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Answer-225화 (225/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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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과 바르셀로나, 승부를 가리지 못하다]

바르셀로나의 홈 구장 캄프 누에서 열린 바르셀로나와 리버풀의 2011-2012 챔피언스 리그 8강 1차전 경기는 두 골씩을 주고 받는 난타전 끝에 2 대 2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 바르셀로나는 경기 내내 주도권을 쥐며 리드를 지켜 나갔으나 후반, 상대의 날카로운 역습에 연달아 실점하며 다 잡은 승리를 빼앗긴 셈이 되었다.

티키타카로 대표되는 바르셀로나의 축구는 매서웠다. 경기 시작부터 점유율을 완벽하게 틀어 쥔 바르셀로나는 리버풀에게 공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완벽하게 상대를 자신들의 진영에 가둬 놓은 상태로 마음껏 패스를 주고 받으며 두들기기 시작했다. 전반 한 때, 점유율이 8 대 2까지 벌어졌다는 사실이 바르셀로나가 얼마나 경기를 일방적으로 리드했는지 보여주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선취골은 홈 팀 바르셀로나가 먼저 기록했다. 전반 32분, 리오넬 메시가 자신이 왜 세계 최고의 선수인지 증명하듯 환상적인 돌파를 선보였다. 루카스 레이바를 가볍게 제쳐낸 메시는 다니엘 아게르, 그리고 마틴 스크르텔까지 자신에게 끌어 들였다. 3명의 수비를 자신에게 몰아 넣은 뒤 쇄도하던 페드로에게 정확한 침투 패스를 찔러 준 것. 완벽한 찬스를 잡은 페드로는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켰다.

이후 흐름도 비슷했다. 바르셀로나 선수들의 자유로운 패스워크를 리버풀 선수들은 따라가지 못했다. 마치 제 집 드나들듯 리버풀의 진영을 유린하는 바르셀로나였고 전반 43분,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의 패스를 이어받은 다비드 비야가 추가골을 넣으며 전반을 2 대 0으로 마무리 지었다.

전반을 열세속에서 마친 리버풀은 후반들어 반격을 시작했다. 케니 달글리시 감독의 전술 변경이 효과적이었다. 포 백을 쓰리 백으로 변경하고 미드필드 숫자를 늘렸다. 미드필드에서 상대가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줄이는 이 전술은 효과적이었다. 아무리 바르셀로나라고 해도 중반 지역에서 상대의 숫자가 늘어나자 자유롭게 패스를 돌리는 것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자연스레 라인이 후퇴했고 리버풀은 숨통이 트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후반 10분, 리버풀의 역습이 이루어졌다. 글렌 존슨이 패스를 잘라 내고 리버풀의 플레이 메이커 스티븐 제라드에게 연결시켰다. 제라드는 지체 없이 빠르고 정확한 패스를 포워드 진에게 연결시켰고 전반 내내 침묵했던 데이빗 장이 본인의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헤라르드 피케를 가볍게 제쳐낸 데이빗 장은 루이스 수아레즈와 완벽한 패싱 게임을 선보였다. 그리고 쇄도해 들어가는 수아레즈에게 정확한 칩 패스를 전달했고 EPL 득점 4위에 걸맞게 수아레즈는 침착하게 마무리하는 데 성공했다.

따라가는 득점이 나왔음에도 경기 양상은 여전히 바르셀로나가 리드하는 분위기였다. 중반 지역에 숫자를 늘리며 어느 정도 숨은 돌렸다고 하지만 여전히 점유율의 차이는 극심했다. 다만 바르셀로나로서도 섣부르게 공격에 나설 수 없었다는 것이 리버풀로서는 위안거리였다.

달글리시 감독은 후반 35분, 승부수를 띄웠다. 이날 80분을 뛰면서 총 12.7km를 소화하는 엄청난 하드 워크를 보여 준 디르크 카윗을 빼고 마르코 로이스를 투입한 것이다. 마르코 로이스의 투입은 리버풀에 활기를 불어 넣는 한 수가 되었다. 10분만에 모든 체력을 쏟아 붓겠다는 듯 경기장 이곳 저곳을 누빈 그는 상대의 패스를 차단하고 역습 찬스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본인도 곧바로 역습에 가담하며 리버풀의 공격 숫자를 늘렸다. 데이빗 장으로부터 사이드 체인지 패스를 이어 받은 그는 자신감 있는 돌파로 상대 페널티 박스 근처에서 프리킥을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 기회를 리버풀의 에이스, 데이빗 장이 강력한 프리킥 골로 마무리 하며 동점을 만들어 내는데 혁혁한 공헌을 한 것.

경기 종료가 5분도 남지 않은 상황, 90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리드를 지켰던 바르셀로나였지만 상대의 역습 두 번에 경기는 원점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조급해진 바르셀로나는 교체 카드를 활용하며 결승골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으나 리버풀은 본격적으로 잠그기에 들어갔다. 주포인 데이빗 장을 교체하는 강수까지 마다하지 않으며 상대의 공격을 몸으로 막아내었고 결국 양 팀은 승부를 가리지 못한 채 1차전을 마무리 지었다.

[리버풀, 4강 진출 청신호?]

리버풀이 어려운 캄프 누 원정에서 무승부를 거두며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다. 일부에서는 절반 이상의 성과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원정 경기에서 2골이나 넣으며 무승부를 거두었기 때문이다.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남은 홈 경기에서 0 대 0, 혹은 1 대 1 무승부만 거두어도 4강 진출이 확정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연 리버풀에게 낙관적인 부분만 있을까, 사실 그런 것만은 아니다. 바르셀로나는 홈과 원정을 가리지 않는 강 팀 중의 강 팀이다. 실제로 바르셀로나는 지난 16강전에서 분데스리가의 강호 레버쿠젠을 상대로 2차전 합계 10 대 2라는 무시무시한 점수 차로 대파했다. 홈에서 7 대 1 이라는 축구 스코어를 뛰어 넘은 점수 차를 기록했지만 원정에서도 3골을 몰아 쳤다. 그들을 상대로 홈 경기라는 이점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더구나 그들 간의 상대 전적 또한 묘한 여운을 남기는 부분이다. 리버풀은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상대 전적에서 조금이나마 앞서는, 유럽에서 몇 안되는 팀 중 하나이다. 그중에서도 놀라운 부분은 리버풀이 캄프 누에서 무패 행진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10만 홈 팬이 운집하는 캄프 누에서 무패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는 것은 리버풀의 저력과 전통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리버풀은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홈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다. 바르셀로나가 리버풀을 상대로 홈에서 이기지 못했던 것처럼 리버풀도 마찬가지이다. 지난 2006-2007 챔피언스 리그 16강에서도 양 팀은 사이 좋게 원정 승을 기록하며 그런 전통을 이어나갔다. 당시에는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리버풀이 8강에 진출하였으나 리버풀이 홈에서 유독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어려움을 겪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리버풀에게 웃어 주는 부분이 있다면 이번 시즌 그들이 그 어느때보다 홈에거 극강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리버풀은 2011-2012 시즌이 개막한 이래 홈에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아니, 안필드를 방문한 모든 팀에게 무승부조차 허용하지 않으며 전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아스날, 맨체스터 시티 등 프리미어 리그의 강호 뿐만 아니라 세리에 A의 강자 AC 밀란마저 안필드에서 패배를 맛 보아야 했다.

양 팀의 8강 2차전은 여러가지의 기록이 달려 있는 경기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어느 팀이 4강에 올라갈지 여부이다. 하지만 과연 바르셀로나가 안필드 무패 기록을 이어 갈 수 있을 지, 아니면 리버풀이 처음으로 홈에서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승리를 거둘 수 있을지 여부를 지켜보는 것 또한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Re: 홈에서 한 번도 못 이겼었냐? 이건 좀 놀라운데...

Re: 그러게...상대 전적에서 조금이나마 앞서고 있길래 이긴 적 있을 줄 알았는데

Re: 다른 팀이면 4강 거의 확정이라고 춤이라도 출텐데...바르셀로나는 좀 무섭긴 하다. 사실 무승부도 운이 좀 좋았잖아. 경기 내내 제대로 된 공격이 없었다고.

Re: 점유율이 밥 먹여 주냐? 팀 전술이 역습을 노리는 거였잖아. 오히려 우리 팀이 효율적이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Re: 그건 그렇지만 사실 운이 따른 것도 맞긴 하지. 슈팅 3번에 2골이야. 우리 선수들의 집중력이 좋았던 것도 있지만 운도 따라 주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

Re: 메시 1어시스트 VS 데이빗 1골 1어시스트. 1차전 양 팀 에이스 대결에서는 우리 팀의 승리야. 이건 논란의 여지가 없을 걸?

Re: 1차전만 놓고 보면 그렇지. 기회가 더 적었던 데이빗이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 냈으니까. 진짜 데이빗은 우리 팀의 보물이야. 얘 없었으면 그냥 쳐 발렸을걸? 물론 수아레즈도 잘했고 다른 선수들도 열심히 해 주긴 했지만 결국 중요한 건 골, 결과란 말이야. 정말 얘가 우리 팀이라는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Re: 진짜 얘 하나로 챔피언스 리그 16강, 8강은 보장되는 수준인거 같다. 지난 얘기지만 재계약해서 진짜 다행이야. 이걸로 챔피언스 리그에서만 11골 째네. 미쳤다. 진짜. 다른 시즌같았으면 이미 득점왕 확정일텐데 메시라는 미친놈이 하나 있어서...

Re: 바르셀로나도 그 생각하고 있을걸? 메시도 10골이잖아. 보통 챔피언스 리그 득점왕이 6~8골 사이에서 결정되던게 불과 몇 년전인데 이젠 10골 이하로는 명함도 못 내밀게 되버렸네. 그런 공격수가 우리 팀에 있다는 게 진짜 축복이지.

Re: 아직 메시와 비교하긴 일러. 앞으로 데이빗이 이번 시즌을 포함해서 최소한 2~3시즌을 꾸준히 이 정도 수준의 활약을 보여 준뒤에 비교해도 늦지 않아. 아, 그렇다고해서 그를 폄하하는 건 아니야. 나도 진짜 이 친구가 우리 팀에서 보여주는 활약이 만족스러워.

Re: 4강 티켓에 덤으로 홈에서 바르샤 상대로 첫 승을 기록해 보자! 원정에서 두 골이나 넣고 비겼는데 홈에서 이기지 못할게 뭐야? 이런 거지같은 전통은 빨리 깨버리는게 좋아!

"좀 괜찮아요?"

-아, 쉬고 있으니 좀 괜찮아. 걱정하지 않아도 돼.

리버풀은 선수단에게 하루의 완전한 휴식을 주었다. 3일 뒤에 프리미어 리그 31라운드 경기가 잡혀 있었지만 지금은 휴식을 줄 때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만큼 지난 경기에서 리버풀은 소모한 것이 많았다. 풀 타임을 뛰었던 선수들 대부분-특히 수비수와 미드필더들-은 경기가 끝나고 링거를 맞아야 했을 만큼 지독한 소모전이었다. 선수들은 경기가 끝난 뒤 호텔로 돌아와 마사지를 받고 의무적으로 에너지를 보충한 뒤 그대로 뻗어 버렸다. 그 중에서도 디르크 카윗의 상태가 가장 좋지 못했다. 풀 타임을 소화한 것도 아닌데 양 팀을 통 틀어 가장 많은 거리를 뛰어 다녔으니 그럴 법도 했다.

80분에 12.7km는 90분으로 환산하면 14km이상의 거리를 뛰는 페이스였다. 90분에 12km이상을 뛴 것도 대단한 활동량이라고 할 수 있었는데 그것을 80분만에 소화했으니 체력 소모는 더욱 클 수 밖에 없었다. 제한된 시간에 더 많이 뛰어 다녔다는 것이니 말이다.

그래서 데이빗은 집에서 카윗에게 전화를 걸었다. 평소 가장 친한 동료였기에 현재 상태가 걱정도 되고 궁금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다행이네요. 다들 어제 정말 장난이 아니었죠."

-말도 마. 내 커리어를 통 틀어서 가장 힘든 경기였어. 그래도 다행히 지지 않아서 다행이지. 뛰어 다닌 보람이 있어.

피곤한 목소리였지만 성취감이 느껴졌다. 자신의 땀이 팀에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만큼 선수에게 보람되는 일도 없을 것이다. 카윗은 어제 진정 영웅적인 활약을 해 주었다. 비록 언론, 그리고 팬들로부터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지만 그는 만족했다.

-너는 괜찮냐?

"저야 괜찮죠. 애초에 그리 많이 뛰지도 않았고..."

조금 부끄럽다는 듯 조그만 목소리로 대답한다. 실제로 지난 경기에서 데이빗이 기록한 활동 거리는 7.9km. 카윗이 뛴 거리의 2/3도 되지 않는 수치였다. 소화한 시간이 더 긴 것을 감안하면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카윗은 자신의 어린 동료가 느끼는 감정을 알아 챘다. 비록 전화 상이라 표정을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그와 하루 이틀 알고 지낸 것도 아니기에 척하면 착하는 수준이었다.

-전에도 이야기했잖아. 넌 그런 걸로 스트레스 받을 필요가 없다니까. 메시보다는 많이 뛰었네. 메시보다 한 골 더 넣기도 했고. 그럼 됐지 뭘 그래?

실제로 지난 경기에서 메시는 7.5km의 활동량을 기록했다.

"알고 있어요. 근데 가만히 서서 디르크나 캡틴, 그리고 다른 친구들이 죽어라 뛰어다니는 걸 보고 있는 것도 마음이 편하진 않아요."

-신경쓰지 말라니까 그러네. 니가 만약에 그렇게 뛰면서 골을 못 넣었으면 뭐...그런 미안한 감정을 느껴도 할 말 없겠지만 넌 니 역할을 잘 해냈어. 나머지까지 신경쓸 필요는 없단 말이야.

그러면서 몸으로 때우는 건 나같은 녀석들이 하면 된다 고 덧 붙였다. 조금 씁쓸한 말일수도 있었지만 워낙 유쾌한 어조로 말했기에 분위기가 한결 가벼워졌다.

"알겠어요. 고마워요."

-낯 간지러우니까 감사는 됐어. 아, 난 이제 밥 먹어야 겠다. 넌 식사했냐?

"저도 이제 먹어야죠."

-그래. 즐거운 식사 되라고. 내일은 훈련장에서 보자.

"푹 쉬어요 디르크. 내일 봐요."

============================ 작품 후기 ============================

-데이빗이 느끼는 감정은 그러니까

-군대에서 동기들, 고참들이 얼차려를 받는데

-혼자 편하게 앉아서 구경하고 있을때 느끼는 감정이랄까

-이건 너무 심한가...

-아무튼 대충 그런 느낌입니다

-전술이 그렇다고해도 보고 있는 입장에서 마음이 편할리는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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