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Answer-265화 (265/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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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다 어려워."

결국 후반 20분, 추가 실점을 허용하고 만 리버풀이었다. 벤치에서, 그리고 관중석에 앉아 있던 선수들로부터 탄식이 터져 나왔다.

"진짜 안쓰럽다. 안쓰러워."

마틴 스크르텔은 본인의 포지션이 수비수이다 보니 아무래도 감정이입을 그쪽으로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화난 표정으로 다른 동료들에게 뭐라뭐라 이야기하고 있는 마틴 켈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확실히 마틴 저 녀석, 많이 늘긴 늘었어."

"그래. 은근히 유리몸 기질이 있어서 그렇지 실력은 충분해. 그래도 아직 호세가 더 낫다고는 생각하지만 호세의 백업으로는 차고 넘치는 친구야."

"근데 오늘 진짜 답답한가 보네. 저 녀석 저러는 거 처음 보지 않냐?"

"그럴만 하지. 지금 수비진에서 사람 구실 하는 녀석이 저 친구 밖에 없는데. 그리고 아직 저 녀석도 루키인데 평소에 저렇게 성질 내긴 힘들겠지."

동료들의 품평에 데이빗은 실소를 흘렸다.

"맞아요. 다니엘한테 화를 냈다가는 한 대 맞을 지도 모르고, 캐라야 부주장이니까 그렇다 치고, 마틴은..."

"야 누가 때린다는거야? 내가 깡패야?"

"그래 임마! 사과해! 다니엘이 가끔 뚜껑 열리면 눈에 보이는게 없다고 하지만 깡패는 아니야!"

"...어이 캐라. 너 지금 약 올리는 거냐?"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으로 다니엘 아게르가 항변했고 잠시나마 분위기가 밝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헤매고 있는 선수들을 보고 있자니 다시 절로 한숨이 나왔다.

"건질만한 녀석은...켈리 저 친구랑, 루이스, 마르코...요 세 명밖에 없나."

"...죄다 원래 퍼스트 팀에 있던 친구들이잖아."

"그건 그런데 딱히 눈에 들어오는 친구가 없잖아? 저기 스털링인가 하는 꼬맹이는 전반전에는 그럭저럭 괜찮더니 후반전에는 완전히 돼지같은 플레이를 하고 있잖아. 만약 내가 있을 때 저런 플레이를 했다면 한 대 패버렸을 거야. 지가 에이스라고 생각하는 거야? 뭔 욕심이 저렇게 많아? 데이빗도 저런 플레이는 하지 않는다고!"

팀 내 확고한 에이스인 데이빗조차 저 정도로 탐욕적인 플레이는 펼치지 않는다. 애초에 데이빗도 기본적인 플레이 스타일 자체가 드리블러에 기반을 두고 있는 만큼 어느 정도 볼을 소유하는 경향은 있었지만 그에 못지 않게 간결한 플레이, 이타적인 플레이도 높은 수준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데이빗이 만약 개인기에 의존하는 돌파만 아는 이기적인 플레이어였다면 지금처럼 동료들의 신뢰를 얻지도 못했을 것이다.

"...아직 어려서 그래요. 넘치는 의욕을 주체하지 못해서 그런거죠."

본인의 이야기가 나와 조금 쑥쓰러웠지만 애써 감싸주는 모습을 보인다. 탐욕적인 부분은 제어해 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나이가 들며 생각이 성숙해지고 경험이 쌓이면 고쳐질 수도 있는 부분이고 말이다.

"그거야 그렇지. 그래도 저 친구는 한 동안 리저브에서 좀 더 있어야 할 거 같은데. 뭐 중요한 건 감독님 생각이겠지만 말이야."

"마르코가 가서 뭐라고 하네. 열 받을만 하지. 방금도 마르코가 노마크였잖아. 아니 플레이 메이커를 무시하고 지 혼자 해결하겠다고 드는 건 도대체 뭐냐고."

"감독님도 화가 났나 보다. 그러고보니 우리 감독님도 꽤 괜찮지 않아?"

"그렇죠? 전 불만 없어요. 우리들한테도 잘해 주고 전술적으로도 신뢰할만한 분이라고 생각해요."

"아무튼 뭐...여름이 지나가 봐야 알겠지만, 다음 시즌에도 리저브에서 올라올 만한 녀석들은 그렇게 많이 보이진 않네."

"올라올 녀석들은 올라와. 굳이 불쌍해 할 필요도 없어. 이 바닥이 그렇게 만만한 동네는 아니잖아?"

아직 경기가 끝나지 않았지만 단정하듯 스크르텔이 말했다. 다른 선수들의 감상도 비슷했다.

"그렇지. 막시도 부상 이후로 영 좋지가 않고...대충 공격진의 백업 멤버 한 명 정도만 영입해 오면 되지 않을까? 아, 수비쪽에서 멀티 포지션 역할을 할 만한 친구도 하나 있으면 좋겠네."

"그래, 한 두 명 정도만 보강하면 챔피언스 리그까지 문제 없을거야. 다음 시즌에도 우승컵 들어 올려야지. 거기에 빅 이어까지 말이야."

"당연하지. 거기에 FA 컵까지 먹고 우리도 트레블 한 번 해보자."

모든 클럽의 꿈인 트레블, 리그 우승과 챔피언스 리그 우승, 그리고 FA컵까지 모두 석권하는 대 기록을 이야기하는 선수들이다. 그들은 이 꿈이 실현 불가능하다고 여기지 않았다.

2 대 1로 역전당한 상황, 시간은 점점 종료를 향해 다가갔다. 역전골까지 넣은 스완지 시티는 급할 것이 없었다. 차분히 지키기만 하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반면 경험이 부족한 리버풀 선수들은 더욱 조급함을 이기지 못하고 경솔한 플레이로 기회를 날려 먹었다. 수아레즈는 짜증이 치밀어 오르는 상황속에서도 조용히 기회를 기다렸다.

'한 번, 두 번도 필요 없어. 딱 한 번만 끝내주는 패스를 부탁한다고!'

로스 타임을 포함하여 5분 가량 시간이 남아 있었다. 수아레즈는 포기하지 않고 집중력을 유지했다. 오늘 자신이 이 경기장 위에서 크게 보여준 것이 없었기에 상대 수비의 경계심도 조금은 풀어졌다. 슬슬 승리를 의식하고 있을 시간이기에 경기에 완전히 집중하기 어려우리라.

'온다!'

간만에 좋은 위치에서 마르코 로이스가 공을 잡았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공을 요구한 끝에 얻어낸 결과였지만 수아레즈에게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유일하게 그가 이 피치 위에서 믿을만한 선수가 공을 잡았다는 것이고 이는 곳 찬스라는 이야기였다.

'쓰리, 투, 원, 간다!'

마르코 로이스의 트래핑, 그리고 턴 동작에 맞추어 타이밍을 잰다. 그리고 뒤도 돌아 보지 않고 뒷공간을 향해 달렸다. 마르코 로이스라면 자신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을 것이다. 한 시즌을 함께하며 이미 그의 능력에 대해 신뢰하고 있는 수아레즈였다.

그리고 역시나 그의 예상대로 마르코는 그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팀 내 최고의 패싱 센스를 보유한 이 답게, 완벽한 타이밍에, 완벽한 코스로 공을 보내 주었다.

'제법 따라 붙는데?'

완전히 정신줄을 놓고 있던 것은 아닌지 상대 수비가 제법 달라 붙어 왔다. 하지만 이렇게 죽자사자 따라 붙는 수비수를 따돌리는 방법은 간단하다. 수아레즈는 순간적으로 공과 함께 급정지했다. 그리고 관성을 이기지 못하고 마크맨이 앞으로 쭉 밀려나가게 만들었다. 그로 인해 슈팅 코스가 뻥 뚫렸다. 사실상 일 대 일 찬스나 다름 없었다.

'20호 골은 물 건너 갔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이름값은 한 것 같다며 만족하기로 했다. 가볍게 공을 때려낸 수아레즈, 그리고 자신의 슈팅이 골망을 흔드는 것을 확인하고 마르코 로이스를 향해 달려갔다. 그가 아니었다면 오늘 경기 이후 남는 것은 스트레스 밖에 없었으리라.

삑 삑 삐익-

수아레즈의 동점골이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경기가 종료되었다. 스완지 시티 선수들은 조금 허탈해 보였지만 크게 기분 나쁜 표정도 아니었다. 1.5군이라고는 하지만 어쨌든 리버풀을 상대로 무승부를 이끌어 낸 것도 값진 결과였기 때문이다.

"잠깐, 어디 가는 거야?"

마르코 로이스가 라커룸으로 향하려는 선수들을 붙들어 세운다. 그들은 이 경기에서 크게 인상적이지 못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잘 알고 있었고 상심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내심 혀를 찬 마르코, 하지만 표정 변화 없이 손가락을 들어 한 쪽을 가리켰다.

"멀리 이곳까지 응원 와준 팬들이 있잖아. 너희도 프로 선수라면 인사는 해야지."

그게 기본적인 예의가 아니냐며 말하고는 먼저 발걸음을 옮긴다. 반박할 수 없는 마르코의 말에 선수들이 머뭇머뭇 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수아레즈와 함께 먼저 원정 팬들 앞에 서서 박수를 치며 인사하는 마르코, 팬들은 비록 승리하진 못했지만 열심히 뛰어 준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로 화답했다.

"젠장..."

엉망에 가까운 플레이를 펼쳤음에도 따뜻하게 환대해 주는 팬들을 보고 있자니 절로 부끄러운 마음이 솟아나는 선수들이다. 그들은 비로소 오늘 경기에서 조급하게 플레이 한 것,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하기 시작했다.

"어이 거기 꼬맹이."

팬들에게 인사를 마치고 라커룸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선수들, 수아레즈는 자신보다 앞서 있던 스털링을 부른다.

"저요?"

"그래 너."

손가락을 들어 자신을 가리키고 있는 스털링에게 성킁성큼 다가가는 수아레즈. 그리고 눈을 똑바로 마주치며 입을 열었다.

"아직 어리니까, 어떻게든 자신을 어필하고 싶은 마음은 알겠는데, 그런 식으로 플레이하지 마라. 알겠어?"

"......"

"성질 같았으면 확 패버렸을 거야. 난 마르코 녀석이 경기 중에 오늘처럼 화를 내는 모습 처음 봤어. 네가 마르코보다 낫다는 거야? 왜 패스를 안해?"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그렇게 이기적인 플레이로 결과를 만들어 냈으면 모를까, 스털링은 오늘 경기에서 딱히 한 일이 없었다.

"명심해. 넌 아직 애송이일 뿐이야. 니가 그렇게 동경하는 데이빗이었다면 이딴 플레이는 절대 하지 않았을걸? 아니, 애초에 너 대신에 그 녀석이 있었다면 오늘 한 5골은 넣었을 거야."

할 말을 다했다는 듯 다시 발 걸음을 옮기는 수아레즈, 그리고 몇 걸음 가지 않아 다시 멈춘다.

"널 다시 퍼스트 팀에서 볼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지만, 내 말 명심해. 어줍잖은 영웅놀이를 계속하려거든 나가서 동네 축구나 하라고."

그리고는 정말 끝이라는 듯 손을 한 번 흔들며 터벅터벅 걸어갔다. 그 뒷 모습을 지켜보던 스털링은 입술에 피가 맺히도록 강하게 짓씹었다.

"끝났네."

"뭐...결국 루이스랑 마르코의 분전이었다고 해야하나. 켈리는 좀 불쌍했고. 나머지는 냉정히 얘기해서 언급할 가치가 별로 없었어."

"루이스는 아쉽게 됐네. 한 골만 더 넣었다면 리그 20호 골을 기록하게 되는 건데 말이야."

가볍게 경기에 대한 평을 나누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어쨌든 지지 않았으니 그걸로 만족하는 선수들, 하나 둘 통로를 빠져나가 라커룸으로 향했다.

"라커룸 분위기 죽여 주겠는데?"

"뭐 그렇겠지? 그래도 어쩔거야? 지들이 못해서 이기지 못했는데."

"어이, 너무 그러지 말고 조언이라도 한 마디 해주라고. 어쨌든 귀여운 꼬맹이들이잖아. 가끔 따뜻한 한 마디가 힘이 될 수도 있어."

"봐서."

*시즌 종료

-리그 순위

1위  리버풀  28승 8무 2패  92점  ( C )

2위  맨시티  28승 6무 4패  90점

3위    맨유  25승 7무 4패  82점

4위  아스날  23승 8무 7패  77점

5위  토트넘  21승 8무 9패  71점

6위  뉴캐슬  20승 9무 9패  69점

7위    첼시  20승 8무 10패  68점

8위  에버튼  15승 11무 12패  56점

9위    풀럼  14승 10무  14패  52점

10위    WBA  13승 8무 17패  47점

11위  스완지  12승 11무 15패  47점

12위  노리치  12승 11무 15패  47점

13위  선덜랜드  11승 12무 15패 45점

14위  스토크  11승 12무 15패  45점

15위    위건  11승 10무 17패  43점

16위  아스톤  7승 17무 14패  38점

17위    QPR  10승 7무 21패  37점

18위    볼턴  10승 6무 22패  36점  ( R )

19위  블랙번  8승 7무 23패  31점  ( R )

20위  울버햄튼  5승 10무 23패  25점  ( R )

-득점 순위

1위  데이빗 장  리버풀  40골

2위  로빈 반 페르시  아스날  30골

3위  웨인 루니  맨유  27골

4위  세르히오 아게로  맨시티  23골

5위  루이스 수아레즈  리버풀  19골

6위  클린트 뎀프시  풀럼(토트넘)  17골

6위  엠마뉴엘 아데바요르  토트넘  17골

6위  야쿠부 아예그베니  블랙번  17골

9위  뎀바 바  뉴캐슬  16골

10위  그랜트 홀트  노리치  15골

-도움 순위

1위  마르코 로이스  리버풀  19어시스트

2위  다비드 실바  맨시티  15어시스트

3위  안토니오 발렌시아  맨유  13어시스트

3위  후안 마타  첼시  13어시스트

5위  데이빗 장  리버풀  11어시스트

5위  엠마뉴엘 아데바요르  토트넘  11어시스트

5위  알렉상드르 송  아스날  11어시스트

8위  가레스 베일  토트넘  10어시스트

8위  루이스 나니  맨유  10어시스트

10위  루이스 수아레즈  리버풀  9어시스트

10위  시오 월콧  아스날  9어시스트

10위  사미르 나스리  맨체스터 시티  9어시스트

10위  스테판 세세뇽  선덜랜드  9어시스트

============================ 작품 후기 ============================

-군기 잡는 수아레즈

-털무룩

-스털링에 대한 기억이 벌써(?) 가물가물해 지는데

-얘도 초반에 탐욕 쩔어서 욕 좀 오지게 먹었던 걸로 기억이..

-스털링 요 자식을 글에서 어떻게 처리할까 아직 좀 고민이 되네요

-그 전에 완결이 날 거 같기도 하고...

-그나저나 요즘 판 할 감독이 무쟈게 까이고 있는데

-이 양반이 확실히 자기 고집이 드럽게 세긴 센가 봅니다

-4500억을 전부 이 분의 의사대로 사용했다면 모르겠는데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판 할에게 그정도의 전권을 주었을 것 같지는 않고

-너무 심하게 까이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해요

-물론 잘하고 있다는 건 아닙니다

-이것도 일종의 퍼거슨 후유증인듯

-진짜 퍼거슨 감독이 4500억을 썼으면

-퍼거슨은 본인의 의사대로 선수 영입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감독이었으니

-맨유 스쿼드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을지

-상상도 안 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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