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Answer-193화 (193/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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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불러 놓고 자고 있냐. 아무도 없는 줄 알고 돌아갈 뻔 했다고."

"미안해요 디르크. TV보다가 나도 모르게 눈이 감겨 버린 거 같네요."

"뭘 봤길래 TV보다가 잠드냐? 겁나 재미 없었나 보네."

디르크는 툴툴대며 소파에 털썩 주저 앉았다. 아직 켜져 있는 TV에서는 데이빗을 재웠을 프로그램이 나오고 있었다.

"뭐야 이건? 무슨 다큐멘터리인가? 이런 걸 보고 있으니 자는 거지. 코메디 프로그램이나 보라고."

"딱히 이걸 보려고 한 건 아닌데...뭐 그렇게 됐네요. 아무튼 미안해요."

손님을 초대해 놓고 문도 열어주지 않은 채 자고 있었으니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데이빗은 민망한듯 웃으며 뺨을 긁적였다.

"뭐, 오래 기다린 것도 아니고 괜찮아."

사과를 받았으니 되었다고 쿨하게 넘기는 카윗이다. 그리고 오늘 자신을 부른 용건을 묻기 시작한다.

"근데 오늘 무슨 일이야? 어차피 할 일이 없긴 했는데 딱히 이유도 말해주지 않고."

카윗의 질문에 데이빗은 씩 웃으며 대답했다. 사실 별 이유 따위는 없었다.

"그냥 심심해서요. 마르코는 잠깐 독일에 다녀온다고 해서 부를 수 없었고 루이스는 가족들하고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 하고..."

결국 부를 사람이 없어서 불렀다는 말에 카윗은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야...지금 그게...어휴, 아니다. 불쌍한 자식."

한 마디하려던 카윗은 결국 고개를 흔들며 불쌍한 듯 데이빗을 바라 보았다. 데이빗은 괜히 울컥하여 항변했다.

"뭐! 왜요! 부를 수도 있는 거지!"

"그래 그래. 오늘 내가 놀아 줄테니 울지 마라."

뭔가 상당히 기분이 나쁘다며 데이빗이 카윗을 째려 보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자기 집인양, 느긋하게 TV리모컨을 들어 채널을 이리 저리 돌려보는 카윗이다.

"근데 너 여자 친구 있잖아? 왜 여자 친구랑 안 놀고 날 부르는 거냐?"

"시험 기간이래요..."

우울하게 중얼거리는 데이빗, 카윗은 쩝하고 입맛을 다셨다.

"전에도 시험기간이라고 하지 않았냐? 아, 그거 며칠 안됐나? 나도 대학교를 안다녀 봐서 모르는데 도대체 시험기간이 언제냐?"

"보통 1월 중순 쯤에 본대요. 며칠 안 남았어요."

"그래? 그래도 뭐 잠깐씩 보는 건 괜찮지 않아?"

"아예 못보고 있는 건 아닌데요, 이래저래 과제같은 것도 많다고 해서 생각보다 바쁜 것 같더라고요. 12월에는 우리 일정이 장난이 아니어서 제대로 못 봤고요."

카윗은 그건 그랬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또한 같은 일정을 공유했으니 이해할 수 있었다.

"하긴, 나도 그때 도저히 뭐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라서 집에서 와이프 얼굴도 제대로 보기 힘들었다는 거 아냐. 시합 한 번 뛰고 오면 집에서 자기 바빴으니까."

"근데 디르크는 오늘 가족들하고 일이 없었나 보네요?"

데이빗의 질문에 카윗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와이프가 애들 데리고 네덜란드에 들어가 있거든. 조만간 올 거 같긴 한데 아무튼 한 동안은 혼자 있어."

"...뭐야, 본인도 할 일 없었으면서 날 그렇게 본 거에요?"

불만스럽게 툴툴거리는 데이빗, 카윗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난 그래도 너처럼 처량하게 다른 사람들 부르진 않았다고. 외로워? 외로워 죽을 것 같았어?"

"젠장..."

괜히 말했다가 본전도 못찾은 데이빗이 괜시리 소파를 발로 찼다. 카윗은 낄낄대며 만족스러워하다가 다시 이야기하던 화제로 돌아왔다.

"아무튼 우리 생활은 참 뭐랄까...설명하기가 좀 어려운데..."

잠깐 생각을 정리하는 듯 한 템포 쉬는 카윗.

"겉으로 보면 우리 생할이 진짜 화려해 보이고 매스컴에도 오르락 내리니까 동경하는 사람도 많은데, 실제로는 마냥 그렇지가 않아."

"그렇죠...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경력이 짧은 만큼, 그리고 풀 타임 시즌을 치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만큼 데이빗은 느끼는 바가 많았다. 대중들로부터 선망의 대상이 되는 것 만큼, 뒤에서는 그들이 상상도 하기 힘들 정도의 고통을 감수해야 했다. 단순히 일정이 힘들기 때문이 아니라 생활 전체적으로 그런 요소가 많았다.

"그래서 좋은 여자를 만나는 것도 중요해. 웃긴 얘기지만 말이야. 우리같은 선수들은 어릴때 부터 큰 돈을 벌잖아. 모든 여자가 그런 건 아니지만...아무래도 그런 경제적인 부분을 보고 접근하는 사람도 많거든. 물론 비단 여자만 그런게 아니고 사기꾼들도 많이들 접근해 오긴 하지."

틀린 말이 아니었기에 데이빗은 고개를 끄덕였다. 짧은 프로 경력 속에서도 익히 경험해 본 내용들이다.

"저도 많이 겪어 봤어요. 특히 에이전트를 두기 전에는 정말 장난 아니었죠."

길거리에서 처음 보는 사람이 다가와 괜찮은 사업 아이템이 있다던가, 에이전트로 써 주면 엄청난 돈을 벌게 해주겠다던가하는 일을 수도 없이 겪어 보았다. 여성들의 접근도 만만치 않았는데 심지어 언론을 통해 자신의 여자 친구가 노출된 이후에도 심심찮게 일어나곤 했다. 그런 여성들의 대부분은 외모가 상당히 뛰어난 편이었는데 데이빗은 처음에 그런 접근이 부담스러웠지만 나중에는 오히려 불쾌해졌다.

"사람을 뭘로 보고. 뻔히 여자 친구가 있는 걸 알면서 뭐 어쩌겠다는 건지 모르겠어요."

"골키퍼 있다고 골 안 들어가냐는 거지. 애초에 애인이나 부인이 있으면서 바람 피우는 녀석들도 많으니까. 우리가 그런 건 아니지만 어쨌든 같은 선수로서 그런 인식에 대해 자유로울 수는 없는 거야."

선례가 있으니 그런 접근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어린 나이에 큰 돈을 만지게 되는 선수들은 제대로 돈을 쓰는 법을 배우지 못하기 마련이다. 단지 학력이 부족한 것과는 조금 달랐다. 한창 혈기왕성한 시기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모두 할 수 있는 경제력을 손에 넣다 보니 자연스럽게 방종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선수들 중에서 사생할이 문란한 이들이 많으 이유 중 하나였다.

몇몇 여자들이 선수들에게 접근하는 이유도 이곳에 있었다. 일이 잘 풀려 깊은 관계가 되어도 좋았고, 틀어져도 크게 손해를 볼 일은 없었다. 그러다 건 수를 잡으면 막대한 위자료를 받아 낼 수도 있으니 말이다.

"제 여자 친구도 그것 때문에 꽤나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요즘에는 절 믿는 지 크게 신경쓰지는 않는 것 같지만..."

자신의 남자 친구에게 다른 여성이 접근하는 것을 좋아할 여자는 없다.

"그거야 뭐...어쩔 수 없지. 여자 친구도 힘들겠지만...이건 우리가 어떻게 해 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서 말이야. 집 안에만 처박혀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접근에 대해 흔들리지 않는 것과 접근을 막는 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였다.

"아 그러고 보니, 12월 초 쯤이었나? 그때도 너 길 거리에서 어떤 여자랑 대화 나누는 모습이 사진으로 찍혀서 좀 시끄러웠던 적 있잖아."

카윗의 말에 데이빗은 표정을 구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황당한 일이었고 기억하기 싫은 부분이었다.

"그랬죠. 그때 에리카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어떤 여자가 와서 같이 놀자고 하는 거에요. 그래서 길게 이야기도 안 했어요. 바로 단 칼에 거절했는데 딱 그 장면을 사진 찍어서 사람을 바람 피웠네 어쨌네 하는데, 정말..."

지금 생각해도 열 받는다며 데이빗은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다행히 그 일로 에리카가 상처받거나 그러진 않았지만 말이다.

"파파라치 새끼들은 하여간...뭐, 그러려니 해. 이런 걸 참아야 한다는 게 프로 선수의 기본 소양이라고 하는 것도 웃긴 일이긴 한데...현실이 그렇잖아?"

현실적으로 파파라치, 근거 없는 악성 기사를 막을 방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보통 구단, 그리고 선수측에서 선택할 수 있는 대응은 일이 일어난 사후에나 가능했다. 누가 그런 기사를 쓸 줄 알고 미리 막는다는 말인가?

"디르크도 얼마전에 사기꾼 한 명이 접근해 왔다면서요?"

"음? 아, 그거? 별 거 아니었어. 잠깐 마트에서 뭘 좀 사러 나왔는데 누가 와서 투자할 생각이 없냐는 거야. 생각 없다고 하면 끈질기게 설득하려 들 것 같아서 에이전트한테 가서 이야기하라고 했지."

대답하다가 고개를 갸웃하며 입을 연다.

"근데 무슨 얘기를 하다가 지금 이런 얘기를 하고 있냐?"

"...그러게요. 뭐 비슷한 이야기 하지 않았겠어요?"

아무려면 어떠냐는 데이빗의 반응에 카윗도 그런가 하며 넘어갔다. 딱히 어떤 화제를 두고 토론할 작정도 아니었으니 상관없기는 했다.

"근데 넌 손님을 불러 놓고 뭐 대접도 안 하냐?"

자신을 째려보는 카윗의 모습에 데이빗은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주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냉장고를 열며 거실에 있는 카윗에게 소리쳤다.

"마실 거는 뭐로 드릴까요? 주스, 차, 맥주가 있는데."

"맥주는 뭐가 있어?"

"기네스 드래프트요. 얼마 전에 친구가 놓고 갔는데 저는 안 먹어서."

"그럼 난 그걸로 부탁해."

"오케이, 알겠어요. 잠깐만 기다려 봐요."

냉장고에서 이것 저것 꺼내는 데이빗, 접시에 적당히 담아 내고 빠르게 거실로 향했다.

"여기 맥주요. 먹거리는 마땅한 게 없어서 치즈 조금하고 과자 가져 왔네요. 좀 있으면 저녁 먹어야 하니까 적당히 먹어도 되겠죠?"

"충분하지. 잘 먹을게. 근데 이 과자는 뭐냐?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카윗이 생소한 과자라며 의문을 표했고 데이빗은 웃으며 대답해 주었다.

"이름은 나도 잘 모르는데요, 뭐라더라. 지방이나 유해 성분이 안 들어간 과자라고 하더라구요. 에이전트 친구가 먹어도 몸에 괜찮은 거라고 해서 좀 사가지고 왔는데 생각보다 먹을만 해서 중간 중간에 심심할 때 먹고 있네요."

"그래? 뭔가 괜찮아 보이네. 나도 한 번 먹어 볼까?"

기대된다는 듯 과자를 집는 카윗, 몇 번 우물거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나쁘지 않네? 확실히 단 맛이 좀 부족한 거 같긴 한데 그래도 괜찮아. 이게 몸에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네, 몸에 크게 좋을 건 없다는데 어쨌든 적당히 먹어서 나쁠 것도 없다고 하네요."

몸에 좋지 않은 성분이 들지 않았다고 해도 어쨌든 많이 먹어서 좋을 건 없다고 설명하는 데이빗, 카윗은 고개를 끄덕여 수긍했다.

"그거야 그렇겠지. 이런 건 그냥 가끔 간식거리로 두면 괜찮을 거 같아. 니 에이전트가 구해다 줬다고? 괜찮으면 나도 좀 구할 수 있을까?"

"어려울 것 없죠. 그 친구한테 이야기 해 놓을게요."

선선히 허락하는 데이빗의 모습에 카윗은 다시 말을 정정했다.

"아니다. 그냥 그 친구한테 어디서 구했는지만 알아 줘. 살 때마다 구해달라고 연락할 수는 없잖아."

과자를 살 때마다 돈을 주고 받는 것 보다 그게 깔끔하겠다며 카윗이 말했고 데이빗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 너 그거 들었어?"

"어떤 거요?"

뜬금없이 물어 오는 카윗의 모습에 데이빗은 고개를 갸웃했다. 밑도 끝도 없이 물어 오면 알 도리가 없었다.

"지금 겨울 이적 시장이잖아? 우리 팀에서 조만간 한 명 영입할 거라고 하던데."

"아, 네 들었어요. 얼마 전에 그 누구였지...? 미국 선수 한 명 있잖아요? 그 선수를 노렸다고 하는데 다른 팀으로 갔다는 건 알고 있어요."

"클린트 뎀프시 말이야? 뭐 이미 다른 팀 간 선수를 뭐 어찌 할 수는 없고, 아무튼 그 이후에 새로 접근한 선수가 있다고 하는데 지금 꽤 이야기가 잘 진척되고 있다고 하더라."

카윗의 말에 데이빗은 깊은 호기심을 드러냈다. 자신의 새로운 팀 메이트가 될 지도 모르는 데 관심이 생기지 않는 다면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누구래요? 그 러시아 쪽에서 뛰고 있다는 일본 선수는 힘들 것 같다고 들었는데, 그 사람도 아닌 거 같고."

그러면서 리버풀과 링크가 났던 선수들을 하나 씩 꼽아 본다. 에제키엘 라베찌, 레안드로 다미앙, 루카스 모우라 등의 이름을 읊었고 그때마다 카윗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 누구에요? 그냥 속 시원하게 말 좀 해봐요!"

궁금함이 극에 달해 약이 오른 데이빗이 카윗을 째려 보며 조금 목소리를 높였다. 카윗은 입맛을 다시며 입을 열었다.

"누구인지 대답해 주려고 했는데 니가 계속 얘 아니냐, 쟤 아니냐, 하고 물어 봤잖아. 대답할 틈도 안 줘 놓고 무슨..."

"흠흠...아무튼요. 빨리요."

켕기는 것이 있는제 데이빗은 헛기침을 하며 얼버무렸다. 카윗은 웃으면서 그가 원하는 대답을 들려 주었다.

"프랑스에서 뛰고 있는 녀석이라고 하던데, 무사 시소코라고 하더라."

============================ 작품 후기 ============================

-힌트가 좀 부족했던거 같네요 ㅎㅎ

-그래도 유럽 대항전에 나가지 않았다고 했는데

-게다가 박지성은...

-제가 알기로 아주 먼 과거에는 모르겠지만

-최소 프리미어 리그 출범 이후에는 리버풀-맨유 간에 어떠한 이적도 없었던 걸로 알고 있어요

-리버풀이 어느 순간부터 우승 경쟁권에서 떨어져 나가면서 우리나라에서는 부각이 덜 되어서 그렇지

-이 두 팀은 사이가 진짜 아름답기 그지 없다고 합니다

-두 팀 사이의 이적은 선례가 없어서 도저히 저로서는 어떤 당위성을 부여하기 힘드네요

-맨유에서 예전에 에인세가 리버풀로 이적하겠다고 했을때 퍼거슨 감독이 직접 나서서 레알로 보내버렸던 만큼

-두 팀은 단순히 선수가 현재의 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거나 해서 갈 수 있는 팀이 아닙니다.

-소설이니 상관 없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제 능력이 닿는 한도 내에서 현실감 있게 쓰는 것이 목표인지라

-지성이 형님이 리버풀로 오는 건 무리지 시프요

-데이빗이 맨유로 가는 것도 마찬가지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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