또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그게 허세나 과장으로 느껴지지 않는 다는 것이 더 재미있었다.

"그래, 알아서 잘 하겠지."

"준비하세요 캡틴. 웨인이 준비하고 있어요."

슬슬 잡담을 중단할 시간이다. 만약 웨인 루니의 페널티 킥이 튕겨져 나온다면 세컨드 볼을 반드시 따내야 했다. 데이빗의 말에 제라드도 눈빛을 달리하며 루니와 부폰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그리고 루니가 도움 닫기를 시작했다.

한 발, 두 발, 세 발.

세 걸음째에 킥 모션을 취하는 웨인 루니. 그리고 강하게 슈팅을 쏘아 냈다.

부폰이 아무리 세계 최고의 골키퍼라고 하지만, 그리고 숱한 페널티 킥을 선방해 낸 경험이 있다고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페널티 킥은 키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게임이었으니 말이다. 방향은 읽어 냈다. 하지만 루니의 슈팅은 그에게 가혹하리만치 강했다. 결국 출렁이는 그물, 루니는 포효하며 코너 플래그 쪽으로 달렸다. 잉글랜드가 승기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너 똑바로 안 할 거야?"

안토니오 카사노가 마리오 발로텔리에게 소리쳤다. 방금 전의 실점은 결국 발로텔리의 안일한 볼 처리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굳이 상대 수비가 밀집된 곳에서 공을 끌 이유가 없었음에도 무리하다가 공을 빼앗겨 버린 발로텔리, 카사노가 화를 낼만 한 상황이었다.

"아 시끄럽네. 좀 침착해 봐요."

그러거나 말거나 발로텔리는 여유만만이었다. 열을 내고 있는 카사노로서는 뒷목을 잡고 싶어지는 상황. 발로텔리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이었다.

"기다려 봐요. 금방 한 골 만회해 줄 테니까. 별 것도 아닌 거 가지고 호들갑이야."

"너 이 자식이...후우..."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소리치려던 카사노가 크게 숨을 돌리며 냉정을 되찾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눈초리는 여전히 험악했다. 그는 눈 앞의 발로텔리를 씹어먹을 것처럼 노려보며 말했다.

"좋아. 어디 한 번 해보라고. 그런데 명심해야 할 거야. 또 방금 전처럼 얼간이 같은 짓을 했다가는 가만 두지 않을 거야. 널 존나 패주겠다고 이 망할 자식아. 알겠어?"

말을 마치고 센터 서클로 향하는 카사노, 발로텔리는 꽤 험한 말을 들었음에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니까 그렇게 호들갑 떨 거 없다니까 그러네."

고작해야 한 골차에 불과한데 왜 저러는 지 모르겠다며 어깨를 으쓱한다. 그리고 시선을 돌려 이제 세레모니를 마치고 돌아오고 있는 잉글랜드 선수들을 바라 보았다. 자신이 꽤 괜찮다고 생각했던 선수, 상대의 7번 데이빗 장과 눈이 마주쳤다.

"하?"

씩 웃음을 지으며 손으로 권총 모양을 만들어 자신을 향해 겨누는 모습, 그리고 입 모양으로 '빵' 하는 시늉을 보인다. 자신이 경기 전에 했던 것과 똑같은 모습에 발로텔리는 어이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빵야 빵야."

데이빗의 제스처를 봤는지 루니가 연신 입으로 장난스레 총 소리를 내며 즐거워했다. 그는 왜 자신이 먼저 이 세레모니(?)를 통해 갚아 주지 못했는지 아쉬워하고 있었다.

"좋아. 다음에 골을 넣으면 바주카포를 쏘는 세레모니를 보여주겠어."

"...해트트릭하면 핵폭탄이라도 떨어 뜨릴 셈이에요?"

"나쁘지 않네! 뭐 세 골 정도 얻어 맞으면 그 자체가 쟤네들한테는 재앙이겠지만 말이야!"

껄껄 웃으며 즐거워 한다. 경기 전, 발로텔리의 도발로 인해 생겼던 앙금이 이 골로 싹 날아 간 것 같았다. 그건 데이빗도 비슷했다. 어쨌거나 도발당한 것은 데이빗도 마찬가지였으니까.

'이제 내가 한 골 더 넣으면 완벽해 지겠지.'

어느 정도 속이 시원해 지긴 했지만 이대로 끝낼 생각은 전혀 없었다.

"저 욕심많은 돼지는 왜 지가 얻어 낸 페널티 킥도 아닌데 나서서 차고 지랄이야?"

"...제임스. 그만 해. 도대체 지금 몇 분째야? 페널티 킥이 들어간지 벌써 15분도 더 지났다고. 후반 20분도 훨씬 넘었단 말이야. 언제까지 꽁하게 있을 거야?"

"그래도 그 페널티 킥을 데이빗이 찼으면 득점왕을 거의 확정 짓는 거 아냐. 유로에서 5골이면 득점왕 거의 예약인데 말이야."

월드컵보다 한 경기가 부족한 유로 대회의 특성 상, 보통 득점왕은 3골에서 5골 사이에서 결정되는 것이 보통이었다. 결승까지 치를 경우 6경기가 전부였기에 그 이상의 득점은 잘 나오지 않았다. 1984년, 프랑스의 플라티니가 9골을 기록하며 역대 최다 득점 기록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는 정말 예외적인 일이었고 적은 경우에는 2골을 기록하고 득점왕을 차지한 경우도 있었다.

그랬기에 제임스가 이렇게 아쉬워 하는 것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었다. 물론 그 투덜거리는 시간이 너무 긴 것이 문제였지만 말이다.

"아직 경기 안 끝났어. 데이빗이라면 분명 한 골 더 넣을 수 있을 거야."

"그건 당연한데...제길 알겠어. 조용히 하면 되잖아."

자신도 너무 오래 끌었다 싶었는지 조용히 입을 다무는 제임스, 에리카는 이제 제임스의 저런 모습에 완전히 익숙해 졌는제 그저 재미있어 할 뿐이었다.

그러는 사이에도 경기는 계속 진행되고 있었다. 간만에 이탈리아가 날카로운 공격을 선보였다. 피를로의 날카로운 장거리 패스를 카사노가 깔끔히 받아 냈고 지체 없이 슈팅으로 이어간 것.

하지만 조 하트 골키퍼의 선방이 빛났다. 잉글랜드 최고의 골키퍼 답게 골문 구석으로 향하는 카사노의 슈팅을 멋지게 쳐냈다. 리바운드 볼을 향해 발로텔리가 달려 들었지만 존 테리가 한 발 앞서 멀리 걷어냈다. 이탈리아 관중들은 머리를 감싸며 아쉬움을 표했고 잉글랜드 관중들은 멋진 수비를 보여준 조 하트에게 박수를 보내며 격려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음."

수석 코치의 질문에 카펠로 감독은 침음성을 흘렸다.

"이제 남은 시간은 15분도 되지 않습니다. 슬슬 굳히기에 들어가실 것인지..."

카펠로 감독의 성향은 무리해서 공격하는 것보다 안정적으로 지키는 축구를 선호한다. 지난 조별 리그에서도 그랬지만 보통 후반 30분이 지날때 쯤, 리드하고 있으면 언제나 공격수를 빼고 미드필더나 수비수를 추가 투입하여 굳히기를 시도했다.

"...조금 더 지켜 보지."

오늘은 조금 불안했다. 상대가 이탈리아라는 것은 큰 부담이었다. 만약 지금 경기가 한 골차가 아니라 두 골 이상 차이가 났다면 망설이지 않고 굳히기에 나섰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수비적인 교체를 진행한 뒤 골을 허용한다면? 교체되는 멤버는 데이빗 아니면 루니가 될텐데 둘 중 하나가 빠진 잉글랜드의 공격력은 레벨이 확 떨어져 버린다.

"한 골을 더 넣거나...아니면 후반 40분이 되면 그때 데이빗을 빼고 자기엘카, 그 친구를 넣을 거야. 자네는 가서 자기엘카에게 미리 준비하고 있으라고 얘기해 주도록."

"알겠습니다."

코치를 보내고 생각에 잠기는 카펠로 감독, 사실 마음 같아서는 바로 교체를 지시하고 싶었다. 수비 시에 루니는 최전방부터 미드필드까지 넓은 지역을 커버해 주고 있었지만 데이빗은 수비에 있어서 기여하는 부분이 거의 없었다. 유일하게 기여하는 부분이라면 그에 대한 마크를 소홀히 할 수 없는 이탈리아가 무작정 공세로 나서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저 공격력에 수비 가담까지 완벽하면 말도 안되는 일이지만."

세계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리오넬 메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역시 수비 가담이 거의 없는 선수들이다. 그들에게 수비를 요구하는 정신나간 감독은 없었고 이는 데이빗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었다.

데이빗을 마크하던 레오나르도 보누치는 슬슬 한계에 가까웠다. 체력적인 부분은 괜찮았다. 하지만 90분 내내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특히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공격수 중 하나인 데이빗을 마크하는 것은 여러모로 부담을 가중시켰다. 더구나 이미 옐로우 카드까지 받은 상황인지라 카드까지 신경을 써야 하니 부담은 두 배 이상이 되었다.

이탈리아 벤치도 그 사실을 눈치챘다. 하지만 쉽사리 교체 카드를 활용하기 아까웠다. 이미 지고 있는 상황에서 수비수와 수비수를 교체하는 카드를 소모하는 것은 그다지 효과적인 활용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넘어가자니 보누치가 맡고 있는 상대의 위험도가 너무나 높았다. 이탈리아 대표팀의 사령탑 체사레 프란델리의 미간에 골이 깊어져 갔다.

"바꿔야 합니다."

수석 코치는 전에 없이 강하게 주장했다. 벤치에는 조르조 키엘리니가 대기하고 있었다.

"따라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벌어지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여기서 한 골 더 실점하게 된다면 너무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는 거죠."

"알고 있네."

엄지 손톱을 깨물며 고민하는 프란델리 감독, 그리 긴 시간이 지나지 않아 결단을 내렸다.

"자네는 대기심에게 가서 교체를 말하고 오게나. 이봐 키엘리니. 자네가 할 일은 잘 알고 있을거야. 남은 시간, 저 어린 녀석이 더 이상 활개치지 못하게 해."

굳은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고개를 끄덕이는 키엘리니, 그리고 터치 라인에 서며 투입을 기다렸다. 하지만 이 잠깐의 지체가 이탈리아에게는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교체 사인이 나가고 약 1분 동안, 볼 데드 상황이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뒷 공간을 파고드는 데이빗에게 루니의 패스가 연결 되었다. 이미 반응이 전반 같지 않은 보누치는 진작 데이빗의 움직임을 제어하지 못하고 나가 떨어진 상황이다. 커버를 나와줘야 할 다른 센터백은 루니에게 묶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완벽한 노마크 찬스가 데이빗에게 주어졌고 이를 놓칠 데이빗이 아니었다. 상대 골키퍼가 부폰이라는, 세계 최고의 골키퍼라는 사실은 그다지 의미가 없었다.

"......"

허탈하게 이마를 감싸는 프란델리 감독, 그는 자신의 결단이 늦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하지만 단 1분의 지체가 이렇게 치명적인 결과로 나타나리라고는 상상하기 힘들었다.

"...디 나탈레도 준비시키게."

후반 28분에 이미 한 장의 교체카드를 사용했고 방금 전 대기심에게 교체 사인을 보냈으니 이제 남은 건 단 한 장뿐이었다. 착잡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바라 보는 프란델리, 동료들에게 둘러 싸여 격한 축하를 받고 있는 상대의 7번이 보였다.

두 번째 골이 들어가자 잉글랜드의 카펠로 감독은 볼 것도 없이 데이빗을 빼고 수비를 강화했다. 남은 시간은 로스 타임까지 포함해도 10분이 안되는 시간, 이 정도라면 굳히기로 넘어가는데 적절한 타이밍이었다. 급해진 이탈리아는 전원 공격에 나서며 잉글랜드의 골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존 테리를 중심으로 단단한 수비 라인을 구축한 잉글랜드는 그들의 모든 공격을 튕겨냈다. 속절없이 시간이 흘렀고 마침내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렸다.

-경기 종료

England  2  :  Italy  0

잉글랜드 세미 파이널 진출.

============================ 작품 후기 ============================

-지난 편의 후기 반응이 뜨겁군요

-못 본 걸로 하시겠다는 분들은 냉정하시네요

-근데 남자 소개시켜준다는 분들은 도대체...

-절 게이로 만들지 말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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