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Answer-236화 (236/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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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패에 관계 없이 빛났던 두 영웅]

챔피언스 리그 8강 경기가 모두 마무리 되었다. 그 중 백미는 리버풀과 바르셀로나의 매치였다. 양 리그를 대표하는 두 팀간의 대결은 결승전을 방불케 했다. 2 대 2, 3 대 3, 통합 스코어 5 대 5. 결과는 무승부였지만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바르셀로나가 세미 파이널에 진출했다. 하지만 패배한 리버풀은 박수 받을 자격이 있는 경기를 펼쳤다. 그들은 세계 최고의 팀으로 꼽히는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자신들의 저력을, 나아가 프리미어 리그의 자존심을 세웠다.

이 경기에서 가장 빛난 선수들은 양 팀의 에이스 데이빗 장과 리오넬 메시였다. 이들은 그야말로 영웅적인 활약을 펼쳤다. 이날 양 팀은 각각 3골 씩을 기록했다. 이 두 선수는 그들의 팀 득점을 모두 책임지며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선제골은 데이빗 장이 기록했다. 경기 시작 휘슬과 동시에 바르셀로나의 진영에 침투한 그는 강력한 중거리 슈팅으로 바르셀로나의 골망을 갈랐다. 경기 시작 이후 11초만에 들어간 골, 이는 챔피언스 리그 역대 최단 시간 골 기록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1위는 2007년 로이 마카이가 10초만에 기록한 골이다.)

메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데이빗 장의 선제골 이후 5분만에 반격을 시작했다. 순식간에 스티븐 제라드와 루카스 레이바를 제쳐낸 메시는 다비드 비야와 2 대 1 패스를 주고 받으며 페널티 박스로 진입했다. 그리고 제이미 캐러거를 제치고 골키퍼 호세 레이나까지 지치며 유유히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메시의 차례가 끝났으니 이번에는 데이빗 장의 차례였다. 스티븐 제라드가 상대의 공격을 차단했고 역습에 나선 리버풀이다. 데이빗은 마르코 로이스의 패스를 멋진 가슴 트래핑에 이은 발리 슈팅으로 재차 앞서 나가는 골을 성공시켰다. 이 골로 리버풀은 2 대 1로 한 점을 리드한 채 전반을 마칠 수 있었다.

후반 들어 본격적으로 공격에 나선 바르셀로나였다. 역시 그 선봉에는 메시가 있었다. 후반 7분, 다비드 비야의 슈팅을 호세 레이나 골키퍼가 놀라운 선방으로 막아 냈다. 하지만 세컨드 볼을 메시에게 내주고 말았고 메시는 빈 골대에 유유히 슈팅을 날리며 경기를 다시 원점으로 돌렸다.

이후 경기는 바르셀로나의 페이스였다. 한 골씩 차례대로 골을 넣었던 두 선수였지만 이번에는 메시가 먼저 앞서 나갔다. 후반 15분, 페널티 박스 바깥에서 때린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으로 다시 한 번 골망을 가르며 해트트릭을 달성, 팀의 리드를 안겼다.

리버풀로서는 급해졌다. 세미 파이널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최소 2골이 필요한 상황, 하지만 연달아 실점한 후폭풍이 찾아온 것인지 그들은 조급했고 무기력했다. 바르셀로나가 완벽히 경기 주도권을 쥐며 리버풀의 반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속절없이 시간이 흘렀고 경기 종료가 다가왔다. 그리고 이날, 가장 빛났던 장면, 어떤 이들은 감동의 눈물까지 흘렸던 장면이 연출된다.

최전방에서 역습을 노리고 있던 리버풀의 데이빗 장이 참지 못하고 2선으로 내려와 공을 이어 받았다. 그리고 홀로 상대 수비 5명을 제치는 믿을 수 없는 퍼포먼스를 보이며 바르셀로나의 골문을 열어젖혔다. 세계 최고라 불리는 바르셀로나 선수들도 그의 발 앞에 무력했다. 그가 보여주는 아름다운, 현실감 없는 동작에 하나 둘 길을 내 주어야했다. 후반 44분, 데이빗 장의 영웅적인 퍼포먼스에 힘입어 리버풀이 마침내 동점을 만들어 내는 저력을 보였다.

하지만 남은 시간이 너무나 부족했다. 동점을 허용한 바르셀로나는 신중했다. 공을 안전하게 돌리며 리버풀에게 반격의 여지를 주지 않았다. 그리고 추가 시간마저 지나가고, 마침내 바르셀로나가 세미 파이널 진출을 확정지었다.

홀로 외로이 팀의 승리를 위해 고군분투했던 데이빗 장은 경기가 끝나자 그대로 주저 앉아 눈물을 흘렸다. 그는 그럴만한 자격이 있었다. 팀이 최후의 최후까지 싸울 수 있는 힘의 원천은 그였고 리버풀이 가진 마지막 희망의 보루였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4만여 콥들은 그런 에이스의 눈물을 위로했다. 그들이 낼 수 있는 가장 큰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그의 이름을 연호하며 위대한 경기를 치러낸 영웅에 대한 예우를 보여 주었다.

4강의 주인공은 바르셀로나이다. 하지만 양 팀을 대표하는 두 영웅, 리오넬 메시와 데이빗 장은 승패에 관계없이 찬사를 받을 만한 활약을 보여주었다.

메시는 본인이 왜 세계 최고의 선수라 불리는 지 증명해 냈다. 이번 시즌 홈에서 전승가도를 달린 리버풀과의 원정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는 완벽한 활약으로 그들의 전승행진에 제동을 걸었다. 그의 이런 활약이 아니었다면 4강의 주인공은 바뀌었으리라.

데이빗 장은 본인의 클래스가 리오넬 메시에 뒤쳐지지 않음을 모두에게 알렸다. 오히려 개인적으로는 그보다 더 뛰어난 활약을 보였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동료의 지원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홀로 모든 결과를 만들어 냈다. 몇 번 오지 않은 찬스를 모두 결과로 만들어 내며 팀이 싸울 수 있는 힘을 만들어 준다는 것은 얼마나 고독한 에이스의 업이란 말인가? 이 21살의 선수는 그런 중압감을 이겨내고 최고의 활약을 보여 주었다.

필자 개인으로서는 아쉽다. 이 두 팀간의 대결이 8강이 아닌 더 높은 곳에서 이루어졌다면 좋았을거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두 팀 모두 빅 이어에 어울리는 경기력을 보여주었고 그랬기에 아쉬움은 더욱 크다. 다음 시즌, 이 두 팀이 좀 더 높은 곳에서 만나길 기원한다.

"의미가 없지는 않아요. 하지만 팀이 떨어졌다는 사실만큼 중요한 건 아닙니다."

언제나처럼, 다음 날 데이빗은 구단 내무에 마련된 프레스 센터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실 4강 진출에 실패한 뒤였기에 인터뷰를 거절하고 싶었다. 아직 인터뷰 따위를 하고 싶은 기분이 아니었다. 하지만 달글리시 감독이 조용히 그에게 참여해 줄 것을 권유했다.

'자네의 기분은 잘 알고 있네. 사실 나도 지금 웃으면서 마이크에 이야기할 자신이 별로 없어. 어지간하면 그들의 요청을 거부해 주고 싶네. 선수의 피로감이 심해 지금 인터뷰를 진행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언급 정도면 어느 정도 그들을 무마시킬 수 있겠지.'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자네가 나서서 솔직한 심정을 말해주길 바라네. 어제 라커룸에서 자네가 보여준 모습을 전해 듣고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를거야. 하지만 아직 다른 팀원들은 자네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본인들 스스로 자괴감을 떨치지 못했지. 당연한거야. 하루만에 모든 걸 털어버릴 수는 없잖나.'

'그러니 자네가 먼저 나서서 다시 한 번 이야기해 주게. 언론을 통해서 돌려서 표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야. 부담을 주는 것 같아서 미안하네만...팀을 위해 조금만 신경 써주길 부탁하네.'

조심스러운 태도로 자신에게 부탁하는 노 감독의 모습에 허락할 수 밖에 없었다. 감독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고 여겨졌기에 생각을 바꾼 것이다. 실제로 어제 경기가 끝난 뒤 라커룸에서 자신에게 미안했다고 이야기하는 동료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들이 좀 더 잘해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밖에 없는 감정, 하지만 그 보다는 자신과 함께하는 동료들이 이번 일로 기죽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더 컸다. 그런 마음을 담아 다시 마이크를 향해 단호히 대답했다.

"챔피언스 리그 단일 시즌 최다 득점자에 오른 것은 명예로운 일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기쁜 일이에요. 이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죠. 하지만 만약 세미 파이널 진출권과 득점 기록을 바꿀 수만 있다면 전 망설임없이 바꿀 것입니다."

"일부에서는 데이빗 장 선수의 활약에 비해 다른 리버풀 선수들의 활약이 미비했음을 지적합니다. 동료들의 백업이 부족했다는 말인데 아쉬움은 없으십니까?"

자신이 인터뷰를 수락한 원인이 된 질문, 데이빗은 단호한 태도로 고개를 저었다.

"전혀요. 축구는 개인 종목이 아닙니다. 그런 말이 나오는 이유는 단지 제가 골을 좀 더 많이 넣어서 인가요? 팀의 탈락에 대한 지분은 동일합니다. 누구라도 면죄부를 받을 수 없고 어떤 선수라도 마녀 사냥의 희생양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팀이란 그런 것 아닌가요?"

데이빗의 대답이 끝나자 친 리버풀 성향을 가진 언론사에서는 흐뭇한 미소를, 그리고 조금 자극적인 소재를 원하는 것으로 보인 일부 언론사는 조금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어떻게 해서든 데이빗으로부터 기사 거리를 뽑아 내기 위해 손을 들었지만 데이빗이 시계를 가리키는 것이 빨랐다. 그러자 지체없이 구단 직원이 기자들을 향해 통보했다.

"약속된 인터뷰 시간이 지났습니다."

질문 하나만 더 받아 달라는 아우성이 터져 나왔지만 직원들은 단호했다. 데이빗도 더 이상 그들에게 붙잡혀 있고 싶은 생각은 없었기에 재빨리 프레스 센터를 빠져 나왔다.

"수고하셨습니다."

프런트 직원이 데이빗에게 마실 것을 건넨다. 데이빗은 가볍게 인사하며 그의 호의를 받아 들였다.

"감사합니다. 이걸로 오늘 일정은 끝인가요?"

"네, 피곤하셨을텐데 구단의 요청에 따라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돌아 가셔서 푹 쉬시면 됩니다. 아, 물론 개인 스케줄을 해결하셔도 되구요."

"아뇨. 피곤해서 오늘은 푹 쉬는 게 낫겠네요. 그럼."

실제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피곤했기에 오늘은 따로 약속을 잡지 않았다. 에리카에게도 오늘은 집에서 잠을 자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그녀는 조금 섭섭한 눈치였으나 데이빗이 많이 피곤해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기에 별 말없이 그의 의사에 따르겠다는 뜻을 밝혔다.

"네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제 정말 아쉬웠습니다. 데이빗 선수는 정말 멋졌어요."

엄지를 들어 보이는 직원에게 살짝 미소를 지어 준 데이빗은 발걸음을 옮겼다. 빨리 집으로 돌아가 침대에 파 묻히고 싶었다.

데이빗의 인터뷰는 그날 오후, 바로 기사로 게재되었다. 이 기사는 리버풀 팬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사실 데이빗이 그간 인터뷰를 통해 보여준 일관된 모습이기도 했지만 이번의 반응은 평소보다도 더 컸다. 그들은 내심 데이빗이 팀에 대한, 동료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진 않을까 걱정했던 것이다.

Re: 팬티 좀 갈아 입고 올게. 어제부터 몇 장째인지 모르겠다.

Re: 시발. 날 가져 데이빗! 널 위해서라면 내 엉덩이를 내 줄 수 있어.

Re: 미친 놈ㅋㅋㅋ

Re: 그런 더러운 엉덩이, 데이빗은 거들떠 보지도 않을걸? 데이빗! 나에게 와!

Re: 21살짜리가 가질 멘탈이야? 실력, 인성 모두 세계 최고네.

Re: 립 서비스겠지. 구단에서 시켰을 걸? 이런 말은 대부분 뻔해. 속 마음은 분명 X같은 새끼들이라고 이를 갈고 있을텐데.

Re: 인성 참 알만 하다.

Re: 지랄하고 있네. 너 같은 쓰레기와 데이빗을 동일시 하지 마라.

Re: 립 서비스면 어때? 설령 본심이 아니라한들 그가 팀 스피릿을 생각하고 있다는 건 확실하잖아? 그리고 데이빗은 언제나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왔다고. 너같은 찌질한 새끼가 폄하할 선수가 아니야.

Re: 살기 싫은 건가? 다른 곳이라면 몰라도 여기에서 데이빗을 건드려? 누가 이 자식 신상 좀 털어 봐라.

Re: 이 녀석은 언제나 골을 넣으면 어시스트를 해 준 동료를 잊지 않아. 평소 그의 행실을 보면 그가 얼마나 팀을 생각하고 있는지 잘 알 수 있어. 이런 인터뷰를 했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 아냐.

Re: 진짜 종신 계약같은 거 안되냐? 이런 실력에, 이런 멘탈을 가진 친구는 무조건 프랜차이즈로 만들어야 해. 스티비처럼 말이야.

Re: 스티비가 은퇴한 뒤에 주장 완장을 이 녀석이 이어 받았으면 좋겠어. 실력은 말할 것도 없이 최고인데다 이런 인격이라면 팀을 잘 이끌어 줄 수 있을거야.

Re: 그렇게 되면 바랄 것이 없겠다. 대를 잇는 프랜차이즈가 되었으면 좋겠네.

Re: 근데 데이빗이 이렇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건 물론 좋은 일인데, 우리 팀 이번 시즌 끝나고 나서 보강을 좀 해야하지 않겠어?

Re: 동감! 수비 쪽은 확실히 보강이 필요해 보인다. 캐라는...슬픈 일이지만 이제 최고 레벨에 어울리는 선수는 아닌 것 같아. 그가 우리에게 해준 헌신은 잊어서는 안되겠지만 말이지.

Re: 스크르텔은 지난 시즌부터 아주 좋아졌어. 그는 캐라의 뒤를 이어 수비진의 리더가 될 수 있을 거야. 근데 아게르는...실력이야 괜찮지만 그놈의 부상때문에...

Re: 팀이 져서 아쉽긴 하지만, 잘 생각해 보자고 친구들. 달글리시 감독이 팀을 맡은 지 이제 일년 남짓이야. 그간 선수도 꽤 바뀌었지. 잘 생각해 보라고. 우리 팀은 지금 1년 사이에 엄청난 발전을 이루었어. 영입? 물론 필요할 거야. 하지만 팀의 전술적인 숙련도가 올라가고 선수들간의 호흡이 더 좋아진다면 충분히 더 나은 수준을 볼 수도 있다고.

============================ 작품 후기 ============================

-나이를 먹었다고 느끼는 것이

-어제 야구를 그리 빡세게 하지도 않았는데

-어휴...몸이 쑤셔서...ㅠㅠ

-하루 종일 피곤하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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