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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nswer-222화 (22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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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풀렸군요."

전반을 2 대 0으로 마친 양 팀의 선수들, 그리고 코칭 스탭이 라커룸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바르셀로나의 티토 빌라노바 수석 코치는 통로 앞에 서서 선수들과 하이 파이브를 나누며 잘 풀린 전반에 대한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과르디올라 감독에게 말을 붙이며 라커룸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네, 선수들이 평소처럼 잘 해주었습니다."

아직 경기가 끝나지 않았기에 큰 기쁨을 표시하지는 않는 과르디올라 감독, 경기 전 그는 선수들에게 특별한 주문을 하지 않았다. 그저 평소와 같은 플레이를 하라고 주문했을 뿐이다. 이는 단지 입에 발린 소리가 아니었다. 그는 진심으로 상대를 의식하지 않았다. 그가 꼼꼼히 상대를 분석하는 것은 별개였다. 만약 분석에서 조금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면 모를까. 그는 자신의 선수들이 평소와 같은 움직임을 보여준다면 리버풀을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판단했을 뿐이다. 그리고 이것은 선수들에게 흔들림 없는 안정감을 제공해 주었다.

감독이 많은 것을 준비하고 전술, 전략을 수정하는 것 역시 선수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다. 그 감독의 실적, 명성이 뛰어나다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별일 아니라는 듯, 호들갑 떨지 않고 그저 하는 대로 하면 이길 수 있다는 모습도 중요할 때가 있다. 상대를 얕 보는 것과는 조금 다른 자신감, 그것을 선수들에게 심어줄 수 있었던 것이다.

"사실 저는 감독님이 리버풀을 상대로 해서는 조금 다른 언급을 하실 줄 알았습니다만."

티토 빌라노바는 솔직한 내심을 밝혔다. 그만큼 이번 시즌 리버풀이 보여주고 있는 공격력은 막강했기 때문이다. 공격력만 따진다면 라 리가의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와 함께 유이하게 바르셀로나와 비견될 만한 팀이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과르디올라 감독은 별 반 언급이 없었다. 그 모습이 티토에게는 굉장히 의외의 모습이었고 이렇게 궁금즘을 풀기 위해 질문을 던지게 된 계기가 되었다.

"경기가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이런 말을 주고 받는 것도 조금 내키지는 않습니다만..."

그렇다고해서 티토 수석 코치가 설레발을 떨고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순순히 대답하는 과르디올라 감독.

"만약 리버풀의 미드필더 진이 우리에 못지 않은 역량을 가지고 있었다면 조금 달랐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아니었죠. 그들의 미드필더들의 활동량은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이지만 기본적으로 공간에 대한 이해가 뛰어난 선수들은 아닙니다."

덤덤히 속내를 밝히는 과르디올라 감독의 모습에 티토가 눈을 빛내며 경청한다. 수첩이 있었다면 받아 적을 기세인지라 과르디올라가 피식 웃으며 가볍게 말을 이어 나갔다.

"그들에게 좀 더 시간이 있었다면 모르겠습니다만, 그들의 팀 전술은 우리 팀의 그것을 막는데 적합하지 않습니다. 선수 개개인의 역량 또한 우리가 위죠. 공격력이 강함은 저도 익히 알고 있습니다. 우리 팀의 공격진과 비교해 손색이 없는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으니까요."

그러면서 '데이빗 장 그 선수는 확실히 영입하고 싶은 선수입니다. 이번 겨울 이적 시장에서야 공쳤지만 앞으로도 계속 예의 주시해야할 선수에요.'라고 덧 붙였다.

"하지만 공격수가 슈팅을 하기 위해서는 공이 있어야 합니다. 즉, 지원이 필요하다는 거죠. 데이빗 장은 우리의 리오넬과 비교해도 크게 뒤쳐짐이 없는 선수입니다. 루이스 수아레즈도 괜찮은 드리블러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하프 라인에서부터 우리 진영을 홀로 뚫어낼 수 있다는 건 아닙니다. 리오넬도 그런 퍼포먼스는 일 년에 한 두번 보여줄까 말까 아닙니까?"

마라도나의 5인 돌파가 아직까지 회자되는 이유 중 하나였다. 실제로 그 이후 몇 몇의 선수들이 가끔 혼자서 4~5명의 선수를 제치고 골을 기록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는 정말 보기 힘든 광경이었다. 이런 장면을 매번 볼수 있다면 마라도나의 5인 돌파는 지금까지 사람들에게 회자되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간단합니다. 우리의 축구를 그대로 하면 되는 것 뿐이죠. 상대에게 공을 주지 않고 우리가 공을 지배한다면 그들이 자랑하는 공격수는 무용지물입니다. 다른 팀들은 그에게 강력한 마크맨을 붙이고 파울로 저지하곤 했습니다만, 결과는 어땠습니까? 결국 그로 인해 실점을 허용하고 말았죠. 저였다면 달랐을 겁니다. 그에게 전담 마크맨을 붙이느니 차라리 그 인원을 미드필드에 투자하여 그에게 공이 투입되지 않도록 원천 봉쇄를 노렸을 겁니다.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것처럼요."

말이야 쉽지 실제로 바르셀로나와 같은 축구를 다른 팀이 할 수 있을리 없었다. 말인 즉, 과르디올라 감독은 어차피 데이빗 장이라고 하는 공격수는 전담 마크맨을 붙여도 소용없다는 뜻이었다. 그렇다면 미련하게 그에 매달릴 필요 없이 다른 방법에서 접근하면 그만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티토 빌라노바는 박수를 치며 존경의 눈빛을 보냈다.

"역시 대단합니다. 당신은 위대한 감독이에요."

입에 발린 아부가 아닌, 티토의 진심이었다. 그것을 느꼈는지 과르디올라 감독이 쑥스러운 기색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런 말은 이번 시즌을 성공적으로 보낸 뒤에 들어도 늦지 않을 것 같군요."

리버풀의 라커룸 분위기는 무거웠다. 좋을리 없었다. 전반에만 2골을 허용한 팀의 분위기가 좋다면 그 팀 선수들의 정신 상태를 의심해 봐야 할 것이다. 만약 두 골을 실점한 팀에서 웃고 떠드는 선수가 있다면 동료들로부터 좋은 소리를 듣기 힘들 것이다. 분위기를 가볍게 하기 위함이라고 해도 정도는 있는 법이다.

"......"

달글리시 감독은 조용히 선수들을 둘러 보았다. 공격진 두 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선수들은 마치 풀 타임을 소화한 것처럼 축 늘어져 있었다. 전반 내내 자신들의 진영에 갇혀서 얻어 맞기만 했으니 그럴 수 밖에 없었다. 더구나 전반을 마치기 직전에 추가 실점을 허용한 만큼 정신적인 충격은 육체의 피로에 비해 더 클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 자신의 역할은 어떻게 해서든 이들에게 힘을 불어 넣어 주는 것이었다.

'뭐라고 말해야 할까. 이들에게 지금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사실 어떻게 할 말이 없었다. 메시를 막으라고? 말이 쉽다. 어떻게 막으라는 건가? 그들이 막기 싫어서 막지 않은 것인가. 단지 그들의 역량이 부족했을 뿐이다. 이에 대해 나름대로의 방법을 강구했다. 훈련을 통해 챌린지 & 커버를 수십, 수백번 연습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부족했다. 커버가 이루어지는 잠깐의 빈틈을 이용할 줄 아는 상대를 두고 지금에 와서 어떤 방법을 찾으라는 말인가.

"미안하다. 너희들은 열심히 잘해 주었다. 지금 경기가 풀리지 않는 것은 감독인 나의 책임이다."

살짝 허리를 굽히며 선수들에게 사과하는 감독이다. 늘어져 있던 선수들의 눈가에 놀라운 기색이 스쳐 지나간다. 마치 경기가 끝난 뒤의 모습과 같은 감독의 모습에 놀라지 않을 선수는 없었다.

"더 깊이 파악해야 했다. 세상에 완벽한 전술은 없고 완벽한 팀은 없다. 그럼에도 우리가 밀리게 된 것은 나의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전술이 실패했음을 선수들에게 솔직히 이야기한다. 하지만 선수들은 고개를 흔든다. 자신들이 메시를, 그리고 바르셀로나를 막아 내지 못한 것이 단지 감독의 책임 때문인가.

"감독님의 탓이 아닙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주세요.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마사지를 받고 있던 제라드가 묵묵히 입을 열었고 선수들도 동조했다.

"그 말이 맞네.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지. 지금은 어려운 상황이야. 내 말이 무책임하다 여겨져도 좋네. 하지만 여러분들이라면, 리버풀의 새로운 영광을 가져다 줄 여러분들이라면 지금 상황을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고 믿네."

절절히 진심을 담아 선수들에게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단순히 정신론만 강조해서야 감독 역할 실격이었다. 연장전을 치르는 상황이라면 모르되 지금은 후반전이 통째로 남아 있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아야 했다.

"후반에 전술을 조금 수정하겠네. 무사, 자네는 오늘 잘 해줬네. 정말 헌신적으로 잘 뛰어줬어."

헤메는 감이 없지 않았지만 무사 시소코 역시 오늘 상당한 활동량을 보여 주었다. 자신을 지목하는 감독의 모습에 시소코는 교체될 것임을 직감하고 고개를 떨궜다. 그런 그에게 달글리시 감독이 다가가 어깨에 손을 올렸다.

"미안하네. 자네는 충분히 잘해 주었어. 자네가 더 큰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는 기회를 반드시 만들어 주겠네."

"...알겠습니다."

전반만 뛰고 교체되는 일은 선수에게 굴욕에 가깝다. 자연히 기꺼울리 없는 시소코, 하지만 유감의 뜻을 밝히며 양해를 구하는 감독에게 대 놓고 불만을 표할 만큼 성격이 모나지 않았다. 달글리시 감독은 수긍해 주는 시소코에게 다시 한 번 고맙다고 이야기 한 뒤 자신의 플랜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무사가 나오고 제이미, 자네가 들어가도록 해. 그리고 우리의 포메이션을 3-5-2로 전환한다. 다니엘이 가운데, 마틴이 왼쪽, 제이미가 오른쪽에 서서 쓰리 백을 구성하도록. 호세와 글렌은 윙백으로 올라간다. 우리가 지금 밀리는 이유는 단 하나, 미드필드 지역에서의 싸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저들의 패스 워크가 우리의 활동량을 넘어서고 있다. 그렇다면 숫자를 늘려 저들이 마음 놓고 패스를 주고 받지 못하게 하자고."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더구나 상대의 핵심 플레이어 메시는 쓰리 톱의 일원으로 경기에 나서고 있었으나 실제로는 조금 아래로 내려와 플레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중반 지역의 숫자를 늘린다면 주도권 싸움에서 균형을 맞출 수 있음과 더불어 메시에 대한 견제도 조금은 용이해 질 수 있었다.

문제는 리버풀 선수단이 쓰리 백에 대한 숙련도가 포 백의 그것에 이르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훈련을 통해 어느 정도 익히긴 했지만 포 백과 쓰리 백은 기본 개념 자체가 완전히 다른 포메이션이었다. 아무리 경험 많은 선수들이라고 해도 혼동이 올 수 있었다. 그리고 만약 그렇게 된다면 오히려 전반보다도 더 처참한 꼴을 당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무책임하다고 여겨도 할 말이 없네. 이 경기의 결과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말고 전력을 다해 달라는 말 밖에 할 말이 없군. 결과는 내가 책임지겠네. 언론의 비판, 팬들의 반응은 모두 내가 책임지겠네."

다시 한 번 허리를 숙이며 선수단에게 양해를 구하며 분발을 촉구하는 달글리시 감독, 선수들은 분연히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빛냈다. 달글리시 감독은 그동안 그들에게 좋은 감독이었다. 실적도 말할 나위 없었고 선수단과의 관계에서도 고압적이지 않고 그들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그런 감독이 고개를 숙이며 그들에게 솔직한 마음을 보이고 있었으니 격앙되지 않을 수 없었던 것.

"해 보겠습니다. 까짓 거, 우리가 두 골차 리드를 당했던 적이 없는 것도 아니고!"

디르크 카윗이 손을 우드득 꺾으며 먼저 나섰다. 가끔 선수단 사이에서 단순 무식하다며 놀림 받는 그였으나 그만큼 열정이 가득한 선수였다. 그는 자신의 피가 끓어 오르고 있음을 숨기지 않았고 이는 선수단의 분위기 반전에 도화선이 되었다.

"이대로 경기가 끝나면 쪽 팔려서 집에 들어가지도 못할 거야. 젠장, 어떻게든 해 보자고! 저 놈들도 같은 선수야. 우리가 이렇게 당하고만 있을 필요 없다고."

귀공자와 같은 외모와 달리 투쟁심이 팀 내에서 손 꼽히는 다니엘 아게르 또한 이를 갈며 외쳤다. 제이미 캐러거는 유들유들하게 웃으며 감독에게 딜을 제시했다.

"이 경기 우리가 뒤집으면 감독님이 호텔에서 거하게 한 번 쏘는 건 어떻겠습니까? 어제 보니까 여기 호텔 레스토랑이 그렇게 끝내준다고 하던데요?"

너무 분위기가 무겁게 흐르지 않도록 적절히 개입하는 캐러거, 선수단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다들 환호를 보내며 감독의 결단(?)을 촉구한다. 마치 이미 역전한 것 같은 분위기에 달글리시 감독이 환한 표정으로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마음 같아서야 호텔 전체를 빌려 놓고 마음껏 대접해 주고 싶지만, 자네들도 알다시피 내 연봉이 그정도는 안되니까, 레스토랑에서 끝내주는 코스를 대접하는 것 정도로 봐주게나."

흔쾌히 허락하는 달글리시 감독의 모습에 큰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휘파람까지 불어 대며 즐거워하는 모습에서 좀 전의 침울했던 분위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비록 겉으로 꾸며낸 모습일지라도 달글리시 감독은 만족했다. 어쨌든 선수들의 의욕을 살려 냈다는 것이 중요할 따름이다.

"오늘 저녁, 끝내 주는 레스토랑에 가기 싫은 녀석들 없지? 다들 침울하게 방 구석에서 울고 싶은게 아니라면 제대로 해 보자고!"

캐러거가 마지막 마무리를 했고 선수들은 힘차게 일어서며 대답했다.

============================ 작품 후기 ============================

-변명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요

-축구 소설, 스포츠 소설의 특성 상 매 경기 매 경기를 완전히 새롭게 쓰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참조하는 경기, 하이라이트도 보다보면 다 비슷하고 예전에 봤던 것 같고...

-가능하면 억지로 임팩트를 주거나 극적 긴장감을 만들어 내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로 인해 글이 좀 밋밋해 보일 수 있다고 해도요

-가끔 쓰면서 예전에 제가 썼던 내용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면 머리가 아파 옵니다

-결국 필력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겠지요...ㅠㅠ

-이런 부분을 독자 여러분들께 이해해달라는 말은 아닙니다^^;;

-그저 넋두리일 뿐이니 어여삐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재미를 잃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오늘은 왠일로 후기가 진지하대?

-전 언제나 진지합니다

-다들 아시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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