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56 =========================================================================
와아아아아아!!!!!!!!!
등 번호 10번, 데이빗 장이 사이드 라인 밖에 서서 교체를 준비하자 원정팬들의 함성 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비행기를 타고 그리스까지 날아와 응원을 하는 팬들은 자신들이 응원하는 팀이 승리로 자신들을 기쁘게 해 주길 원했다. 오늘 경기에서 골은 한 골 밖에 넣지 못했지만 상당히 괜찮은 경기력으로 그들을 만족시켰던 선수들이다. 그러던 것이 방금 전, 어처구니 없을 만큼 황당한 골로 실점을 하며 동점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들로서는 실망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자신들이 가장 믿는 선수, 언제나 결과를 만들어 내 주는 그들의 에이스 스트라이커가 준비하고 있었다. 그들인 마치 이미 이긴 것이나 다름 없다는 듯 목소리를 높여 응원했다.
[여기서 달글리시 감독의 선택은 데이빗 장이네요! 후반 35분, 7번 루이스 수아레즈를 빼고 10번 데이빗 장을 투입하는 리버풀입니다.]
해설자들 역시, 이번 경기의 분수령이 될만한 교체 카드 활용에 대해 크게 다루고 있었다.
[역시 달글리시 감독이 가장 믿을만한 카드를 투입하는 모습입니다. 루이스 수아레즈 선수에 대한 체력 안배와 더불어 지금 기분 나쁜 골을 허용한 상황이거든요? 무승부라도 이렇게 비기고 싶지는 않다는 거겠죠. 그런 분위기 반전에는 역시 에이스 카드 투입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습니다.]
[올림피아코스로서도 가장 부담스러운 선수가 나왔습니다. 사실 리버풀을 상대하는 모든 팀들이 가장 상대하기 꺼려하는 선수가 바로 이 선수 아니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올 시즌 10경기에 출장하여 총 11골 6도움, 경기 당 1골 이상을 득점하며 공격 포인트로 따지면 경기 당 1.7개를 기록하고 있는 선수입니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에이스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록 경기 시간이 10분 밖에 남지 않았지만, 이 선수를 막는 입장에서 10분은 정말 길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수고했어요 루이스, 오늘 슈팅 컨디션 괜찮아 보이던데 아쉽게 됐네요."
"젠장, 그러게 말이야. 이왕이면 한 골 넣고 나오고 싶었는데, 할 수 없지. 잘해라."
씩 웃으며 데이빗과 하이 파이브를 하고 벤치로 돌아 오는 수아레즈다. 비록 골은 기록하지 못했지만 상당히 괜찮은 무브먼트를 보여준 그였다. 골대를 살짝 벗어나는 슈팅이 조금만 골대 쪽으로 향했꺼나 상대 키퍼의 선방이 아니었다면 오늘 다득점까지 보여줄 만한 컨디션이었다는 것을 본다면 아쉬운 결과였다.
"마르코."
"아 데이빗, 조커로 투입된거구나. 니가 나오니까 든든한데."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반겨주는 마르코 로이스, 데이빗은 잠시 그를 붙잡고 감독의 지시를 전했다.
"마르코가 나보다 조금 아래쪽에서 움직이라는 지시야. 스위치는 우리들 마음대로 하라고 하고. 뭐, 그냥 평소대로 하면 될 거 같아. 평소에 쓰리 톱이었다면 오늘은 투 톱이라는 점?"
"오케이, 문제 없지. 오프 사이드 라인 근처에서 움직이고 있어. 확실하게 하나 만들어 보자."
함께 뛴 시간은 비록 10경기 남짓했으나 둘의 플레이 성향이 잘 맞는 부분이 있었기에 두 선수 간의 호흡은 상당히 좋은 편이였다. 데이빗은 기대하겠다며 그의 어깨를 두드려 주고는 자신의 위치를 찾아 움직였다.
데이빗이 투입되자 올림피아코스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유럽에서도 손 꼽힌다고 평가 받는 리버풀의 공격진을 상대로 1실점, 상당히 괜찮은 결과를 거두고 있었다. 운이 따르긴 했지만 동점골도 넣었기에 사기가 올라 있었다. 하지만 10분을 남겨두고, 진정한 끝판왕을 만난 느낌이랄까, 리버풀의 공격력이 최강이라고 불리게 된 원인 그 자체를 만나 버렸기에 긴장이 안될리 없었다. 이왕이면 이번 경기에서 보지 않고 끝나길 바랬지만 달글리시 감독은 흐름이 변하는 듯하자 단호히 그를 투입했다.
'라인을 상당히 뒤로 당겨 놓았네.'
올림피아코스의 수비태세를 확인한 데이빗은 고개를 끄덕였다. 새삼스럽지도 않다. 그들을 상대하는 팀 중, 상대적으로 전력이 떨어진다고 하는 팀들이 언제나 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아마 홈에서 리버풀을 상대로 무승부만 거두어도 만족할 것 같았다.
'별로 상관 없지만.'
아마 이대로 경기가 끝나고, 자신이 골을 넣지 못해도 큰 비판은 나오지 않으리라. 시간이 부족했다고 할 것이고 상대가 수비 숫자를 늘려 운신의 폭이 좁았다고도 이야기 할 지 몰랐다. 하지만 자신을 투입한 감독은, 자신이라면 골을 넣어 줄 것이라 믿었음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리스까지 따라와 열성적인 응원을 보내고 있는 팬들, 그리고 TV앞에서 자신을 보고 있는 팬들은 데이빗이라면, 자신이라면 해결해 줄거라 믿고 있을 터였다. 그렇다면 언제나처럼, 그들에게 자신을 증명해 주어야 했다. 그것이 데이빗이 생각하는 프로의 모습이었고 최고의 서비스였다.
데이빗은 굳이 평소와 같이, 아래로 내려가서 플레이하려고 하지 않았다. 오늘 마르코 로이스의 컨디션은 상당히 좋았다. 그는 자신에게 가해지는 상대의 강한 압박을 능수 능란하게 피해내고 있었다. 또한 조단 핸더슨, 찰리 아담, 제이 스피어링, 디르크 카윗으로 구성된 미드필더들 역시 나쁘지 않은 지배력과 패싱력을 보이며 후방 지원을 든든하게 해 주고 있었다. 지금도 상대의 진영에서 볼을 돌리면서도 안정적으로 공이 돌아가는 모습이다. 데이빗은 차분히 기회를 옅보기로 했다. 오늘 자신의 역할은 피니셔, 그것이면 족했다.
상대의 최종 라인 근처에서 거슬리는 움직임을 가져갔다. 언제든 그들의 뒷공간, 비록 얼마 되지 않는 공간이었지만 아예 공간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어설픈 스루 패스는 골키퍼의 손에 먼저 들어갈 테지만 그렇다고 해서 경계를 늦출수는 없었다. 데이빗을 상대하는 상대 수비수들은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것을 느꼈다.
'망할 자식, 깔작거리고 말이야. 얌전히 좀 있으라고!'
어느 팀이나 늘 하는 플레이, 등 뒤에서 슬쩍 밀거나 발을 건드리며 신경을 긁어 본다. 자신의 역량으로는 이 공격수를 막아내기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호승심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상대는 세계 최고의 리그 중 하나인 EPL을 지배하고 있는 선수였다.
물론 데이빗도 가만히 상대의 견제를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상대가 걸어오는 신경전에 당하고만 있으면 얼간이 취급을 받을 뿐이다. 애초에 정정당당하지 않은 플레이긴 했으나 심판의 눈을 벗어난 곳에서 누구나 하는 플레이, 자신도 티가 나지 않게 팔꿈치로 은근 슬쩍 상대를 친다거나 발을 건드리는 상대의 발을 역으로 밟는다거나 하곤 했다. 하고 싶어서 하는 플레이는 아니였으나 해야 하는 플레이였다.
'온다!'
마르코 로이스가 상대 마크를 떨쳐 내고 움직이는 사이 카윗이 패스를 연결해주는 모습이 보인다. 데이빗은 슬슬 준비하기 시작했다. 한 순간, 마르코의 패스에 맞춰 한 순간에 폭발 시켜야 했다. 타이밍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았다. 자신이 오프 사이드를 뚫어 낸다면 동료의 패스가 맞춰서 올거라 믿어야 했다. 모든 것을 다 고려하며 움직이는 것은 움직임의 날카로움이 떨어질 수 있었다.
마르코는 패스를 받고 고맙게도 수비수 한 명을 더 해치워 주었다. 확실히 그는 오늘 컨디션이 물이 올라온 상태였다. 이로써 데이빗에게는 조금 더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좁은 지역이라는 사실은 변함 없었지만 말이다.
'충분해!'
데이빗은 자신의 능력이라면, 그리고 마르코 로이스의 기술이라면 충분히 공략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본 공간을 마르코라면 분명 확인했으리라, 그렇게 믿었다. 생각은 길었고 행동은 빨랐다. 데이빗은 은근 슬쩍 자신의 유니폼을 잡아 당기는 상대의 팔을 뿌리치고 달리기 시작했다. 한 발, 두 발, 이제 오프 사이드 라인 동일 선상이다. 이제 패스가 오지 않는다면 오프사이드다. 데이빗은 뒤로 물릴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마르코 로이스는 그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투웅-
가볍게 공을 찬다, 아니 찼다기 보다는 미는 느낌에 가까웠다. 이 센스 넘치는 독일 청년은 라스트 패스라고 해서, 수비 뒷 공간을 찔러야 한다고 해서 강하게 차는 우를 범하지 않았다. 빠르고 날카로운 킬 패스는 필요 없었다. 그저, 쇄도하는 아군 공격수의 스피드에 맞춰 그 앞으로 밀어 주기만 하면 된다. 간단해 보이지만 가장 어려운 플레이 중 하나, 선수들이 마지막 슈팅을 앞두고 쓸데 없는 힘이 들어가는 것처럼, 라스트 패스에 힘을 많이 주곤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의 침착성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마르코 로이스의 부드러운 침투 패스를 이어 받은 데이빗, 하지만 워낙 좁은 공간이었다 보니 완벽한 노마크는 아니었다. 자신의 왼쪽에는 상대 수비가 어깨를 걸어 오고 있었고 골키퍼는 각도를 좁히며 뛰어나오고 있었다. 패스를 돌린다는 선택지는 없다. 자신은 최전방에 있었다. 최전방 공격수가 상대의 뒤를 파고든 시점에서 자신보다 더 나은 위치에 있는 아군은 없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여기에서 시간을 끈다? 순식간에 세 명, 네 명에게 둘러 쌓인 뒤 공을 빼앗기리라. 아무리 자신이라고 해도 그런 상황에서 공을 지킨다는 것은 확률이 너무 낮았다.
'그냥 넣으면 되잖아.'
어깨를 부딪혀 오는 상대 수비의 압박을 이겨낸다. 중앙 수비수 답게 괜찮은 파워였지만 프리미어 리그 레벨은 아니다. 세계에서도 거칠기로 소문난 리그에서 구른 자신이 이 정도의 압박을 이겨내지 못한다고 하는 것은 농담으로도 하기 힘든 얘기였다. 골키퍼가 각도를 좁혀 온다고? 그래서 어쩌라는 말인가. 그는 신이 아니었다. 그가 막을 수 없는 공간은 분명히 존재했다. 데이빗에게는 그 공간이 너무나 눈에 크게 들어왔고 공을 가볍게 찍어 차며 그 부분을 공략했다.
"큭!!"
그리 높지 않은 로브 볼, 하지만 전력으로 달려 오던 골키퍼가 반응하긴 힘들다. 그런 재주가 있다면 그는 진작 세계 최고의 클럽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이보다 더 뛰어난 팀에서 명성을 날리고 있었으리라. 아니, 그런 팀에서 뛰는 골키퍼 들도 하기 힘든 일이었으니 그로서는 무력할 수 밖에 없었다.
한 번, 그리고 두 번, 바닥에 두 번 튕긴 공은 느긋하게, 그리고 천천히 골 라인을 넘어 섰다. 뒤 늦게 공을 걷어 내기 위해 몸을 날린 상대 수비와 함께 그물에 안착한 데이빗의 슈팅, 데이빗은 오연히 돌아서며 두 팔을 들어 올렸다.
"뭐랄까, 우리 팀 선수지만 정말 반칙같은 느낌이 드는 건 어쩔수가 없네요."
골이 들어가고 리버풀의 벤치도 난리가 났다. 교체 투입되어 들어간 지 단 3분이었다. 그가 결과를 만들어 내는 데 10분은 너무 긴 시간이었나 보다. 3분, 사람들이 노래를 한 곡 채 듣기도 전에 골이 들어가 버렸다. 쏟아 지는 샤워기의 물을 맞으며 머리를 감기에도 충분하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그가 골을 넣는데는 큰 지장이 없었다. 코치는 기쁨에 겨워 주변 다른 스텝들과 격한 포옹을 나눈 뒤 뿌듯한 얼굴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억울하면 지들도 저런 선수 발굴해서 쓰라고 해! 혹시 아나? 이 동네 항구에서 저런 친구가 짐짝이나 나르고 있을지 말이야."
올림피아코스의 연고지 페이라이오스에 항구가 있다는 것을 빗대어 이야기하는 케니 달글리시 감독이다. 코치는 너털 웃음을 터뜨리며 말을 잇는다.
"혹시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그건 무리겠지요. 아무튼 우리 팀으로서는 정말 운이 좋은 일이네요."
"그렇지. 저 친구들은 억세게도 운이 없고 말이야."
보고만 있어도 배부르다는 것이 이런 느낌일까, 달글리시 감독은 아빠 미소를 지으며 밝은 표정으로 골 세레모니를 마친 데이빗을 바라 보았다.
"우리 팀을 상대하는 팀들은 그냥 한 골은 주고 시작하는 거나 다름 없다고 계산을 해야겠네요."
방금 골을 기록했기에 이번 시즌 11경기 12골을 기록 중이다. 코치의 말은 전혀 과장됨 없는 진실이었다.
"뭐, 한 골만 주면 다행이지. 저 친구는 여기서 그만 둘 생각이 없어 보이는 것 같은데?"
우리 팀 공격수들은 하나 같이 욕심이 많아서 말이야 하며 흐뭇하게 웃음을 짓는다. 교체된 수아레즈의 승부욕은 팀 내에서도 알아 주었고 불같은 성격이 있었으나 데이빗, 그리고 마르코의 경우 조금 얌전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런 점잖아 보이는 이면에는 언제나 골을 노리는 탐욕스러움이 있었다.
"이걸로 올림피아코스로서도 수비만 하고 있을 수는 없게 되었네요. 아마 저 친구에게 찬스가 더 만들어 질 겁니다."
"그렇겠지. 근데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말야, 저 친구들은 그냥 이대로 수비만 하는 게 나을 지도 모르겠는걸."
============================ 작품 후기 ============================
-어제 올린 부분에서 프리미어 리그 순위에 관한 언급에 오류가 있었네요
-해당 부분 수정했습니다. 지적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멍청멍청
-엑셀에 기록하고 있었는데!
-엑셀이 잘못했네
-니가 산수를 못하는 거야
-넵 문과임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