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Answer-273화 (273/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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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이 우리 선수단의 의견입니다."

"알겠습니다. 우리가 감독님께 그대로 전달하죠."

"두 녀석들이 멍청한 짓을 저지르긴 했지만 어쨌거나 우리의 동료입니다. 잘못한 것에 대한 처벌은 받되 큰 사고를 친 것은 아니니 선처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메인 데포도 평소 조금 가벼운 모습과 달리 진중한 태도로 의사를 전달했다. 코치진들은 어쨌거나 선수단이 스스로 분위기를 다 잡고 능동적으로 상황에 임하고 있는 모습이 다행이라 여겨졌다.

"물론입니다. 감독님도 충분히 선수단의 의견을 존중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저희도 이제 훈련장으로 가 보겠습니다. 잠시 후에 뵙죠."

"우리도 곧 따라 가겠습니다. 이봐, 자네는 먼저 선수들과 함께 이동하도록 하게, 나는 감독님을 만나 일단 이야기를 좀 하고 따라가도록 하겠네."

"알겠습니다."

코치 중 한 명을 지목하여 저메인 데포, 조 하트와 함께 훈련장으로 먼저 보낸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감독실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이제는 좀 진정이 되었기를 바라며 말이다.

"아까 전에는 내가 너무 흥분했었네. 감정적인 모습을 보여 부끄럽군."

"아닙니다. 충분히 그럴 만한 일이었습니다."

다행히 파비오 카펠로 감독은 어느 정도 냉정을 되 찾은 모습이었다. 그 사실에 안도하며 수석 코치는 선수단의 의견을 카펠로 감독에게 전달했다. 묵묵히 코치의 이야기를 경청한 카펠로 감독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알겠네. 그래서 선수단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나?"

"일단 팀 일정은 그대로 진행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되어 일부 코치들과 함께 훈련장으로 이동시켰습니다. 아마 지금 쯤이면 몸 풀기 훈련 이후 간단한 패싱 훈련을 시작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잘 했네. 내가 냉정을 잃은 사이에 적절히 잘 움직여 줬어. 나도 이제 정신을 차렸으니 나가봐야겠군. 선수들과 코치들이 할 일을 다 하고 있는데 나만 방에 처박혀 있을 수는 없지 않나."

"혹시 두 선수의 처우에 대해서는 결정하셨습니까?"

조심스레 감독의 의중을 물어보는 수석 코치, 카펠로 감독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성질대로 했다면 두 자식을 모두 대표팀에서 내 쫓고 싶지만...선수단의 의견도 있고, 본선 무대까지 얼마 남지 않았으니..."

한숨을 쉬며 타협할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일단 존 테리의 주장직은 박탈하겠네. 스티븐 제라드 그 친구라면 충분한 대안이 되겠지. 오히려 잘된 일이야. 그 망할 탈모 자식 보다는 훨씬 내가 일하기 편한 친구니까."

실제로 지난 2010 남아공 월드컵 당시, 16강에서 탈락한 이후 파비오 카펠로 감독의 전술에 대해 비난을 하고 당시 주장이었던 스티븐 제라드와 대판 언쟁이 붙은 적이 있는 존 테리였다. 다행이 데이비드 베컴의 중재로 어찌 어찌 넘어갔지만 파비오 카펠로와 존 테리의 관계는 그 이후로도 서먹서먹한 것에 가까웠다.

소속 팀 첼시에서도 막강한 권한을 바탕으로 감독과 갈등 관계를 일으키고 종종 태업 논란에도 휩싸이는 선수였으니 카펠로로서도 그 보다는, 어떤 감독과도 잡음을 일으킨 적 없고 묵묵히 할 일을 다 하는 스타일인 스티븐 제라드를 더 선호할 수 밖에 없었다.

"사실 진작 그 망할 오입쟁이 자식을 주장에서 빼버리고 싶었어. 하지만 선수들의 신임이 워낙 두터웠고, 팬들의 지지가 확고했기 때문에 내 마음대로 바꿀 수는 없었지. 어찌보면 잘 된 일이군. 그가 명분을 주었으니 그를 주장직에서 해임한다고 해도 아무 말 못할 거야."

원래 데이빗 베컴이 맡고 있던 주장직을 존 테리에게 넘겨 준 이는 카펠로였다. 그는 스티븐 제라드와 존 테리 사이에서 고민을 하다가(여론 조사에 따르면 두 선수의 지지율은 거의 동일했다. 존 테리가 미세하게 높긴 했다.) 수비수가 주장을 맡는 것을 선호하는 본인의 성향에 따라 존 테리에게 완장을 채워 준 것이다. 하지만 이후 몇 차례의 갈등을 겪게 되었고 지금은 상당히 어색한 사이가 되어 버렸기에 카펠로 감독으로서는 통제하기 어려운 그 대신 제라드에게 완장을 채워 주려 하는 것이었다.

"선수들도 제라드의 주장 임명에 찬성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테리야 마음에 들지 않겠지만 큰 잡음없이 주장직 승계가 이루어 질 수 있을거라 봅니다. 그럼 그 외의 조치로는..."

수석 코치의 질문에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하는 카펠로 감독.

"뭐 벌금이나 좀 때리고, 한동안 주전에서 제외하는 정도로 하는 수 밖에 없을 것 같군.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대회를 앞두고 내 쫓을 수도 없으니 말이야. 언론에는 이런 이야기까지 할 필요는 없을 테고 적당히 징계하겠다고 이야기하면 충분할 것 같군."

[파비오 카펠로 감독, "프로 의식이 부족한 선수는 대표팀에 필요 없어"]

잉글랜드 축구 대표팀 감독 파비오 카펠로(65. 이탈리아)가 인터뷰를 통하여 무단 이탈 후 음주 사건을 일으 킨 존 테리와 웨인 루니에 대해 언급했다. 카펠로 감독은 인터뷰 내내 강경한 표현을 서슴지 않으며 그들의 행위에 대해 비난했고 어떤 형식으로든 반드시 책임을 지게할 것이라 밝혔다.

"간밤의 사건은 끔찍한 일이었습니다. 저는 선수들과 함께 본격적으로 대회를 준비하고자 마음 먹고 있었죠. 하지만 아침에 모든 것이 바뀌어 있었습니다."

"이들의 행위는 정말 어리석은 행동이었습니다. 이들은 국가 대표로서 지켜야할 책임감과 명예를 저버렸죠. 프로 의식이 투철한 선수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쉽게 이들은 그러지 못했습니다. 이는 불운한 일입니다."

"어떤 선수라고 해도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습니다. 잘못한 것에는 처벌이 따라야 하며 이 원칙에 예외가 있어서는 안 됩니다."

"이들의 처벌 수위에 대해서는 현재 논의 중입니다만, 아무런 조치 없이 대표팀 경기에 나서게 될 일은 없을 것입니다."

"다른 선수들은 동요하지 않고 충실히 훈련에 임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컨디션을 끌어 올리는 단계라 많은 이야기를 할 수는 없겠지만 나쁘지 않습니다."

카펠로 감독은 유로 2012의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시작부터 악재에 부딪힌 대표팀이 본선 무대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지 여부가 주목된다.

카펠로 감독의 인터뷰가 언론에 보도되고, 뒤를 이어 존 테리와 웨인 루니가 사과 발표를 하자 분위기는 어느 정도 가라 앉았다. 몇 몇 사람들은 그들을 용서하지 말고 단호히 대표팀에서 퇴출하라는, 강경한 의견을 계속해서 말했지만 대부분은 그들이 그 정도의 잘못을 저지른 것은 아니며 본선 무대에서 반드시 그들의 힘이 필요하기에 퇴출은 불가하며 자체적인 징계(벌금 등)로 충분하다는 의견이었다.

'루니하고 테리는 여전히 B팀이네.'

존 테리와 웨인 루니는 이틀 뒤부터 팀 훈련에 합류하게 되었다. 그들은 동료들에게 폐를 끼쳐 미안하다는 뜻을 밝혔고 동료들은 큰 잡음 없이 그들을 받아 들였다. 하지만 카펠로 감독은 그들을 쉽게 용서할 뜻이 없어 보였다. 간단한 청백전이 몇 차례 진행되었는데 루니와 테리는 후보 선수군을 뜻하는 B팀에 계속 머물렀다. 주전이라고 해서 항상 A팀에만 머무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 카펠로 감독이 그들이 현재 자신의 눈 밖에 나 있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었다.

"오늘 괜찮았지?"

저메인 데포가 기분 좋게 웃으며 데이빗에게 어깨동무를 걸어 온다. 오늘 청백전에서 데이빗과 함께 A팀의 투 톱으로 나선 그는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며 2골을 기록했다. 그 중 한 골이 데이빗의 어시스트였기에 그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함과 동시에 자신과의 호흡이 어떠냐는 어필이었다.

"아 저메인, 오늘 몸이 꽤 가벼워 보이던데요?"

"그렇지? 컨디션이 점점 올라오는 느낌이야. 간만에 재밌는 경기를 한 거 같아 기분이 좋네."

상당히 만족한 듯 이를 드러내며 미소를 짓는 모습이다. 그리고는 데이빗의 활약에 대한 칭찬 역시 잊지 않았다.

"너도 오늘 꽤 괜찮아 보이던데? 나한테 어시스트 하나에, 다우닝 그 친구한테도 끝내주는 패스 하나 줬고, 마지막에 골도 넣었으니까, 1골에 2어시스트네."

"뭐, 어시스트야 다들 움직임이 좋으니까요. 저도 주기 편하던데요."

"겸손은. 너 정도 되면 그냥 좀 잘난 척해도 돼. 아니, 진짜 잘났으니까 잘난 척이라고 할 순 없나?"

껄껄 웃으며 데이빗과 어깨를 나란히 한 채 식당으로 향한다. 그는 루니가 감독의 눈 밖에 난 상황을 절대 놓칠 생각이 없었다. 훈련에서 최대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대형 사고를 치지 않는 이상 주전 확정인 이 어린 친구의 파트너로 낙점 받을 수 있으리라 믿었다.

'이 녀석이 나와의 호흡이 잘 맞는다고 느끼면 더 바랄 나위도 없고 말이지!'

아직 대표팀 내에서의 발언권은 약한 데이빗이지만 만약 그가 발언할 경우, 누구도 그의 말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가 축구계에서 위치하는 위상은 그리 가벼운 것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만약 카펠로 감독, 혹은 코치가 데이빗에게 '누구와 가장 호흡이 잘 맞는 것 같냐'고 물어볼 경우도 있을 수 있으니 말이다.

현재 부상만 없다면 본선 무대에서도 주전이 거의 확정인 멤버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조 하트 골키퍼와 애슐리 콜, 스티븐 제라드와 데이빗 장 정도 밖에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존 테리와 웨인 루니 또한 원래는 이 멤버군에 속한 이들이었지만 지금은 주전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였다.

이 상황이 오히려 몇 몇 선수들에게는 의욕적으로 훈련에 임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빼기 힘든 거대한 돌 두 개에 균열이 생긴 만큼, 그 틈을 노리는 것이 당연했다. 저메인 데포도 그 중 한 명이었고 말이다.

"그러고 보니 슬슬, 평가전 날짜가 가까워졌네요."

손가락으로 날짜를 셈하던 데이빗이 스페인 전이 가까워졌음을 상기시킨다.

"알고 있어. 이틀 뒤에 붙잖아. 내일은 폴란드로 이동할 테고 말이야."

"스페인이랑 붙어본 적 있어요?"

현재 세계 최강의 팀 중 하나인 스페인과의 대전인만큼 데이빗의 관심사도 상당했다. 특히 스페인과는 이번 대회에서 만날 확률이 상당히 높았는데, 스페인과 잉글랜드가 만약 모두 조 1위로 조별 리그를 통과할 경우에는 결승에서 만나게 되지만 두 팀 중 한 팀이 조 2위로 통과할 경우 8강에서 무조건 만나게 되어 있었다. 물론 잉글랜드로서는 결승까지 만나고 싶지 않은 상대이긴 했지만 말이다. 만만한 팀이 없는 것이 유로 대회라고 하지만 스페인은 그 중에서도 특별히 피하고 싶은 팀이었으니까.

"어, 작년인가, 재작년인가...한 번 붙어 본 적이 있어. 나는 그때 벤치에 있다가 교체 투입됐는데, 아마 그 때는 이겼을 걸?"

"아, 그랬어요?"

"어, 그게 아마...거의 10년만에 이겨본 거라고 하더라. 그때 프랭키가 골을 넣어서 이겼을 거야."

"...10년 동안 한 번도 못 이겼었다는 거에요? 그렇게 약했나?"

"야 매 년 붙는 팀도 아닌데 뭘. 뭐, 그래도 10년이면 좀 심하긴 하네. 그래도 스웨덴 보다는 낫지. 안 그래?"

수십년 동안 한 번도 이기지 못했던 스웨덴을 언급하자 데이빗은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실제로 작년에 있었던 평가전에서 승리하기 전까지 무려 43년 동안 이기지 못했으니 말이다.

"너 이번 시즌에 챔피언스 리그에서 바르셀로나 상대해 본 적 있잖아? 그거랑 거의 비슷하다고 보면 돼. 뭐, 메시가 없어서 좀 나은 감도 있으려나?"

"바르셀로나 같다면, 정말 피곤하겠네요."

지난 시즌 가장 힘든 경기였던만큼 데이빗이 절레절레 고개를 흔든다.

"뭐 어쩔 수 없지. 그래도 은근히 역습에 약하거든. 라인을 끌어 올리니까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한데, 그런 면에서는 너나 나나 괜찮은 기회를 잡을 확률도 높다고 봐. 한 방에 그 땅따먹기 하는 녀석들을 박살 내버리는 거지."

빠른 발을 주무기로 하는 두 선수인 만큼 확실히 역습에서 큰 위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있었다. 그 말에는 수긍하면서도 데이빗은 그게 그리 쉽지만은 않을거라 생각했다.

"...그게 그렇게 쉽게 되겠어요? 뭐...어쨌든 질 생각은 없으니까, 한 번 열심히 해봐야죠."

"아무튼 밥이나 먹자. 아우 배고파."

"전 먼저 씻고 먹을게요. 먼저 식사 하세요."

"그럴래? 그럼 난 먼저 먹는다. 어휴, 배고파서 나는 일단 먹고 봐야겠다."

============================ 작품 후기 ============================

-2연참을 하는데

-어째서 1편 올릴때보다 추천이 적은 거죠?

-이렇게 되면 추천 성애자인 저로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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