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Answer-282화 (28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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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승부만 하면 1위 확정이잖아? 어려울 거 없다고요."

"그건 그런데 아직 확정된게 아니잖아. 방심은 금물이야. 콜."

"우크라이나 자식들이 비기기라도 했으면 확정인데 말이야. 도움이 안 되는 자식들 같으니. 난 죽어. 젠장, 패 누가 돌렸어? 이런 거지 같은..."

"그런 거 다 필요 없어요. 우리가 이기면 깔끔해지는 겁니다. 경우의 수는 다른 팀들이나 따지라고 해요. 나도 콜. 오픈 하죠."

경기 전날, 언론에 비공개로 간단한 전술 훈련을 마친 잉글랜드 선수들은 저녁 식사 이후 긴장감 해소를 위해 간단히 카드 게임을 하고 있었다. 물론 재미를 위해 약간의 돈을 걸긴 했지만 도박 수준이라고 보긴 어려운, 소소한 수준이었다. 조단 핸더슨이 마지막 콜을 외쳤고 이제 서로의 패를 오픈하는 상황. 가장 먼저 조단 핸더슨이 당당히 자신의 패를 오픈했다.

"그러니까 난 플러쉬."

"젠장, 괜히 끼어가지고. 투 페어는 조용히 죽어야겠다."

입맛이 쓴 듯 대충 카드를 휙 까는 조 하트, 그리고 마지막으로 데이빗의 차례였다.

"그러니까 이렇게 이기면 된다는 거죠. 풀 하우스. 감사합니다."

쌓여 있는 칩을 쓸어가는 데이빗, 조단 핸더슨은 허탈한 듯 혀를 차며 카드를 밀어 냈다.

"저 자식, 계속 잃더니 한 방에 복구해 버리네."

"그러니까, 계속 말도 안되는 뻥을 치길래 이번에도 보나마나 멍청한 짓거리 인줄 알았는데."

"어허, 그게 다 작전이었던 겁니다. 이래서 하수들은..."

"작전 같은 소리하네. 넌 절대 어디가서 도박하지 마라. 연봉 다 날리는 거 일도 아니겠어."

콧대를 세우며 잘난 척하는 데이빗의 모습에 장난스러운 야유가 쏟아 진다. 데이빗은 그 소리마저 즐기며 여유롭게 칩을 매만졌다.

"한 판 더 할까요?"

"아니, 슬슬 그만하자. 그럭저럭 재미는 봤잖아."

"그래, 이거 뭐 해봤자 몇 파운드 되지도 않는거. 나중에 제대로 놀아보자고. 이런 어린애 손장난 같은 게임 말고 말이야."

"...그렇게 말하니까 무섭잖아. 도대체 어떤 판을 벌리려고 그러는 거야?"

다들 슬슬 이만 판을 접자는 분위기였다. 데이빗은 이제 손 맛을 보기 시작했는데 판이 접히자 아쉬웠는지 살짝 투덜대며 칩을 정리했다.

"...딱 본전이네."

"야야, 마지막 판 아니었으면 그것도 못 건졌어. 운 좋은 줄 알라고."

"그러니까 이제 흐름을 잡았는데 말이에요. 다들 탈탈 털어줄 수 있었는데."

"웃기고 있네. 니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다 임마."

장난스러운 농담을 주고 받으며 그 자리에서 정산을 마친다. 많이 딴 사람이라고 해 봤자 300파운드 수준(약 50만원)에 불과했으니 고액의 주급을 받는 선수들에게 있어서는 정말 긴장감 없는, 장난에 불과한 셈이었다.

"자자 이만 각자 방으로 돌아가자. 내일 경기 뛰려면 일찍 자야 한다고."

"전 어차피 내일도 벤치 대기 신세일텐데요."

핸더슨이 한숨을 쉬며 어깨를 으쓱하자 조 하트가 슬쩍 위로한다.

"너무 그렇게 생각할 거 없어. 기회는 언제 찾아올 지 모른다고. 기회가 왔을 때 몸이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평생 후회로 남을 지도 몰라."

"알고 있어요. 그냥 한 번 해본 말이에요. 자 갑시다. 다들 푹 쉬고 내일 우크라이나 박살 내야죠? 그리고 이왕이면 제가 먹을 것도 좀 남겨주면 감사하겠습니다."

능청스레 자신을 어필하는 모습에 다들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각자의 방으로 흩어지는 선수들, 내일을 위해 이제는 푹 쉬어야 할 때였다.

6월 19일 저녁 9시 30분, D조의 최종전이 15분 앞으로 다가왔다. 선수들은 라커룸에서 마지막 휴식을 취하며 경기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래서 홈 팀하고는 붙기가 싫다니까."

라커룸 안에서도 들리는 홈 팬들의 열광적인 함성, 우크라이나로서는 이 경기를 반드시 잡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물론 이긴다고 해서 무조건 올라갈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고 진다고 해도 탈락 확정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D조 현재 상황

잉글랜드  2승 0무 0패  6득점  3실점  +3  6점

프랑스  1승 0무 1패  3득점  3실점  +0  3점

우크라이나  1승 0무 1패  2득점  3실점  -1  3점

스웨덴  0승 0무 2패  3득점  5실점  -2  0점

만약 우크라이나가 잉글랜드를 잡고, 프랑스가 스웨덴을 잡는다면 세 팀이 2승 1패로 승점 동률을 이루게 되어 골 득실을 따지게 된다. 이 경우 골 득실을 +3으로 벌려 놓은 잉글랜드가 가장 유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말이다. 그리고 우크라이나가 잉글랜드에게 패배하고, 스웨덴이 프랑스를 상대로 승리하게 되면 잉글랜드가 조 1위 확정에 나머지 세 팀이 1승 2패로 승점 동률을 기록하게 되어 마찬가지로 골 득실을 따지게 된다. 두 경기가 모두 무승부로 끝날 경우 우크라이나는 프랑스에 골득실에 밀려 탈락이 확정되는 상황이었으니 일단 무조건 이겨야 하는 경기였다.

"쫄지만 않으면 돼. 상대를 얕보는 건 아니지만 우리가 침착하게 플레이한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대야."

우크라이나가 만만한 나라는 아니었지만 선수단 구성, 네임 밸류를 고려해 보았을 때 잉글랜드보다 한 수 아래에 있는 팀임은 명확했다. 스티븐 제라드는 그 점을 선수들에게 상기시키며 자신감을 가질 것을 요구했다. 상대를 얕보아서는 곤란했지만 지나치게 겁을 먹는 것도 바람직한 일은 아니었다.

"슬슬 나갈 시간이다."

시계를 확인한 카펠로 감독이 무뚝뚝하게 말했다. 선수들은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서며 출전을 준비했다.

"이 경기에 대한 경우의 수 따위는 머리속에서 지우도록. 남들이 어떻게 되는 건 우리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우리는 우리 경기를 할 뿐이다. 이기면 된다. 우리는 3승으로 조 1위를 확정 짓는 거다. 나머지 멍청이들이 2위 싸움을 하라지. 알겠나. 중요한 것은 그것 뿐이다."

조 1위를 지키고 있는 것은 잉글랜드였다. 그런 자부심을 가지고 1위 다운 경기력을 보여주라는 말, 선수들은 크게 대답하며 라커룸 문을 열고 밖으로 향했다.

잉글랜드 베스트 11

1. 조 하트 (GK)

2. 글렌 존슨

3. 애슐리 콜

4. 스티븐 제라드 (C)

6. 존 테리

7. 데이빗 장

10. 웨인 루니

11. 애슈리 영

15. 졸리온 레스콧

16. 제임스 밀너

17. 스콧 파커

우크라이나 베스트 11

1. 안드리 피아토프 (GK)

2. 예펜 셀린

3. 예펜 카크리치

4. 아나톨리 티모슈크 (C)

6. 데니스 가마쉬

7. 안드레이 셰브첸코

11. 안드레이 야몰렌코

15. 아템 밀레프스키

19. 예펜 코노플랑카

20. 예로슬라프 라키츠키

22. 마르코 데비치

양 팀 모두 사용 가능한 최고의 자원들로 경기에 나섰다. 우크라이나는 안드레이 보로닌이 컨디션 난조로 벤치에서 시작하긴 했지만 그 외에는 모두 베스트 멤버였다. 이들은 잉글랜드라는 강적을 맞아 반드시 승리하여 자국에서 열리는 유로 대회에서 8강에 진출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저 사람이 셰브첸코야. 아, 넌 저 사람 경기를 제대로 못 봤겠구나?"

오늘도 역시 투 톱으로 나선 데이빗과 루니, 루니는 센터서클에서 공에 발을 올려 놓은 채 킥 오프 휘슬을 기다리고 있는 한 선수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름이야 알고 있죠. 예전에 정말 대단했다고 들었어요."

"맞아. 예전에 밀란에 있을 때는 정말 세계 최고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선수였으니까. 뭐, 프리미어 리그에 와서는 고전했지만 말야. 그래도 지난 경기를 뛰는 거 보니까 클래스는 어디가지 않은 것 같더라. 주의해야 겠어."

"...뭐 우리가 어쩔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니까요. 수비수들이 잘해 주겠죠. 늘 그랬던 것처럼. 우리는 저 과거의 레전드보다 더 많은 골을 넣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데이빗의 말에 루니가 기분 좋은 웃음을 지었다.

"맞아. 우리가 수비수가 아니니까. 그리고 우리도 저 사람에 비해 그렇게 꿀리는 선수는 아니고 말야. 그렇지?"

"당연하죠."

홈 팀, 우크라이나의 선축으로 경기가 시작되었다. 5만 가량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도네츠크, 돈바스 아레나는 이미 만석이었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자국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이 경기가 마지막이 되지 않기를 원했다. 그런 마음을 담아 처음부터 뜨거운 응원을 보내며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주고자 했다. 물론 잉글랜드 선수들이 공을 잡았다 하면 가차없는 야유를 일삼았지만 말이다.

우우우우우우-

그들에게 가장 위협적인 선수, 데이빗 장에게 공이 연결되자 야유 소리는 한층 더 커졌다. 물론 그런 야유 소리가 데이빗에게 큰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프리미어 리그에서도 라이벌 팀의 경기장으로 원정을 떠난다면 이보다 더 심한 야유를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무슨 소린지도 모르고 말이야.'

말이 통하는 나라가 아니다보니 그들의 말을 -분명 욕설이겠지만- 알아 듣지 못했고 덕분에 크게 신경쓰지 않을 수 있었다. 맨체스터 원정에서는 정말 별의 별 욕이 다 날아 든다.

'물론 우리 팬들도 마찬가지지만 말이야.'

안필드를 방문하는 다른 팀들이라고 해서 사정이 다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심하면 더 심했지 절대 덜한 곳이 아니다. 안필드가 원정 팀에게 있어 지옥이라 불리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눈빛들이 장난이 아니네. 독이 바짝 올라 있어.'

자신과 대치하는 수비수의 모습을 순간적으로 스캔했다. 집중력이라는 말로도 부족한, 어떤 결의가 느껴지는 상대였다. 기량이 부족할지는 몰라도 이런 상대는 쉽지 않다. 발을 걸어서라도 자신을 저지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데이빗은 굳이 공을 끌지 않고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나선 애슐리 영에게 공을 밀어 주고 움직였다. 그러자 야유소리가 조금 잦아 들면서 뭐라뭐라 소리치는 말들이 들려 왔다. 데이빗은 피식 웃었다.

'뭐, 쫄았냐 멍청아 이런 소리겠지.'

말은 달라도 축구 팬들이라고 하는 건 어디나 다 비슷한 법이다. 그들이 그렇게 생각한다고 해도 상관 없었다. 축구는 말로 하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한 골 시원하게 때려박아 주면 저들은 금방이라도 조용해 질 것이다. 단지 그 시간이 지금이 아닐뿐, 시간은 아직 차고도 넘쳤다.

"스웨덴이 한 골 앞서나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수석 코치의 나미작한 보고에 카펠로 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뿐, 별 다른 반응이 없었다.

"만약 스웨덴이 프랑스를 이긴다면...프랑스와 스웨덴이 1승 2패가 되겠군요. 그럼 우리가 행여 경기를 이기지..."

"거기까지. 그만하도록."

냉정한 눈빛이 돌아 왔다. 수석 코치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아까전에 내가 라커룸에서 했던 말을 잊어 버렸나?"

"...아닙니다."

"선수들이 들을 수도 있어. 지금은 경기 중이야. 입 조심하게나."

그리고는 다시 시선을 경기장으로 돌린다. 이제 전반 20분이 지나고 있는 상황, 아직 경기는 0 대 0, 팽팽한 상태를 유지했다. 전반적으로 잉글랜드가 리드하고 있는 것은 맞았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투지가 보통이 아니었다. 그들은 절대 쉽게 물러서지 않았고 온 몸을 날리며 경기에 임하고 있었다.

'데이빗 쪽에서 재미를 좀 보고 있긴 하지만...'

시원하게 두 세 명을 뚫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꼽히는 데이빗 장에 대한 경계심은 그것만으로도 잉글랜드에게 유리함을 가져다 주고 있었다. 최소 2명의 수비수들이 데이빗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들을 상대로 데이빗은 무리한 돌파보다는 주변으로 패스를 이어주며 찬스를 넓혀가고 있었다. 문제는 그렇게 이어진 찬스들이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한 골, 한 골만 넣으면 이 경기를 안심하고 볼 수 있을 텐데.'

스웨덴이 한 골 앞서나가기 시작한 이상, 한 골이면 잉글랜드의 조 1위는 거의 확정되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마지막 투혼을 불사르고 있는 안드레이 셰브첸코의 집념이 대단하다고 해도 잉글랜드의 수비진이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한 골 이상 실점할 것 같지는 않았다. 자연스레 카펠로 감독의 시선이 다시 한 번, 데이빗에게 향했다. 이럴 때 골을 넣어 주어야 하는 것이 에이스의 역할이자 숙명이었다. 그는 자신이 처음으로 발탁하고 전폭적인 신임을 아끼지 않은 선수가 자신의 믿음에 보답해 주기를 바랐다.

============================ 작품 후기 ============================

-아 그리고 미리 말씀드릴게요

-제가 1월 말부터 2월 초까지

-해외 여행을 다녀올 것 같습니다

-대략 열흘 정도 소요되는 일정인데요

-그 이전에 최대한 비축 분을 쌓아 놓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아마 며칠 간 연재를 등록하지 못하거나 한 편만 올리는 경우가 좀 발생할 것 같으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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