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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축하한다."
여느 때와 같이, 멜우드에 가장 먼저 출근한 데이빗, 계약과 관련 없이 늘 해오던 대로 먼저 그라운드로 나와 몸을 풀고 간단한 공 다루기 연습을 하고 있었다.
"아 디르크. 오늘은 좀 일찍 왔네요?"
평소 거의 정시에 맞춰 오던 디르크 카윗이었기에, 데이빗은 그런 감상을 입에 담았다. 아직 다른 선수들이 출근하려면 조금 더 시간이 지나야 했다.
"오늘은 좀 일찍 눈이 떠지더라고. 와이프는 애들 데리고 지금 네덜란드에 가 있어서 말이야. 집에서 할 일도 없고 그냥 일찍 온 거지 뭐."
대수롭지 않게 이런 날도 있는 법이라며 껄껄 웃는다. 그리고 원래 용건에 대해 말을 꺼낸다.
"아무튼 계약 축하한다. 어제 전화로 얘기하긴 했지만 말이야."
친한 동료들에게는 자신의 계약에 대해 먼저 연락을 했던 데이빗이다. 그는 동료들이 생각보다 자신의 계약 여부에 대하여 관심이 지대하다는 것을 알았기에 계약서에 사인을 하기 전 그들이 언론을 통해 알기 전에 미리 이야기해 주었다.
"고마워요. 나쁘지 않은 계약인 것 같아서 저도 기분이 좋네요."
기쁨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데이빗, 캐러거는 입맛을 다시며 장난을 걸어 온다.
"이야, 이제 내 주급의 두 배가 넘잖아? 부러운 자식."
가볍게 주먹으로 데이빗의 가슴을 치는 카윗, 데이빗은 엄살을 부리며 받아 주었다.
"스티비나 캐라도 알고 있지?"
"그럼요. 어제 캡틴에게 전화를 해서 말했어요. 옆에 캐라도 있어서 같이 말했었네요."
물론이라며 데이빗이 고개를 끄덕인다. 친하기야 카윗과 가장 친했지만 캐러거나 제라드와의 사이도 괜찮았고 그들은 선수단을 이끄는 주장과 부주장이었으니 말이다.
"스티비도 한 시름 놓았겠네."
"캡틴이요?"
고개를 갸웃하며 금시초문이라는 듯 의아해 하는 데이빗. 카윗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 나갔다.
"어, 스티비가 감독한테도 너 꼭 잡으라고 이야기했다던데? 자기보다 주급 많이 주는 것 따위 전혀 상관없으니까 무조건 잡아 달라고 했대. 그러니까 당연히 기분이 좋겠지."
"그래요? 저한테는 그냥 축하한다고 한 마디하고 끊었는데?"
알쏭달쏭한 표정을 짓는 데이빗을 보며 카윗이 웃음을 터뜨린다.
"그게 스티비의 매력이지. 잘 드러내지 않는 거 말이야. 어이구, 캡틴이 반가워해 주지 않아서 삐졌냐?"
"누가 삐졌다는 거에요? 그냥 디르크가 말한 거하고 좀 다르니까 그런거죠."
애 취급하는 모습에 발끈하는 데이빗, 카윗은 낄낄거리며 슬쩍 물러 섰다.
"아무튼 축하한다. 어련히 알아서 잘 하겠지만, 이제부터는 한 경기 부진하면 까이는 강도가 달라질 거야. 주급이 높아지면 당연히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긴 한데, 부담 줄 생각으로 하는 말은 아니고, 미리 생각을 해 두라는 거지. 그냥 지금처럼만 해주면 아무 문제 없겠지만 말이야."
데이빗 본인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는 부분이었기에 고개를 끄덕인다. 1만 파운드 짜리 선수가 골을 못 넣는 것과 10만 파운드 짜리 선수가 골을 못 넣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였다. 전자는 골을 넣어주면 기대 이상의 활약이라고 하겠지만 후자의 경우 골을 넣는 것이 당연하고 못 넣으면 욕을 먹게 되는 것이다. 그는 이제 리그에서 손꼽히는 수준의 고액을 받는 선수가 되었으니 그에 걸맞는 활약을 이어나갈 책임이 있었다.
"물론이죠. 먹튀는 사양이에요."
"너무 신경써서 힘들어가지는 말고. 자연스럽게 해. 지금처럼만 해주면 내년 쯤에는 분명 다시 재계약하자고 할 걸? 그때는 20만 파운드는 그냥 넘어갈 지도 모르겠네."
그러면서 생각났다는 듯 박수를 치며 말했다.
"그러고보니까 오늘 스티비가 꼬맹이들하고 인터뷰한 거 방송된다던데, 그거나 한번 보지 그래? 어쩌면 너의 캡틴에 대한 환상이 조금 깨질지도 모르지."
짖궂은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카윗, 데이빗은 그런거 없다며 소리치긴 했으나 관심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몇시에 방송 되는데요?"
그럴 줄 알았다며 카윗은 낄낄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가 원하는 대답을 들려 주었다.
"5시, 우리 구단 전용 채널에서 방송 된다고 하니까 한번 보라고."
훈련을 받고 집에 돌아온 데이빗은 적당히 산책을 즐기기로 마음 먹었다. 집이 아직도 휑한 느낌이 들었기에 혼자 집에 있는 것이 아직은 조금 불편했다. 물론 조용한 산책은 아니었다. 그를 알아 보는 팬들은 그를 가만히 두지 않았고 그가 딱히 데이트를 즐기고 있거나 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그에게 접근하여 대화를 나누길 원했다.
딱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었던 것은 아니고 심심해서 나온 것이었기에 데이빗 또한 그런 팬들의 접근이 그리 귀찮지 않았다.
"우리 팀과 계약을 해줘서 고마워요! 혹시라도 다른 팀에 갈까봐 정말 걱정 많았다구요."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역시나 계약과 관련한 이야기였다. 데이빗은 그들이 진심으로 고마워한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다.
"컨디션은 좀 어때요? 이제 곧 박싱데이 주간이 다가오잖아요? 혹시 어디 아픈 곳은 없어요?"
"문제 없어요. 팀에서 관리를 잘해주고 있거든요."
자신의 몸 상태를 걱정해주는 팬들도 있었고,
"그런데 데이빗, 팀 내에서 그렇게 축구 게임을 못한다면서요? 그게 사실이에요?"
"......"
"나하고도 같이 게임해요! 내가 알려 줄게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하자꾸나."
누군가 인터뷰를 통해 말한 에피소드를 물어보는 경우도 있었고.
"맨체스터 시티 전에서 당신은 거의 미드필더에 가깝게 움직였잖아요. 가끔 자신의 주 포지션에서 뛰지 않으면 불편하다는 선수들도 있는데 데이빗 당신은 어때요?"
축구 전문가처럼, 마치 인터뷰를 하듯 질문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한 꼬마 팬은 자신이 들고 있던 축구공을 내밀며 부탁했다.
"여기서 멋진 기술을 한번 보여주며 안되나요?"
초롱초롱 눈을 빛내며 부탁해오는 모습, 구단에서는 길거리 축구를 하지 말라는 부탁을 했지만 간단한 볼 터치 정도는 상관 없다고 생각했다. 데이빗은 웃으며 귀여운 꼬마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다.
"옷이 조금 불편해서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멋지지 않을지도 몰라. 그래도 괜찮겠니?"
데이빗의 질문에 어린 아이는 해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멋지지 않을리 없다고 생각하는 듯 했다. 데이빗이 공을 받아 들자 그를 둘러싸고 있던 사람들은 몇걸음 물러서며 공간을 만들었다. 휘파람을 불며 분위기를 끌어 올리는 관객들, 데이빗은 살짝 공을 띄워 올리며 간단한 쇼를 시작했다.
가볍게 공을 띄워 올리고 발을 공 주위로 한바퀴 돌리며 다시 리프팅하는 동작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슬쩍 몸을 기울이며 뒤꿈치로 공을 띄워 올린다. 머리, 어깨, 가슴, 손을 제외한 모든 신체 부위를 이용하여 공을 컨트롤 하는 모습, 그리고 공중에 떠오른 공을 가지고 플리 플랩을 보여주자 팬들의 환호는 더욱 커졌다.
"와우! 끝내 주는데!"
"진짜 멋져요!"
떨어진 공을 통칭, 사포라 불리는 기술로 다시 띄운다. 현란한 볼 컨트롤이 이어지자 사람들의 환호성이 커졌다. 마치 프리스타일 축구와 같은 몇 가지 동작에 그들은 만족했고 데이빗은 마무리로 공을 하늘 높이 차올렸다. 그리고 몸을 숙여 떨어지는 공을 등으로 받아 내고 몸을 일으키며 살짝 공을 띄웠다. 그리고 손으로 공을 잡으며 간단한 쇼의 끝을 알렸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팬들은 그가 자신들을 위해 기꺼이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는 사실에 만족하고 아낌없는 박수로 답례했다.
"자 여기. 어땠어?"
공을 돌려주며 소감을 묻는다. 어린 팬은 엄지 손가락을 치켜 올리며 큰 목소리로 외쳤다.
"최고였어요! 정말 멋졌어요! 아, 그리고 제 부탁을 들어줘서 고마워요."
예의바르게 인사하는 모습에 데이빗은 씩 웃으며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다음에 안필드로 보러 오렴. 그럼 지금보다 더 멋있는 모습을 보여줄게."
"정말요? 우와! 꼭 갈게요! 약속이에요!"
흥분한 모습으로 새끼 손가락을 들어 올리는 아이, 데이빗은 반드시 그렇게 하겠다며 약속했다. 팬들과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빠듯해져 있는 것을 확인한 데이빗.
"제가 오늘은 뒤에 일이 있어서 이만 가봐야 할 것 같네요. 오늘 즐거웠습니다."
팬들은 아쉬운 기색이었지만 박수를 치며 감사를 표했다. 개인적인 사정이 있다는 데 계속 붙잡을 만큼 무례한 이들은 없었다. 그들도 데이빗이 성심성의껏 자신들을 대해 주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나도 다음 경기를 꼭 보러 갈거에요!"
"좋은 시간을 만들어줘서 고마워요 데이빗! 당신은 우리에게 최고의 선수에요!"
팬들의 감사 인사를 받으며 데이빗은 집으로 향했다. 이런 저런 질문에 시달리다보니 생각보다 피곤했지만 기분은 썩 괜찮았다. 자신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정말 특별한 일이었다. 빠른 발걸음으로 집으로 돌아온 데이빗은 대충 외투를 벗어 던지고 거실로 향했다.
"엇차차, 아직 안 늦었겠지."
새로 산 푹신한 소파위로 몸을 던지며 TV를 켰다. 다행히 아주 늦지는 않았다. 시간을 보니 이제 막 시작한 것으로 보였다. TV에서는 여러 아이들이 돌아가며 질문을 하는 영상을 보고 제라드가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데이빗은 눈을 반짝이며 프로그램에 집중했다.
"......"
초반 질문은 상당히 무난했다. 최고로 기뻤던 골이나 유명하다는 것은 어떤 느낌인지, 피치 위에서 겪은 가장 희안한 일, 어릴 적 가장 좋아하던 선수 등을 물어 왔고 제라드는 별 문제 없이 답변했다. 답변 내용이 꽤 재미가 있어서 데이빗은 완전히 프로그램에 빠져 들었는데 한 질문이 나오자 데이빗은 황당한 듯 중얼거렸다.
"...아니 갑자기 뱀이 무섭냐고 왜 물어 보는거야? 보통은 다 무섭지 않나?"
역시 애들 생각은 모르겠다며 데이빗은 고개를 흔들었다. 이후로도 황당한 질문이 이어졌다.
"포켓몬은 또 뭐야..."
좋아하는 포켓몬이 뭐냐는 질문이 나오자 허탈하게 웃었으며
"우리 캡틴이 바비 인형을 가지고 놀리 없잖아!"
어릴 적 바비 인형을 가지고 놀았냐는 질문에 소리쳤다. 그리고 요즘 딸들과 놀아줄 때 가지고 논다는 제라드의 대답에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입을 뻐끔거렸다.
"어...그래, 뭐 자상한 아버지의 모습인 거지."
혼자 충격 받았다가 혼자 납득하는 데이빗, 혼자 놀기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었다. 이후로도 몇 번의 황당한 질문이 나오긴 했지만 크게 깨는 모습은 없었다. 오히려 한 귀여운 꼬마 팬이 자신이 라이언 바벨을 닮은 것 같냐고 물었을 때 폭소를 터뜨렸다.
"아, 라이언은 이제 우리 팀도 아닌데, 캡틴도 너무하네 진짜. 넌 그렇게 못생기지 않았단다 가 뭐야."
제라드의 대답이 걸작이었노라며 데이빗은 배를 잡고 웃어댔다. 예전에 바벨이 있을때 동료들이 심심하면 못생겼다고 놀렸던 것이 떠오르자 웃음이 그치질 않았다. 그리고 TV에서 한 남자아이가 질문을 던졌다.
[데이빗이 페르난도 토레스보다 잘하나요? 그리고 가장 같이 축구하고 싶은 선수는 누구에요?]
"......??"
갑자기 자신이 인터뷰의 화제로 등장하자 데이빗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 이어질 제라드의 답변을 기대했다. 그리고 곧바로 제라드의 목소리가 TV에서 흘러 나왔다.
[훨씬 잘하지. 그리고 내가 어렸을 때 가장 좋아하던 선수는 존 반스였어. 하지만 지금 내가 제일 좋아하는 선수는 데이빗 장이야.]
"......"
일말의 망설임도 없는 대답, 데이빗은 한동안 입을 벌린채 멍하니 TV만 바라 보았다. 이후 몇가지 질문이 더 나오긴 했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지금 상당히 감격한 상태였다.
"진짜, 소원대로 됐네..."
처음으로 퍼스트 팀에 올라 왔을 때, 제라드와의 대화가 떠올랐다. 그때 자신은 언젠가 토레스 대신, 자신이 최고의 동료라 꼽히길 바란다고 이야기했었다. 그만큼 데이빗은 자신의 우상과도 같은 제라드로부터 인정을 받고 싶어 했다. 그리고 지금 TV를 통해 그의 말을 듣게 되자 상상 이상으로 감동이 느껴졌다.
"훨씬 잘하지. 그래, 난 훨씬 잘한다고."
기분 좋게 제라드의 말을 되뇌여 본다. 중얼거리는 내내 올라간 입꼬리가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오늘 밤, 쉽게 잠들기는 힘들 것 같았다.
============================ 작품 후기 ============================
-인터뷰 내용은 실제 제라드가 인터뷰 한 내용을 인용했습니다. 데이빗 장이 들어가는 부분에서 이름만 바꿨네요.
-우리나라 선수들도 팬 서비스를 좀 잘해줘야 한텐데요
-개인적으로 안좋은 기억들이 좀 있네요
-싫은 티 팍팍 내면서 보지도 않고 말 없이 휙 던지듯 주고 가는 선수도 있고 (바로 버림)
-아예 없는 사람 취급하고 지나간다거나
-밀어 버리는 선수도 있었네요
-개인적으로 팬서비스가 좋았던 선수는 딱 한 명 기억 나네요
-지금은 삼성 농구단에서 뛰고 있는 주희정 선수
-식당에서 만났는데 진짜 친절하심. 그래서 평생 팬이 되었어여
-우리 나라 선수들이 그런걸 좀 알아야 할텐데...
-딱 한번 웃으면서 친절한 멘트 한방이면 팬들은 은퇴할때까지 열혈 팬이 되는데
-아쉬운 부분이에여
-독자 분들 중에서도 우리나라 스타(연예인, 스포츠 등)들의 미흡한 팬 서비스에 상처 받으신 분들 좀 계시지 않나여?
-그리고 딱히 Q&A를 생각해 본적은 없는데요. 혹시 궁금한 점 있으시면 코멘트 달기전에 @를 달아 주시거나, 아니면 쪽지를 보내주세요. 답변해 드릴 수 있는 내용이라면 성심성의껏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_ _)
-그럼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