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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nswer-239화 (239/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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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군."

아스톤 빌라와의 프리미어 리그 32라운드 경기가 지금 막 마무리되었다. 달글리시 감독은 아스톤 빌라의 감독 앨리스 맥리시와 악수를 나눈 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지난 챔피언스 리그 경기의 패배를 선수들이 어느 정도 털어낸 모습이었네요."

스티브 클락 수석 코치 역시 경기가 끝난 뒤에야 비로소 마음이 놓인다는 반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바르셀로나와의 경기 이후 고작 3일 만에 열린 경기였다. 홈에서 다 잡은 4강행 티켓을 놓친 리버풀이었기에 선수들의 멘탈이 흔들렸을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많았다. 달글리시, 그리고 클락 이하 리버풀의 스탭들은 최선을 다해 그들의 멘탈 케어에 나섰지만 시간이 워낙 촉박한 것도 있었고 선수들 스스로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했기에 걱정이 많았다.

"그래,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다들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잊지는 않은 것 같아."

오늘 경기는 사실 완벽한 리버풀의 모습은 아니었다. 아스톤 빌라가 만만한 팀은 아니고 실제로 지난 16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그들에게 패한 경험도 있었다. 물론 그 당시 아스톤 빌라와 지금 아스톤 빌라는 분위기가 다르다. 당시, 그래도 중위권 언저리에서 머물고 있던 빌라는 이후 극심한 부진에 빠지며 현재 강등권 근처에 머무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리버풀의 압승으로 경기가 마무리 되었을 확률이 높았을 것이다.

하지만 홈 경기였음에도 리버풀 선수들은 완전히 평소의 폼을 찾지는 못했다. 완전히 넋이 나간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의욕이 강함을 엿 볼수 있었다. 하지만 그게 오히려 문제였다.

-지난 경기의 부진을 씻어야 한다

-난 아무렇지도 않다. 평소처럼 할 수 있다

이런 생각들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했다. 평소의 플레이를 너무 의식했고 너무 잘하고자 했다. 즉, 자연스러움이 부족했던 것이다. 선의에서 비롯된 모습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한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데이빗 장이 지난 경기처럼 결과를 이끌어 내 주었다는 점이다. 그 또한 체력적으로 힘든 상황이었을텐데 마치 두 번 다시 팀의 패배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시종일관 적극적인 움직임을 취했다. 활동 반경을 평소보다 넓힌 그는 패스가 제대로 돌지 않는다 싶으면 적극적으로 빌드업에 참여했고 혼자 힘으로 해결해야 할 상황에서는 과감한 돌파를 시도했다. 마치 플레이로 선수들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듯한 움직임. 물론 3일만에 뛰는 경기였기에 체력 상황이 좋지 못했고 덕분에 풀 타임을 소화하지는 못하고 70분 동안 그라운드를 누빈 뒤 교체되었다. 교체되기 전 천금 같은 결승골을 기록하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음은 물론이다.

"점점 나아질 거야. 오늘 경기도 후반으로 갈 수록 오히려 더 움직임이 좋아지지 않았나."

"그거야 그랬죠. 그나저나 데이빗이 라커룸에서 그렇게 목소리를 높이는 건 처음 본 것 같네요."

나쁜 일은 아니라며 클락이 웃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전반을 마친 뒤, 데이빗이 보여준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사실 최근들어 조금씩 라커룸 내에서의 영향력을 키워가던 그였지만 오늘처럼 전면에 나서서 강하게 동료들을 이끌었던 것은 아니었다.

'다들 우승하고 싶죠?'

그가 라커룸에서 처음 꺼낸 말이었다. 전반전은 아예 망친 경기는 아니었지만 분명 딱딱함이 있었다. 아마 데이빗이 말을 꺼내지 않았다고 해도 달글리시 감독이나 제라드가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데이빗은 기다리지 않았다.

'난 두 번 다시 지난 경기처럼 눈물을 흘리고 싶지 않아요. 경기장을 나갈 때 웃으면서 나가고 싶어요.'

'억지로 잘 할 생각하지 말아요. 어려우면 나한테 넘겨요. 내가 어떻게든 해 줄테니까.'

'그게 어려운 일은 아니죠? 나 혼자만으로 우승할 수는 없어요. 내가 무리한 요구를 하는 건가요? 다들 할 수 있죠?'

도발인지 격려인지 모를 말, 하지만 그 말을 듣고 불붙지 않을 선수는 없었다. 데이빗은 평소의 장난스러운 분위기가 아니었다. 만약 평소와 같았다면 카윗이나 캐러거가 '이런 건방진 애송이 녀석!'이라며 그에게 헤드락을 걸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직감했다. 지금 데이빗, 자신들의 에이스는 진지하며 그들에게 분발을 촉구하고 있다는 것을. 더 이상 자신의 발목을 잡지 말라는 뜻을 우회적으로 전하고 있음을 말이다.

무작정 감싸주는 것보다 이런 면도 있어야 했다. 그리고 같은 말을 해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선수들이 받아 들이는 느낌이 달라진다. 데이빗은 더 이상 애송이, 루키가 아니었다. 팀 내에서 대체 불가능한 확고 부동의 에이스였고 간판 스타였다. 언제나 제 몫 그 이상을 해주는 선수였기에 그의 말은 무게감이 있었다. 지난 경기에서도 자신들이 조금만 더 그를 뒷받침해 주었다면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었을 것이다. 당연히 선수들은 이를 갈며 후반전에 나섰고 점점 나아지는 모습을 보일 수 있었다.

그리고 데이빗은 자신의 말을 지켰다. 후반 21분, 마르코 로이스의 스루패스를 이어 받아 침착한 마무리를 성공시키며 팀의 리드를 안겨주었다. 그리고 이에 다른 선수들도 화답했다. 에이스가 경기장을 떠난 뒤에도 집중력을 잃지 않으며 그가 기록한 골을 지켜냈던 것이다.

완벽하게 팀의 폼이 올라온 것은 아니지만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은 분명해 보였다.

"좋은 일이야. 데이빗은 개인으로 보아서는 더 이상 바랄 나위가 없는 선수였어. 하지만 팀을 이끄는 리더로서의 자질이 있다고 보긴 어려웠지. 알다시피 워낙 착한 녀석인데다 언제나 웃고 즐기는 녀석 아니었는가."

"그렇죠. 사실 스티비가 워낙 잘해주고 있기도 하구요."

"맞아. 스티비가 있으니 사실 그런 역할을 해 줄만한 다른 사람이 필요한 건 아니었어. 하지만 이제 스티비도 30대란 말이야. 슬슬 후계자를 찾아야 할 때라고. 아마 스티비 본인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을 거야. 그런 면에서 데이빗이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건 정말 팀으로서 최고의 일이야."

동료들과 함께 홈 팬들을 향해 박수를 치며 답례하고 있는 데이빗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달글리시 감독, 그리고 못다한 말을 이어나간다.

"주장, 리더라고 하는 건 단지 실력만 가지고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야. 물론 실력이 가장 중요하지. 얼빠진 플레이를 하는 녀석이 뭐라고 말을 한들 그 말에 권위가 실릴리 없잖나. 하지만 그것 외에, 동료들에게 용기를 심어주고 때로는 그들을 몰아 붙일 줄도 알아야 하는게 리더의 자리야. 그런 면에서 데이빗은 아주 좋아. 아직 22살도 되지 않은 녀석 아닌가?"

"스티비가 앞으로 몇 년을 더 뛸 수 있을테니 그동안 데이빗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면 좋겠네요."

"그래. 스티비도 저런 모습이 썩 기꺼운가 보더군. 정확하게 말은 안했지만 내심 자신의 후임을 데이빗이 맡아 주었으면 하고 바라고 있더군."

"스티비의 후임으로 데이빗이라. 뭔가 어울리는 것 같으면서도 좀 어색한 느낌이 드네요. 아까 라커룸에서는 분명 새로웠지만 사실 아직 어린 아이같은 느낌이 남아 있거든요."

"시간이 해결해 줄 일이지. 아무튼 우리도 이만 가자고. 오늘 경기는 어려웠지만 분명 수확이 있었어. 이걸로 우승 경쟁에서 8부 능선을 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잠깐 시간 괜찮아요?"

"음?"

귀가 준비를 하던 제라드, 데이빗이 다가와 자신에게 말을 걸자 고개를 갸웃했다.

"딱히 바쁜 일은 없지만, 무슨 일 있나?"

"아, 캡틴하고 잠깐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요. 괜찮으면 잠깐 시간 좀 내 주실 수 있나요?"

"그러지. 여기서? 아니, 그것보다는 잠시만 기다려."

휴대폰을 꺼내 어딘가 전화를 걸기 시작한다.

"아, 알렉스? 나야. 어 경기 봤어? 그래, 지금 이제 집에 가려고."

"몸은 문제 없어. 그래, 걱정하지 않아도 돼. 애들은 잘 놀고 있어?"

아마 부인과 통화를 하는 모양이다. 통화를 하는 제라드의 표정이 행복해 보였다.

'부럽네. 나도 결혼하고 싶다.'

문득 에리카의 얼굴이 떠 올랐다. 전에 잠깐 결혼 얘기를 꺼냈을 때 에리카는 얼굴이 빨개져서 화를 냈었다. 그래서 한동안 그녀가 자신과 결혼할 생각이 없나 하는 생각에 침울했던 데이빗이지만 현명한 친구 티티에게 조언을 구한 뒤 마음이 편해졌다.

'뭐? 진짜 그렇게 말했다고? 맙소사.'

처음 티티의 반응을 들었을 때는 자신의 편을 들어주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자신을 바라보며 타이르듯 말했다.

'여자한테 결혼하자는 말을 그런 식으로 하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네. 그리고 그게 내 친구라니...정말 믿을 수가 없네.'

그러면서 프로포즈는 일생 일대의 이벤트이며 여자 쪽에서는 정말 멋진 프로포즈를 기대하고 있기 마련이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자신처럼 그렇게 말을 했다가는 절대 좋은 꼴을 보지 못할 거라는 경고와 함께 말이다.

'...어떻게든 되겠지.'

그런 이벤트 쪽은 영 젬병이라며 데이빗은 고개를 흔들었다. 제라드의 통화도 슬슬 마무리되어 가는 것 같았다.

"그래. 그럼 데이빗 녀석 데리고 갈게. 어, 캐라나 다른 친구들은 가지 않을 거야. 갑자기 이야기해서 미안해."

"고마워. 그럼 금방 갈게. 사랑해."

전화를 끊자 다시 무뚝뚝한 얼굴로 돌아오는 제라드, 데이빗은 그 표정간극에 말을 더듬었다.

"어...그러니까, 지금..."

"우리 집에 가서 같이 저녁 식사나 하면서 이야기하지. 시간도 저녁 시간대고 여기 서서 이야기하는 것보단 그게 나을 것 같은데."

빠르게 권유하는 제라드, 데이빗은 그럴 것까진 없다고 생각했지만 모처럼 권유하는데 거절하기도 뭐했다.

"아, 그럼 실례할게요. 그런데 캡틴의 집을 방문할 거라고 생각을 못해서 선물 준비는 못했는데 어쩌죠...?"

"신경쓰지마라. 알렉스도 그런 거 신경쓰는 여자 아니니까."

무뚝뚝하게 말을 마치고 먼저 발걸음을 옮긴다. 데이빗도 허겁지겁 그의 뒤를 따라 간다.

"우와..."

제라드의 자택에 도착한 데이빗은 자신의 집과 비교도 할 수 없는 크기를 자랑하는 저택 크기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일단 본채의 크기만 해도 장난이 아니었다. 2층 구조인데 도대체 방이 몇 개인지, 리버풀 선수단 전원이 와서 숙박해도 충분히 수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본채 뒤로는 아이들의 놀이터, 개인 체육관, 수영장, 사우나, 골프 연습장 등이 구비되어 있었다. 호화 저택이란 이런 것이라며 데이빗은 연신 눈을 굴리기에 바빴다.

"집이 엄청 좋아요 캡틴. 와, 정말 멋지다."

연신 두리번 거리는 데이빗의 모습에 제라드가 너털 웃음을 흘렸다. 이제 자신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녀석이 이런 감상을 늘어 놓으니 좀 웃겼다.

"뭘, 너도 마음만 먹으면 이런 집을 구할 수 있으면서."

실제로 이제 팀 내 최고 주급자가 되었고, 각종 CF 제의를 엄청나게 받고 있는 데이빗이었기에 이런 집을 구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아니, 마음만 먹는다면 더 큰 규모의 대 저택을 소유하는 것도 가능했다.

"어...실례되는 질문일 수도 있지만, 이 집에 얼마 정도 쓰신 거에요?"

"실례되지 않으니 편하게 물어봐도 괜찮아. 어디보자...분명..."

오래전 일이라 정확한 액수가 기억나지 않는지 제라드가 살짝 인상을 찌푸린다. 손가락으로 셈을 하던 제라드가 기억이 났는지 짤막하게 대답한다.

"350만 파운드 정도에, 이리저리 추가한 비용을 치면 500만 파운드(약 90억) 정도 들어간 것 같군."

"헤에...역시..."

동경어린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기 시작한 데이빗의 모습에 제라드는 헛기침을 하며 그를 본채로 이끌었다. 이 종잡을 수 없는 녀석이 또 무슨 말을 늘어 놓기전에 미리 선수를 친 것.

"들어가자. 알렉스가 저녁 준비를 마치고 기다리고 있을 거야. 선물같은거 필요 없다니까 굳이..."

"그래도 빈 손으로 저녁 식사 초대를 받을 수는 없잖아요."

한사코 빈 손으로 방문하긴 어렵다며 데이빗은 고집을 피웠고 제라드는 결국 잠깐 그와 와인 매장을 방문해야 했다.

"나 참, 편하게 생각하라니까. 뭐 어쨌든 알렉스가 좋아할 거야. 들어 가자."

============================ 작품 후기 ============================

-어 저기 여러분...

-차기작은 물론 지금 당장 쓸 생각은 없긴 한데요

-평생 연재라니...

-몰라 뭐야 이분들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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