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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올림픽 나가고 싶은데..."
"루이스는 나이도 많잖아. 참으라고."
"너랑 세 살 밖에 차이 안나. 쳇...그놈의 23세 이하 규정은 뭐하러 만들어 놓은 거야?"
툴툴거리며 괜시리 데이빗에게 심술을 부린다. 악의 없는 장난이었기에 데이빗도 웃으며 받아 넘긴다.
"그나저나, 어제 뉴스 장난 아니게 올라오던데? 한동안 시끄럽겠다?"
"뭐 생각보다 반응이 크긴 한데, 어쩔 수 없지."
어깨를 으쓱이며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모습을 보인다.
"어제 내가 아는 사람들한테는 대부분 연락을 받은 것 같아. 이거 진짜냐고, 정말 올림픽 나갈 거냐고 묻는데, 마치 앵무새가 된 기분이었어. 자동 응답 기능으로 같은 말을 녹음해 놓고 싶었다니까?"
"그래서 난 연락 안했잖아. 고맙지?"
"그래 고맙네. 아무튼, 근데 루이스도 우루과이에서는 와일드 카드로 선발하고 싶다고 이야기 나온 걸로 아는데? 갈 수 있는거 아니야?"
"나도 거기에 희망을 걸고 있어. 나 말고도 비슷한 나이 대에 괜찮은 친구들이 꽤 있어서 말이야."
에딘손 카바니라던가 하면서 중얼거리는 모습이 꼭 가고 싶은 것으로 보였다.
"잘 되지 않을까? 루이스도 이번 시즌 잘했잖아. 에딘손 카바니? 그 친구도 잘했어?"
"...너한테 그런 말 들으니 되게 얄미워 보이는 거 아냐?"
확 때려버릴까 라고 중얼거리며 주먹을 들어 보인다. 유럽 전체에서 손꼽히는 개인 성적을 기록한 녀석이 이런 말을 하니 칭찬처럼 들리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는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개인 기록만 보면 나보다 조금 낫지. 이번 시즌에 30골을 넘겼으니까. 커리어 하이 시즌이라지? 리그에서는 5위였나? 4위였나, 아무튼 그렇게 잘 하진 못했는데 코파 이탈리아에서 우승하고 득점왕도 먹었어."
"헤에, 이름은 들어 봤는데 그렇게 잘하는 친구였는지는 몰랐네. 그럼 루이스의 와일드 카드는 물건너 간거 아니야?"
"......"
말없이 이를 드러내며 주먹을 쥐는 수아레즈의 모습에 데이빗은 한기를 느끼고 바로 꼬리를 내렸다. 가끔 루이스가 저렇게 이를 드러내면 묘한 오싹함을 느껴야 했다.
"와일드 카드는 세 장이잖아. 나도 어디가서 안 꿇린다고. 이번 시즌에 그래도 20골은 넣었으니까."
바로 옆에 있는 데이빗이 미친 거지 자신도 어디가서 부끄러워할 만한 성적은 아니라며 수아레즈가 당당히 가슴을 폈다.
"그래, 아무튼 잘 됐으면 좋겠다. 근데 잠깐만..."
생각해보니 뭔가 이상하다며 데이빗이 고개를 갸웃한다.
"우루과이랑 우리나라랑 같은 조 아냐? 같이 A조였던거 같은데?"
"그랬나? 딱히 어느 나라하고 같은 조가 되는 지 관심이 없어서."
무신경한 수아레즈의 모습에 데이빗이 혀를 찼다. 출전하고 싶다면서 이렇게 될대로 되라는 식은 또 뭔가 싶었다.
"하긴, 어느 팀하고 붙어도 어려울 테니 그럴 수도 있겠다."
가볍게 도발하는 데이빗, 수아레즈도 가만히 듣고만 있지 않았다.
"웃기고 있네. 미안한데 니네 나라에서 하는 잔치상 확 엎어 버려야 할 거 같다. 조 2위나 노려 보시지?"
장난스럽게 투닥거리다 보니 어느새 코치의 눈에 들게 되었다.
"너희들 제대로 안하고 장난만 칠거야?!"
코치가 눈을 부라리며 호통을 치자 찔끔한 둘이 떨어졌다.
"어린애냐..."
한숨을 쉬며 고개를 흔드는 클락 수석 코치, 달글리시 감독은 뭐 어떠냐는 듯 그저 웃었다.
"뭐, 이대로도 좋지 않나. 우승도 했겠다, 딱히 동기 부여도 되지 않을테고 말이야."
"그거야 그렇죠. 특히 데이빗은 다음 경기에 출장하지 않을 거라고 이미 이야기를 한 상태니까요. 루이스는 리그 20호 골 기록에 2골이 남아 있으니 어지간하면 출장하겠지만 말이죠."
"그래, 그러니 적당히 풀어 주도록 해. 한 시즌 동안 다들 고생 많았으니 남은 경기는 보너스 라운드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가자고."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어제 데이빗 녀석의 올림픽 대표 차출과 관련되서 이야기가 상당하던데요."
"아 그거 말인가?"
한숨을 쉬며 훈련에 열중하고 있는 데이빗을 바라 본다.
"구단에서는 일단 언급을 자제하기로 말을 모았네. 어디서 정보가 새 나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불화 같은 것은 말도 안되는 이야기이고 현재 협의 중이라는 식으로 보도가 나갈거야. 실제로 불화 따위는 없다고. 망할 기자 녀석들 같으니..."
어제 2시간에 걸쳐 이야기를 나눈 것은 맞지만 딱히 싸우거나 그런 것도 아니었는데 일부 언론사에서는 데이빗이 팀의 행사에 불만을 품고 있다는 식으로, 혹은 데이빗 장이 돌출 행동을 하고 있다는 식으로 자극적인 기사를 써내려 갔다. 한 발 더 나아가 데이빗이 팀에 불만을 가졌고 여름에 다른 팀 이적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레발을 떨 정도였으니 달글리시 감독이 머리 아파 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럴거라 생각했습니다. 데이빗 녀석이 그럴 친구는 아니니까요."
"그래, 자신의 실력에 대한 자부심은 있지만 주변을 배려할 줄 아는 친구야. 어제도 충분히 예의를 갖추어 이야기를 하더군. 사실 저 정도 레벨의 선수라면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경우도 많지 않나. 결론이 같다고 해도 말하는 방식에 따라 주변 상황이 정 반대가 될 수 있음을 아는 거야."
"그래도 어지간하면 나가지 않았으면 좋겠는데요."
"난들 안 그렇겠나. 그래도 우리는 저 친구가 나가는 것을 고려하고 플랜을 짜야 해. 출전하게 되어 부상을 입는다면 그 기간동안만 케어해 주면 되지만 마음이 떠나 버리면 방법이 없어. 그러니 자네도 혹시 언론에서 접촉해 오거든 말을 조심해 주게나."
"물론이죠.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라드, "데이빗의 마음 이해할 수 있어"]
리버풀의 캡틴 스티븐 제라드가 인터뷰를 통해 데이빗 장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데이빗 장은 7월 말부터 시작되는 2012 런던 올림픽의 축구 대표로 출전하겠다는 뜻을 밝혀 구단과 의견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먼저 일부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구단과 데이빗 장과의 관계가 악화된 것은 전혀 아닙니다. 그들은 서로를 존중하고 있고 입장 차이를 좁히기 위해 건설적인 대화를 나누었을 뿐이죠. 데이빗은 오늘도 팀 일정에 성실히 참여하였고 구단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선수로서 데이빗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나라를 대표해서 뛸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명예입니다. 가슴에 조국의 국기를 달고 그라운드를 누비는 것은 특별한 일입니다. 선수라면 누구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충분히 프로페셔널한 선수이고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는 선수입니다. 이번 시즌, 그는 우승컵을 들어올리기 전까지 술을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고 자신의 몸 상태를 유지했습니다. 올림픽에 나간다고 해도 그의 컨디션이 무너질 거라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의 올림픽 출전 여부에 관계없이 우리는 그가 건강한 시즌을 치를 수 있도록 모든 도움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다시 한 번 우승에 도전할 것이고 최고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구단에서의 입장 발표, 그리고 데이빗 장의 짤막한 인터뷰에 더해 제라드까지 언론 보도에 나서자 분위기는 어느 정도 진정되었다. 이들이 주력한 것은 어디까지나 악성 언론, 즉, 구단과 데이빗 간의 갈등이 있다는 내용에 대해서였다. 올림픽 출전 여부에 대한 논쟁은 이들이 이야기한다고 해서 막아질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그저 끓어 넘치는 분위기를 조금 진정시킬 수 있을 뿐.
그리고 올림픽 대표팀이 감독을 맡은 스튜어트 피어스 감독도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그는 100년만의 올림픽 메달 획득을 위해서는 데이빗 장의 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그의 건강을 위해 세부적인 플랜이 준비되어 있음을 밝혔다. 이례적일 만큼, 선수 개인에 대한 특혜라면 특혜를 주겠다고 대놓고 말한 상황인지라 다른 선수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져 나왔고 피어스 감독은 그런 비판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데이빗 장은 다들 아시다시피 유로 2012에 참여해야하는 선수입니다. 그리고 올림픽 대표를 위해 기꺼이 헌신하겠다고 말했죠. 그의 귀중한 여름 휴가를 반납하고 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선수입니다. 누구라도 데이빗 장처럼, 두 개 대회를 병행한다면 저는 그 선수에게 데이빗과 동일한 대우를 해줄 것입니다. 우리는 나라에 헌신하는 선수의 건강을 책임질 의무가 있습니다."
스튜어트 피어스 감독의 발언은 상당한 인상을 남겼다. 특혜 논란에 대해 정면으로 맞서며, 오히려 당연히 해주어야 할 의무라 역설한 것이 다수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들도 대부분의 선수들이 유로 2012의 출전에는 적극적인 반면, 올림픽 대표 출전은 꺼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실 확실히 결정난 것은 없지만 다들 네가 올림픽 대표로 합류하는 걸 기정사실화 하고 있는 분위기야."
저녁을 함께하며 티티가 상황을 정리했다. 제임스는 코웃음을치며 고기 조각을 입으로 가져갔다.
"흥, 남이 올림픽 대표에 가든 말든 뭔 말들이 그렇게 많은 건지 모르겠네."
"그거야 그런데, 뭐 이렇게 논란이 되는 것도 다 실력과 인지도가 있으니 가능한 거야. 어쨌든 프로 선수에게 있어서는 긍정적인 일이라는 거지."
"알고 있어. 킁."
"다행이네. 생각보다는 일이 잘 풀리는 것 같아서 기분 좋다."
괜히 일이 너무 시끄러워지면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었기에 데이빗은 지금 상황이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어물쩍 구렁이 담 넘어가듯 지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이제 남은 건, 남은 시간 동안 무조건! 충분히 휴식을 취하는 거야. 네가 올림픽에 다녀 온 뒤에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평소와 같은 모습을 보여주면 아무런 이야기도 나오지 않을거야. 하지만 네가 체력적으로 힘들어 하거나, 부상이라도 당한다면 넌 팬들의 비난을 피하지 못할거야. 프로 의식도 없는 멍청이라고 욕하겠지."
친구 사이지만 이것만큼은 확실히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듯 티티가 엄한 목소리로 데이빗에게 경고했다. 그는 자신의 친구가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알고 있어. 걱정하지마. 절대 그런 일 없을거야."
"그래, 아무튼 딱딱한 이야기는 이제 집어 치우자."
"좋은 생각이야."
반색하며 제임스가 잔을 들어 올렸고 오랜만에 친구들과 술잔을 나누게 된 데이빗은 가볍게 건배를 나누었다.
"이렇게 셋이 함께 한 잔하는 것도 참 오랜만이네."
술잔을 빙글빙글 돌리며 데이빗이 중얼거렸다. 시즌을 치르는 도중에 딱히 술 생각이 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가끔, 이렇게 친구들과 함께 자리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들곤 했었다.
"그러네, 어디보자...마지막으로 함께 자리한 것이 벌써..."
손가락을 꼽으며 헤아리는 티티, 제임스가 가볍게 대답했다.
"9개월 정도 됐지."
"아 그래. 그 정도 됐네. 분명 이번 시즌 개막 전에 만나서 이야기를 했었으니까."
"9개월이라, 난 2~3년은 된 것 같아. 그거 밖에 안 되었다니, 좀 놀랍네."
어깨를 으쓱하는 데이빗에게 티티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예전에는 우리가 일주일에 한 번은 기본으로 한 잔하러 가곤 했으니까 그런거겠지. 나도 가끔 예전 생각이 많이 나더라."
"아무래도 좋아. 너희들 빨리 마시라고. 쳇, 시즌 끝나면 같이 마시려고 쌓아 놓은 술이 아직 많이 있는데 오늘부터 또 금주라니..."
툴툴거리는 제임스, 술을 좋아하는 그가 데이빗의 건강한 시즌을 위해 얼마나 참아 왔는지 잘 알고 있는 둘이었다. 그는 이번 시즌, 데이빗에게 단 한 번도 술을 마시자고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랬기에 분명 시즌을 마치고 기분 좋게 마실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인데 첫 술 자리가 마지막 자리가 되고 말았다.
"어쩔 수 없잖아. 올림픽 대표까지 다녀 오려면 최대한 몸 관리를 해야 한다고."
데이빗도 아쉽다는 듯 말했고 티티가 웃으며 잔을 들었다.
"그래, 일 년은 금방이야. 다음 시즌이 끝나고 나면 별 다른 일 없을테니 그때 마음껏 즐겨 보자."
"쳇, 다들 오늘 각오하라고. 집에 가면 더 많지만 오늘 가져온 녀석들만으로도 일단은 충분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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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이네요
-정말 2015년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네요
-다들 2015년 한 해 어떠셨나요?
-아쉬운 일이 많으신 분들도 계실거고
-기분 좋은 기억이 많은 분들도 계실거라 생각합니다
-어쨌든 지난 한 해 다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2016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