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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캡틴."
"음."
숙소로 돌아온 대표팀, 데이빗은 제라드와 함께 휴게실에서 차를 한 잔 마시고 있었다. 나른한 상태에서 따뜻한 차 한 잔이 주는 즐거움은 데이빗이 좋아하는 것 중 하나였다.
"데이비드 베컴이요. 좀 전에 만났던."
"벡스? 그 친구가 왜?"
"아뇨 별 건 아닌데, 그냥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서요."
"좀 전에 만나 봤잖아."
뭐가 더 궁금하냐는 듯한 제라드의 반응에 데이빗이 답답한지 고개를 흔드는 모습.
"너무 짧았잖아요. 애초에 몇 마디 나누지도 못했고. 아까 전의 대화에서 알게된 거라고는 그 사람이 국가 대표를 정말 사랑한다는 것 밖에 없었어요."
"...그 정도면 많이 알았네."
"...캡틴..."
볼을 부풀리며 불만스레 자신을 바라보는 데이빗의 모습에 제라드가 한숨을 쉬며 소파에 반쯤 파묻혀 있던 몸을 일으켰다.
"그래. 그래서 그 친구에 대해 뭐가 더 알고 싶은데?"
"그냥 전체적으로요. 특별히...라기보다는 그냥 전체적으로?"
"뜬 구름 잡는 녀석 같으니..."
"어차피 말씀해 주실 거면서..."
"닥쳐."
헛소리하지 말라는 듯 일침을 가하고 살짝 생각을 정리하는 모습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야기를 시작한다.
"글쎄, 내가 누군가에 대해 이야기하긴 좀 어렵지만, 벡스는 좋은 사람이야."
"...설마 그게 끝은 아니죠?"
"시끄러워. 애초에 좀 구체적으로 물어 보던가. 아무튼 화려하게 살고 있는 친구지만 축구에는 정말 진지한 사람이야. 나도 그 사람에게 많이 조언을 얻기도 했고."
"카펠로 감독하고는 사이가 많이 안 좋아 보이던데, 왜 그런 거에요?"
경기가 끝나고 통로에서 보여준 둘 사이의 모습은 확실히 심상치가 않았다. 제라드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정확한 원인이야 나도 알기 힘들지. 벡스가 레알 마드리드에 있었을 때부터 둘 사이는 최악이었다고 하더라. 벡스의 말에 따르면 카펠로 감독은 자신이 열심히 뛰지 않는다고, 스타 의식에 젖어 있다고 오해하고 비난했다고 하는데...뭐 그 이외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나도 잘 몰라."
"하지만 확실한 건, 그는 절대 그렇게 거만한 선수가 아니라는 거야. 난 여지껏 커리어를 보내 오면서 벡스보다 열심히 뛰는 선수는 본 적이 없거든."
"헤에..."
"워낙 화려한 생활을 즐기는 친구라 오해를 받는 경우가 많긴 한데, 실제로는 아주 성실한 친구라는 거지. 뭐, 그 친구처럼 축구 선수로서의 삶과 팝스타 적인 삶을 동시에 잘 해내는 사람은 드무니까."
"예전에 몇 번 하이라이트 필름으로 플레이 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요, 실제로 킥이 그렇게 정확해요?"
데이빗의 질문에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제라드.
"내가 본 선수들 중에서 킥만 놓고 보면 최고라고 하면 설명이 되려나. 우리 팀에도 킥이 좋은 친구들이 많지만...너도 괜찮고 마르코도 그렇고. 하지만 벡스의 킥은...글쎄, 직접 겪어 보는게 제일 좋지만, 한 차원 위에 있다고 해야 하나. 거의 cm 단위로 조정을 하는 느낌이 들 정도니까."
"뭐, 벡스가 올림픽 대표로 뽑히게 되면 너도 느낄 수 있겠지? 아마 상당히 편할거야. 그가 롱 패스를 자주 시도하고 크로스가 좋다고 해서 덩치 좋은 스트라이커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너 같은 스타일하고도 은근히 잘 맞아. 예전에 마이클도 그랬지."
"궁금해지네요. 이왕이면 그 사람이 와일드 카드로 선발되었으면 좋겠어요."
"본인은 열렬히 희망하고 있지만...뭐, 그거야 올림픽 대표 스탭들이 알아서 할 문제겠지."
그리고는 기지개를 켜며 자리에서 일어 난다.
"슬슬 들어가서 쉬어야 할 거 같네. 너도 이만 방으로 돌아가라."
"아,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요."
찻 잔을 정리하고 일어 선다. 다음 경기는 4일 뒤, 회복하기에 충분한 시간은 아니었다.
"그럼 푹 쉬어요 캡틴."
"너도."
D조
잉글랜드 1승 0무 0패 3득점 1실점 +2 3점
우크라이나 1승 0무 0패 2득점 1실점 +1 3점
스웨덴 0승 0무 1패 1득점 2실점 -1 0점
프랑스 0승 0무 1패 1득점 3실점 -2 0점
공동 개최국 우크라이나가 스웨덴을 꺾으며 잉글랜드와 함께 기분 좋은 출발을 시작했다. 우크라이나의 축구 영웅 안드레이 셰브첸코는 본인의 마지막 국가 대표가 될 가능성이 높은 이번 대회에서 투혼을 불살랐다. 팀의 2골을 모두 책임지며 이브라히모비치가 분전한 스웨덴을 꺾는 데 일등공신이 된 것.
그리고 6월 15일, 1승 그룹과 1패 그룹이 상대를 바꾸어 맞붙게 되었다. 잉글랜드와 스웨덴이 키예프의 올림피스키 스타디움에서, 그리고 우크라이나와 프랑스가 도네츠크의 돈바스 아레나에서 상대하게 되는 일정. 이미 1패를 당한 스웨덴과 프랑스는, 이번 경기에서도 패하게 되면 8강 진출이 물 건너 가는 상황이 된다. 잉글랜드와 우크라이나는 이번 경기에서 나란히 승리를 거둘 경우 사이 좋게 8강 진출을 확정할 수 있는 상황이었으니 심리적으로 좀 더 편한 상태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었다.
[잉글랜드가 다시 한 발 앞서 나갑니다! 데이빗 장의 이번 대회 3호 골! 정말 엄청나네요! 오늘 벌써 2골을 몰아치고 있습니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같은 팀 동료인 글렌 존슨의 자책골이 들어가며 1 대 1 동점 상황이 되었거든요.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 있는 상황에서 데이빗이 기세를 넘겨주지 않겠다는 듯 골을 넣어 버립니다. 정말 대단하군요!]
[스웨덴으로서는 정말 뼈아픈 실점이네요. 상대의 자책골에 힘입어 경기를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는데 말이죠. 데이빗 장 선수가 정말 야속하겠습니다. 그야말로 상대 팀에게 최악의 악몽이 되고 있는 데이빗 장!]
[제임스 밀너의 크로스를 한 발 먼저 걷어 내는데 성공한 스웨덴이었습니다만, 공이 떨어지는 자리를 먼저 선점하고 있던 데이빗 장의 위치 선정이 빛났습니다. 떨어지는 공을 그대로 발리 슛으로 연결시키는 군요. 쉬운 동작이 아닌데 이 선수가 하면 정말 쉬워 보입니다. 후반 6분, 데이빗 장의 골로 잉글랜드가 2 대 1로 다시 앞서 나갑니다.]
[이렇게 되면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선수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되는 군요. 경기 전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했던 말이 있지 않습니까? 물론 아직 경기가 끝난 것은 아니지만 이 경기에서 데이빗 장 선수가 두 골을 몰아 치고 있는데 비해 아직 골을 기록하지 못한 이브라히모비치 선수거든요.]
실제로 잉글랜드와의 경기 전날, 이브라히모비치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세계 최고이며 데이빗 장은 아직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뉘앙스의 견해를 밝혔다.
이 인터뷰 기사를 접한 잉글랜드 팬들은 당연히 격분했다. 현재 대표팀에서 가장 인기 있는 선수로 꼽히는 데이빗이었고 자국의 메이저 대회 잔혹사를 끊어 낼 신진 기수로 주목 받고 있는 선수를 깎아 내렸으니 그럴 법도 했다. 팬들은 '즐라탄은 벌써 지난 챔피언스 리그 16강 전을 잊어 버린 것이 분명하다' '내일 즐라탄은 데이빗의 쇼 케이스를 보게 될 것'이라며 조롱했다. 그리고 지금 데이빗이 두 골을 몰아 넣으며 확실히 앞서 나가기 시작하자 잉글랜드 팬들이 모인 각종 커뮤니티는 벌써부터 폭발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연신 즐라탄을 조롱했고 데이빗과 비교 불가라며 떠들어 댔다.
[하하, 즐라탄 선수로서는 분발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대로 경기가 끝나게 된다면 정말 곤란한 상황이 될테니 말이죠. 하지만 잉글랜드 수비진은 오늘 글렌 존슨의 자책골을 제외하고는 정말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무리 즐라탄 선수라고 해도 쉽게 공략하긴 쉽지 않아 보이네요.]
"자극이라도 받았냐? 오늘 날아 다니네?"
두 골을 넣은 데이빗이 부러운 듯 슬쩍 옆구리를 찌르는 루니. 데이빗은 웃으며 몸을 피했다.
"하지 마요. 근데 자극? 무슨 자극을 받았다는 거에요?"
"경기 전에 저기 즐라탄 저 친구가 입 좀 털었잖아. 그것때문에 열받아서 실력 행사하고 있는 거 아냐?"
"아 그거요? 별로 신경 안써요. 전에 챔피언스 리그에서도 그랬거든요. 딱히 그것 때문에 자극받은 건 아니고 그냥 평소처럼 하고 있을 뿐이네요."
"...평소처럼 하면 두 골이냐...되게 얄미워 지는거 알아?"
그러면서 생각해보니 아예 틀린 말은 아니라는 듯 피식 웃고 만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해트트릭까지 노려 보지?"
"그게 제 맘대로 되나요. 억지로 노릴 생각은 없으니까 웨인도 무리해서 만들어 줄 필요는 없어요. 아, 박스 근처에서 프리킥을 얻으면 그거 양보해 주면 고맙겠네요."
"그건 당연하지."
후반 30분, 잉글랜드의 추가골이 들어가며 경기는 굳히기로 들어갔다. 루니와 교체되어 경기에 나선 대니 웰백이 스튜어트 다우닝의 크로스를 멋진 헤더로 연결시키며 팀의 세 번째 골을 뽑아 낸 것. 남은 15분 동안 두 골차를 뒤집기란 요원해 보였고 카펠로 감독은 데이빗 대신 필 자기엘카를 투입시키며 본격적인 잠그기에 들어갔다. 데이빗의 해트트릭을 기대한 팬들은 아쉬워했지만 토너먼트까지 바라 보아야 하는 잉글랜드였기에 납득할 수 있었다. 잉글랜드가 8강에 진출한다면 이탈리아 혹은 스페인을 만날 확률이 높았기에 그때를 대비하여 주력 선수들을 보호할 필요가 있었다.
스웨덴은 후반 종료 직전, 멜베리의 뒤늦은 추격골이 나왔지만 남은 시간이 너무나 부족했다. 결국 최종 스코어 3 대 2, 잉글랜드가 2연승을 달리며 8강 진출을 거의 확정 지었고 스웨덴은 2패를 기록하며 탈락 위기로 내몰렸다. 프랑스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승리를 따 낸 상황이라 최종 진출팀은 마지막 경기까지 지켜 보아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말이다. 만약 우크라이나가 잉글랜드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고, 프랑스가 스웨덴을 잡아 낸다면 세 팀이 2승 1패로 승점 동률을 이루게 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골 득실을 따지게 되는데 잉글랜드는 현재 가장 준수한 득실차를 기록하고 있었지만 마지막 경기에서 뒤집힐 가능성도 없지는 않았다.
물론 잉글랜드가 무승부만 거둔다면 조 1위를 무조건 확정 지을 수 있었기에 확실히 유리한 것은 맞았다. 하지만 개최국의 이점을 가지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최종 단두대 매치를 치르는 것은 확실히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현재 3골로 대회 득점 랭킹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번 대회 본인의 득점왕 수상에 자신이 있으신 가요?"
"라이벌로 지목되는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선수는 2경기에서 득점을 기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데이빗 장 선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잉글랜드 대표팀이 사용하고 있는 훈련장은 기자들과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경기 전날 진행되는 훈련을 제외하면 대부분 공개로 훈련이 진행되었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 중에서도 현재 세 골을 기록하며 대회 득점부문 단독 선두에 올라 있는 데이빗은 관심의 대상이었다.
"여, 인기인. 가서 한 마디 해주지 그래?"
"...됐거든요. 애초에 인터뷰 시간도 아니고 훈련 중인데 무슨 말을..."
"그거야 그런데 저렇게 애타게 부르고 있잖아. 캬, 정말 저것도 열정이라고 봐야 하나? 대단해."
물론 비꼬는 의미가 더 강했다. 자국 선수가 좋은 성적을 내길 바란다면 훈련에 좀 집중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도리일텐데 그런 것이 전혀 없었다.
"가끔 드는 생각인데...저 친구들은 어쩌면 우리가 지든 이기든 별 관심이 없는 것 같지 않아? 그냥 기사 거리만 나오면 되는 것 같아."
루니의 말에 데이빗이 피식 웃으며 동의했다. 가끔 자신도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다.
"확실히요. 지면 죽어라 까대는 기사를 쓰는 거고, 이기면 곧바로 태세를 바꿔서 찬양하고..."
"그렇다니까. 젠장. 팬들이 보는 거야 상관 없는데, 저 친구들은 좀 훈련할 때만이라도 입을 좀 닥쳐줬으면 좋겠어."
"포기해요. 포기하면 편해요."
그런 대화를 나누며 천천히 스트레칭 동작을 반복하는 두 사람, 그리고 그들에게 다가오는 코치.
"헤이 데이빗, 훈련 끝나고 인터뷰를 좀 해야겠어. 피곤하겠지만 그리 긴 시간 동안 진행되는 건 아니니 부탁하겠네."
"...젠장..."
전혀 반갑지 않은 코치의 전언에 데이빗이 조그맣게 욕설을 내뱉었고 루니가 낄낄거리며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포기해. 포기하면 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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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한 편 데스요
-술 마신 다음 날은 두 편 쓰는게 사실상 무리...
-그래도 연재 펑크 내지 않기 위해 아픈 머리를 붙잡고 열심히 썼으니
-자 어서 칭찬해 주시져 (당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