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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진행된 울버햄튼과의 원정 경기에서 리버풀은 1 대 0으로 간신히 승리를 거두는 데 성공했다. FA 컵을 포기하면서까지 주력 멤버들에게 휴식을 주었던 리버풀이었으나 상대의 강한 수비에 고전하며 의외로 경기를 쉽게 풀어나가지 못했다. 이 경기에서 선발 출전하여 풀타임을 소화한 데이빗은 지난 챔피언스 리그 플레이오프 첫 경기 무승부, 그리고 토트넘을 상대로 패했을 때와 같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며 팀에 평소와 같은 기여하지 못했다. 상대 마크맨이 그리 강한 것도 아니었지만 묘하게 볼 터치가 평소에 비해 둔한 느낌이 들며 볼 간수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 간신히 후반 42분, 마르코 로이스가 골을 터뜨리며 승리하긴 했지만 평소에 비해 공격이 확실히 깔끔하지 못했다.
이는 리버풀의 공격 전술 상 당연한 현상이었는데, 데이빗 장에게 공격에 대한 전권, 프리롤을 맡기고 그를 위주로 공격하는 것이 팀의 전술이었기에 그가 일시적인 부진에 빠지자 팀 전체의 공격이 둔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언론은 이를 두고 데이빗 장에 맞춰진 공격 전술의 한계가 찾아 왔다는 등, 데이빗의 개인 플레이가 이기심에 가까웠다는 등 난리를 떨었다. 팀 동료들과 감독이 나서서 이는 일시적인 일에 불과하고 그는 앞으로 문제 없을 거라 이야기하긴 했지만 건 수를 잡은 언론은 쉽게 먹이감을 놓지 않았다.
이는 팬들 사이에서도 한 동안 뜨거운 논쟁거리가 되었다. 사실 대다수의 리버풀 팬들은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소위 크레이지 시즌을 보내는 선수라고 해도 매 경기마다 최고의 활약을 이어가지는 못하니 말이다. 딱히 부상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았던 것.
하지만 몇 몇의 성질 급한 팬들, 혹은 비판적이거나 그의 안티에 가까운 일부 사람들이 넷 상에서 끊임 없이 그에 대한 부정적인 글을 올리면서 논쟁이 크게 불거진 것이다. 당연히 비판은 재 비판을 부르기 마련이고 겨울 이적 시장 이후 한 동안 조용했던 리버풀의 커뮤니티는 얼마 전, FA 컵의 패배 시점부터 다시 뜨겁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데이빗 장에 대한 비판, 과연 정당한가?]
지난 프리미어 리그 23라운드, 리버풀과 울버햄튼의 경기가 끝난 이후 연일 마녀 사냥에 가까운 일부 언론의 왜곡된 보도 행위로 인해 연일 뜨거운 요즘이다. 누군지 말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리버풀의 간판 스트라이커 데이빗 장에 대한 이야기다.
사실 필자 본인은 왜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지 모르겠다. 리버풀이 패배라도 했나? 아니면 하다 못해 무승부를 거두기라도 했나? 보통 이 정도의 마녀 사냥에 가까운 비판, 아니 비난은 팀의 패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인물에게나 가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리버풀은 이겼다. 데이빗 장 본인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것에 반박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확실히 평소보다 둔한 모습이었고 그가 지난 경기들에서 기여했던 수준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과연 지금 이렇게 그에게 가해지는 비판이 정당한 것인가? 아니, 근거가 있는 것인가? 리버풀이 패배했다면 모르겠다. 하지만 이긴 팀의 선수다. 그가 경기 중에 치명적인 실수라도 저질렀는가? 그렇지 않다. 다만 평소에 비해 해 주는 것이 적었을 뿐이다.
혹자는 말한다. 팀의 핵심 플레이어, 전술의 중심이 되는 선수라면 부진했을 때의 비판은 당연한 것 아니냐고 말이다. 이에 동의한다. 분명 에이스 플레이어의 숙명과도 같은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이루어지고 있는 비판의 수준은 도가 지나쳤다.
역대 통틀어 팀 전술의 전부와도 같았던 선수들은 많이 있었다. 과거 펠레, 마라도나부터 해서 황제 호나우두, 축구를 예술의 경지로 승화 시킨 지네딘 지단, 현대 축구의 반역자 리켈메, 지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리오넬 메시, 그리고 데이빗 장까지. 이 외에도 많은 선수들이 자신의 두 발로, 팀 전술을 책임지곤 했다. 하지만 상기한 선수들 중, 매 경기마다 최고의 활약을 보여준 선수가 있는가?
이번 시즌, 데이빗 장과 리오넬 메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다른 선수들이 따라오기 어려울 만큼의 득점 페이스를 이어 나가며 커리어 하이 시즌을 만들어 가고 있다. 하지만 리오넬 메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또한 이번 시즌 매 경기에서 득점을 기록하지는 못했다.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경기도 분명 있었다.
어떤 선수도 매 경기 완벽한 컨디션에서 경기를 치를 수 없다. 단지 휴식일의 문제가 아니다. 선수들은 기계가 아니다. 누구나 가끔, 이유 없이 컨디션이 좋지 못할 때가 있다. 선수들은 누군가 패드에 연결하여 조종하는 게임 속의 캐릭터가 아닌 것이다.
단 한 경기, 골을 넣지 못했을 뿐이다. 그가 평소에 보여주는 말도 안되는 퍼포먼스때문에 심각한 부진으로 보이는 것 뿐이지 사실 지난 경기의 세부 기록을 살펴 본다면 다른 공격수들이 평소에 보여주는 움직임보다 크게 나쁜 것도 아니다. 다만 골을 넣지 못했을 뿐 심각하게 부진한 것도 아니라는 말이다. 이해하기 쉽도록 같은 날 스토크 시티를 상대로 경기를 치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웨인 루니가 기록한 세부 기록을 비교해 보도록 하겠다.
웨인 루니(시즌 평균) 데이빗 장 (시즌 평균)
볼 터치 횟수 71회 (77.63회) 69회 (72.41회)
패스 성공률 76.9% (78.14%) 73.2% (83.27%)
슈팅 수 6회 (6.67회) 5회 (7.12회)
유효 슈팅 수 1회 (2.24회) 2회 (3.66회)
찬스 메이킹 3회 (3.19회) 4회 (5.89회 - 유럽 전체 1위)
드리블 돌파 5회 (4.52회) 5회 (10.48회 - 유럽 전체 1위)
득점 0골 (0.81골) 0골 (1.11골)
도움 0개 (0.11개) 0개 (0.37개)
이 지표를 보고도 그가 비판을 받아야 할 정도로 못했다고 생각이 드는가? 그렇다면 할 말이 없다. 그렇다면 그와 비슷한 기록을 남겼던 웨인 루니는 어째서 비판을 받지 않고 있는가? 단지 그보다 패스 성공률이 3%가량 높기 때문에?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지표를 보면 여실히 드러나지 않는가? 그는 단지 본인의 시즌 평균에 비해 부진했을 뿐이다. 골을 기록하지 못했을 뿐 다른 수준급 공격수들이 평소에 해주는 수준의 무브먼트를 보여 주었다. 아니라고 반박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무조건적인 비난 대신 근거를 들어 주길 바란다.
두 선수는 팀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비슷하다. 둘 모두 각각 팀 내 최다 득점자인 것은 물론이고 공격의 핵심 축을 담당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경기에서 두 선수가 기록한 지표는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한 쪽은 거의 마녀 사냥 수준의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고 한 쪽은 큰 언급 없이 넘어가고 있다. 이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나는 이런 비난이 쏟아진다는 것 자체가 데이빗 장이라는 공격수의 뛰어남을 반증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다른 공격수들의 평소 수준으로 활약해도 욕을 먹는 다는 것은 그에 대한 기대치가 훨씬 높다는 이야기 아닌가? 이것 자체가 그를 다른 선수들과 다른 선상에 놓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마지막으로 정리하겠다. 그는 이정도로 욕을 먹어야 할 만큼 부진한 것도 아니며 단 한 경기,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였을 뿐이다. 호들갑을 떨 것도, 걱정할 필요도 없다. 아마 다음 경기 쯤에는 평소와 같은, 익숙한 모습의 그를 볼 수 있을테니 말이다.
"역시 리버풀에코라니까."
데이빗은 자신의 앞에서 차를 마시며 휴대폰으로 기사를 보고 있는 자신의 여자 친구를 웃으며 바라 보았다.
"근데 진짜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아."
마지막으로 본 것이 언제냐며 데이빗이 손가락을 꼽기 시작하자 에리카도 볼을 부풀리며 살짝 투덜거렸다.
"이번에 시험 기간이 너무 길었어. 과제도 유독 많았던 거 같고. 그나마 좀 여유 있다 싶으면 그땐 니가 또 시합이 있고 그랬잖아."
"그랬지. 그나저나 시험은 잘 봤어?"
"글쎄. 망친 것 같지는 않아."
"잘 봤다는 거지? 잘 됐네."
얼마만의 한가로운 대화인지 모르겠다며 데이빗이 나른한 미소를 지었다. 태평한 남자 친구의 모습에 에리카는 고개를 갸웃했다.
"근데 너, 아무렇지도 않아?"
"음? 뭐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한 기색을 보이는 데이빗의 모습에 에리카는 진짜 아무렇지도 않나 라고 중얼거리고 말을 이었다.
"요즘 언론에서 엄청 시끄럽잖아. 너 지난 경기에서 골 못 넣었다고 계속 욕해서 기분 엄청 상해 있을 줄 알았어. 나도 정말 속 상했는데 본인은 얼마나 기분이 나쁠까 걱정했단 말야."
자신의 애인에 대한 비판을 듣고도 기분이 좋을 사람은 없을 것이기에 에리카는 주먹을 쥐며 말했다. 그나마 여기 와서 보게 된 리버풀에코의 기사에 마음이 조금 풀린 상태였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크게 신경쓰는 모습이 아닌 터라 의아했던 것이다.
"아, 난 또 뭐라고. 신경 안써. 정말이야."
손을 으쓱하며 아무렇지도 않다는 제스처를 보여주는 데이빗, 에리카는 미심쩍은 눈으로 그를 바라 보았다.
"정말이야? 괜히 내 앞이라고 걱정 시키지 않으려고 괜찮은 척 하는 거 아냐?"
"정말이라니까. 에리카 너도 너무 신경쓰지 마. 우리 나라 언론 호들갑 떠는 거 하루 이틀 일도 아니고."
"그거야 그렇긴 한데...그래도 혹시 힘들면 말해. 억지로 숨기지 말고. 내가 뭘 제대로 도와주지는 못하지만...그래도 들어주는 건 할 수 있으니까."
안도의 미소를 보이며 부드럽게 데이빗의 손을 잡아 오는 에리카, 데이빗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힘든 일이 있으면 그렇게 될거야. 그런데 정말 이번에는 아무렇지도 않아. 내가 이번 시즌에 매 경기에서 골을 넣었던 것도 아니고. 한 경기 못할수도 있는거지 뭐."
사실 처음부터 이렇게 달관한 모습을 보일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경기가 끝나고 나서 제대로 된 경기를 못했다는 생각에 조금 풀이 죽었던 데이빗은 라커룸에서 욕을 먹어도 할 말이 없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감독, 그리고 동료들은 누구도 자신을 탓하지 않았다.
'신경쓰지마. 오늘 평소보다 좀 안 좋긴 했는데 그렇게 못한 것도 아니었어.'
'가끔 이런 날도 있어야지. 매 경기 너처럼하면 그건 사람이 아니야. 그러니까 그동안 넌 사람이 아니었던 거라고.'
'이제 좀 인간미가 느껴지네. 너도 컨디션이 안좋을때가 있구나.'
오히려 가슴이 찡해질 만큼 위로를 받았다. 장난스럽게 신경쓰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진정 고마움을 느꼈다. 팀 동료들이, 감독과 코치들이 괜찮다고, 신경쓰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시답잖은 언론의 설레발에 흔들려서야 체면이 서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애초에 그가 책임을 느끼는 것은 동료들, 그리고 팬들에 대한 부분이었지 언론의 반응은 아니기도 했고 말이다.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위로해 주는 여자 친구의 말이, 손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체온이 고맙지 않을리 없었다. 아무런 타산없이 그저 자신을 아껴주는 몇 안되는 사람, 데이빗은 자신이 정말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슬슬 나갈까?"
손을 잡은 채 일어 서는 데이빗, 에리카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테이블을 둘러 보았다.
"아직 차를 다 마신 것도 아닌데? 급한 일도 없잖아?"
실제로 그들이 주문한 차는 아직 반 이상이 남아 있었다. 데이빗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급해. 급하다고."
잡고 있는 손에 힘을 주며 그녀를 일으켜 세운다.
"뭐가 급하다는 거야? 영화 시간까지는 아직 한 참이나 남았는데?"
시계를 확인하며 왜 서두르는지 모르겠다는 에리카의 말, 데이빗은 그런 그녀의 귓가에 대고 조그맣게 속삭였다.
"오랜만에 보니까...알잖아."
"......"
주어와 목적어가 죄다 생략된 불분명한 문장, 하지만 에리카는 바보가 아니었고 이 남자가 무엇을 원하는 지 눈치를 채고 가볍게 째려 보았다. 못 말린다고 하면서 못 이긴척, 잡아 끄는 손에 끌려가 준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그녀도 오랜만의 데이트인지라 싫지는 않았다.
============================ 작품 후기 ============================
-하라는 축구는 안하고
-그...뭐냐
-친구하고 제 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적이 있는데요
-친구: 님은 왜 꽁냥꽁냥 안씀? 잣잣 안씀?
-나: 전체 이용가임. 안 쓰는게 아니라 못 쓰는거임.
-친구: 구라 ㄴㄴ해. 그쪽 못 써서 그런거지?
-그렇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