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Answer-263화 (263/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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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5월 13일 점심 무렵, 리버풀 선수들은 스완지 시티 원정을 위해 멜우드 트레이닝 센터에 모였다. 데이빗으로서는 며칠만의 일이었다. 공식적으로 발표는 하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는 데이빗 장의 올림픽 대표 합류를 기정 사실화 하고 있었기에 하루라도 그에게 더 휴식을 주자는 취지에서 훈련에 참여하지 말고 휴식을 취하라 전한 것이다. 그래도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비록 벤치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함께 자리하지 않는다면 극성스러운 언론들의 좋은 먹이감이 될 터였기에 오늘은 다른 동료들과 함께 하게 된 것이고 말이다.

그래도 오전에 진행된 간단한 몸풀기 훈련에 참여할 필요는 없었기에 느긋하게 출발 시간에 맞추어 정장 차림으로 멜우드에 찾아 왔다. 점심 식사까지 마친 동료들이 휴식을 취하며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들과 인사를 나누기도 전에 누군가 후다닥 다가와 큰 소리로 자신에게 인사를 건네는 모습이었다.

"어, 그래 안녕?"

'...누구였더라...?'

내심 당황했지만 티내지 않고 자연스럽게 인사를 받았다. 전에 한 번 본 기억이 있는 친구였는데 정확한 이름이 기억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데이빗이 자신의 인사를 흔쾌히 받아 주었다는 사실에 감격(?)했는지 눈을 빛내며 쨍알쨍알 말을 늘어 놓는 상대였다.

"이번 시즌 정말 멋졌어요! 저도 진짜 데이빗 장 선수와 함께 뛰고 싶었는데...그래도 저 지난 청백전때 보다는 많이 늘었어요! 이번 시즌 리저브에서도 괜찮게 플레이했고, 그리고..."

쉴새 없이 쫑알거리는 녀석의 모습에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었다. 애초에 누군지 잘 기억도 안나는 상황이라 뭐라 말을 받아야 할지도 모르겠고 말이다.

"아...그랬구나. 아무튼 반가워."

"감사합니다! 오늘 진짜 잘할 자신 있어요! 오늘 데이빗 씨가, 아 데이빗 씨라고 불러도 될까요? 아무튼 그래서 다음 시즌에는 꼭 퍼스트 팀에서 함께 뛰고 싶어요. 오늘 반드시 제 실력을 보여 주겠어요!"

"어, 그래...기대하고 있을게."

"감사합니다! 그리고 말인데요..."

아직 할 이야기가 많다는 듯 본격적으로 말을 꺼낼 준비를 시작하는 모습, 다행히 구원군은 가까이 있었다.

"어이 스털링! 이제 버스 타야 해. 잡담 그만하고 준비하라고."

"제가 오늘 경기에서...앗! 네! 알겠습니다!"

아직 퍼스트 팀 경험이 없다보니 바짝 군기가 든 모습이다. 데이빗은 실소를 흘렸고 스털링은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가방을 챙겼다.

"그럼 나중에 또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너무 방해하는 건 아니죠?"

"괜찮아. 같은 팀 동료끼리 그런 게 어디 있어. 편하게 이야기해도 좋아."

"감사합니다! 그럼!"

도도거리며 뛰어가는 모습, 데이빗은 그제서야 스털링이라는 이름을 기억해 낼 수 있었다.

"라힘 스털링이라고 했던가?"

"맞아, 너의 추종자 중 하나지."

어느새 다가온 디르크 카윗이 씩 웃으며 말을 걸었다. 그리고는 저기 좀 보라며 은밀하게 턱짓으로 가리켰다.

"무사 녀석도 은근히 네 녀석의 추종자잖아. 난 정말 저 녀석이랑 이야기하다가 우리 팀으로 온 것이 너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몇 번이나 들었는지 몰라. 정말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줄줄 외울수도 있어. 한 번 해볼까? 사실 다른 팀에서도 연락이 많이 왔어요. 근데 이 팀에는..."

"그만, 알겠으니 그만해요. 젠장."

질색하며 손사래를 치는 데이빗이다. 카윗은 껄껄 웃으며 상관 없지 않냐는 듯 말을 이었다.

"저기 무사 녀석 표정 좀 보라고. 애인을 빼앗긴 것 같잖아? 오, 이런 인기 많은 남자 같으니. 그러니까 팬들이 니 입술을 그렇게..."

"아오! 그만 좀 하라구요. 잊고 있었는데..."

으르렁거리며 질색하는 데이빗의 모습에 카윗이 낄낄거리며 즐거워한다. 그의 취미는 역시 데이빗을 놀리는 일인 것 같다.

"뭐 그러니까 오늘은 저기 시소코 녀석하고 함께 앉아서 가라고. 헤이! 무사! 오늘 데이빗이 너하고 같이 가고 싶다는데?"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이 인간아! 내가 언제..."

벌컥 소리를 치려던 데이빗은 말을 다 끝마치지 못했다. 어느새 눈을 반짝이며 급화색을 띈 무사 시소코가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하...하."

"그럼 좋은 시간 되라고."

눈을 찡긋하며 룰루랄라 버스에 오르는 디르크 카윗이 그렇게 얄미워 보일 수 없었다.

"잘하네요."

오늘 기존의 퍼스트 팀 선수들은 대부분 개점휴업 상태였다. 개인 기록을 위해 뛰고 있는 루이스 수아레즈(리그 20호 골까지 2골 남은 상황)와 마르코 로이스(시즌 10호 골까지 1골 남은 상황)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벤치에도 들지 못했고 리버풀의 벤치 뒤편에 마련된 관중석에서 느긋하게 관전을 하고 있었다.

평상시라면 선발 명단 제외, 거기에 벤치 명단에서까지 제외가 되는 상황을 달가워할 리 없는 선수들이지만 오늘은 달랐다. 이미 우승을 확정 지었고 축하 파티까지 했던터라 마음이 한껏 푸근해져 있었고 편안하게 휴식을 즐기며 마치 관중이 된것처럼 경기를 관전하고 있었다.

"누구? 아, 저기 저 꼬맹이 말하는 거야?"

옆자리에 앉아 팝콘을 먹으며 완벽한 관람객의 포스를 풍기고 있던 캐러거가 말을 받아 준다.

"...근데 그 팝콘은 어디에서 가지고 온 거에요?"

"밖에서 사왔지. 그냥 앉아서 보면 심심하잖아."

뭐 문제 있냐는 듯 어깨를 으쓱하는 캐러거, 데이빗은 그래도 우리 팀의 경기인데 너무 편하게 풀어진 것 아니냐며 투덜거렸다.

"뭐 어때? 근엄하게 본다고 뭐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쟤들은 말하지 않아도 잘 할거야. 아, 루이스랑 마르코는 제외. 나머지들은 어떻게든 퍼스트 팀에 올라가려고 아둥바둥할텐데 굳이 우리까지 근엄해질 필요 있어?"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부주장이라는 인간이! 좀 진지해져 보라구요."

"떽떽 거리기는. 젊은 녀석이 그렇게 빡빡하게 굴면 못써. 알았다 알았어. 다 먹었어 이제."

빈 통을 한 켠에 놓으며 입맛을 쩍 다신다. 그리고 좀 전에 하던 얘기나 마저 하자며 넉살 좋게 어깨 동무를 걸어 왔다.

"누구 말한 거야? 저기 저 꼬맹이?"

"그렇게 말하면 내가 어떻게 알아요...저 친구 있잖아요. 스털링이라고 했던 녀석."

"아, 아까 출발 전에 너한테 엄청 앵겨 붙던 꼬마놈?"

"...엉겨붙기는 뭘 엉겨붙었다고 그래요. 아무튼 스털링 저 친구, 꽤 잘 하네요."

데이빗의 감상에 캐러거는 잘 모르겠다며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졸린 듯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입맛을 다시며 말한다.

"뭐...나쁘진 않은 거 같은데 잘 모르겠다. 나이가 몇 살이라 그랬더라?"

"저보다 4살 어리다고 했으니까...17살인가? 생일이 지났으면 18살일 수도 있겠네요."

"그래, 뭐 나이를 생각하면 잘하긴 하는데..."

그러면서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데이빗을 훝어 본다. 뭔가 물건을 품평하는 듯한 눈길이라 데이빗이 짜게 식은 눈으로 그를 바라 보자 주섬주섬 설명을 덧붙인다.

"널 보고 나니까 말이야. 어지간한 녀석들은 딱히 눈에 안 들어와서 말이지. 이야, 이것도 큰일이야. 눈이 너무 높아져 버렸다고. 어떻게 할거야 우리 귀여운 데이빗 씨?"

"...젠장, 내가 말을 말아야지."

그냥 들으면 칭찬이지만 말하는 느낌이 놀림에 가까웠던지라 고개를 돌려버리는 데이빗이다. 캐러거는 낄낄거리며 그의 어깨를 팡팡 두드렸다.

"칭찬이니까 그렇게 삐지지 마. 뭐 잘하긴 잘하네. 좀 더 갈고 닦으면 퍼스트 팀 레벨에서도 충분히 좋은 전력이 될 수 있겠어."

방금 전 인상적인 돌파를 선보인 라힘 스털링을 보며 휘파람을 불었다. 확실히 신인다운 저돌적인 패기가 보기 좋았다.

"그래도 좀 아쉽네. 방금 한 번 더 공을 끌지 않고 중앙 쪽의 마르코에게 연결시켜 주었다면 훨씬 괜찮은 그림이 나왔을 텐데. 그런 걸 보면 확실히 아직 어려."

"그건 확실히 그렇네요. 마르코가 좋은 위치로 달려가고 있었는데, 하다 못해 2 대 1 패스를 주고 받았다면 좋았을 텐데요."

"그래, 신인은 보통 저게 정상이지. 어딘가 아쉽거든. 분명 재능은 확실하고 어지간해서는 1인분 이상 할 것 같은데 막상 시합에 내보내 보면 그게 잘 안되거든."

그러면서 또 묘한 눈빛을 자신에게 보내오는 터라 데이빗은 눈을 가늘게 떴다.

"뭐! 또 왜요!?"

"아니, 그러니까 니가 진짜 특이 케이스란 말이야. 딱히 적응 기간도 필요 없었고 그냥 바로 리그를 씹어 먹는데..."

그게 사람이냐면서 데이빗의 이마에 손을 올린다.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어 데이빗이 황당한 표정을 짓자 캐러거가 장난스레 말을 이었다.

"너 사람 맞지?"

"...이제는 사람 취급도 안하는 겁니까?"

허탈하게 항변하는 데이빗을 보고 즐거워하는 캐러거.

"농담이니까 그러지 마. 자꾸 그러면 더 놀리고 싶어 지잖아."

"저리가요. 그리고 나도 리저브에서 나름 준비 기간이 있었단 말이죠. 적응 기간이 필요 없었다니, 그건 오버에요."

"오 친구, 누구도 일 년 남짓한 시간 동안 리저브에 있었던 걸 충분한 시간이라고 이야기하진 않는다네. 다른 리저브 친구들이 들으면 널 죽이려고 할거야."

이 말에 대해서는 반박할 거리가 없는 터라 데이빗은 쳇 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 또한 알고 있었다. 리저브에서 자신보다 경력이 오래된 친구들이 아직도 퍼스트 팀에 올라오지 못하고 있는 반면, 자신은 단 한 시즌만에 리저브 생활을 청산하고 프리미어 리거가 되었다. 그들에게 '나도 나름 준비 좀 했거든요?' 라고 이야기할 배짱 따위는 없었다. 욕은 기본으로 먹을 것이고 총이나 맞지 않으면 다행일 것이다.

"뭐 그게 니 책임은 아니니까. 기회를 받고도 잡지 못한 저 친구들 책임이지."

"병주고 약주는 겁니까..."

툴툴거리는 데이빗, 캐러거는 신경쓰지 말라며 껄껄 웃었다. 그 사이, 드디어 선제골이 들어갔다.

"오 마르코 녀석! 죽이는 슈팅인데!!"

심드렁하게 경기를 보고 있던 캐러거가 벌떡 일어나 박수를 치며 즐거워 한다. 확실히 멋진 골이었다. 왼쪽 측면에서 가볍게 한 명을 따돌리고 중앙쪽으로 방향을 잡은 로이스는 감각적인 감아차기로 골망을 흔들었던 것. 본인의 리그 9호 골이자 시즌 10호 골이었다.

"이야, 궤적이 죽여 줬어요! 역시 마르코라니까!"

데이빗도 크게 웃으며 연신 박수를 쳤다. 이번 경기에서 시즌 10번 째 골을 성공시킨 동료에 대한 아낌없는 축하를 보냈다.

"이제 남은 건, 루이스의 리그 20호 골이네요."

"두 골이나 넣어야 하는데, 가능성이 없진 않지. 아직 전반인데다 루이스 저 녀석도 은근히 몰아 치는 재주가 있단 말이야. 리저브 녀석들이 루이스의 입맛에 딱 맞게 움직여 주진 못하겠지만 마르코도 있으니 기대해 볼만 하지 않을까?"

"맞아요. 딱히 스완지 시티 친구들이 루이스를 완벽하게 제어하고 있는 것 같지도 않고."

경기 승패는 딱히 중요하지 않다보니 동료들의 개인 기록에 더 신경을 쓰는 모습들이다. 직접 경기를 뛰는 리저브 선수들이야 어떻게든 어필하기 위해 안간 힘을 쓰고 있었지만 말이다.

삑 삐익-

"아 벌써 전반이 끝났네."

"생각보다 다들 잘 하는데? 다음 시즌에 자리 빼앗기지 않으려면 긴장 좀 타야겠어."

전혀 긴장되지 않는 어조로 스크르텔이 자리에서 일어 났다. 45분 내내 자리에 앉아 있다보니 좀이 쑤시기도 했고,

"너도 갈 거지?"

데이빗을 향해 함께 라커룸으로 가자고 권한다. 아직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에게 우상과도 같은 퍼스트 팀 선수들의 조언은 감독의 말보다 더 효과가 있을 것이다.

"물론이죠. 다 가는 거 아니었어요?"

"몇 몇은 귀찮다고 그냥 앉아 있겠대. 저기 니 옆에 있는 부주장 형씨도 그런 거 같은데?"

그 말에 고개를 돌려 확인하니 옆 자리에 앉아 있던 다니엘 아게르와 가위 바위 보를 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 왔다. 어이없다는 표정을 숨기지 않은 채 데이빗이 캐러거를 쿡 찔렀다.

"뭐 하는 거에요...?"

"응? 뭐긴 뭐야. 가위 바위 보 하는 거지. 진 사람이 매점에 가서 먹을 것 좀 사오는 거야. 너도 할래?"

"...하긴 뭘 해요. 전반 끝났는데, 라커룸가서 다른 친구들 만나서 얘기나 좀 하려고 하는데. 안 갈거에요?"

데이빗의 반응에 귀찮다는 듯 손을 흔드는 캐러거.

"가서 뭐하냐. 꼬맹이들이야 뭐 알아서 잘 하겠지. 괜히 긴장이나 안 하면 다행이겠지. 그러니까..."

"내가 못 살아. 빨리 와요 좀!"

억지로 캐러거를 잡아 일으킨다. 귀찮다며 발버둥 치는 캐러거에게 부주장으로서 좀 자각을 하라며 쏘아 붙였다.

"감독님이 어련히 알아서 잘 하실텐데...아 알겠어. 가면 되잖아."

============================ 작품 후기 ============================

-2016년의 첫 연재를 2연재로 시작할 수 있어 기분이 좋네요

-조금씩 몸 상태가 정상으로 돌아오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2016년에도 열심히 달려 보겠습니다

-그럼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올 한 해 원하시는 바 모두 이루시길 바랍니다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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