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Answer-221화 (22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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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골을 허용한 리버풀, 선수들은 허탈한 기색이 역력했다. 과연 지금의 실점이 그들의 책임인가? 그들이 실수를 저질러서 실점을 허용한 것인가? 그렇다고 말하기 힘들 것이다. 그들에게 잘못이 있다면 리오넬 메시라는 선수에 비해 그들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 단 하나였다. 그것을 잘못이라고 한다면 너무나 가혹한 일이 되리라. 애초에 전 세계에 리오넬 메시를 막을 수비수가 존재하기는 한 지 의문인 상황이다. 지난 조별 리그에서 AC 밀란의 알레산드로 네스타가 그를 막아 내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그 또한 결국 팀의 패배를 막지 못했다. 현 시대, 사람의 힘으로 어찌할 도리가 없는 재해와도 같은 존재가 바로 리오넬 메시였다.

"고개 들어! 아직 끝나지 않았어!"

스티븐 제라드가 박수를 치며 기운 빠진 기색이 역력한 동료들을 독려한다. 그는 오늘 마치 전성기 때의 그것과 같은 활동량을 보이며 팀을 이끌고 있었다. 언제나 풍부한 활동량을 자랑하는 그였으나 나이가 30이 넘으며 조금은 반경이 줄어든 제라드였다. 그렇다고 해도 어지간한 미드필더, 아니 선수들보다 훨씬 많은 거리를 소화하는 그였지만 오늘은 또 달랐다. 리버풀의 2선 가장 앞 열에 서서 상대의 공격을 일차적으로 저지함은 물론이고 최후방까지 내려와 수비에 가담하고 있었다. 지금도 반대 쪽 사이드에서 중앙으로 쇄도하던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의 마크를 놓치지 않고 있었다. 메시가 공격 방향을 그와 반대로 잡은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제라드의 헌신적인 수비가담에 있었던 것이다.

"한 골이야! 아직 한 골이라고! 너희들 잘 하고 있으니까 잊어 버려!"

"시간 많아! 차분히 풀어 가라고!"

벤치에서 일어나 고래 고래 소리를 지르는 제이미 캐러거와 다른 동료들의 모습도 보였다. 고개를 떨구고 있던 그들이 조금씩 머리를 바로 세운다. 레이나가 골대 안에서 굴러다니고 있던 공을 집어 들고 앞으로 보내며 외친다.

"얼른 한 골 갚아 주라고! 수비들 메시에게만 정신 팔리지 마! 확실하게 사람 잡으라고!"

골을 허용하는 것은 골키퍼에게 있어 최대의 굴욕이다. 환상적인 퍼포먼스로부터 비롯된 골이건, 골대 앞 혼전 상황에서 기록한 골이건 중요하지 않다. 실점했다는 사실에 분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 레이나가 주먹을 부딪히며 외치자 조금씩 활기가 돌아 왔다.

"미안. 내 커버가 늦었어."

엔리케가 자신의 실수였다며 사과한다. 스크르텔은 고개를 저으며 그의 등을 툭툭 두드렸다. 호세 엔리케는 자신이 메시를 마크하러 나간 공간의 커버가 확실히 늦긴 했다. 하지만 이는 불가피한 일이었다. 애초에 루카스와 아게르 둘이 막지 못한 것이 더 큰 문제였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에게 책임을 묻기도 어려웠다. 지금은 어찌할 도리가 없는, 지나간 일에 대해 책임을 추궁하는 것 보다 마음을 다 잡고 경기에 임하는 것이 중요했다.

"잊어 버려 호세. 나도 잘한 건 없으니까. 한 골 준건 어쩔 수 없어. 앞으로 잘 하자고."

한 골을 실점하긴 했지만 분위기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그들은 시즌을 치르며 그 어느때 보다 강한 유대감과 신뢰 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다. 이는 그들의 인격, 혹은 인성이 특별히 괜찮았기에 이룰 수 있었던 일이 아니었다. 수십 경기를 치르며 자연스럽게 서로의 실력에 대해 인정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프로는 결국 실력으로 말한다. 비싼 몸 값, 세계적인 명성은 그 선수를 표현하는 일부일 뿐이다. 직접 경기를 뛰며 알게되는 것만큼의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경기를 치르며 서로 충분히 함께 경기를 치를만 하다는 기본적인 신뢰를 쌓았고 그들과 함께라면 우승컵을 들어올릴 만 하다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그것들이 지금, 어려운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힘의 근원이 되고 있었다.

하지만 살다 보면, 마음 가짐으로 어찌할 도리가 없는 상황이 찾아 오곤 한다. 정신이 충실하다고 해서 모든 일을 해낼 수 있는가? 리버풀 선수들에게 있어 불운은 바로 오늘 상대해야 하는 팀이 바르셀로나라는 점, 그 하나 밖에 없었다.

[리오넬 메시, 빼앗기지 않습니다! 거친 태클을 버텨 내며 드리블을 이어 나갑니다!]

간혹, 아니 종종 드리블로 유명한 선수들의 경우 다이버의 의심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드리블러의 특성상 필연적으로 공을 끌게 되는 것과 관련이 있었다. 공을 오래 소유하다 보니 수비로부터 집중적인 견제를 받게 되고 이는 거친 몸싸움과 강한 태클에 그대로 노출됨을 의미했다. 이는 자칫 부상으로 이어질 우려도 있었는데, 그 이유때문 만은 아니지만 드리블러들은 상대의 페널티 박스 근처에서 거친 태클을 당할 경우 굳이 버티지 않고 넘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잘 되면 PK를 얻을 수도 있었고 프리킥을 얻을 수도 있었다. 거기에 상대에게 카드를 수집하게 할 수도 있었으니 일석이조였다. 이렇게 되면 상대의 수비들은 거친 태클을 남발하지 못하게 된다. 카드를 각오한다고 해도 퇴장까지 감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그런데 메시는 이와는 정 반대의 행보를 보이는 선수였다. 170cm이 될까 말까 한 작은 키에도 190cm에 육박하는 대형 수비수들의 거친 몸싸움과 태클을 버텨냈다. 단지 그뿐만이 아니고 누가봐도 파울인 상황에서 균형을 회복하고 악착같이 플레이를 이어나가는 집념을 보이는 선수였다. 실제로 그의 한 시즌 경기를 돌려 보면 심판이 휘슬을 입에 가져 갔다가 떼는, 어드밴티지 룰 적용이 굉장히 잦음을 확인할 수 있다.

메시 보다 몇 년 전에 각광을 받았던, 제 2의 마라도나라 불렸던 파블로 아이마르라는 선수가 있다. 엘 마고(마법사)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그는 메시와 비슷한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폭발적인 드리블과 천재성 넘치는 패스로 각광받았던 그는 2000년 대 초, 라 리가의 발렌시아에서 유럽 생활을 시작했다.

발렌시아의 리그 우승과 챔피언스 리그 준우승을 이끌며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나간 그였지만 결국 발목을 잡은 것은 부상이었다. 팀 전술 상 공은 그에게 모여 들었고 그는 자신의 재능을 활용하여 상대 수비를 상대했다. 하지만 공을 끄는 그와 같은 선수들에게 가해지는 견제는 비슷했다. 그는 생각보다 강한 신체를 타고 나지 못했고 부상에서 회복하는 능력도 조금은 떨어졌다.

몇 차례 부상, 그리고 회복을 거치며 그의 기량은 예전만 못했다. 그리고 발렌시아에서 새로이 등장한 신성 다비드 실바로 인해 자리를 잃은 그는 여러 팀을 전전하는, 이름 값에 어울리지 커리어를 이어나가는 상태였다.

하지만 메시는 달랐다. 그는 다리가 부러지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의 강한 태클을 당한 뒤에도 멀쩡히 일어나 플레이를 이어 나가곤 했다. 심지어 부상을 당한 이후에도 변치 않는 기량을 과시하며 튼튼한 내구성을 자랑했던 것. 작은 체구로 인해 약할 것이라 생각되기 쉬웠지만 실제로 그는 상당한 강골이었다. 이는 그의 극에 달한 축구 기술 만큼이나 그의 커리어에 큰 도움이 되는 중요한 요소였다.

[자신보다 15cm이상 큰 디르크 카윗으 견제에도 꿋꿋합니다! 루카스 레이비가 발을 걸었지만 잠시 흔들릴 뿐 넘어지지 않습니다! 도대체 이 선수는 어떻게 이런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것일까요?]

경기를 중계하는 해설자, 그리고 캐스터도 찬탄을 금치 못한느 그의 플레이였다. 자신보다 최소 10cm는 큰 상대들을 달고 움직이면서도 전혀 흔들림이 없다. 반칙에 가까운 태클을 당해도 잠시 휘청일 뿐 쓰러지지 않는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상대의 페널티 아크까지 접근한 메시였다. 첫 골을 실점했을 때와 거의 흡사한 상황, 캄프 누를 가득 메운 꾸레의 함성이 점점 커진다.

[아! 이번에는 다니엘 아게르가 걷어 내는 데 성공합니다! 간신히 걷어 내는 다니엘 아게르를 일으켜 주는 마틴 스크르텔!]

[리버풀로서는 천만 다행입니다. 첫 골을 실점했을 때와 거의 흡사한 장면이었죠? 여기서 다니엘 아게르까지 투입된다면 다시 한 번 페널티 박스 내에서 공간이 생기게 되거든요. 지금 보시면 후방에서 조율에 힘쓰고 있던 사비 에르난데스가 어느새 침투를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 나옵니다. 아마 다니엘 아게르의 클리어가 조금만 늦었다면 사비에게 완벽한 찬스가 만들어 졌을 확률이 높습니다.]

[메시 선수도 아쉬워 하는 군요. 어드밴티지 룰이 적용되고 시간이 상당히 지났기에 프리킥의 소급 적용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만, 메시 선수의 밸런스는 그야말로 대단하군요!]

[괜히 세계 최고의 선수가 아닙니다. 작은 키라고 해서 몸 싸움이 약할 거라는 고정 관념은 메시 선수에게는 통하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뛰어난 공격수를 두고 파울이 아니면 막을 수 없다는 표현을 쓰곤 하는데 메시 선수는 그보다 더 하죠. 파울로도 막을 수 없는 선수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지금 시점에서 리버풀의 에이스, 데이빗 장 선수와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가요? 어떤 면에서 그렇죠?]

[사실 두 공격수의 역량은 비슷하다고 평가 받는 요즘입니다. 프리미어 리그나 프리메라 리가나 세계 최고의 리그라는 건 동일합니다. 리그 스타일의 차이가 있다고는 하지만 중요한 요소라 생각되진 않습니다. 그런 리그에서 뛰는 두 선수는 경기 당 한 골을 상회하는 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골 뿐만이 아니라 연계 플레이, 어시스트 능력까지 출중하다는 점도 비슷하겠네요. 하지만 데이빗 장은 아직 밸런스가 완벽한 선수가 아닙니다. 데뷔 초에 비해서는 많은 발전이 있습니다만 아직도 거친 몸싸움을 버텨내는 요령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죠.]

실제로 예전에 비해 픽픽 나 자빠지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여전히 그의 약점으로 지목되는 것이 몸싸움 능력이었다. 그래도 많은 발전이 있었고, 어지간한 수비수들은 그에게 몸싸움을 걸지도 못하고 제쳐지기 일쑤였던 터라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메시와 비교하자면 그랬다.

[데이빗 장 선수는 본인의 밸런스를 키워야 할 겁니다. 지금도 물론 발전하고 있지만 말이죠. 드리블러는 필연적으로 상대의 거친 파울을 몸으로 감당해 내야 합니다. 이를 버티는 능력이 떨어진다면 본인의 커리어에도 치명적으로 작용할 확률이 큽니다.]

메시만 신경쓴다고 해서 바르셀로나를 막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메시를 막지 못한다면 상황은 더 처참하게 흘러갈 뿐이다. 리버풀 선수들은 제로섬 게임의 의미를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메시는 혼자서 막지 못하는 선수다. 이것을 부정해 봐야 현실이 바뀌진 않는다. 그렇다면 둘 이상이 그에게 신경을 써야 한다. 그렇다면 다른 쪽의 마크가 느슨해 지는 것은 필연적이다. 리버풀만 12명의 선수가 뛰는 것이 아니라면 그럴 수 밖에 없다. 경기에 뛰는 인원은 양 팀이 동일하니까.

더 골때리는 부분은 그가 상당히 이타적인 플레이도 잘한다는 점이다. 인간 같지 않은 득점 수에 가려져서 그렇지 그는 어시스트 숫자도 유럽 전체에서 최상위권에 들어가는 선수였다. 실제로 첫 골을 어시스트 한 것도 메시였으니 말이다.

막으면 패스하고 막지 않으면 골을 먹힌다. 그리고 전반 43분, 의욕을 잃지 않고 경기에 임하던 리버풀 선수들의 멘탈을 부수는 일격이 가해졌다.

리버풀의 페널티 박스를 포위한 채 마치 패싱 훈련을 하는 것처럼 여유롭고 정확하게 패스를 돌리는 바르셀로나, 그리고 순간적으로 메시에게 마크가 쏠린 상황에서 왼쪽의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에게 공이 넘어갔다. 메시에 가려져 가치 절하당하는 면이 있는 선수였지만 그는 어지간한 팀, 아니 소수의 몇 개팀을 제외하면 어느 팀에서나 에이스의 롤을 맡을 만한 선수였다.

베테랑 수비수 글렌 존슨의 중심을 쉽게 무너 뜨리고 페널티 박스로 진입했다. 그리고 한 명의 수비를 더 이끌어 낸 뒤 공을 살짝 흘려주는 이니에스타. 그리고 그 공을 향해 달려드는 다비드 비야, 골 결정력의 화신이라 불리는 선수 답게 침착하게 슈팅한다. 슛은 마지막 패스라는 격언에 정확히 들어 맞는 그의 슈팅, 호세 레이나는 전혀 반응하지 못한 채 멀거니 서서 그의 슈팅이 골망을 가르는 것을 지켜 보아야 했다.

2 대 0, 캄프 누는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고 리버풀에게는 패배의 그림자가 짙게 내려 앉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주인공과 메시에 대한 묘사가 비슷하다고 보신 분이 계시는데요

-정확하게 보셨습니다

-실제로 글을 쓸 때 메시의 플레이를 보면서 영감을 얻은 적도 많았거든요^^

-세부적으로는 조금 다른 부분이 있음을 표현하고 싶었는데

-아직 그런 부분까지 말하기엔 저의 필력이 부족함을 느낍니다 ㅠㅠ

-아주 가끔 드는 생각인데요

-말도 안되는 것 같긴 하지만

-저는 메시가 말도 안되는 기록을 남기는 바람에 오히려 약간 평가 절하되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이게 무슨 미친 소리인지 뭔가 설명하기가 어려운데...

-일부만 설명드리자면 메시는 공격 포인트 이상의 가치가 있는 선수라고 생각해요

-괴랄한 공격 포인트 숫자만으로도 설명이 부족함 없겠지만 말이죠

-사실 현대 축구에서 이런 미친 선수가 나올 수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죠;

-어지간한 축구 소설의 주인공에게 현실감을 부여하는 굇수

-사람이 아니므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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