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Answer-174화 (174/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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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상대 조건의 일부를 수용해야 할 것 같습니다."

긴급 임원진 회의가 열리는 곳, 한 명의 이사가 발언하였다.

"떨어진 매출이 회복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게다가 어제는 서포터즈 대표가 입장 표명을 확실하게 했네요."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는 이야기, 하지만 그럼에도 다시 이야기하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그들에게 유리하지 않다는 것과, 선택할 여지가 많지 않음을 확실히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그들은 확실한 재계약 발표가 나지 않는다면 단체 행동을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평상시라면 일부 서포터즈의 단독 행동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대다수의 팬들이 그에 동의하고 있어 문제입니다. 계약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상황은 더욱 더 악화될 거라 생각됩니다."

"흠."

침음성이 맴돈다. 그들로서도 상황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자칫 잘못하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었다. 팀을 이끄는 입장으로 회의에 참석한 달글리시 감독이 자리에 일어나 발언을 시작했다.

"저는 사업은 잘 모릅니다. 제가 아는 것은 단지 축구밖에 없고 팀을 이끌고 성적을 내야한다는 것 뿐이죠. 그리고 팀 성적이 잘 나와야 매출이 잘 나온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며 운을 뗀다. 그리고 단호한 어조로 말을 잇는다.

"지난 시즌, 그가 없을 때 우리 팀의 모습이 어땠는지 다들 기억하실거라 생각합니다. 이제 고작 1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으니까요. 심지어 그때 우리는 강등권에 있었습니다. 단지 그 선수 하나만으로 해결이 된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을 따내고, 이번 시즌 우승 경쟁을 할 수 있는 것은 데이빗 장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때와 지금은 다릅니다. 하지만 그가 빠진다면 절대 우승권을 노릴 전력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거기에 선수단의 사기도 생각해야 합니다. 그는 이미 팀원들로부터 절대적인 에이스라고 신뢰받고 있습니다. 에이스가 빠진다면 그들은 불안해 할 것이고 팀의 비전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될 것입니다. 우리 리버풀은 절대 그렇게 되어서는 안됩니다. 우리는 선수가 커리어를 위해 지나가는 패싱 포인트가 되어서는 안되고 그들이 동경하는 클럽이 되어야 합니다."

열변을 토하는 달글리시 감독, 그의 말은 현재 상황과 맞물려 상당한 설득력있게 다가왔다.

"오늘 아침에, 선수단의 대표로 주장 스티븐 제라드와 부주장 제이미 캐러거와 잠깐 미팅을 하고 왔습니다. 그들은 한 목소리로 말하더군요. 얼마가 들어도 좋으니 반드시 데이빗을 잡아 달라고 말이죠. 그들은 이제 프로 3년 차에 접어든 애송이가 그들보다 높은 주급을 받아도 전혀 신경쓰지 않을 것이라 말했습니다. 현재 최고 주급자인 주장과 팀 내 인망이 두터운 프랜차이즈 스타가 먼저 나서서 이야기 했습니다. 다른 선수들이 불만을 가질 여지도 적다는 말이죠. 최소한 이 클럽에서 그들보다 경력을 길게 쌓은 선수는 없으니까요."

다른 선수들마저 데이빗이 최고의 대우를 받는다는 것에 불만이 없다고 단언하자 그들로서는 외통수였다. 아직도 데이빗에게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는 사실에 불만이 있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이 불가피함은 그들로서도 인정해야 했고 그들은 불편한 신음을 내는 것 이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반대를 하려면 그만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결정된 것 같군."

테이블 중앙에 앉아 있던 존 헨리 구단주가 입을 열었다. 결국 최종 의사 결정권자는 그였다. 그가 입을 열기 시작하자 조금 소란 스럽던 회의실 분위기는 조용해졌다.

"그들이 원한 조건을 받아 들이게. 하지만 바이 아웃은 허용할 수 없어. 이와 관련해서는 주급 혹은 옵션에서 조금 더 금액을 올려주거나 초상권 지분을 일부 지급하는 수준으로 마무리 짓도록 하게."

"...해서 바이 아웃을 삭제하는 대신 그에 대한 대가로 주급 혹은 옵션 일부 상향, 또는 초상권의 지분 일부를 양도하는 선으로 계약하고 싶은 것이 우리 구단의 입장입니다."

티티는 세 번째 협상 장소에 나와 있었다. 그는 대부분의 조건이 받아 들여졌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았다. 물론 겉으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그는 여기에서 조금 더 배짱을 부려 볼까 하는 욕심이 들었으나 참았다.

'여기서 더 많은 걸 원한다면 대중들의 외면을 받기 십상이겠지.'

어쨌거나 상황이 급변한 가장 큰 원인으로는 언론을 통해 알려진 데이빗 측의 제안이 충분히 합리적이고 구단을 배려했다는 것이 팬들의 공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이 자리에서 자신이 그 이상을 요구하며 계약을 더 끌고 나간다면 그들은 데이빗 측에서 자신들에게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티티는 자신의 친구 데이빗이 그렇게 되는 것을 원하지 않음을 잘 알았기 때문에 더 튕기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세부적인 조건을 조정해 볼까요?"

가장 큰 부분에 대해 합의가 되었다고 해도 일이 끝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세부적인 조율이 시간을 더 잡아 먹는 경우도 있었다. 티티는 구단과 큰 틀에서 합의했다고 해서 계속 구단의 뜻대로 따라갈 생각은 전혀 없었다. 바이 아웃이 삭제 된다는 것은 계약 기간 동안 다른 구단으로의 이적이 사실상 막히는 것이다. 선수의 자유에 이정도의 제약을 걸겠다면 당연히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아야 했다. 티티는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협상을 주도 했다.

[데이빗 장, 리버풀 FC와 계약 연장에 합의]

겨울 이적 시장이 열리기 전부터 숱한 러브콜을 받고 있던 리버풀의 데이빗 장(21)이 현재의 소속팀과 재계약을 이끌어 냈다고 밝혔다. 이 젊은 공격수는 2013년 6월까지 3만 파운드의 주급을 받는 계약을 체결하고 있었으나 이미 월드 클래스의 선수로 발돋움한 그를 잡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었다. 리버풀은 그에게 2016년 6월까지, 주급 14만 파운드를 제공하는 계약서를 제시하였고 데이빗 측에서 이를 받아 들임으로써 재계약이 성립되었다.

리버풀의 단장 코믈리는 인터뷰를 통하여 "그는 충분히 대우를 받을 가치가 있는 선수"라고 말하며 계약 성사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냈다.

"오늘은 정말 최고의 날입니다. 우리는 그와 더욱 긴 시간을 함께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는 우리 클럽의 미래를 더욱 밝게 해줄 것입니다."

"많은 팬들이 그를 계속 보길 원했고 하루 빨리 계약이 이루어지길 바라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그들의 생각을 잘 알고 있었고 이렇게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데이빗 장 또한 계약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 냈다.

"이 구단과 더욱 긴 시간을 함께할 수 있게 되어 행복합니다. 이 클럽은 완벽해요. 저는 안필드에서 경기를 뛰는 것이 즐겁고 우리의 드레싱 룸에서 안정감을 느낍니다. 그리고 우리의 팬들은 세계 최고라고 생각해요. 이번 계약이 환상적인 이유입니다."

"좋은 대우를 해준 구단에게 감사해요. 누군가는 제게 갑자기 고액 주급자가 되어 부담을 느끼지 않느냐고 묻기도 했어요. 하지만 저에게 큰 압박은 없습니다. 제가 해야할 일은 똑같아요. 언제나 최선을 다하고 팬들을 즐겁게 하는 것이 제가 할 일입니다."

최근, 재계약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내용이 보도되면서 그를 향한 다른 구단의 관심이 최고조에 달한 시점이었는데, 협상이 마무리 되며 그를 노리던 클럽들은 닭 쫓던 개 꼴이 되어 버렸다. 세부적인 계약 내용은 공개가 되지 않았으나 옵션을 포함하여 사실상 프리미어 리그에서 최고 수준의 대우를 해주는 것으로 알려 졌다. 바이 아웃이 설정되어 있지 않았기에 사실상 다른 구단이 그를 영입할 가능성은 극도로 낮아졌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새로운 계약을 마친 리버풀 FC와 데이빗 장은 이제 4일 뒤, 풀럼과의 원정 경기를 치르게 된다. 팀 내 최고 주급자로 떠오른 데이빗이 재계약 기념 축포를 쏘아 올릴 수 있을지 주목 된다.

Re: 이제야 일 처리를 좀 제대로 하네. 어쨌든 행복한 소식이야! 시즌권 환불 안해도 되겠어.

Re: 야, 12만 파운드 수준이라고 하지 않았어? 어째 더 올랐는데?

Re: 시간 끌어서 괘씸죄가 추가 됐나? 아니면 그새 물가가 올랐나?

Re: 미친ㅋㅋㅋㅋ그럴리 없잖아

Re: 바이 아웃이 없다고 하잖아. 그거 빼는 대신에 좀 더 챙겨준거겠지. 그게 100배는 나아.

Re: 이야 21살에 프리미어 리그 최고 수준 대우를 받는 구나. 좋은 일이야! 넌 그럴만한 가치가 있어!

Re: 재계약한 건 좋은데, 프런트 이 병신들아. 애초에 바로 그쪽에서 원하는 수준으로 사인했으면 좀 더 싸게 할 수도 있었을거 아냐. 욕은 욕대로 처먹고 돈은 돈대로 더내고. 진짜 멍청한 놈들이네.

Re: 올해 벌써 2번째 재계약이네. 2월에 한번, 11월 말에 한번. 놀라운 사실 알려 줄까? 얘는 지금 주급이 1년도 안되서 35배가 뛰었어!

Re: 헐? 그게 정말이야?

Re: 맞네. 올해 1월까지 4000 파운드 받던 녀석이니까. 이 정도로 주급이 미친듯이 올라가는 케이스도 없을 거야. 근데 오버 페이로 느껴지지 않는 케이스도 없을 거고.

Re: 동의한다. 14만 파운드, 옵션 붙여서 뭐 15만 파운드 이상, 20만 파운드 근처까지 간다고 해도, 절대 오버 페이가 아니야. 현실적으로 메시 호날두를 데려오려면 얼마가 들거라 생각해?

Re: 이제 안심하고 경기나 보자. 어휴, 얘 재계약 소리 나올때마다 다른 구단놈들이 X나 달려드네. 바이 아웃 안 걸어 놓은건 환영! 이제 한동안 걱정 없겠다. 이게 제일 중요한 거지.

"초상권 30%라고?"

데이빗은 언론에 발표하기 전, 티티로부터 그가 이끌어 낸 계약의 내용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티티는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계속했다.

"응, 나는 50%를 받아내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그건 내가 능력이 부족했던 것 같아. 미안해."

"아니야, 왜 사과를 해? 내가 생각하던 것보다 더 나은 계약을 따내 줬는데. 내가 고맙지."

데이빗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네. 그래도 다음 협상에서, 네가 지금처럼만 꾸준히 해주면 더 나은 조건을 따낼 수 있을거야. 결국 우리 쪽의 약점은 풀타임을 뛴 결과가 없다는 것, 그리고 활약 기간이 길지도 짧지도 않아 애매하다는 부분이었거든."

"그거야 그렇지. 내 퍼스트 팀 경력이래봐야 이제 한 시즌을 치른 수준이니까."

현재까지 통산 37경기에 출장한 데이빗이었으니 딱 한 시즌 정도를 치른 수준이었다. 이것이 연속된 단일 시즌이 아니라는 점이 결국 티티가 끝까지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지 못한 원인이 되었다.

"그래도 아쉽네. 아마 더 노련한 에이전트였다면 더 좋은 결과를 이끌어 냈을 거야."

"괜찮다니까 그러네. 지금만 해도 주급이 10만 파운드 넘게 올랐어. 아마 이대로 몇 년만 뛴다면 평생 먹고 살 돈을 버는데 문제가 없을 거야. 돈은 많으면 좋지만 난 이걸로 충분해."

그러면서 궁금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며 질문한다.

"근데 초상권의 30%라고 하는데, 그게 대충 얼마야? 그리고 애초에 초상권이 어떤걸 말하는 거야"

데이빗의 질문에 티티는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보다 알아듣기 편하게, 간단히 이야기해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네 모습을 이용해서 돈을 버는 부분이 있잖아? 게임에서 캐릭터 카드에 들어간다거나, 기사에 실리는 사진이라던가 이런거. 이런 것들에 대한 일종의 사용료를 받는 거라고 보면 편할 것 같네. 금액은...100만 파운드 정도라고 보면 될 거 같아."

티티의 설명에 데이빗은 흐응 하는 탄성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거나 추가적인 돈이 들어 온다는데 기분 나쁠리는 없었다.

"그럼 이제 사인만 하면 되는 거야?"

"네가 계약에 불만이 없다면. 나와 구단간의 협상은 일단 끝났지만, 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협상을 해야겠지."

티티의 대답에 데이빗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바로 사인 할게. 고마워 티티. 너에게 에이전트를 부탁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인 것 같아."

친구의 칭찬에 티티는 멋적은 듯 고개를 흔든다. 그로서는 아쉬운 느낌이 없지 않은 계약이었기에 이런 찬사를 듣기 민망했던 것이다.

"다른 에이전트였다면 더 잘했을거라니까 그러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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