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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친구, 그러니까...음 뭐랄까."
프리미어 리그 24라운드 경기가 열리는 안필드, 리버풀과 토트넘 핫스퍼와의 경기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평소라면 테크니컬 에어리어로 나가 열심히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어야 할 달글리시 감독이지만, 오늘은 한 껏 여유로워 보였다.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은 채 느긋하게 등을 기대고, 느긋한 감상을 하는 것이 딱 관중의 모습이었다.
"아무래도 지난 경기에서 못했던 부분을 오늘 충당하려는 것 같네요. 잔업 처리랄까요?"
여유롭기는 클락 수석 코치도 매한가지였다. 그들을 이렇게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당연히 현재 리버풀의 경기력이 그만큼 좋기 때문이다. 오늘은 과정 뿐만 아니라 결과로서도 나타나고 있었다. 후반 30분을 막 넘은 시점에서 3 대 0, 세 골차로 압도적인 우위를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그 선봉에는 역시나, 지난 경기에서 부진 아닌 부진을 겪은 데이빗 장의 맹활약이 있었다.
"괜찮다고는 하지만 본인도 짜증이 많이 났을 거야. 자존심도 상했을 거고."
실제로 지난 울버햄튼 전 이후, 훈련장에서 금새 평소의 모습을 회복했던 데이빗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100% 평소와 같을 수는 없었다. 아직 젊은 선수인 만큼 숨길 수 없는 승부욕이 끓어 오른 것을 눈치챘던 달글리시 감독이었다. 그런 의욕이 지나치다 싶었다면 고삐를 당겼겠지만 충분히 긍정적으로 작용할 거라 믿었고 이는 성공적이었다.
"그리고 지난 5라운드에서 본인이 풀타임을 뛰면서 패배한 첫 번째 팀이 토트넘 아니었겠습니까? 지난 아스톤빌라 전에서도 지긴 했습니다만 그때는 골이라도 넣었었죠. 토트넘 전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영봉패를 당했으니 복수의 칼날을 갈았던 것 같습니다."
국가 대표 소집에 리그 일정, 거기에 챔피언스 리그까지 병행하던 시점이라 몸 상태가 시즌 초반임에도 좋지 않았던 것이 원인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패배는 패배였고 활약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만약 이번 경기에서까지 부진한다면 토트넘을 상대로 약세를 보인다는 이미지가 굳어질 우려도 있었고 지난 경기의 부진에 이어 언론의 비판이 사실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올 수도 있었다. 이런 부분을 면하기 위해서는 경기에서 결과로 보여주는 것 밖에 없었는데 역시 그들이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모습이다.
"후반 30분까지 2골이라, 뭐...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긴 합니다만, 저도 참 문제네요. 혹시나 하는 마음이 있었거든요."
슬럼프라고 하는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찾아 오는 경우 보다는, 갑자기, 그리고 뜬금없이 찾아 오는 경우가 많다. 사소한 미스 하나 부터 시작되곤 한다. 자신이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의식하는 순간부터 함정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모든 스포츠 분야에서 멘탈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부상이 아니고서야 갑작스런 신체 능력의 저하는 찾아보기 힘들다. 노쇠화는 보통 몇 년에 걸쳐 일어나는 것이 보통이니 말이다. 대부분의 부진, 슬럼프는 멘탈이 흔들리기 때문인 경우가 많았고 이를 알고 있는 클락 수석 코치였기에, 혹시라도 데이빗이 지나치게 의식하다가 부진이 장기화 되지는 않을까 걱정했던 것이다.
"그런 것치고는 데이빗에게 꽤 적절히 조언을 해 주던데 말이야, 속으로는 똥줄이 타들어가고 있었던 게로군?"
장난스레 웃으며 말하는 달글리시 감독, 클락은 멋적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 밖에 없지 않습니까? 다른 선수도 아니고 우리 팀의 핵심 중의 핵심 아닙니까? 바르셀로나로 치면 메시와 같은 녀석이라구요."
"그거야 그렇지. 그래도 이제 걱정은 덜었군 그래. 저기 좀 보라고."
그가 손가락을 들어 가리키는 곳에서는 데이빗이 스티븐 제라드, 조단 핸더슨과 함께 멋진 패스 워크를 선보이는 장면이 나타나고 있었다. 깔끔한 원 터치 패스의 향연에 순식간에 붕괴되는 토트넘의 조직력, 다시 한 번 데이빗으로부터 공을 건네 받은 제라드가 뒷 공간을 침투해 들어가던 디르크 카윗에게 멋진 패스를 찔러 주었다.
"오케...!! 아...! 저걸 막네요..."
골을 예감한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클락, 하지만 상대 골키퍼의 믿을 수 없는 선방이 나오자 머리를 감싸쥐며 아쉬움을 표했다. 달글리시 감독도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흔들었다.
"디르크가 못 찬 공이 아닌데 말야, 저건 상대 키퍼를 칭찬할 수 밖에 없겠어."
딱히 키퍼의 정면으로 향하는 슈팅도 아니었는데 몸을 날려 막아 내는 모습에 그런 감상을 입에 담는다. 그리고 슬쩍 시간을 확인하더니 자리에서 일어 난다.
"이제 교체하실 생각입니까?"
"그래, 다음 주에는 맨체스터 녀석들, 그리고 AC 밀란하고의 대전이 기다리고 있지 않나. 아낄 수 있을 때 아껴 두자고."
당연한 것 아니냐며 벤치에 앉아 있던 마르코 로이스, 그리고 무사 시소코에게 투입을 지시한다. 클락 수석 코치는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그래도 한 골만 더 넣으면 해트트릭인데요."
"자네가 더 아쉬워 하는 것 같구먼."
껄껄 웃으며 코치의 어깨를 두드린다. 그리고 그라운드로 시선을 돌리며 말을 이었다.
"저 친구의 현재 움직임을 좀 보라고. 저게 지금 해트트릭 욕심을 내는 선수의 움직임인가? 절대 그렇지 않아. 오히려 상대 수비가 의식하고 있는 틈을 타서 동료들에게 찬스를 만들어 주고 있지. 개인 기록에 크게 욕심내지 않는 친구야. 감독으로서는 고마운 선수지. 더구나 저 친구, 이번 시즌에만 해트트릭을 두번이나 하지 않았나."
프리미어 리그 2라운드, 아스날 전에서 프리미어 리그 최단 시간 골 기록을 경신하며 해트트릭을 달성했고, 챔피언스 리그 조별 리그 경기에서 또 한 차례 해트트릭을 달성한 적이 있었다. 만약 이번 시즌의 첫 번째 해트트릭을 눈 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라면 달글리시 감독 또한 조금 융통성 있게 운영했겠지만 그런 것도 아니었으니 휴식을 주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것도 그렇네요. 그래도 해트트릭까지 기록하고 마쳤으면 그 꼴보기 싫은 몇 몇 언론사에서 뭐라고 할 지 참 기대가 되었을 텐데요."
"어째 아까부터 자네가 더 의식하고 있는 것 같은데, 두 골을 넣은 걸로 그쪽은 이미 이야기가 끝난 거 아닌가?"
그리고 대기심에게 다가가 교체 사인을 알린다. 타이밍 좋게 공이 다시 한번 사이드 라인을 벗어 났고 데이빗은 천천히 걸어 나오며 관중들에게 박수를 쳤다. 당연히 홈 팬들이 그런 모습을 보고 얌전히 있을리 없었고 대부분 기립하여 박수를 보내며 두 골을 넣은 에이스에게 예우를 보내 주었다.
"수고 했네. 오늘 정말 최고였어."
"감사합니다."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데이빗, 하지만 숨길 수 없는 자부심과 성취감이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다음 경기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만 아니었으면 해트트릭을 하도록 냅두고 싶었지만, 자네도 알다 시피 그 팀에는 갚아야 할 빚이 있잖은가?"
"그렇네요. 지난 번 FA 컵에서 정말 뛰고 싶었으니까요."
"그래, 그때 자네를 아꼈던 이유를 다음 경기에서 보여줘야 한다는 말이지. 내 체면을 좀 세워 주겠나?"
장난스레 말하는 감독의 모습에 데이빗은 기분 좋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식의 믿음이라면 언제든 환영이다.
"토트넘 녀석들이 영 도움이 되지 못하는 군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수석 코치 마이크 펠란은 퍼거슨 감독과 함께 리버풀의 경기를 관전하고 있었다. 다음 라운드에서 바로 상대해야 하는 팀이기도 했고 지금 1위를 순항 중인 경쟁팀이기도 하니 분석을 게을리 할 수 없었다. 그들로서는 토트넘 핫스퍼가 리버풀을 반드시 잡아 주길 기대했지만 현실은 그들의 바람과 상당히 어긋나고 있었다.
"우리가 첼시를 상대로 무승부를 거두는 바람에 일이 영 꼬여 버렸어. 다행히 에버튼이 시티를 잡아 준 덕분에 2위하고의 승점 차는 좁힐 수 있었지만 말이야."
역시나 입맛이 쓴 듯 퍼거슨 감독도 안색이 영 편치가 않다. 하루 먼저 리그 24라운드 경기를 치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였다. 이번 시즌, 예전같지 않은 첼시를 상대로 원정 경기를 치렀는데 이빨이 빠졌다고 해도 강 팀은 강 팀이었고 첼시는 첼시였다.
무려 세 골 씩을 퍼붓는 난타전을 펼친 끝에 3 대 3 무승부를 거둔 양 팀, 첼시로서는 현재 유로파 리그 출전권도 간당간당한 순위에서 빨리 올라 올 필요가 있었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우승권 경쟁에서 더 멀어질 수 없었기에 필사적일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 2위 맨체스터 시티가 에버튼을 상대하며 패배를 기록하며 2위와의 승점 차는 줄어 들었으나, 오늘 리버풀의 경기를 보고 있자니 1위와의 승점 차는 더욱 벌어지게 생겼다. 오늘 리버풀이 이대로 경기를 승리하게 된다면 3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승점 차이는 7점으로 벌어지게 된다. 서로 각각 2연패, 2연승을 해도 뒤집어지지 않는 수준, 골 득실에서는 따라 잡는 것이 불가능할 만큼 벌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승점을 역전시켜야 했다.
"겨울 이적 시장에서 영입해 온 선수도 괜찮은 선택으로 보이는 군요."
스티븐 제라드와 교체 되어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는 무사 시소코를 보고 있자니 자연스레 그런 감상이 튀어 나왔다. 확실히 투박하고 거친 면이 있었지만 강철같은 체력과 기동력으로 팀에 활력을 불어 넣고 있었다. 빠르고 강한 리그 스타일에도 적합한 유형의 선수로 보였다.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니까, 선수 층이 얇은 저쪽 팀에게는 맞춤형 선수나 다름 없지."
잘도 찾아 냈군 이라며 불만스레 중얼거리는 퍼거슨 감독, 라이벌 팀이 강해지는 걸 반기는 사람은 없을 것이고 이는 퍼거슨 감독 또한 마찬가지였다.
"FA 컵에서는 이기긴 했지만 중요한 건 리그란 말이지. 더구나 이번에는 우리 홈이라고."
절대 질 수 없다며 의욕을 보이는 노장의 모습에 그를 보좌하는 펠란 역시 고개를 끄덕인다.
"이번 경기를 내 주게 되면 사실 상 우리로서는 따라가기 어려울 만큼의 격차가 생겨 버리니까요. 무조건 잡아야 합니다."
승점 7점 차이도 만만한 점수 차이는 아니지만 10점 차로 벌어지는 순간부터는 본인들만 잘해서는 역전이 거의 불가능한 점수 차가 되어 버린다. 리버풀이 이후 슬럼프에 빠지지 않는다면 사실상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우승은 물건너 가는 것이나 다름 없는 수준, 그렇게 되어서는 곤란했기에 이번 경기는 반드시 잡아야 했다.
"박은 또 부상이니 이거야 원..."
결과적으로는 털리긴 했지만 그나마 상대의 에이스를 잠시나마 봉쇄하는 데 도움이 되엇던 비장의 카드가 또 부상이라는 사실에 한숨이 나오는 퍼거슨 감독이다.
"지난 경기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길래 이대로 슬럼프로 이어졌으면 했습니다만...아무래도 그건 힘든 일이었네요."
TV 화면에서는 공이 터치라인 밖으로 나간 틈을 타 전반에 터졌던 데이빗의 선제골 장면이 리플레이 되고 있었다. 박스 부근에서 루이스 수아레즈와 완벽한 패싱 플레이를 주고 받으며 수비진을 무력화 시키고 가볍게 골을 성공 시키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어쩔 수 없이 안토니오를 기용해야 겠어. 그나마 오른쪽 윙어로 나설 수 있는 친구 중에 수비 가담이 제일 좋은 친구니까. 오른쪽 풀백 자리가 문제인데..."
현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오른쪽 풀백으로 나섰던 선수들이 모두 상대에게 털려 본 경험이 있다보니 정하기가 참 난감했다. 그 모습에 펠란이 조심스럽게 의견을 제시했다.
"차라리 스몰링을 써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파엘은...지난 두 번의 맞대결에서 전혀 그를 제어하지 못했잖습니까. 오히려 상대가 자신 있게 달려들게 하는 꼴이 될 수도 있습니다."
"스몰링이라..."
코치의 제안에 고심하는 퍼거슨 감독,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나쁘지 않은 생각이군. 크리스 그 친구를 풀백에 놓지 않는 건 오버래핑 타이밍이나 크로스가 너무 좋지 않아서였는데, 다음 경기에서는 수비만 하면 되는 상황이나 문제 될 건 없겠어."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크리스가 그를 완벽하게 막아 내기란...쉬운 일이 아니겠습니다만 그래도 하파엘보다는 낫지 않을까 합니다. 몇 번이나 당했던 상대이니만큼 하파엘 스스로도 부담감이 있을 테니까요."
계속 같은 상대에게 당하다 보면 자신감을 잃게 되고 트라우마까지 생길 수 있다. 그동안 하파엘이 데이빗에게 농락당했던 모습을 떠올리자니 도저히 매치업 상대로 붙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럼 오른쪽 라인은 그렇게 하지. 그게 최선인 것 같군."
말을 마치며 자리에서 일어 나는 퍼거슨 감독, 경기는 결국 3 대 0, 리버풀의 대승으로 마무리 되었다. 자신들의 홈에서 저런 꼴을 보지 않으려면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했다.
"가자고. 우리가 할 일이 많아.“
============================ 작품 후기 ============================
-어제 맨체스터 시티전을 못봤네요
-하이라이트로 봤는데...아...
-설마 제가 안봐야 이기는 건 아니겠져?
-아닐거야...
-그러고보니...예전에 Kt&g 농구단(지금 kgc)응원할 때
-그때 제가 서포터 석 끊어서 다녔었거든요
-홈 경기 거의 다 갔었는데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안볼게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