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Answer-260화 (26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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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뵙는군요."

"잘 지내셨습니까? 좋아 보이시는 군요."

우승 축하연이 끝나고 데이빗은 감독과 프런트 진에게 면담을 신청했다. 달글리시 감독은 평소 별다른 요청이나 불만 없이 조용한 편이었던 데이빗이 처음으로 면담을 요청하자 꽤나 긴장했다.

'무슨 일인가? 혹시 지금 이 자리에서 이야기를 해 줄수는 없겠나?'

우승한 마당에 이적을 요청하진 않겠지만 도무지 그 의도가 짐작이 가지 않다보니 걱정스러운 마음이 드는 것도 당연했다. 데이빗은 별일 아니라며 프런트 진과 함께 모인 자리에서 이야기하겠다고,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남겼다. 그리고 5월 8일, 팀 훈련을 마친 데이빗은 자신의 에이전트인 티티와 함께 구단 내 미팅 룸에서 달글리시 감독과 코믈리 단장과 자리를 함께 가지게 되었다.

"데이빗 장 선수는 오늘도 제일 먼저 출근했다고 들었습니다. 역시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되려면 이 정도로 성실해야 한다는 거겠죠."

"하하..."

쑥쓰러운듯 뺨을 긁적이는 데이빗이다. 버릇처럼 일찍 눈이 떠졌고 집에서 딱히 할 일도 없었기에 나왔을 뿐인데 비행기를 태워주니 영 어색했다.

"에이전트 분이시군. 데이빗 이 친구를 발굴하는 데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신 분이라 들었소. 케니 달글리시요. 만나서 반갑소이다."

"저야말로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킹 케니. 저의 부모님들의 우상이었다는 이야기를 어릴 적부터 많이 듣고 자랐습니다."

"허허, 다 예전 이야기지. 이제는 여기 이 친구가 최고니까. 내가 전성기때라고 해도 비교가 안 될것 같아서 민망하구먼."

서로 인사를 주고받으며 덕담이 오고간다. 자리에 앉고 잠시 동안 한담을 즐긴 그들, 그리고 데이빗이 본론을 꺼내기 시작했다.

"먼저 갑작스러운 저의 면담 요청에도 흔쾌히 응해주신 점, 감사드립니다."

"천만에요. 데이빗 장 선수와 관련된 일은 우리 구단에서 최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할 사항입니다."

코믈리가 웃으며 손사래를 쳤고 달글리시 감독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시햇다. 달글리시 감독은 빨리 데이빗의 용건을 듣고 싶어서 안달이 나보였다.

"제가 오늘 단장님, 그리고 감독님을 뵙자고 한 이유는 대표팀 차출 건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어서 입니다."

"차출?"

의외의 화제였는지 달글리시 감독이 고개를 갸웃한다.

"차출이라면...유로 2012 차출 건 말인가? 그건 이미 이야기가 다 끝난 것 아닌가?"

구단에게 차출 거부권이 있는 대회도 아니었기에 의아한 기색을 보인다. 하지만 코믈리는 감을 잡았는지 안색을 흐리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혹시...올림픽 대표 차출과 관련된 이야기입니까?"

그제서야 올림픽 대표를 떠올렸는지 달글리시 감독의 표정이 일변한다. 그리고 그게 사실이냐는듯한 눈빛을 데이빗에게 보낸다. 데이빗은 가볍게 숨을 내뱉고 대답했다.

"네, 올림픽 대표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저는 이번 런던 올림픽 대표로, 단일 팀의 일원으로 출전하고자 합니다."

"후우..."

면담을 마치고 데이빗은 티티와 함께 방을 나섰다. 근 두 시간에 가깝게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진이 다 빠졌다.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을 닦으며 데이빗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수고했어. 사실 이런 얘기를 하는 건 나한테 맡겨도 충분한데."

에이전트를 두는 이유가 그런 것 아니냐며 티티가 말했다.

"아니야. 어쨌거나 내가 내 고집을 피우는 건데,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느낌을 주고 싶지는 않았어."

"그래, 뭐 그것도 나쁘진 않지. 아무튼 예상대로였지만 쉽지는 않네. 그렇지?"

"확실히 그래. 구단에서 말리는 이유도 충분히 납득이 가. 결국 내 개인적인 욕심, 고집때문이라는 것도 알고 있어."

멋적게 웃으며 뺨을 긁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양보할 수 없다는 고집이 느껴진다.

"그래.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떨지 몰라도 나한테는 너의 의사가 가장 중요해. 잘 될거야. 걱정하지 마."

"고마워."

"읏차,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나? 점심 시간도 다 지나 가네. 일단 나가자. 뭐라도 먹어야지?"

"그래. 가자. 배고픈 줄도 모르고 있었네."

씩 웃으며 함께 복도를 걸어 나갔다. 무엇을 먹을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사라지는 둘, 하지만 방 안에 남겨진 두 남자는 아직 밥을 먹을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골치 아프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평소 자기 주장이 거의 없던 녀석이 맞나 싶을 정도로 완고한 모습을 보이니..."

코믈리와 달글리시는 약속이나 한 것처럼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그들로서는 생각지도 못한 화제였다. 사실 코믈리는 데이빗이 재계약 요구를 해 올줄 알았다. 재계약 요구라면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이른 시기이기는 했지만 긍정적으로 받아 들일 생각이었다. 불과 몇 개월 전에 리그 최고 수준의 대우로 갱신한 데이빗이었지만 그때와 지금은 또 가치가 달랐기 때문이다. 다음 경기면 이번 시즌이 종료가 되는데 그러고 나면 이적 시장은 금방이다. 이적 시장이 열리기 전에 그와 다시 한 번 계약 갱신을 진행하는 것은 코믈리로서도 바라는 바였다.

"그래도 무작정 통보하듯 이야기하지 않는 건 저 친구가 우리를 어느 정도 존중하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물론 그게 우리의 말에 따르겠다는 말은 아니겠지만 말입니다."

"확실히 그런 것 같습니다. 평소 훈련장이나 경기장에서도 저 친구는 고집을 부린 적이 거의 없어요. 언제나 주변을 배려할 줄 아는 친구입니다. 그런 그가 이렇게 자신의 생각을 강하게 밝히니...허 참, 어떻게 설득을 해야할 지 모르겠군요."

쓴웃음을 지으며 달글리시 감독은 좀 전의 대화를 떠올렸다.

'꼭 나가야 하겠나? 아무리 자네가 젊다지만 두 개의 국제대회를 연달아 나가는 건 무리야.'

'그렇습니다 데이빗 선수. 유로 2012로 충분하지 않습니까? 데이빗 선수는 로봇이 아닙니다. 프리미어 리그에서 뛰는 선수는 매 년 가혹한 일정과 싸워야 합니다. 솔직히 지금 데이빗 장 선수의 몸 상태도 그리 썩 좋은 상태는 아니지 않습니까?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한 일정을 소화했다가는 부상을 당할 우려가 너무 큽니다.'

자신 뿐만이 아니라 단장 코믈리도 간절한 어조로 재고해 볼것을 권유했다. 하지만 데이빗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하지만 단호히 자신의 뜻을 재차 밝혔다.

'우려해 주시는 부분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네, 사실 저의 개인적인 욕심이죠. 반드시 나가야 할 의무가 없는 대회라는 점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 자신이 올림픽 대표가 되길 원합니다. 이번 올림픽이 아니라면 더 이상 기회가 없을 테니까요.'

그리고 함께 온 에이전트가 지원 사격을 시작했다. 그는 남은 일정을 정리하며 데이빗 장이 확보할 수 있는 휴식 시간에 대해 설명했다. 물론 다음 최종 라운드에서는 휴식을 준다는 전제가 있었지만 그 부분은 달글리시 감독도 동의하는 부분이었다. 우승도 확정 지었고 어웨이 경기인데다 개인 기록(40호 골)도 달성한 상황에서 굳이 그를 출장시킬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티티가 말하지 않았다고 해도 데이빗을 출전시킬 의사가 없었다. 마지막 경기는 리저브 멤버들 위주로 편성하여 그들에게 기회를 줄 생각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올림픽 대표팀의 스탭들로부터 확언을 받았습니다. 대표팀 합류는 3일 전에, 그리고 조별 리그에서는 출전 시간 제한을 통해 데이빗에게 걸리는 부담을 최소로 줄여주겠다고 말이죠. 사실 이 정도 조건이라면 구단에서 진행하는 프리 시즌 일정과 비교해 보아도 크게 과중한 부담은 아닙니다.'

그 말에 프리 시즌 일정과 공식 경기는 엄연히 다른 법이라고 코믈리가 항변했지만 데이빗의 에이전트는 '비행기로 이곳 저곳 이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고려하면 큰 차이는 없지 않느냐'며 반론했다.

그리고는 반론에 반론을 거듭하는, 지루한 소모전의 양상으로 흘렀다. 다행인 점은 데이빗 측에서도 구단의 입장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모양새를 취했고, 구단 쪽에서도 데이빗을 함부로 대할 수 없었기에 분위기가 크게 악화되지 않고 평온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어지간한 선수라면 강하게 출전 불가를 못 박아 버리겠지만...너무 거물이다 보니 상대의 감정이 상할 것을 염두해야 하는 군요."

"그렇죠. 데이빗이 수틀리면...정말 상상도 하기 싫군요."

몸을 부르르 떠는 달글리시 감독, 그로서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은 데이빗이 구단에 마음이 떠나는 일이었다.

사실 구단이 강압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명확했다. 그럴 가능성은 낮지만, 데이빗이 만약 차출 반대에 대한 불만을 품게 되면 그것이야 말로 최악의 사태였기 때문이다. 막말로 데이빗이 언론에 대고 언해피를 외친다면? 득달같이 달려들 승냥이들(다른 구단)이 차고 넘치는 상황이다. 그런 골치 아픈 상황은 피하는게 현명했다.

"말린다고 들을 것 같지는 않군요. 혹시 이와 비슷한 선례가 있습니까?"

달글리시 감독이 반쯤 체념한 어조로, 그러면서도 혹시나 하는 기대를 품고 코믈리를 바라본다. 잠시 생각을 더듬어 보는 코믈리, 그리고 허탈한 어조로 고개를 흔들었다.

"2008년에 리오넬 메시가 비슷한 상황이었습니다. 당시 바르셀로나에서는 극구 말렸죠. 심지어 올림픽 대표 출전은 강제성이 없다는 판결까지 받아냈습니다. 아르헨티나에서도 포기를 한 상황이죠. 하지만 메시가 이 모든 것을 무시하고 출전을 강행해버렸습니다. 판결은 아무런 가치 없는 종이 조각에 불과했죠. 애초에 판결 자체도 강제성이 있는 명령은 아니었으니까요."

"...기억이 나는 것 같군요."

"네, 상황이 그렇게 되자 바르셀로나로서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만약 그들이, 메시가 자신들의 말에 따르지 않았다고 해서 비난하거나 질책했다면 그것보다 멍청한 일은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들은 그리 멍청하지 않았죠. 어쩔 수 없이 메시의 선전을 기원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메시는 U-23 레벨인, 아니 그보다도 수준이 낮겠군요. 아무튼 올림픽에서 상대하는 팀들을 무자비하게 짓밟아 버리고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감독님이 더 잘 아시겠지만 수준 낮은 경기일수록 절대적인 에이스의 가치는 더욱 올라가기 마련이죠."

"그리고...여론 자체도 메시에 비해 데이빗 장의 경우 좀 더 우호적일 겁니다. 메시는 소속팀은 스페인, 국가 대표는 아르헨티나였으니까요. 데이빗 장이 출전을 하겠다고 나설 경우, 리버풀 팬들을 제외하면 쌍수를 들어 환영할 것이 분명하죠."

그 말인즉, 데이빗이 출전하게 되면 최소 메달권까지는 확정적이라는 말이다. 다만 메달의 색이 무슨 색이 될 것인가 정도만 결정되지 않았을 뿐.

"그렇죠. 하지만 냉큼 허락해 주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지금은 딱히 그런 선수가 없습니다만, 다른 선수가 이런 요구를 할 경우에 선례가 될 수도 있습니다."

만약 그때가서 그 선수에게, 데이빗과 다른 태도를 보인다면 형평성의 문제도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사실 달글리시 감독이나 코믈리 단장이나 이미 데이빗이 출전을 강행할 경우 막을 방도가 없다는 부분은 알고 있었다. 솔직한 마음이야 제발 지금이라도 마음을 돌려 주었으면 싶었지만 말이다.

"일단은...곧바로 허락의 뜻을 밝히는 것은 경솔한 일이 될 것 같습니다. 확률은 낮아 보이지만 혹시 데이빗 선수가 뜻을 돌릴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그렇죠. 저도 동의하는 바입니다."

"데이빗 장 선수에게는...사안이 중대한 부분이니 만큼, 지금 당장 확답을 주긴 어렵다는 정도로, 그리고 데이빗 장 본인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것을 권유하는 수준으로 정리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이견 없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확실한 해결책이 나온 것은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 방침이 선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군요. 괜찮으시면 식사나 함께 하시겠습니까?"

"아, 죄송하지만 사양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지금 배가 고픈줄도 모르겠군요."

"이해합니다. 하지만 결국 먹고 살자고 하는 일 아니겠습니까. 그럼 저는 먼저 일어나 보겠습니다."

정중히 인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코믈리, 달글리시 감독은 이마에 손을 짚으며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양호한 편이긴 하지."

일부 스타 플레이어들의 제멋대로인 기질은 정말 경력 많은 감독들로서도 다루기 곤란한 부분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파워를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며 이를 이용하여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는데 능수능란하다. 가끔은 도가 지나쳐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 경우도 있었지만 말이다. 그런 이들에 비하면 데이빗의 태도는 어디까지나 예의가 있었고 정중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제발 뜻을 돌려주었으면 좋겠지만...아무래도 그러긴 쉽지 않을테고..."

원래 아무런 요구가 없던 친구다 보니 이번 요구에 실리는 무게감이 더 크게 느껴졌다.

"제발 부상만 당하지 않고 여름이 지나갔으면 좋겠군."

============================ 작품 후기 ============================

-결국 배째라 식으로 나가버리면 구단에서도 방법이 없는 것이 사실

-그렇게 나갔다고 너 이새기 내말 안들어? 라고 할 수도 없는게

-이 정도 선수쯤 되면 구단에서도 함부로 터치하기가 힘들어지니까여

-역시 메시는 좋은 연재 재료...가 아니라 멋진 선수네요

-최근 잦은 송년회, 술자리로 인해 몸 상태가 영 좋지 못합니다

-그런고로 앞으로...아니 한동안 1연재

-잠시 본심이 나올뻔

-추천이 컨디션 회복에 그렇게 좋다던데

-진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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