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71 =========================================================================
"후아암."
잠에서 깬 데이빗이 크게 기지개를 켰다. 딱히 잠자리를 가리는 편이 아니었기에 대표팀 숙소에서도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잠이 덜 깬 눈으로 주위를 둘러본다. 스튜어트 다우닝, 그리고 웨인 루니와 함께 룸 메이트가 된 데이빗은 아직 그들이 자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다우닝은 자고 있고...루니는...응?"
베개를 꼭 끌어 안고 단잠에 빠져 있는 다우닝, 하지만 루니의 침대는 비어 있었다. 의아한 마음에 고개를 갸웃하며 중얼거린다.
"벌써 나갔나...? 아니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확신할 수는 없지만 자다가 일찍 일어난 느낌이 아니었다. 시계를 확인하니 오전 6시였다. 자신도 평소보다 조금 일찍 일어난 시간인데 루니가 이보다 먼저 일어나서 나갔을 거라고 생각하긴 어려웠다.
"...딱히 루니가 엄청 성실하다고 유명한 사람은 아니니까."
오히려 조금 문란(?)하기로 유명한 이가 루니였다. 프리미어 리그에서, 아니 세계에서도 최고 수준으로 꼽히는 루니였지만 그의 성실성에 대해 좋은 평가를 하는 이는 찾기 힘들었다.
어제 저녁 식사를 마치고 가장 먼저 잠을 잤기에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왠지 루니가 이 방에서 잠을 자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슬쩍 고개를 돌려 자고 있는 다우닝에게 시선을 둔다.
"...깨워서 물어보기도 뭐하고."
궁금하긴 했지만 곤히 자고 있는 동료를 깨워서까지 알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루니도 어느새 중견급의, 베테랑에 가까운 선수가 되었으니 알아서 잘 하고 있을거란 생각도 들었다.
"다른 방 동료들에게 놀러갔다가 거기서 잠 들었을지도 모르고."
생각해보니 그게 가장 설득력이 높은 가설이었다. 생각을 정리한 데이빗은 조심스레 침대에서 빠져 나왔다. 그리고 다우닝이 깨지 않도록 조용히 샤워실로 향했다. 루니의 일보다는 자신이 해야할 일을 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조용하네."
가볍게 씻고 나온 데이빗, 그리고 아침 식사 전에 먼저 가볍게 산책이나 하자는 생각에 발걸음을 옮겼다. 복도에는 아직 다른 사람의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6시 30분도 되지 않은 시간, 데이빗은 적막함을 즐기며 1층으로 내려 갔다.
"...라는 거야. 젠장, 망할 놈들 같으니."
"미치겠군. 다행히 사고를 친 건..."
1층으로 향하는 계단에 접어 들었을 때, 데이빗은 두런두런 들려오는 말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데이빗은 자연스레 귀를 기울였다.
'...망할 놈들? 사고...? 무슨 소리일까?'
목소리를 낮추어 대화를 하고 있는 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몇 마디 정도는 알아 들을 수 있었고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다.
"...은 아직 모르고 있는..."
"일단은 조용히 처리..."
어쩌다 보니 몰래 듣고 있는 모양새가 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딱히 죄를 지은 것도 아니고 엿듣는 취미도 없었기에 의식적으로 조금 발소리를 냈다.
"헛...누구?"
화들짝 놀라는 두 남자, 데이빗이 익히 알고 있는 이들이었다. 고개를 갸웃하며 그들에게 다가가는 데이빗.
"수석 코치님? 그리고...체력 코치님?"
"아! 데이빗 자네였나."
"깜짝 놀랐군. 아니 자네, 이렇게 이른 시간에 무슨 일인가?"
가슴을 쓸어 내리며 한숨을 내쉬는 모습, 데이빗은 자신의 출현이 그리 놀랄 일인가 싶어 뺨을 긁으며 대답했다.
"원래 지금쯤 일어나긴 하거든요. 오늘은 그보다도 좀 빨랐지만. 방 안에서 할 일도 없고 아침 먹기 전에 간단히 산책이나 할까 싶어서요."
"아 그랬군. 역시 리버풀에서 가장 먼저 훈련장에 도착한다더니, 틀린 말이 아니었군."
"그래도 너무 이른 시간 아닌가? 훈련이 시작하려면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는데, 좀 더 쉬는 게 어떤가?"
"가볍게 산책만 하려고 합니다. 딱히 훈련을 할 생각은 아니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데이빗의 대답에 난감하다는 표정을 짓는 두 사람, 그리고 조심스럽게 말을 잇는다.
"그러지말고, 오늘은 좀 방에서 쉬어주면 안 되겠나? 그러니까..."
딱히 이유를 설명하긴 어려운 지 말을 더듬는 수석 코치, 데이빗은 살짝 안색을 굳혔다.
"무슨 일이 있군요...?"
좀 전에 듣게 된 몇 개의 단어, 그리고 지금 이들이 보여주는 모습을 미루어 보았을 때, 무언가 일이 생겼음이 분명해 보였다. 이미 확신하고 있는 듯한 데이빗의 모습에 수석 코치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어차피 알게 될 일일테니, 미리 듣는다고 해도 상관 없겠지. 그래도 굳이 다른 친구들에게 먼저 이야기하진 말아 주게나."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렇게 하겠습니다."
"좋네. 그럼..."
잠시 숨을 돌리는 수석 코치, 그리고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며 말해 주었다.
"어제 밤에 일부 선수들이 무단으로 이곳을 빠져나가 술을 마셨다는 이야기네."
달칵-
결국 다시 방으로 돌아온 데이빗이었다. 그런 이야기까지 듣고 나서 굳이 산책을 나가겠다고 말할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니, 산책할 생각이 사라져 버렸다. 한숨을 쉬며 신발을 벗고 방으로 들어 선다.
'자세한 내용은 우리도 지금 파악 중이네.'
'큰 사고를 일으킨 것은 아닌 것 같지만...우리는 이 일이 크게 번지지 않도록 노력할 생긱이야. 그러니 자네도 가능하면 언급하지 않도록 부탁하겠네.'
'큰 문제는 아닐 것 같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게나. 자세한 정황이 파악되는 대로 선수단 전체에 공유가 될테니 그 전까지는 모르는 척 있어 주게나.'
코치들의 말을 다시 한 번 떠올렸다. 데이빗은 얼굴을 감싸며 탄식을 내 뱉었다.
"하아..."
슬쩍 루니가 있었어야 할 빈 침대를 바라 본다. 코치들은 정확히 누가 나가서 술을 마셨는지에 대해서는 말해주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까지 들은 이상 루니가 그 중 한 명임을 짐작하는 건 너무나 쉬운 일이었다. 데이빗은 골치가 아파왔다.
"으음..."
자신의 인기척에 잠이 깬 것인지 다우닝이 뒤척이는 소리가 들렸다. 눈을 찡그리며 주변을 살피는 모습이 아직 잠에서 덜 깬 모습이었다.
"미안, 깼어요?"
"...으으음, 몇 시야?"
"아직 일곱 시도 안 됐어요. 더 자요. 시끄럽게 해서 미안해요."
"...일찍도 일어 났네. 너도 좀 더 자..."
드문드문 이어지는 목소리로 말하고는 다시 스르륵 눈을 감는 모습, 데이빗은 조심스레 침대에 걸터 앉았다. 다우닝은 그새 잠에 빠진 것인지, 색색거리는 숨소리만 들려 왔다.
'루니 씨는 거의 확정적인거 같고...혼자 나가진 않았을테니 더 있다는 이야기인데...'
그렇다면 나머지 인원들이 누군지 궁금해졌다. 데이빗은 손가락을 꼽으며 차분히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조단이나 마틴은 아니겠지. 대표팀 경력도 짧아서 사고칠 배짱은 없을 거고 애초에 루니하고 그리 친분이 있는 것 같지도 않으니까.'
자연히 사고칠만한 사람이 베테랑일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신인 급의 선수라면 대표팀에서 사고를 칠 만한 간담이 없을 것 같았다.
'같은 팀 맨유 소속의 선수들과 같이 나갔을까? 그럴 수도 있을 것 같긴 한데...'
추리를 거듭하는 데이빗, 그리고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설마...캡틴은 아니겠지?"
루니와 상당한 친분이 있어 보였고 대표팀 내에서의 경력 또한 팀 내 최고 수준이었다. 스타에 의존하지 않는다고 하는 카펠로 감독이지만 제라드 정도 되는 선수를 상대함에 있어서는 카펠로 또한 부담을 느껴야 했으니 어느 정도 조건(?)에 취합하는 부분이었다.
"설마...아니겠지."
어린 시절에는 상당히 사고를 많이 치고 다닌 악동(?) 제라드였지만 나이가 들면서 상당히 정신적으로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기에 그러지 않을 거라 생각 되었다.
'누굴까...에이, 뭐 어차피 오늘 중에 알게 되겠지. 멍청한 탐정 놀이는 그만 두자.'
자신이 생각해봐야 뭐 달라지는 것도 없었으니 깔끔하게 생각을 포기했다. 대표팀에 합류하자마자 터진 사건 때문에 머리가 아팠지만 말이다.
'...이번 대표팀, 괜찮으려나...'
먼저 소식을 접한 코치들은 이 사실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지 않기를 원했다. 하지만 그들의 바람은 헛된 것이 되었다. 이들이 조용히 나갔다가 조용히 들어온 것이 아니었던 만큼 언론에 오르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조용한 26일 아침이 순식간에 시끌시끌 달아 올랐다.
[존 테리와 웨인 루니, 대표팀 합숙소 무단 이탈 후 음주 사실 드러나]
잉글랜드 축구 대표팀의 주장 존 테리(31. 첼시)와 주전 스트라이커 웨인 루니(26.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대표팀 합숙 첫 날, 숙소를 무단으로 이탈하여 음주를 즐긴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들은 5월 25일 22시 경, 몰래 숙소를 빠져 나와 인근 클럽으로 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5월 26일 04시 경까지 클럽에서 시간을 보냈고 숙소 귀환을 두고 클럽의 종업원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종업원들은 만취한 상태의 이들이 운전대를 잡지 못하도록 말렸고 실랑이가 벌어졌다. 결국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도착한 뒤에야 이들 사이의 실랑이가 마무리 되었고 이들은 곧바로 훈방조치 되었다.
현재 이들은 대표팀 합숙소로 복귀한 것으로 알려 졌다. 다음 달 11일부터 유로 2012 본선 경기를 앞둔 대표팀으로서는 좋지 않은 사건이 일어난 셈이다. 웨인 루니와 존 테리는 대표팀에서 대체 불가능의, 공격과 수비의 핵심 자원들이다.
현재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파비오 카펠로 감독은 아직 공식적인 입장 발표를 하지 않은 상태이다. 카펠로 감독으로서도 곤란한 일에 봉착한 셈이다. 규율과 기강을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카펠로 감독으로서는 쉽게 용납할 수 없는 일탈 행위이다. 하지만 이들을 빼고 대표팀을 구성하는 것은 어려운 상황, 딱히 음주 운전을 하여 출전 금지 처분을 받은 것도 아니니 말이다.
사상 첫 유로 대회 우승을 노리는 잉글랜드 대표팀, 시작부터 난항에 빠진 셈이 되었다. 현재 대표팀은...
Re: 주장이라는 놈하고, 차기 주장이라는 놈이...잘하는 짓이다.
Re: 진짜 멍청한 자식들이네. 아니 감독이 체력 회복하라고 하루 쉬라고 했다며? 클럽가서 놀 체력은 충분했구만?
Re: 늘 그렇지 뭐. 대표팀이 우리를 실망시키는 거 하루 이틀 일이냐? 그냥 깔끔해서 좋네. 이번에는 시작부터 기대를 하지 않아도 될 거 같아!
Re: 골때리네. 아니 술 처먹으러 나갔으면 적당히 먹고 조용히 들어올 일이지, 경찰? 미친 놈들이네. 야 볼 것도 없잖아. 그냥 빼버려! 솔직히 이런 인간들을 핵심 선수라고 대우해 주는 건 웃기는 일이야.
Re: 그래도 신중해야 할 거 같아. 다른 선수들도 아니고 존 테리와 웨인 루니야. 현재 대표팀에서 그들을 대체할 수 있는 자원은 아무도 없어.
Re: 존 테리는 그렇다쳐도 루니는 대체 자원 있잖아? 데이빗 장! 대체 자원이 아니고 더 뛰어난 자원이긴 하네.
Re: 니 말대로 대체 자원이 아니라고. 웨인 루니와 데이빗 장의 조합을 보는 건 이번 대회에서 가장 기대하고 있는 부분 중 하나야. 웨인은 이번 시즌 27골을 넣었다고. 물론 40골을 쳐 넣은 데이빗에게 묻히긴 했지만 말이야. 그게 아니라면 차선이 저메인 데포인데...얘는 루니가 넣은 득점의 절반 정도 밖에 골을 넣지 못했어. 데이빗의 1/3 수준이지. 루니가 병신 같은 짓을 한 건 맞는데 대체 자원이 있는 건 아니야.
Re: 그런 생각이 문제야! 내가 막 나가도 날 건드릴 수 없다는 믿음이 저들을 엇나가게 하는 거라고! 우리는 저런 멍청이들에게 끌려 다녀서는 안 돼.
Re: 아니 이 멍청이들이 병신같은 짓을 한 건 맞는데, 도대체 감독과 코치라는 작자들은 뭘하고 있었던 거야? 선수단 관리를 어떻게 하길래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냐고?
Re: 이봐 멍청한 친구, 감독이랑 코치가 쟤들 스토커를 하는 것도 아닌데 그걸 어떻게 막아? 작정하고 몰래 빠져 나가는 선수를 잡을 수 있겠어? 대표팀 선수들이 무슨 유치원 생도 아니고 일일히 붙어서 나쁜 짓하지 말라고 감시라도 해야 되냐?
Re: 감독과 코치가 얘네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라고 만든 직책이 아닐텐데? 넌 좀 생각을 하고 글을 써라.
============================ 작품 후기 ============================
-시기는 다르지만 실제로 대표팀 합숙 중에 존 테리가
-숙소를 무단 탈주(?)하여 음주 행각을 벌인 적이 있어여
-글에서는 루니까지 껴서...
-아 그리고 어제 설명이 부족했는데요
-고양이를 분양 받아온 게 아니고
-임시 보호 중입니다 ㅎㅎ
-애교가 엄청 많긴 한데 새벽에 울어서 골치가 아프네요 ㅎㅎ
-지금도 글 쓰는데 옆에서 열심히 방해 중이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