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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그랬군."
-네, 일단은 그렇게 서로 입장 정도만 확인하고 헤어졌어요.
"그래, 들어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분위기가 나빠 보이지는 않네."
-그런가요?
"그렇지. 난 사실 구단에서 그것보다 더 심하게, 완강하게 절대 불가를 이야기할 줄 알았어. 뭐 안된다고 이야기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말이야, 그래도 그런 자리에서는 분위기라는 게 중요하거든."
같은 말을 해도 뉘앙스와 분위기가 중요한 법이라며 제라드가 말했다. 그리고 수화기 건너편에서 조금 밝아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행이네요. 구단과 심한 갈등을 일으키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뭐...상대가 네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구단에서 조심스럽게 접근하지는 않았을테지만 말이야.'
내심 웃으며 제라드는 생각했다. 만약 리저브 수준, 혹은 후보 수준의 선수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면 두 시간에 걸쳐 이야기가 이어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냥 딱 잘라서, 절대 안된다는 뜻을 밝히는 것으로 대화가 끝났을 확률이 높았으리라. 냉정한 이야기일지는 몰라도 구단 입장에서 선수의 위상에 따라 대우가 달라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대체 가능한 자원이냐, 불가능한 자원이냐는 하늘과 땅 만큼의 차이가 있었다.
"아무튼 너도 좀 더 생각을 해봐. 유로 2012까지도 아직 한 달이 남아 있잖아? 천천히 쉬면서 진행해도 될 문제같은데..."
-그것도 그렇겠죠. 제 입장에서는 빨리 끝내고 신경을 쓰지 않았으면 좋겠지만...일단은 쉬면서 유로 2012부터 생각해야겠어요.
"그래, 그렇게 하자. 나도 언제까지 대표팀에서 뛸 수 있을지 모르는데 이번에는 꼭 우승을 해보고 싶어."
-저도 마찬가지에요. 아무튼 이야기 들어줘서 고마웠어요 캡틴.
통화를 마치고 가벼운 한숨을 쉬는 제라드, 그 옆에 알렉스 커란, 그의 부인이 다가왔다.
"그 데이빗 장이라는 선수의 전화에요?"
"맞아. 뭐...이야기해도 상관없나. 본인이나 구단이나 이야기가 커지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언론에서는 그런걸 기가 막히게 잘 찾아내니..."
조만간 언론에서 크게 이야기가 나올거라 여겼기에 어깨를 으쓱하고 말을 잇는다.
"데이빗 그 친구가 올림픽 대표로 출전하고 싶다고 나서서 말이야. 구단 입장에서는 당연히 반대하는 거고."
짤막한 말이지만 알렉스 커란이 알아 듣기에 충분했다. 그녀는 이 무뚝뚝한 남자와 10년을 함께한 사이였다. 축구 선수를 남편으로 두다보니 자세한 상황 설명이 없어도 이해가 빨랐다.
"저런, 피로가 상당할텐데. 그래서?"
"뭐 본인은 꼭 하고 싶다니까. 본인이 하고 싶다는데 어떻게 말리겠어?"
"그렇네. 결국 가장 중요한 건 본인의 의사겠지. 구단에서 반대가 상당할텐데, 그래서 도와달라고 이야기한 거야?"
"비슷해. 뭐, 사실 내가 도와주지 않는다고 해도 결국 구단이 그 녀석을 막을 수는 없어. 흔한 선수도 아니고 팀의 핵심적인 선수인데 불만이라도 생기게 만들었다가는 그거야말로 말도 안되는 일이니까."
결국 선수를 말리는 이유는 그의 몸 상태를 걱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몸 상태를 걱정하다 마음을 잃어서야 곤란한 일이다.
"흐응, 그렇구나. 그때 이야기를 많이 해보진 않았지만 자기한테 들은 이야기도 그렇고, 그 사람 고집이 그렇게 세 보이진 않던데."
"뭐 이 정도는 고집도 아니지. 이적하겠다고 땡깡 피우지만 않으면 괜찮아."
어지간히 그간 마음 고생이 심했는지 제라드는 그런 말을 꺼냈다.
"헤에, 이러니 저러니 해도 꽤나 아끼고 있나봐?"
"당연하지. 이번 우승도 그 녀석이 없었다면 절대 불가능이었어. 로이스나 다른 몇 몇 친구들은 실제로 데이빗 그 녀석과 함께 뛰고 싶다는 부분이 이적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하더군."
본인 앞에서는 절대로 하지 않을 말이지만 지금은 데이빗이 없으니 자연스레 흘러 나왔다. 커란은 살풋 웃으며 남편의 손을 잡았다.
"그런 건 상관 없어. 난 다만 당신이 앞으로 그런 동료를 떠나 보내고 슬퍼하지 않으면 족해."
자신의 남편이 마음고생하는 것을 곁에서 지켜본 그녀였기에 이런 말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제라드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배려에 감사했다.
"고마워.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 이 친구는 아마 날 실망시키지 않을 것 같거든."
"그랬으면 좋겠네요."
가볍게 키스를 나누는 두 부부, 그리고 타이밍 좋게 제라드의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다. 커란은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 났다.
"간만에 분위기 좋았는데, 참 너무 잘나가는 남자라는 것도 문제라니까."
"흠흠, 네 스티븐입니다."
헛기침을 하며 전화를 받는다. 발신인은 자신의 감독, 케니 달글리시였다.
-아 스티븐, 쉬는데 미안하군. 잠깐 통화 가능하겠나?
"문제 없습니다. 무슨 일인데 그러시죠?"
-다름이 아니라...
용건을 늘어 놓는 달글리시 감독, 제라드는 방금 전 데이빗의 통화 내용을 다시 한 번 듣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말인데...
"알고 있습니다. 방금 전에 데이빗 녀석하고 통화를 했거든요."
그래서 평소라면 하지 않을 중간에 말을 자르고 들어 갔다. 아무리 그라고 해도 10분도 안되는 사이에 같은 말을 두 번 연속으로 듣는 것은 고역이었다.
-그랬나? 뭐라던가? 아니지, 나와 똑같은 말을 했겠군. 그래서 자네는 뭐라고 했는가?
"제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그냥 이야기만 들은 정도입니다."
-...후 그렇군. 혹시 자네에게 데이빗이 조언을 구한다면 말이야, 미안하지만 설득을 좀 부탁해도 되겠나?
'...양 쪽에서 서로 설득해달라고 하니 이거야 원...'
쓴 웃음을 지으며 제라드가 빠르게 생각을 정리한다. 감독으로부터 먼저 말을 들었으면 모르겠으되, 이미 선약(?)이 잡힌 상황에서 허락하긴 어려웠다.
"제가 이야기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아무리 착한 친구라지만 간섭처럼 느껴진다면 기분이 좋을 것 같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구변 좋게 넌지시 돌려 거절의 뜻을 밝힌다. 달글리시 감독이라면 이렇게 이야기해도 알아 들을 것이다.
-...그래, 그럴 수도 있겠지. 알겠네. 괜히 신경쓰게 해서 미안하네.
"아뇨, 제가 도움이 되지 못해 죄송합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아시겠지만 데이빗 녀석, 그렇게 생각 없이 막 덤비는 스타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올림픽에 나간다고 해도 자기 관리를 어느 정도 알아서 할 친구입니다."
-알고 있네. 어쨌든 내 쪽에서도 그 친구가 올림픽...까지 소화한다는 가정을 기준으로 플랜을 짜야겠어. 다음 경기에서는 원래 쉬게 해 줄 생각이었지만 말이야.
"감독님의 생각에 따르겠습니다."
-물론 자네도 다음 경기에서는 쉬어야지. 이번 시즌, 정말 고생 많았네.
"저는 특별히 한 것이 없습니다. 모두가 함께 이룬 성과죠."
-그래, 그럼 내일 훈련장에서 보자고. 좋은 시간 되게나.
딱히 데이빗 쪽에서나, 그리고 구단 쪽에서나 올림픽 대표 출전과 관련하여 언론에다 떠들지 않았다. 그들은 서로 최대한 조용히 일을 마치고 싶었고 이야기가 커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하지만 어디에서 냄새를 맡았는지, 귀신처럼 정보를 포착한 이들이 있었다. 구단 내에 그들의 정보원이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신속하게 기사가 바로 올라 왔다.
[데이빗 장, 올림픽 대표 출전을 두고 구단과 마찰을 빚다]
리버풀 소속의 스트라이커 데이빗 장이 이번 런던 올림픽의 대표로 출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화제가 되고 있다. 현재 21세인 이 공격수는 (올림픽이 열리는 시점에서는 22세가 된다) 소속팀 리버풀의 우승을 견인하며 20대 초반의 선수 중 최고로 꼽히는 신예이다. 오늘 오전, 데이빗 장은 그의 에이전트와 함께 구단 내부 인사-케니 달글리시 감독과 데미안 코믈리 단장-와 미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약 2시간에 걸쳐 미팅을 진행했지만 양 자간의 입장 차이는 좁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데이빗 장 측에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올림픽 출전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구단 측에서는 유로 2012 출전이 확정적인 데이빗 장이 올림픽까지 소화하는 것은 지나친 혹사라며 반대하고 있다.
이번 시즌 데이빗 장은 리그와 컵 대회를 합쳐 총 44경기에 출장하였다. 현재 데이빗 장과 구단 측은...
Re: 음? 이게 무슨 소리야?
Re: 기자가 소설을 쓴거야? 우리 구단 홈페이지는 조용한데? 리버풀에코도 별 이야기가 없고
Re: 제목만 보고 깜짝 놀랬는데...별 거 아닌거 같은데? 구단 측에서야 당연히 말리는 거고. 선수야 나가고 싶을 수도 있는 거지.
Re: 와, 만약에 이 친구가 나가게 되면 진짜 금메달은 식은 죽 먹기겠다.
Re: 설레발 치지 말라고 친구. 아직 나간다고 확정된 것도 아니고, 나간다고 해도 이 친구 혼자 축구하는 것도 아닌데...
Re: U-23 레벨도 안되는 올림픽 축구에서는 충분히 혼자 해 먹을 거 같은데? 애초에 프리미어 리그나 챔피언스 리그에서도 얘를 제대로 막는 선수가 없는 판국에...
Re: 지난 올림픽에서 메시가 끼니까 상대 팀이 불쌍해 보일 지경이더라. 얘는 이미 메시 급이야. 기록이 증명하고 있지. 아직 메시보다 조금 미치지 못한다고 해도 올림픽 무대 정도 박살내는 건 일도 아니지.
Re: 진짜 환영이다! 그럼 나도 마음 편하게 올림픽 경기를 보며 이 친구를 응원할 수 있을 거 아냐? 솔직히 우리 팀하고 경기할 때는 죽이고 싶었어!
Re: 나도. 리버풀 팬들 빼고 이 녀석을 좋아할 사람은 없지. 국가 대항전은 좋은 기회야. 유로 2012나 올림픽에서라면 맥주 한 잔 마시면서 느긋하게 이 친구가 다른 팀을 유린하는 걸 즐길 수 있잖아?
Re: 그리고 시즌이 개막하면 그 맥주잔을 집어 던져 버리겠지.
Re: 난 반대야! 선수는 축구하는 기계가 아니라고! 아직 21살 밖에 안된 선수를 이렇게 혹사시킬 수는 없어!
Re: 구단에서 말려야 해. 그깟 올림픽 금메달 따위 필요 없다고! 우리에겐 데이빗의 건강이 더 소중해!
Re: 우리한테 금메달이 필요 없는 건 맞는데 데이빗이 원한다는 거잖아.
Re: 맙소사. 이 녀석이 올림픽에 나온다고? 그럼 난 무조건 경기장을 찾아 갈거야. 왜냐면 내가 유일하게 마음 편하게 이 친구의 경기를 볼 수 있을 기회일 테니까. 우리 팀은 가난해서 얘를 데려 올 가능성이 없거든...
Re: 사실 구단에서 아무리 말려도 선수가 강행하겠다고 하면 방법이 없어. 예전에 메시도 그랬거든. 리버풀 팬들은 마음을 비우는 게 나을 거야. 물론 나는 그 친구를 올림픽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이 기뻐.
Re: 집 주위를 막아 버리자! 절대 나가지 못하도록 말이야!
Re: 다른 구단 팬들에게도 기쁨을 좀 달라고! 다들 데이빗 녀석에게 신기록을 만들어 준다고 최소 1~2골 씩은 헌납했잖아? 기브 앤 테이크 몰라?
Re: 니들이 준게 아니고 데이빗이 넣은 거야. 말도 안되는 소리하지 말고 꺼져! 안그래도 지금 머리 아파 죽겠는데...
리버풀의 프리미어 리그 첫 번째 우승과 관련된 기사가 시들해질 무렵 터져나온 기사는 팬들의 많은 관심이 쏠렸다. 리버풀 팬들 뿐만이 아니라 축구를 좋아하는 이들 모두가 관심을 보이며 자신들의 생각을 밝혔다. 아니, 사실상 넷 상에서 리버풀 팬 VS 나머지의 구도에 가까웠다.
리버풀을 지지하는 이들은 자신들의 핵심 플레이어가 별 실익도 없는 대회에 나가서 혹사 당하길 원하지 않았다. 물론 그들 중에서도 선수가 원한다면 어쩔수 없는거 아니냐는 소수 의견이 있었지만 이는 말 그대로 소수에 불과했다. 절대 다수는 그가 올림픽에 참여하는 것은 재앙이 될거라며 우려했고 구단에서 반드시 막아 주기를 원했다.
하지만 다른 팀 팬들, 그러니까 시즌 내내 데이빗에게 시달렸던 이들은 달랐다. 그들은 국제 대회에서 만큼이라도 데이빗 장의 플레이를 마음 편히 즐기고 싶다는 반응이었고 자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인 만큼 반드시 금메달을 따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한 최적의 인재는 두 말할 것도 없이 데이빗 장이라는 의견.
물론 리버풀 팬들은 유로 2012면 충분하지 않냐며 반박했다. 그렇게 인터넷이 뜨겁게 달아 오를 무렵, 제라드는 에이전트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
"아 나야 스트런. 그래. 인터넷 난리난 거 이미 알고 있지?"
"알고 있어. 사실 구단이나 데이빗 녀석의 입장이 나오기도 전에 내가 먼저 이야기하기엔 모양이 좀 이상할 수 있지."
"그래, 그럼 데이빗 녀석 쪽에서 인터뷰나 발표를 진행한 뒤에 지원을 해주는 식으로 내보내면 좋을 것 같아."
"그럼 부탁할게. 수고해줘."
오늘도 제라드는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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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진짜 컨디션이 뷁이라
-한 편을 쓰는 것도 어렵네요
-휴재 공지를 올리고 싶은 욕구를 참고 간신히 한 편 올립니다..ㅠ
-그럼 즐감하세요...보고 계실때 쯤엔 전 뻗어 있을듯...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