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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nswer-272화 (27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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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을!"

타앙-

카펠로 감독은 자신의 상쾌한 아침을 완벽히 망쳐버린 소식을 듣고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어제 밤, 공을 기울여 준비했던 팀 플랜이 적힌 서류를 책상 위로 내던질 만큼 말이다.

"이 망할 자식들이 무슨 짓을 했다고? 어? 지금 말한게 사실이야?"

총대를 메고 보고를 맡은 수석 코치는 침통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열이 뻗친 카펠로 감독이 뭐라 소리지르려다가 자리에 털썩 주저 앉고 마는 모습.

"미치겠군..."

"좀 전에 경찰서에서 돌아와서 지금 숙소에서 쉬게 했습니다. 어떻게...지금 만나 보시겠습니까?"

코치의 말에 벌컥 화를 내며 다시 소리치는 카펠로 감독.

"지금 만나서? 그 주정뱅이들을 앞에 두고 무슨 말을 하라고?! 말을 한다고 알아 듣기나 할까? 젠장! 꼴도 보기 싫으니 당장 꺼지라고 해! 짐 싸서 내보내란 말이야!"

"하지만 감독님...!"

"제기랄! 일단 나중에 얘기하자고. 지금 머리가 터질 것 같으니까!"

"...알겠습니다."

한숨을 쉬며 감독실에서 물러난다. 뒤에서 무언가를 집어 던지는 소리가 들렸지만 돌아 보진 않았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다른 코치들이 조심스럽게 반응을 물어 본다.

"...당연히 노발대발했지. 지금 당장 두 선수를 돌려 보내라고 난리도 아니었어."

"휴우. 평소에는 냉철한 양반이, 뚜껑 열렸다 하면 완전히 돌아 버리니..."

"징계야 불가피하겠지만 대표팀에서 제외하는 건 좋지 못한 방법입니다. 두 선수가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선수들의 동요가 더욱 커질 수도 있습니다."

"감독님도 지금 흥분한 상태라 한 말씀일 겁니다. 좀 진정이 된 이후에 이야기하면 다를 테지요."

"저도 동의합니다. 하지만 지금 본선이 눈 앞인 상황에서 적절한 징계 수준을 찾기도 힘들군요."

코치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상의해 보지만 마땅히 좋은 생각은 떠오르지 않았다. 국가 대표라고 해도 모두 같은 레벨의 선수는 아니다. 냉정히 이야기해서 벤치 멤버 수준의 선수가 이런 사고를 쳤다면 두 말할것도 없이 퇴출당했으리라. 카펠로 감독의 성향을 생각한다면 분명 그럴 것이다.

하지만 존 테리와 웨인 루니는 그렇게 쉽게 처리할 만한 수준의 선수들이 아니었다. 팬들의 지지도 절대적인 선수들이었고 팀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엄청난 선수들이며 감독이 추구하는 전술에서도 핵심 중추를 담당하는 이들이었다. 이들을 빼고 대회를 치른다는 것은 카펠로 감독으로서도 엄청난 모험이 될 것이니 쉽게 결정을 내리긴 어려울 것이다. 만약 지금이 예선 기간이었다면 조금 편하게 징계 조치를 결정할 수 있었겠지만 말이다.

"일단 선수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감독님은...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으니 일단 우리들이라도 가서 선수들과 이야기를 합시다."

"그럽시다. 다른 선수들이 크게 동요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겠죠."

선수들이 모인 세미나 룸, 코치진들은 선수들이 크게 동요하지 않도록 멘탈 케어에 나서고 있었다.

"그러니 너무 신경쓰지 않도록 합니다. 아마 빠른 시간 내에 두 친구들에 대한 처우가 결정될 테니까요."

세미나 실 분위기는 농담으로라도 좋다고 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야심차게 첫 발을 내딛는 대표팀 합숙 첫 날에 사고가 터졌으니 말이다. 그것도 팀의 주장과 간판 스타가 사고를 쳤으니 선수들이 받는 심리적인 타격은 무시할 수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오늘은 일정은 어떻게 되는 지요?"

제라드가 덤덤히 일어나서 말을 꺼낸다. 수석 코치는 조금 안색을 밝게하며 대답했다.

"일정은 차질 없이 진행될 겁니다. 지금 미팅이 끝나고 11시까지 1번 그라운드로 모이도록 합니다. 현재 이곳 세인트 조지 파크에는 기자들의 출입 제한을 걸어 놓았습니다. 그래서 별 일은 없겠지만, 혹시나 언론과의 접점이 생길 경우, 알아서들 잘 하겠지만 경솔한 언행은 삼가해 주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어쨌거나 수석 코치가 언급한 이상 선수들은 그대로 따를 수 밖에 없었다. 조금 굳은 안색으로 선수들이 훈련 준비를 위해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 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일단 급한 불은 껐다고 생각한 코치진들이 먼저 훈련 준비를 위해 자리를 떠났다.

"하...이게 뭔 일인지."

저메인 데포가 황당하다는 듯 어깨를 으쓱한다. 간 밤에 잘 자고 일어났더니 폭탄이 터져 있는 상황, 다른 선수들도 하나 둘 입을 열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술렁이기 시작하는 실내.

"다들 조용히 해봐."

스티븐 제라드가 묵직한 어조로 입을 열자 선수들의 이목이 집중된다. 제라드는 평소와 같은 무뚝뚝한 표정으로 그들에게 말을 시작했다.

"먼저 확실히 정해 놓아야 할 기준이 있어. 지금 일단 일은 벌어졌다는 것, 그리고 이 사실이 우리의 행보에 영향을 주어서는 안된다는 거야."

"좀 더 정확히 이야기해 줄 수 있어?"

졸리온 레스콧이 정확한 뜻을 모르겠다는 듯 질문을 던졌고 제라드가 부연 설명을 시작했다.

"우리가 동요해봤자 일은 이미 벌어졌다는 거야. 걱정해봤자 돌이킬 수는 없다는 거지. 그러니까 거기에 흔들려서는 안된다는 거야."

어찌보면 뻔한 이야기, 정론이었다. 하지만 제라드의 말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기다리는 것도 웃긴 일이야. 그들은 우리의 동료들이고, 우리는 그들의 실수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정해야 한다고 생각해. 그게 어떤 방향이 되느냐는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봐."

"그러니까 스티비, 네 말은 두 선수에 대한 처우, 징계 혹은 용서와 같은 방침을 정해서 코칭 스탭들에게 전달하자는 거지?"

조 하트 골키퍼가 핵심을 정리하며 확인했고 제라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선수들도 납득이 간다는 듯 수긍하는 모습이다. 확실히 자신들의 의견이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감독의 결정이 최우선으로 작용할테지만 선수단의 목소리를 내는 것 역시 중요한 요소였다.

"나는 스티비의 말에 동의해. 어디 보자, 지금 훈련장 집합 시간까지 여유가 좀 있으니까 지금 결정하는 게 어때?"

"그러자. 코칭 스탭들이 먼저 이야기하기 전에 우리의 의견을 통일해서 전달하는 게 좋을 거야. 그럼 나부터 이야기할게."

저메인 데포가 먼저 총대를 메겠다는 듯 손을 들고 이야기했다. 호흡을 한 번 고르고 목소리를 높여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데포.

"나는 두 선수에 대한 확실한 징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그게 대표팀의 퇴출이 된다고 해도 말이야."

시작부터 강한 주장이 나오자 조금 분위기가 가라 앉았다. 그 사실을 느꼈는지 데포가 부연 설명을 시작했다.

"오해하지 마. 내가 루니와 포지션 경쟁을 하고 있지만 단순히 그것 때문만은 아니야. 맹세컨대 내가 이런 사고를 쳤다면 난 스스로 대표팀에서 물러나고 자중할거야. 대표팀과 동료들의 명예에 먹칠을 하고 자리를 지키는 건 말이 안된다고 생각해. 설령 그게 우리 팀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맡은 친구들이라고 해도 말이지."

"하지만 대표팀 퇴출은 너무 가혹하잖아. 그들이 멍청한 짓을 저지르긴 했지만 아주 큰 사고를 친 것도 아니고. 벌금 징계 정도면 되지 않을까?"

누군가의 반박에 저메인 데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입을 열려던 때 조 하트가 먼저 말을 시작했다.

"저메인도 무조건 대표팀 퇴출을 하자는 말은 아닌 것 같아. 그의 말은 어떤 징계라고 해도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며, 그들이 스타 플레이어라고 해서 그냥 넘어가는 일은 피하자는 이야기인 것 같아. 저메인 어때? 내가 이해한 게 맞아?"

"깔끔한 정리 고마워 조. 역시 넌 멋진 녀석이야."

"천만에."

가볍게 주먹을 부딪히는 두 남자의 모습에 분위기가 조금 가벼워 진다. 그렇다면 납득이 간다는 듯 다른 선수들 역시 활발하게 의견 개진을 시작했다.

"난 퇴출까지는 바라지 않아. 어쨌거나 우리가 우승을 노리기 위해서는 그들의 힘이 필요한 순간이 있을 거야. 하지만 물론 그냥 넘어가는 건 말도 안되지. 일단 이것부터 정해야 할 거 같은데? 징계에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 여부부터 결정하고 세부적인 부분을 조율하면 될 거 같아."

제임스 밀너의 말에 다들 그게 좋겠다며 맞장구를 쳤다. 어쩌다보니 의장의 역할을 하게 된 제라드가 상황을 정리했다.

"좋아, 그럼 일단 징계를 진행하자는 의견과 한 번 용서하자는 의견을 놓고 결정하자. 시간이 많지 않으니 바로 거수로 진행할게. 먼저 이번 일을 불문에 붙이고 넘어가자는 의견에 동의하는 사람은 손을 들어줘."

제라드의 말이 끝나고 몇 몇 선수들이 손을 들었다. 애슐리 콜과 애슐리 영, 단 두 명만이 불문에 붙이자는 의견에 찬성했다. 아무래도 같은 소속 팀이다 보니 그들의 징계에 반대하는 것이리라.

"응? 잠깐, 헤이 대니! 너도 웨인하고 같은 팀이잖아? 넌 징계에 찬성이야?"

장난스럽게 대니 웰벡을 지목하는 저메인 데포, 웰벡은 어색하게 웃으며 자신의 속내를 밝혔다.

"잘못을 잘못이니까요. 그리고 솔직히 이야기하면 나도 주전으로 뛰고 싶단 말이죠. 루니 씨가 징계를 받으면 나한테 기회가 올 확률도 높지 않겠어요?"

아직 어린 나이라 그런지 솔직히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모습, 선수들은 그 모습이 밉지 않았는지 너털 웃음을 터뜨린다.

"솔직해서 좋네. 야, 그렇게 말하면 내가 위선자 같잖아?"

저메인이 너스레를 떨며 분위기를 한결 가볍게 한다. 얼마간의 웃음이 지나가고 제라드가 의결을 계속 진행했다.

"그럼 다음으로, 수위는 차치하고 두 선수에 대한 징계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손을 들어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손을 들기 시작하는 선수들, 몇 몇의 기권자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손을 들었다. 딱히 수를 헤아릴 필요도 없었다. 대충 봐도 과반수 이상이 찬성했다.

"그럼 우리 선수단의 의견은 징계를 요구하는 것으로 결정 된거야. 이제 남은 건 징계 수위를 결정해야 하는데..."

"잠깐, 굳이 우리가 세부적으로 방침을 모두 결정할 필요는 없을 거 같은데? 어차피 결정은 감독이 하는 거고, 우리는 우리의 의견이 이렇다, 라는 정도만 간단히 이야기해 주면 될 거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

스콧 파커가 손을 들며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꽤 일리가 있는 말이라 선수들이 가볍게 박수를 치며 호응하는 모습.

"나도 동의해. 그러니까...상한선과 하한선 정도를 긋는 정도로 요구하면 어떨까 싶은데?"

글렌 존슨도 지원 사격을 하듯 나섰다.

"예를 든다면 어떻게?"

"간단해. 예를 들어, '우리는 이 친구들이 반드시 징계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대표팀에서 퇴출은 자제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뭐 이 정도로 이야기하면 되지 않을까?"

"오 그거 좋은데? 예로 들었다고 하지만 난 그 의견에 동의해. 퇴출까진 너무한거 같고 적당히 벌금에 플러스 알파 정도면 될 거 같은데 그거야 감독이 알아서 할 일이고."

"그래, 그거 괜찮겠다. 나도 찬성."

글렌 존슨의 의견은 상당 수의 호응을 이끌었다. 선수들은 간단한 논의를 거쳐 결국 그들의 방침을 결정할 수 있었다. 제라드가 마지막으로 정리하듯 입을 열었다.

"그럼 감독님과 코칭스탭들에게, 우리는 그들의 징계를 원하지만 퇴출은 원하지 않는다. 그들이 대표팀에서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는 주었으면 한다, 정도로 이야기하면 될 거 같은데 이의 있어?"

"이의 없음!"

"그 정도면 될 거 같은데?"

크게 다른 의견이 없는 것 같자 제라드는 자신이 나서서 코치진에게 의견을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조 하트가 나서서 추가 의견을 냈다.

"잠깐만, 늦게 말해서 미안한데, 한 가지 더 추가하고 싶어."

"말해 조."

"별 건 아닌데, 존 테리의 주장직을 박탈하자는 의견을 추가하고 싶어. 아무래도 사고를 친 입장이다보니 본인도 자신의 말에 권위가 실리지 않을 거라는 건 잘 알거고, 우리도 좀 불편할 거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

"우리가 좀 그럴 거 같긴 한데 존은 별로 신경쓰지 않을걸?"

"아무튼 난 조의 말에 찬성. 그럼 다음 주장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선수들의 시선이 제라드에게 모인다. 갑작스러운 전개에 제라드는 당황했다. 그 모습에 웃으며 조 하트가 입을 열었다.

"대표로 가서 이야기하는 건 내가 할게. 아 저메인, 너도 같이 가자."

============================ 작품 후기 ============================

-실제로 제라드가 2012년도 부터 주장 완장을 차게 되었습니다

-물론 시점 자체는 조금 다르지만 말이죠

-그나저나 이놈의 고양이 님 ㅋㅋㅋ

-새벽에 울어 제껴서 사람 깨워 놓더니

-아침이 되니까 뭔 일 있었냐는 듯 쳐 주무시는데

-얄미워 죽겠네요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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