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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무장을 새로 하고 나온 것 같네요."
티토 수석 코치의 말에 과르디올라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동의했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티토에게 향해 있지 않았다. 그는 후반, 리버풀의 포메이션이 변경되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었다.
"그렇군요. 달글리시 감독이 확실히 선수단 장악에 강점이 있다고 하더니 소문이 틀린 것은 아닌 듯 합니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닌 것 같군요."
"예?"
자신이 무엇을 놓쳤는 지 살피는 티토, 그리고 감독이 말한 부분에 대해 감을 잡았는 지 탄성을 흘린다. 자신들의 팀이 이기고 있다는 사실에 조금 들떠 있었을 뿐, 티토 빌라노바는 무능력한 사람은 아니었다. 과르디올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부연 설명을 한다.
"미드필더 한 명을 빼면서 포메이션 전환을 했습니다. 쓰리 백으로 전환, 그러면서 양 풀백을 전진시켜 오히려 미드필더의 숫자를 늘렸죠. 달글리시 감독의 순발력도 얕봐서는 안되겠군요."
결과야 어떻게 될 지 모르는 한 수였지만 방법 자체가 터무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합리적이라고 봐야 했다. 문제의 원인을 정확히 진단했고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선택했다고 평가할 만 했다.
"그렇다고 해도 크게 불안해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리버풀은 이번 시즌, 대부분의 경기에서 포 백 라인을 사용했습니다. 그들 내부에서 쓰리 백을 준비했다고 해도 숙련도에 차이를 보일 수 밖에 없죠."
타당한 지적, 묘수라고 하는 것들 중에는 상대를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본인들의 장점을 망각하는 것들도 있었다. 티토는 그런 부분을 지적하고 있었고 이는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라고 볼 수 없었다. 하지만 과르디올라 감독의 생각은 조금 다른듯 했다.
"그 말도 맞습니다. 오히려 우리에게 호재가 될 수도 있죠. 하지만 저 감독의 판단은 어쨌거나 틀리지 않았습니다. 전반과 같은 방법으로 우리를 상대해 봤자 통하지 않음을 깨달은 것이죠. 리버풀로서는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들이 변하길 바라지 않았습니다만."
그렇게 말하지만 초조한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어쨌든 이기고 있는 팀은 자신들이었고 그는 자신의 팀을 믿었다. 자신이 만든 팀은 대부분의 경기에서 자신을 실망시키는 법이 없었다. 변화를 꾀한다는 건 스스로 열세를 인정했다는 뜻이나 다름 없었다. 그는 터치라인 근처로 나가 다니 알베스를 불러 지시를 내렸다.
"알고 있겠지만 리버풀이 전략을 바꿨다. 쓰리 백의 약점이 사이드 공략이라고 하지만 그건 윙백들의 공격성이 강할 때의 이야기다. 상대 윙백은 수비 성향이 강한 이들, 어설프게 사이드 공략을 시도하지 말도록."
간단한 지시, 다니 알베스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구구절절 말할 시간도 없었을 뿐더러 이미 자신과 오래 팀을 이룬 선수들이기에 간단히 이야기해도 자신의 의도를 잘 알고 있는 선수들이었다.
과르디올라 감독의 말 대로, 일반적인 쓰리 백은 사이드가 약하다는 특징이 있었다. 포 백에 비해 수비수 셋이 중앙에 모일 수 밖에 없는 태생적인 한계 때문이었는데 이는 지금의 리버풀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었다. 리버풀의 포메이션은 3-5-2, 양 사이드의 윙백이 공격 가담이 강한 성향이라면 확실히 사이드 쪽에 인원이 부족하게 된다. 하지만 지금 리버풀의 윙백은 사실 상 수비수였다. 오버래핑 능력이 부족한 선수들은 아니었지만 리버풀의 의도는 사이드 공격에 있지 않았다. 단지 미드필드에서 수적 우위를 점하고 수비를 강화하기 위한 부분이었고 이 부분을 정확히 짚어 낸 과르디올라 감독이다. 어설프게 사이드로 공을 몰아서야 재미를 보기 힘들었다.
"결국 우리는 우리의 축구를 관철하는 것이 정답이겠군요."
티토 수석 코치가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구태의연하다고 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정확한 방법이라고 보였다. 포메이션 변경이 있다고 하지만 상대의 의도는 전반과 다를 바 없었다. 결국 큰 줄기는 역습을 노리는 것, 그렇다면 굳이 자신들의 전략을 크게 바꿀 필요가 없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사실 이대로 경기가 끝나도 나쁠 것이 없어요. 하지만 이왕이면 리버풀 선수들이 포메이션에 혼동을 일으켜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만..."
말 끝을 흐리는 과르디올라 감독, 그리고 조금 안색을 흐리는 모습이다. 그가 바라보는 시선의 끝에는 글렌 존슨이 이니에스타의 패스를 저지하고 스티븐 제라드에게 패스를 연결시키는 장면이 연출되고 있었다.
'좋아!'
내심 쾌재를 부른 제라드였다. 포메이션 상 자신은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하였으나 실제로는 중앙 미드필더의 위치에 가까웠다. 그만큼 투 톱과 거리가 상당히 벌어진 상황이었지만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능력이라면 이 정도 거리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지금은 깊은 고민에 빠질 시간도 없었다. 잠시도 지체할 수 없었다. 상대 미드필더들은 0.5초만 지체해도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올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선수들이었다. 깔끔하게 트래핑하며 공을 오른발 각도에 맞춘다. 그리고 달리기 시작한 자신들의 투 톱, 그중에서 조금 아래에서 움직이고 있던 데이빗 장을 향해 강한 패스를 보냈다.
'조금 무책임하지만, 믿는다.'
역습이라고 하는 전술은 결국 공격수들의 개인 기량에 의존해야하는 바가 큰 전술이다. 그랬기에 패스를 보내는 제라드는 내심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 결국 중요한 순간에 기대게 되는 것은 데이빗 장이었다. 그가 그런 기대를 그동안 대부분 부응해 왔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동료를 믿는다는 것과 자신이 큰 힘이 되지 못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였으니까.
'가혹할지 몰라도, 에이스라면, 너라면 꼭 해줄 거라 믿는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이 패스가 그가 받기 쉽도록, 수비에 걸리지 않도록 하는 일 밖에 없었다. 그의 그런 집중력과 열망이 패스의 완성도를 높였고 데이빗은 강한 패스를 뛰어 오르며 가슴으로 트래핑했다. 가슴에 쿠션이라도 댄 것인가. 강렬한 기세를 자랑했던 제라드의 패스는 데이빗의 가슴에 닿으며 순식간에 운동 에너지가 0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중력에 이끌리며 바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하는 공, 데이빗은 가볍게 오른발로 받아 내며 드리블을 시작했다.
'스트레스 쌓여서 죽는 줄 알았어!'
동료들이 치열하게 피치를 뛰어 다니는 동안 손만 빨며 구경해야 했다. 미안한 감정과 더불어 무력감, 굴욕감이 들 정도였다. 만약 리버풀이 중반 지역에서 패스 워크에 문제가 보였다면 자신이 합류해서 패스의 기점 역할을 수행했을 것이다. 실제로 그런 적이 몇 번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오늘 경기는 수비 시에 있어서 공간에 대한 이해가 상대에 비해 부족함이 있었고 마크에 대한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수비에 있어서 조예가 거의 없다시피 한 자신이 내려간다고 해서 어찌할 도리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리버풀이 노리는 것은 결국 역습, 미드필드에서의 패스를 이용한 땅 따먹기 전술이 아니었다. 그런 상황에서 투 톱 중 하나가 내려가 버리면 다른 하나가 역습 시에 혼자서 상대 수비를 상대해야 했다. 그건 사실상 득점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어쨌든 이번 경기를 통 틀어 처음으로 역습 다운 역습을 전개할 수 있는 찬스였다. 그리고 바르셀로나를 상대하며 역습이라는 전술 자체는 나쁜 접근 방법론이 아니었다.
바르셀로나의 티키타카를 제대로 구사하기 위해서는 결국 최전방과 최후방의 간격을 타이트하게 좁혀야 한다. 그래야 좁은 공간에 촘촘히 인원을 배치하고 패스를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국, 최종 라인이 전진할 수 밖에 없는데 이는 역습에 상당히 취약해 짐을 의미했다.
그렇다고 해도 많은 팀들이 이런 방법을 성공시키지 못하고 무너졌던 이유는 단 하나였다. 바르셀로나의 미드필드진의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고 제대로 된 전방 패스를 연결시키지 못했다는 게 첫 번째 이유. 무작정 뻥 지른다고 역습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역습에 나서는 공격수의 역량이 바르셀로나의 수비수들을 이겨내지 못함이 두 번째였다. 실제로 오늘 경기에서 쓰리 백을 구성하고 있는 바르셀로나의 수비진, 에릭 아비달, 카를레스 푸욜, 헤라르드 피케는 세계 최고 수준의 수비수들이었다.
하지만 바르셀로나에 메시가 있다면 리버풀에는 데이빗이 있었다. 그는 자신이 왜 메시와 비견될 만한 선수라고 불리는 지, 21살의 어린 나이에 세계 최고를 논하는 자리에 끼게 되었는 지 증명이라도 하는 것처럼, 전반에 동료들이 당했던 수모를 갚아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환상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헤라르드 피케! 너무나도 쉽게 앞 길을 허용하고 맙니다! 도대체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마치 피케 스스로 길을 비켜준 것 같은 모습이네요! 순간적인 상체 페인팅! 무게 중심을 가혹하게 흔드는 데이빗의 무브먼트에 중심을 잃고 길을 내줍니다! 리버풀, 찬스입니다!]
한계에 가까울 정도로 상체를 급격히 숙이며 방향 전환의 의도를 상대에게 보였다. 데이빗이 할 수 있는 한계치, 여기서 더 무리를 했다가는 자신이 넘어질 정도로 급격한 움직임이었으니 피케가 반응하는 것도 당연했다. 데이빗은 간신히 균형을 잡으며 공을 터치했다. 하나의 산은 넘었다. 이제 절반은 성공한 것이나 다름 없었다. 데이빗 피케를 제치자 마자 자신보다 앞 선에서 달리고 있던 수아레즈에게 패스를 보냈다. 그리고 속도를 높여 쭉쭉 달려 나갔다.
푸욜을 등지며 안전하게 공을 받아 내는 수아레즈, 자연히 아군과 상대의 움직임이 한 눈에 들어 왔다. 피케는 균형을 회복하고 뒤 늦게 합류하는 상황, 아군은 데이빗을 제외하고 아직 후방에 머물러 있었다. 결국 데이빗과 자신이 해결해야 했다. 방금 데이빗이 한 명을 제압해 냈기에 수비는 둘이었다. 수적으로도 열세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자신들에게 훨씬 유리한 상황이었다. 수아레즈는 자신의 근처로 접근해 오는 데이빗에게 미련 없이 공을 다시 내 주었다. 그리고 푸욜을 휘감듯 반전하기 시작했다.
'때려라! 흘러 나온 공은 내가 밀어 넣어 주지!'
수비수가 두 명 밖에 없었기에 슈팅 코스가 훤하게 열려 있었다. 수아레즈는 데이빗이 슈팅을 때릴 거라 생각했다. 그랬기에 마치 푸욜의 시선 가로막듯, 그리고 그가 데이빗에게 압박을 가하지 못하도록 움직였던 것이다. 자신의 움직임에 현혹된 푸욜의 반응이 늦음을 확인했다. 반대쪽의 아비달은 데이빗을 마크하기에 늦었다. 그리고 자신이 내준 공을 받아 낸 데이빗이 정확히 받아 낼 때만 해도 그가 슈팅을 시도할 거라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1년 여의 시간을 그와 함께하며 보고 느껴온 감각이, 그가 슈팅을 선택하지 않을 거라고 말하고 있었다. 수아레즈는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본능적으로 푸욜과 아비달의 사이로 쇄도를 시작했다. 그리고 데이빗이 가볍게 공을 찍어 차는 모습을 확인하자 자신의 직감이 맞아 떨어졌다는 사실에 쾌재를 불렀다.
'역시 넌 끝내 주는 녀석이야! 이 사랑스러운 녀석 같으니!'
마치 농구에서 2 대 2 픽 & 롤과 같은 플레이였다. 자신이 스크린을 서듯 움직였고 데이빗이 공을 가지고, 스크린을 풀고 움직이는 자신에게 패스를 넣어 준다. 깔끔한 플레이였다. 패스는 데이빗만큼이나 사랑스러웠다. 부드럽게 날아오는 공을 정확히 트래핑하는 수아레즈, 그리고 침착하게, 그리고 정확하고 강하게 골대 구석을 조준한다. 10명의 동료들이 자신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하며 만들어 준 찬스였다. 자신이 이 기회를 망친다면 앞으로 그들의 얼굴을 보기 부끄러우리라. 언제나 당당하게 인정받고 싶은 그였기에 실패는 생각하지 않았다. 노리는 곳은 골대의 좌측 하단, 오른발 발등으로 정확히 때려내는 데 성공했다. 자신의 시도가 성공으로 돌아간 것을 확인한 수아레즈가 포효하며 리버풀의 팬들이 목 놓아 응원하는 스탠드를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두 팔을 휘저으며 그들의 성원을 유도하는 수아레즈, 그리고 그 뒤로 리버풀의 선수들이 그를 덮치기 시작한다. 후반 10분, 리버풀이 드디어 반격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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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머리가 띵하게 아프네요
-감기같은 느낌은 아닌데
-뭔가 멀미하는 느낌이랄까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