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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nswer-264화 (264/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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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눈빛이 장난 아니던데요?"

"그래. 말했잖아. 우리가 가 봤자 별로 할 일이 없을 거라고."

전반을 마치고 라커룸을 찾은 데이빗은 딱히 할 일을 찾지 못했다. 이는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는데, 경기에 나선 대부분의 리저브 선수들이 무섭게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괜히 그들의 집중력을 깨뜨리고 싶진 않았기에 조용히 감독의 지시를 함께 듣고 그들의 등을 두드려 주는 선에서 방문을 마무리 지었다. 물론 그 중에서도 주인을 본 강아지처럼 꼬리를 흔드는 녀석-라힘 스털링-도 있었지만 말이다.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후반전을 위해 입장하는 선수들을 바라보는 캐러거, 데이빗은 입맛을 다시며 중얼거렸다.

"사실 좀 이해가 안 가는게...물론 이번 시즌에 처음 올라온 선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한 번쯤은 퍼스트 팀에 올라온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잖아요. 오늘따라 유독 기합이 강하게 들어가 있는 것 같은데...이유를 잘 모르겠네요."

"그거야 별 거 있나. 뻔한 얘기지."

별거 아니라는 듯 손을 저으며 설명한다.

"이번 시즌 우리 팀 성적이 어땠냐?"

"네?"

갑자기 무슨 소리냐며 데이빗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캐러거는 굳이 대답을 원하고 물어본 것이 아니었는지 곧바로 말을 이었다.

"우승했지. 챔피언스 리그에서도 뭐...8강이면 크게 부끄러운 성적은 아니었고. 중요한 건 우승 팀이라는 말이야."

그리고 나른한 눈빛을 지우고 데이빗을 똑바로 응시한다.

"우승한 클럽, 그리고 앞으로도 충분히 우승을 차지할 저력이 있는 클럽이 선수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 오는 지 충분히 알거야."

안다. 비록 단 한 번의 경험밖에 없지만 데이빗은 이미 짜릿한 그 맛을 알아 버렸다.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만약 하위권의 팀에서 자신에게 두 배의 돈을 더 줄테니 그들의 팀으로 오라고 한다면 1초도 망설이지 않고 거절할 것이다.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데이빗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누구나 우승을 원해. 이건 퍼스트 팀 선수들 뿐만 아니야. 리저브 선수들에게는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이 상위 레벨에서 뛰는 것이 1차적인 목표겠지만 말이야, 이왕이면 우승권 팀에서 뛰고 싶은거 아니겠어?"

"그것도 그렇네요. 하지만 우리는 이번 시즌 대부분 1위를 유지했잖아요?"

그것만으로는 오늘의 남다른 집중력과 열의가 설명되지 않는다며 데이빗이 의문을 표했다.

"그래, 하지만 오늘은 시즌의 마지막이야. 더 이상 이번 시즌에 저들에게는 기회가 없지. 자 여기서 간단한 퀴즈. 시즌이 끝나고 다음 시즌 시작 전에 뭐가 있지?"

"...아..."

그제야 감을 잡은 데이빗이 탄성을 내뱉자 캐러거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이적 시장이 있잖아. 그리고 너도 잘 알겠지만 언론에서 크게 다루지 않아서 그렇지, 리저브 레벨의 선수들의 이동은 꽤나 잦은 편이야. 특히 상위권 팀은 더 하지. 냉정한 이야기지만 우리 같은 클럽들은 리저브 선수들이 최고 레벨로 성장할 가능성이 부족하다 싶으면 오래 기다려 주지 않아. 시장에서 바로 대체 자원을 사오곤 하지. 그렇게 되면 바로 방출이야."

"...알고 있어요."

자신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 또한 익히 알고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자신이 리저브에서 머무르고 있던 당시, 팀 내 최고의 유망주 대우를 받았던 이는 자신이 아니었다. 물론 리저브 리그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이후 점차 역전되긴 했지만 초반에는 분명 다니엘 파체코가 많은 이들의 기대를 받는 특급 유망주였다.

하지만 지금은 여러 팀을 임대다니는 신세로 전락해 버렸다. 아직까지 구단에서는 그에 대한 기대를 접지 않고 있으나 점점 의문 부호가 하나 씩 늘어가고 있는 상황임은 부정하기 힘들었다. 근 시일 내에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이제 다른 팀을 알아 보아야 할 때가 가까이 온 것이다.

"그러니까 죽기 살기로 하는 거지. 진작 잘했으면 됐을 거라는 이야기는 하지마. 그게 가능했다면 저들이 지금까지 리저브에 남아 있을리 없으니까."

냉정하게 들리는 이야기였지만 캐러거의 말은 진실이었다. 데이빗은 조금 무거워진 어조로 말했다.

"혹시 저 친구들이 저럴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던 거에요?"

"꼭 눈으로 봐야 아나."

동문서답 같았지만 충분한 답변이 되었다. 데이빗은 새삼 캐러거가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고 있음을 느꼈다.

"뭐 그러니까 쟤들 일은 알아서 맡기고 편하게 지켜 보자고. 젠장, 너때문에 먹을 걸 못 사왔잖아. 니가 가서 사와 임마."

'아니, 그냥 귀찮았던 걸지도...'

전반에 한 골 실점하긴 했지만 홈 팀 스완지 시티는 호락호락 물러서지 않았다. 그들도 순위는 거의 고정된 상황이었고 큰 동기부여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었지만 2011-2012 시즌의 마지막 홈 경기였기에 최선을 다 하고 있었다. 어느 팀이건 간에 홈 팬들을 실망시키고 싶지는 않기 마련이다. 설령 상대가 챔피언 리버풀이라고 해도 말이다.

"확실히 체크해! 너희가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대야! 물러서지 마!"

스완지 시티의 젊은 감독 브렌단 로저스는 이번 시즌 안정적으로 팀을 이끌며 능력을 인정받고 있었다. 올 시즌 승격 팀들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었고 강등권과는 한참 떨어진 곳에 팀을 안착 시켰다.

현재 리그 11위, 승격 팀 치고는 상당한 성과였다. 그런 만큼 팀의 기세도 나쁘지 않았고, 특히 이번 경기에서 주전들을 대거 제외한 리버풀을 상대로는 충분히 해볼만 하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저들에게는 방심이 아니지만, 우리로서는 기회다.'

자신이 리버풀의 감독이라고해도 비슷한 진용으로 이번 경기에 임했으리라. 당연히 주축 멤버를 빼고 후보, 혹은 리저브 선수들로 구성하는 게 맞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럼으로써 스완지 시티와 리버풀이라는 두 클럽간의 격차가 상당 부분 줄어 들었다. 지금 피치 위에서 뛰고 있는 선수 중에 스완지 시티 선수들보다 확실히 우위에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선수는 루이스 수아레즈와 마르코 로이스 둘 뿐이었으니까.

'아무리 리버풀의 리저브라고 해도 이쪽은 프리미어 리그 경험을 충분히 쌓은 선수들이다.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경기야!'

리버풀의 리저브 선수들이 제법 의욕을 보이며 선전하긴 했지만 그뿐이었다. 아직 여물지 못했고 플레이의 세밀함이 떨어졌다. 여기에 스티븐 제라드, 혹은 데이빗 장 정도 되는 선수가 한 명만 추가되어 있었다면 그로서도 난감한 상황이 되었겠지만 그들은 벤치에도 없었다.

로저스 감독의 지시대로 스완지 시티 선수들은 차분히 경기를 풀어 나가기 시작했다. 시즌의 마무리로 리그 1위 팀을 잡고 끝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는 마무리가 될 것이다. 아무리 상대가 베스트 전력이 아니라고 해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결국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것은 단순한 승패 여부였으니 말이다.

"좋지 않은데..."

턱을 괴고 지켜보던 캐러거가 중얼거렸다. 데이빗도 그 의견에 동의했다. 얼핏 보면 리버풀이 아직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실속이 없는 플레이, 오히려 스완지 시티의 기민한 움직임에 점점 압박 당하는 모양새였다.

"저럴 때 물러서면 안되는 데."

안타깝다는 듯 옆에 있던 스크르텔도 탄식을 내뱉었다. 벤치에 앉아 있던 달글리시 감독도 자리에서 일어나 크게 독려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에게 닿기에는 조금 부족했나 보다. 순간적으로 공의 소유권이 넘어갔고 아직 스완지 시티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한 리버풀 선수들의 움직임이 기민하지 못한 사이 순식간에 역습으로 전환되었다.

"마틴! 막아!"

데이빗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마틴 켈리를 향해 소리쳤다. 하지만 그 혼자서 감당할 수 있는 공격이 아니었다. 이번 시즌, 대부분의 시간을 퍼스트 팀에서 보낸 마틴 켈리는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 포 백 구성원들과 호흡을 맞출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기본적인 챌린지 & 커버도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 너무도 간단하게, 단순한 스루 패스 한 번에 뒷 공간을 허용해 버리고 말았다.

스완지 시티의 공격수가 비록 이름값이 떨어지는, 월드 클래스에 미치지 못하는 흔한 레벨의 선수라고 해도 프리미어 리거였다. 골키퍼와의 일 대 일 상황도 놓치는 무능력한 선수는 아니었던 것이다. 오랜만에 선발 출장 기회를 잡은 알렉산더 도니 골키퍼가 필사적으로 몸을 날려 보지만 그 혼자서 막기에는 골대 너무 크고 넓었다.

출렁-

가볍게 골망이 흔들렸고 리버티 스타디움이 열광의 도가니로 변모했다. 소수의 리버풀 원정 팬들은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 버렸고 스완지 시티 선수들의 골 세레모니를 지켜보아야 했다.

"아...너무 쉽게 줬는데..."

안타까운지 마틴 스크르텔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만약 자신이 피치 위에 서 있었다면 이렇게 쉽게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을 거라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다.

"급조된 포 백이니 호흡이 안 맞는 건 당연한 일인데...그래도 저건 좀 심한데..."

캐러거도 답답한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딱히 고도의 팀 워크가 필요한 수비도 아니었다. 한 명이 공을 가진 선수에게 붙고 다른 한 명이 공간을 커버하는, 수비의 기초 중의 기초였다. 전술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의 플레이를 요구하는 것이 과연 가혹한 일인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여기서부터가 진정한 시험대가 되겠네요."

데이빗이 핵심을 짚었다. 컨디션이 좋거나, 경기의 흐름을 탔을 때 좋은 플레이를 보이는 것은 쉽다. 하지만 이런 박빙 상황, 그리고 상대에게 흐름을 내어 준 상황에서 자신의 실력을 보이는 일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본연의 실력에 더해 강인한 정신력까지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선수의 능력치 총합을 그대로 볼 수 있는 상황.

"그렇지. 저 친구들도 머리로는 알고 있을 거야. 다만 그걸 실제로 피치 위에서 보여줄 수 있느냐가 문제겠지."

어린 아이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이럴 때 능력을 보여준다면 확실히 눈도장을 찍을 수 있다는 사실은 깊은 깨달음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니까. 하지만 말과 행동은 다른 것처럼, 생각을 현실로 만들어 내는 것 또한 녹록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딱히 극적으로 변화가 일어날 것 같지는 않네."

데이빗은 아직 완벽히 파악하지 못했지만 캐러거의 눈에는 보였다. 선수들이 당황한 상태라는 것, 그리고 조급하다는 사실이 말이다.

그리고 실제로 경기는 캐러거의 예측대로 흘러갔다. 전반적으로 플레이가 급해지다보니 패스 성공률이 떨어지고 무리한 돌파 시도가 늘어났다. 오늘 주장 완장을 차고 경기에 나선 마르코 로이스가 어떻게든 그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었지만 아직 그의 지배력은 팀 전체를 아우를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주전들만 빠지면 이 모양이구만."

불쾌한 표정으로 침을 탁 뱉는 수아레즈, 그는 지난 시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잊고 싶은, 유쾌하지 못한 기억이었지만 지금 상황과 유사한 면이 많다 보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래, 그때 그 누구였더라...제 2의 앙리라는 터무니 없는 별명을 달고 있는 녀석이었는데...딱 그때하고 비슷한 거 같네.'

그리고는 슬쩍 벤치 쪽을 바라본다. 정확히는 벤치 뒤쪽에 마련된 관중석, 그곳에 앉아 있는 기존의 동료들을 바라 본 것이지만 말이다. 정장을 쫙 빼입고 굳은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그들을 보고 있자니 실소가 흘렀다.

'나도 진작 한 두 골만 더 넣어 놓을 걸. 이딴 경기는 정말 최악이야.'

레벨 낮은 경기는 아무리 축구를 좋아하는 자신이라고 해도 정말 사양하고 싶었다. 남다른 승부욕과 향상심을 가진 그로서는 참기 힘든 일이었으니까.

'저기 앉아 있는 친구들 중에서 한 두 명만 경기장에 들어와 준다면 정말 바랄 게 없겠는데.'

이왕이면 스티븐 제라드와 데이빗 장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였다. 친선 경기에서도 벤치에 포함되지 않은 선수는 뛸 수 없으니 말이다. 자신의 망상을 떨쳐 낸 수아레즈가 씩 웃으며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뭐, 좋게 생각하면 매번 데이빗, 데이빗 녀석만 찾아대는 녀석들에게 내 실력을 확실히 보여줄 수 있는 기회려나?"

자신보다 한 수 위의 선수라는 점은 인정하고 있었다. 단순히 기록뿐만 아니라 경기장에서, 그리고 평소 훈련장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확실히 절로 감탄을 불러 일으키는 선수였으니까.

하지만 자신도 아직 성장 중이었다. 차이가 난다고 하지만 아직 그의 등이 보였다. 수아레즈는 그와 계속해서 좋은 파트너로 남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수준 미달이어서는 곤란했다.

'좋은 패스 하나만 찔러 달라고 마르코.'

먹이를 노리는 야수의 눈빛으로 조용히 기회를 기다렸다.

============================ 작품 후기 ============================

-새해 첫 로또를 사러 갑니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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