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Answer-179화 (179/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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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고 있네요. 오늘은 문제 없을 것 같아요."

"그렇군."

"와우! 오늘 조단이 날아 다니는 데요? 멋진 패스에요!"

"그래."

"......"

신나서 떠벌이던 한 쪽, 데이빗은 볼을 부풀리며 불만을 표시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뚝뚝 끊어지는 단답으로 일관하고 있던 쪽, 스티븐 제라드는 시선을 경기장에 둔 채였다.

"저기요 캡틴?"

"음."

"제 말 듣고 있는 거 맞죠?"

데이빗의 불만에 제라드는 한숨을 쉬며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

"듣고 있으니 대답했잖아."

"...그거야 그렇죠. 근데 좀 더 제대로 된 대화는 불가능한 건가요?"

"......"

그 말에 대답이 끊긴다. 데이빗은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며 쳇 하고 혀를 찼다.

'이 녀석...경기할 때처럼 좀 진중해 질 수는 없는 건가.'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며 어린애처럼 삐졌다는 티를 팍팍 내는 데이빗에게 말을 걸었다.

"몸은 좀 어때?"

간단한 한 마디, 하지만 불퉁한 데이빗의 표정을 풀어 주는데는 충분했다.

"저야 문제 없죠. 사실 오늘도 뛸 수 있긴 한데 감독님이 무리하지 말라고 해서요."

밝은 표정으로 빠르게 늘어 놓는다. 제라드는 확실히 괜찮은 것 같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쉬는 게 좋아. 작은 부상을 가볍게 넘겼다가는 고질적인 만성이 될 수도 있으니까."

"네, 저도 들었어요. 아쉽긴 하지만 참을 수 있어요. 근데 캡틴은 괜찮아요? 이번에 아픈 부위가 평소에도 자주 아픈 부위라고 하던데요."

걱정스런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데이빗의 모습, 제라드는 고개를 끄덕여 자신 또한 문제 없음을 알린다.

"그렇긴 한데, 이번엔 별 일 아니야. 그냥 근육이 조금 뭉친 것 뿐이라고 하니 너보다도 별 거 아닌 일이지."

"다행이네요. 그러고 보니, 캡틴이나 저나 별거 아닌 일로 오늘은 벤치도 아니고 관중석 신세네요."

그랬다. 오늘 경기는 챔피언스 리그 F조 마지막 경기, 이미 지난 5전에서 전승을 거두며 조 1위를 확정 지어 놓았기에 달글리시 감독은 그들에게 완전한 휴식을 주었다. 벤치 명단에서도 제외하며 아예 푹 쉬라고 한 것. 그래서 둘은 리버풀의 벤치 뒤쪽 관중석에 앉아 완벽한 관중 모드로 경기를 관전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지. 아쉽긴 하지만 몸 관리를 제대로 못한 책임이 있으니 말이야."

어깨를 으쓱하며 어쩔 수 없는거 아니냐고 이야기한다.

"그래도 오늘 다들 잘해 주니까 마음이 편하네요. 지난 경기 때는 진짜..."

마음에 들지 않았다며 고개를 흔드는 데이빗이다. 팀 내에서 최고 주급자가 되긴 했지만 얼마 되지도 않았고 아직 팀 내에서 전면에 나서서 이야기하는 편이 아니었기에 별 말을 하지 않았었다. 그가 말하려 했다고 해도 그 전에 이미 호세 레이나가 먼저 말하긴 했지만 말이다.

"확실히, 지난 경기에는 진짜 별로 였지. 나도 보고 있는데 화가 나더라."

제라드 또한 지난 경기를 관전했기에 데이빗의 말에 동감할 수 있었다. 책임감 강한 성격 답게 그는 자신이 자리를 비우지 않았다면 달랐을 것이라는 생각에 죄책감 비슷한 것을 느끼기도 했다.

"오늘 확실히 캡틴이 경기 전에 이야기를 한 것이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초롱초롱한 눈으로 '역시 대단해요!'라고 이야기하는 모습에 제라드는 한숨을 내쉬며 이마를 짚었다. 본인 앞에서 참 낯 부끄러운 소리를 늘어 놓는다고 생각했다.

'이 녀석은 도대체가...언제 철이 들건지.'

하는 짓이 어째 막 퍼스트 팀에 올라왔을 때와 똑같다며 쓴 웃음을 짓는다. 칭찬이야 고맙지만 아무래도 낯이 간지러운 건 어쩔 수 없다.

"다른 친구들이 잘 하고 있는 것 뿐이야. 내가 한 일은 별거 없어."

"별거 없다뇨. 아까 라커룸에서 캐라 씨한테, 헤이 캐라! 오늘도..."

"그만, 알았으니까 그만 해."

경기 시작 전, 함께 라커룸에 방문하여 동료들과 이야기하고 온 그들이다. 데이빗이 아까 자신이 했던 이야기를, 지딴에는 성대모사까지 해가며 따라하려 하는 모습을 보자 제라드는 기겁하며 만류했다. 방심할 수 없는 녀석이라며 투덜대고는 조금 다른 쪽으로 이야기를 전환했다.

"근데 대충 들어 보니까, 지난 경기 전반이 끝나고 나서 라커룸 분위기가 영 좋지 않았다고 했지?"

"네? 아 그랬죠. 디르크도 엄청 화를 냈고, 페페가 진짜 흥분해서 거의 싸우기 직전까지 갔어요. 다니엘 씨도 열받아서 소리 지르고. 아 맞다. 루카스가 화내는 거 처음 봤어요. 아무튼 진짜 분위기 살벌했어요."

장난 아니었다며 데이빗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가 올라온 이후 대부분의 경기에서 리버풀의 라커룸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몇 번, 말다툼이 있긴 했지만 지난 경기와는 달랐다.

"그래, 그랬다고 하더라. 너는 그 정도로 서로 싸우는 걸 겪어본 적이 별로 없었을 테니 당황스럽기도 했을 거야."

제라드는 이해한다며 말했고 데이빗은 부정하지 않았다.

"근데, 앞으로는 동료들이 싸운다면 절대 가만히 보고 있지 마. 이전까지 너는 아직 신인 티를 벗어나지 못했었다고 해도, 이제부터는 달라져야 해."

진지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제라드의 모습에 데이빗은 침을 삼켰다. 지금 이 캡틴이 자신에게 어떤 부분을 요구하는 것인지 정확하게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들의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강하게 질책해도 좋아. 저들이 싸우고 있다면 적극적으로 개입해도 좋아. 중요한 건 동료들의 행동을 무조건 방치하는 건 좋지 않아. 알겠어?"

"...제가 캡틴처럼, 팀원들 전면에 나서서 이끌길 바라는 말이에요?"

말하는 뉘앙스가 그런 느낌이라며 데이빗이 질문한다. 제라드는 그런 그를 빤히 응시하다 다시 입을 열었다.

"나처럼...이라는 말은 잘 모르겠군. 적극적으로 그들을 이끌라는 건 아니야. 다만 이제 너도 네 위치를 슬슬 자각해야 해. 언제까지 신인처럼 베테랑 선수들에 말에 따라 다닐 필요는 없어. 알겠어? 네가 동료들에게 원하는 것을 말하라고. 그게 설령,"

살짝 말을 한 템포 끊으며 강한 눈빛을 보낸다.

"설령 나와 의견이 다르다고 해도 말이야."

"......!"

생각지도 못한 발언, 제라드 자신과 의견이 다르다고 해도 거리낌 없이 자신의 생각을 밝히라는 말에 데이빗은 황망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우리는 다 같은 프로 선수야. 그리고 동료들은 모두 평등한 관계지. 하지만 가지 각색의 사람들이 모인 이상, 누군가 이끌어 가는 사람이 필요해. 넌 다른 선수들이 인정하는, 리더의 조건이 뭐라고 생각해?"

갑작스러운 질문, 데이빗은 당황했다.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는 화제였기에 데이빗은 잘 모르겠다고 대답하려다 제라드의 눈이 진지하다는 것을 느끼고 잠시 생각에 빠져 들었다.

'리더의 조건? 그냥 캡틴 같은 느낌이잖아. 그러니까...'

대충 생각이 정리가 되었는지 자신 없는 목소리로 말을 시작했다.

"아무래도 리더십이 아닐까요? 카리스마라고 해야 하나, 그런 부분이 제일 중요할 거 같은데요."

"그래 뭐 틀린 말은 아니야. 그것도 중요하지. 하지만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볼까? 리더십이나 카리스마라고 하는 건, 내 생각에 결국 받아 들이는 사람들의 이미지라고 생각해. 같은 말을 해도 누가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다른 것처럼."

그러면서 잠시 적절한 예를 찾기 위해 생각을 정리한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될까? 만약 길거리에서 어떤 사람이 너에게 킥의 자세가 잘못 되었다, 고쳐야 한다 라고 이야기하면 넌 어떻게 받아 들이겠어?"

"모르는 사람이 저한테요?"

"그래. 이름도 모르고 뭐하는 사람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그런 말을 했다고 치자. 어떻게 할 거야?"

왜 이런 질문을 하는 지 모르겠다며 데이빗은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캡틴의 질문이다. 쓸 데 없는 일일리 없다며 데이빗은 대답했다.

"당연히 무시하겠죠. 그 사람 말을 믿을 수 있을리 없잖아요."

단호한 대답, 제라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래, 그게 보통이지. 그럼 만약에, 우리 감독님이 너에게 어떤 자세가 잘못되었다 라고 지적한다면 어떻게 할 거야?"

"음...감독님 말이라면 아무래도 믿을만 하겠죠. 그래도 어떤 부분이 잘못되었다는 건지 확실히 체크를 할 것 같아요. 무작정 고치려 들지는 않을 거 같네요."

데이빗의 대답에 제라드는 바로 그거라며 말을 이었다.

"그럴 거야. 설령 받아 들이지 않는다고 해도 말이지. 똑같은 말을 해도 누가 말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하는 게 바로 이런 거야. 이해가 돼?"

"아, 그런 거네요. 네 이해가 되요."

"보통 대부분은 너와 같은 반응을 보이지. 당연한 일이야. 감독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축구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하니까. 반면에 경력도 모르는 사람이 그런 말을 하면 신뢰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지. 뛰어난 경력을 가진 감독들이 선수단 장악을 잘 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보면 돼. 그럼 선수들 사이에서는 뭐가 그들의 말에 권위를 실어 줄까?"

이제야 제라드가 하는 말이 이해가 되는 데이빗이었다. 이 정도로 말을 해 주었는데 눈치를 못챈다면 바보라고 생각했다.

"실력...이겠죠. 어떤 커리어를 남겼느냐가 중요할 거 같네요."

데이빗의 대답에 제라드는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길게 설명한 보람이 있었다.

"맞아. 실력, 커리어, 그리고 중요한 것이 그 선수가 돈을 얼마나 받는 지도 중요해. 연봉은 결국 그 선수를 평가하는 가장 직접적이고 1차적으로 확인하기 좋은 지표거든."

그리고는 조금 강한 어조로 말을 잇는다.

"이제 내가 왜 너에게 그런 요구를 했는지 알겠지? 모른다고 하지 마. 넌 이제 우리 팀에서 최고 수준의 대우를 받고 있고 누구보다도 많은 골을 넣고 있는 선수야. 이제 단순한 루키가 아니라고. 그런 선수라면 이제, 단순히 자신의 일만 잘하자고 생각해서는 안돼. 너에게 부담을 주는 이야기가 될 지도 모르겠지만 난 앞으로 니가 팀을 이끌어 나가길 원해. 무슨 말인지 알겠어?"

"...무슨 말씀인지는 알겠어요. 하지만 제가 잘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캡틴처럼 잘 할 자신이 없어요."

데이빗의 말에 제라드는 고개를 끄덕인다.

"나처럼 하라는 건 아니야. 지금 당장 니가 주장을 하라는 것도 아니고. 주장이 아니라도 팀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는 있어. 그건 선수마다 달라. 나도 처음부터 주장이었던 것도 아니야. 전임 주장이었던 사미와 내가 스타일이 다른 것처럼 말이야."

전임 주장이었던 리버풀의 레전드 사미 히피아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며 누구를 따라하지 말라고 이야기 한다.

"...그래도 전 캡틴처럼 말을 잘 하지도 못하고..."

영 자신이 없어 보이는 모습에 제라드는 갑작스러운 이야기라 당황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면서도 황당함을 느껴야 했다.

'내가 말을 잘한다고? 도대체 이 녀석의 머릿속에서 나는 어떤 슈퍼맨으로 기억되고 있는 거지?'

아무래도 단단히 미화된 것이 분명하다며 내심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자신을 좋게 생각해 주고 있다는 사실이 기분 나쁠리는 없었기에 제라드는 손을 저으며 그의 말을 잘랐다.

"말했잖아. 누군가를 따라 할 필요가 없다고. 말을 잘 못한다고? 웅변가가 될 필요는 없어. 그냥 하고 싶은 말을 하면 되는거야. 그리고 플레이로 그들을 이끌어. 그거면 충분해."

단호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을 마무리한다. 데이빗은 그가 동경하던 사람이 자신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준다는 사실이 못내 감격스러웠다.

"알겠어요. 갑자기 변하긴 힘들겠지만, 조금씩 노력해 볼게요."

"그래. 그거면 된거야. 강압적으로 그들을 이끌라는 말은 아니야. 천천히 시도해 봐. 너만의 방식을 찾아 보라고."

'그렇게 되면 언젠가는...'

자신의 왼쪽 팔에 달고 있는 노란색 완장을 이 녀석에게 넘겨줄 수 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는 현재 선수단에 있는 여러 젊은 선수들 중에서, 다른 사람이 아닌 데이빗이 언젠가 자신의 완장을 물려 받기를 원했다.

'...좀 상상이 되지 않긴 하는군.'

아직도 마냥 어린애 같은 녀석이라 주장 완장을 달고 있는 모습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며 속으로 실소를 흘렸다.

'뭐, 그런 스타일의 주장도 나쁘진 않겠지.'

친근하고 재미있는 모습으로 동료를 이끌 수도 있는 거 아니겠냐며 좋게 생각하기로 한 제라드였다. 그리고 커리어가 쌓이면 이 친구가 어떻게 변할지 궁금하기도 했다.

"아 맞다! 캡틴! 저 TV 잘 봤어요!"

씩 웃으며 갑자기 화제를 전환하는 데이빗, 제라드는 무슨 TV를 말하는 건지 고개를 갸웃했다. 데이빗은 감격한 표정을 숨기지 않으며 말을 이었다.

"리버풀FC TV에서 전에 꼬마 아이들과 인터뷰한 거..."

"아! 골이군! 루이스가 멋진 골을 넣었어! 이야, 저 녀석도 대단한데?"

데이빗이 말을 꺼낼 때 비로소 눈치를 챈 제라드, 이 녀석이 또 무슨 낯 뜨거운 소리를 지껄일지 몰라 당황하던 찰나, 타이밍 좋게 수아레즈가 골을 넣는 모습이 나왔고 재빨리 못 들은 척 환호했다. 다행히 단순한 저 녀석은 눈치채지 못하고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나 골을 넣은 수아레즈를 향해 환호를 보내고 있었다.

'살았군. 언젠가 답례를 해 주겠어 루이스.‘

============================ 작품 후기 ============================

-제라드 님이 데이빗 장을 후계자로 점 찍었습니다.

-제라드: 실수했나...

-데이빗: ㄴㄴ 잘할거임

-제라드: 무슨 짓이냐 데이빗

-데이빗: 왕위...아니 주장을 계승 중입니다. 아버지...가 아니라 캡틴.

-제라드의 인터뷰가 나가고 어둠의 누님들이 그들을 소재로...

-뻥입니다

-ANG?

-어라? 레스Res님 댓글을 달아 주셨었네여

-제 글을 보셨을 줄이야...

-레스 님...'대 해적시대의 작가님' 연재 언제쯤...

-빨리 해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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