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Answer-155화 (155/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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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은 오늘 올림피아코스 원정에서 주전들의 체력 안배에 신경쓰는 모습이군요?]

경기 시작 전, 양 팀의 라인업을 살펴 본 캐스터는 그렇게 말했다. 해설자 또한 동의하며 입을 여는 모습.

[그렇네요. 징계를 받고 돌아온 마르코 로이스의 선발 출장은 예상했던 부분입니다. 그 외에 많은 포지션에서 리저브 선수들을 기용하며 주전 선수들에게 확실한 휴식을 주겠다는 의도를 보여주네요.]

[글렌 존슨 대신 필립 데겐이, 호세 엔리케 대신 마틴 켈리가 선발 출장합니다. 골키퍼 역시 알렉산더 도니 골키퍼가 오랜만에 선발 출장하네요. 미드필더에도 많은 변화가 있습니다. 루카스 레이바가 빠지고 조단 핸더슨이 그 자리를 지킵니다. 찰리 아담 또한 한 자리를 차지하네요. 그리고 오늘 스티븐 제라드는 개점 휴업입니다. 주장 완장은 제이미 캐러거에게 넘기고 자신의 자리에 제이 스피어링이 뛰는 모습을 지켜보게 되었네요.]

[디르크 카윗이 오늘 미드필더로 내려온 모습입니다. 그리고 투 톱에는 마르코 로이스와 루이스 수아레즈가 서게 되는 군요. 데이빗 장은 오늘 벤치에서 시작하는 모습이네요.]

[최전방을 제외하면 대부분 리저브 선수들로 구성한 리버풀입니다. 그들의 에이스 카드인 데이빗 장이 빠졌다고는 하지만 루이스 수아레즈와 마르코 로이스 또한 뛰어난 선수임에는 분명하니 무게감이 크게 떨어져 보이진 않네요.]

[올림피아코스로서는 아무리 홈이라고는 하지만 거함 리버풀을 상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는데, 리버풀이 베스트 라인업으로 나서지 않았다는 점은 그들로서는 희소식이겠습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얕보아서는 곤란하겠지요. 베스트 라인업은 아니라고 하지만 충분히 올림피아코스를 곤란하게 만들만한 능력이 있는 선수들이니까요.]

[올림피아코스로서는 지난 도르트문트 원정 때와 같은 경기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겠습니다. 오늘 승점을 따내지 못한다면 올림피아코스로서는 사실상 다음 라운드 진출 가능성이 희박해 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마르코 녀석, 표정 봐라. 무슨 전쟁터에 나가는 군인도 아니고 말야."

편안하게 벤치에 앉아 경기를 지켜보는 리버풀 선수들, 오늘 오랜만에 휴식을 취하게 된 글렌 존슨이 웃으며 마르코 로이스를 가리켰다.

"순진한 녀석이잖아. 몇 경기 동안이지만 팀에서 이탈했던 게 어지간히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지."

"나참, 순둥이 같은 녀석인데 그런 사고를 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지. 안그래?"

"그러게 말이야. 뭐 그래도 지난 일이니까, 앞으로 또 사고치진 않겠지. 본인도 엄청 후회하는 것 같고 말야."

그들의 말마따나 마르코 로이스는 경기에 굳은 표정으로 임하고 있었다. 마치 월드컵 결승전이라도 치르는 것처럼 비장한 모습으로 경기에 임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선수들은 웃음이 나올수 밖에 없었다.

"너무 긴장한 건 아닌가 모르겠네요."

데이빗은 조금 걱정된다는 듯 중얼거렸다.

"긴장이라기보다는 의욕이 앞선다고 해야할까? 아무튼 뭐 심하게 나빠보이진 않던데? 잘 하겠

"저래봤자 아직 핏덩어리잖아. 데뷔가 빨랐다고 해도 귀여운 맛이 남아 있다는 거지. 하다 보면 어깨에 힘이 빠질테니 냅둬."

대수롭지 않은 동료들의 반응, 데이빗은 그런가보다 하고 경기를 관전하기 시작했다.

"근데 그 인터뷰 봤어?"

"무슨 인터뷰?"

"우리 감독님이 저번 경기 끝나고 맨체스터 녀석들하고 퍼거슨 감독 제대로 디스했잖아. 이기고 나서 한방 날려주니까 그쪽에서는 제대로 대응도 못했고. 캬, 진짜 속이 다 시원하던데?"

"아, 그거? 당연히 봤지. 감독님도 참 대단하지. 언제 그렇게 또 인터뷰를 준비해 놨대?"

"아마 경기 시작 전부터 미리 준비해 놨을걸? 그리고 이기고 나서 한번 더 엿먹어 봐라 하고 날린게 분명해."

선수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달글리시 감독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전이 끝나고 인터뷰를 통해 제대로 한방 날렸다. 퍼거슨 감독이 그랬던 것처럼 그들의 선수단 전반, 그리고 핵심 선수에 대해 깎아 내리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심기를 제대로 긁었던 것.

'돈을 많이 받는 선수는 팬들에게 최고 레벨의 플레이를 보여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그것이 그들이 비싼 주급을 받는 이유이다.'

'그들은 웨인 루니가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라고 말한다. 물론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지난 경기에서 무엇을 했는 지 알기 힘들었다. 나는 그가 그리 특별하다는 사실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에게 리그에서 가장 많은 주급을 지급하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정말 관대한 구단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이야기 한 우리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았는가? 우리는 실력으로 보여주었다. 이제 어느 팀이 더 우승컵을 들어올리기에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는지 알았을 것이다.'

'퍼거슨 감독은 훌륭한 감독이지만 말을 너무 많이 한다. 그는 끊임없이 언론에 대해 불평하고 상대 팀을 깎아 내린다. 그런 행동이 자신의 팀을 더 돋보이게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잘못된 것이다.'

언론 플레이가 다른 감독들에 비해 떨어진다는 평을 듣는 달글리시 감독이었지만 이번에는 작심이라도 한 것처럼 마음 속에 있던 말을 쏟아 냈다. 그리고 이런 모습은 선수들의 사기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아무리 신경쓰지 않는다고 해도 언론에서 상대 팀이 자신들을 깎아 내린다면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다. 그동안 달글리시 감독은 그런면에 있어서 상당히 온건한 편이었고 나서서 이슈를 만들지 않은 스타일이었다. 그랬던 감독이 먼저 나서서 자신들을 향해 디스를 날린 상대에게 되갚아 주는 멘트를 날렸으니 기분이 좋지 않을리 없었던 것이다.

"역시 사전에 입을 잘못 열면 엄청 쪽팔리게 되는거야. 저렇게 디스해놓고 경기에 졌으니 얼마나 쪽팔리겠냐?"

"그러니까. 역시 이기고 나서 한 마디 날려주는게 더 멋있지! 상대는 반박하기도 힘들고 말야."

한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선수들, 그리고 오랜만에 리버풀이 찬스를 만들기 시작하자 대화를 멈추고 경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달려! 달리라고 마틴!'

핸더슨의 패스를 이어 받은 마틴 켈리가 오버래핑에 나서자 벤치의 선수들이 일어 나며 소리를 질러 댔다. 그리고 이어진 켈리의 크로스를 이어 받은 수아레즈의 슈팅이 골대를 벗어나자 머리에 손을 올리며 안타까워 했다.

"저게 안 들어가냐."

"그러게, 와우 진짜 멋진 공격이었는데."

"마틴 저 녀석, 올 시즌 확실히 잘한단 말이지. 헤이 호세, 너도 긴장 좀 해야겠다?"

동료의 장난스러운 말에 호세 엔리케는 무슨 상관 있냐는 듯 어깨를 으쓱인다. 저런 플레이를 보고 긴장할 만큼 자신감이 부족한 선수가 아니었다.

"뭐 좋잖아. 저 녀석이 잘 해주니까 이렇게 쉴 수도 있고."

"여유 만만이네. 뭐 나도 그건 동감이지만 말이야."

기지개를 키며 자신의 자리에서 뛰고 있는 필립 데겐을 바라보는 글렌 존슨이었다. 이번 시즌, 전 경기를 거의 풀 타임으로 소화하고 있었기에 그동안 쌓인 피로가 상당했던 그였기에 가끔 이렇게 휴식을 취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자신의 자리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반응이었지만 말이다.

여유롭게 대화를 나누는 선수들을 한층 더 편하게 만들어 주려는 듯, 경기에 뛰고 있는 선수들은 분발했다. 그리고 전반 21분, 제이 스피어링이 상대의 패스를 차단했고 공을 조단 핸더슨에게 넘겼다. 핸더슨은 곧바로 전방의 마르코 로이스에게 연결시켜 주었고 마르코 로이스는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선제 득점을 올렸다.

"이야! 끝내주는 슈팅인데! 잘했다 마르코!"

벤치의 선수들은 자리를 박차고 나오며 골을 넣은 마르코를 칭찬했다.

"이걸로 내일 헤드라인은 당첨이네! 마르코 로이스, 복귀전에서 속죄포 작렬! 뭐 이런 느낌으로 나오지 않겠어?"

"정말 그래! 저 녀석, 진짜 제대로 마음 먹은 것 같더니 바로 한 방 넣어주는구만!"

벤치의 선수들은 자신들끼리 하이 파이브를 나누며 골을 축하했다. 한 수 아래의 팀이라고는 하지만 주전들이 대거 빠진 상태였고 어웨이 경기였기에 불안한 감이 없지 않았던 것, 하지만 그런 걱정을 쓰레기 통에 쳐 넣듯 골을 넣는 모습에 기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봐, 아직 경기 한참 남았다고. 너무 들뜨지 마."

본인 또한 기분 좋은 얼굴이지만 너무 설레발을 친다고 생각했는지 제라드가 그들에게 살짝 자제할 것을 권한다.

"에이 스티비, 좋은 건 좋은 거잖아. 너도 웃고 있으면서 뭘 그래?"

"그래, 저 녀석들은 잘 할거야. 오늘 평소보다 훨씬 컨디션들이 좋아 보이는데.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

"...그거야 그렇지만."

결국 어깨를 으쓱하며 피식 웃고마는 제라드, 하지만 경기는 역시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것이었다.

후반 30분 무렵까지, 리버풀의 벤치 분위기는 좋았다. 더 이상 추가골은 기록하지 못했지만 경기 주도권을 놓지 않고 단단한 경기 운영을 보여 주었던 것이다. 하지만 바로 지금, 눈 앞에서 펼쳐진 모습에 선수들은 할 말을 잊은 채 탄식을 흘렸다.

"......"

"......"

"저게 저렇게 들어가냐..."

한 선수의 중얼거림은 그들 모두의 심정을 대표하는 말이었다. 재수가 없어도 이렇게 없을까 싶을 정도로 방금 골은 황당했다.

"...심판은 왜 저기서 얼쩡대고 있는건데?"

"아오 저게 뭐하는 짓이야? 본인도 일부러 그런건 아니겠지만 그래서 더 짜증나!"

방금 전, 올림피아코스는 오랜만에 역습에 나섰다. 하지만 오늘 단단한 경기력을 보여주던 리버풀의 미드필더와 수비수들은 쉽게 그들이 공을 전개하지 못하게 막아 섰다. 그들은 완벽히 속공 찬스가 무산되기 전에 조금 도전적인 패스를 시도했다. 한 번에 그들의 최전방 공격수와 리버풀의 최종 수비수 사이로 패스를 투입하고자 한 것, 제이미 캐러거는 그 패스를 먼저 발로 걷어 내며 위기를 클리어 해 내는듯 했다.

하지만 절묘하게도, 그가 걷어 낸 공은 달려 오던 심판의 몸에 맞고 튕겨 나왔고 재수 없게도 그 공은 올림피아코스의 선수에게 흘러 갔다. 누구도 예상하기 힘든 상황이었기에 그 선수를 마크하는 이는 없었고 그는 너무나도 편안하게 슈팅을 시도했고 득점에 성공했다.

"괜찮아! 이건 어쩔 수 없었다고! 다들 잊어 버려!"

제라드가 일어서서 크게 독려한다. 어처구니 없는 일로 실점한 선수들의 표정은 그야 말로 똥을 씹은 듯 일그러져 있었다. 여기에서 멘탈이 흔들렸다가는 잘 치러온 경기를 망칠 수도 있었다. 제라드는 선수들이 침착함을 유지하길 원했기에 그렇게 독려를 시작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이 경험이 부족한 이들로 구성된 만큼 쉽게 멘탈을 추스리긴 힘들어 보였다.

"...좋지 않군요. 하필이면..."

스티브 클락 수석 코치도 불안한 듯 중얼거렸다. 그리고 달글리시 감독을 향해 묻는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사실 무승부만 거두어도 성공적이긴 합니다만..."

아직 이번 경기에서 교체카드는 활용하지 않고 있었다. 아마 실점만 아니었다면 공격수로 나서고 있는 수아레즈를 빼고 수비 숫자를 늘린 뒤 본격적인 잠그기에 들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방금 실점을 해 버렸고 리버풀이라는 클럽이 한 수 아래의 상대를 만나 아무리 원정이라고는 하지만 잠그기에 들어간다면 팬들은 납득하지 못할 것이다. 클락 수석 코치는 그부분을 염려하고 있었다.

"...데이빗을 투입해야겠어."

달글리시 감독은 단호한 어조로 그들이 가진 최강의 카드를 준비시킬 것을 말했다. 그로서는 경기가 이렇게 끝나는 것을 납득하기 힘들어 보였다.

"무승부로 만족한다고 했지만, 잡을 수 있는 경기를 버려서는 안되겠지. 평범하게 비겼다면 모를까, 이런 식으로 비기거나 혹시라도 진다면, 선수들 사기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이 기분 나쁜 공기를 조금이라도 빨리 지워버려야 해."

그는 선수들의 머릿속에서 '불운'이라는 두 글자를 빠르게 지워버리길 원했다. 그러려면 이 경기를 이기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아껴 놓은 그들의 조커를 내밀 때였다.

"데이빗!"

강하게 그를 부르는 달글리시 감독, 데이빗은 굳은 표정으로 입고 있던 점퍼를 벗어 던진다. 지금 부른다고 하는 것은 경기에 자신을 투입하겠다는 의미, 황당한 골을 허용하는 것을 보고 기분이 좋지 못했던 그로서는 반색할만한 조치였다.

"알겠나? 남은 시간은 10분 남짓, 하지만 자네에게는 차고도 넘치는 시간이겠지. 그렇지 않나?"

"물론이죠."

"좋아, 상대방은 지금 들떠 있다. 행운의 여신이 자신들의 손을 들어 주었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지. 저 녀석들에게 알려 주도록 해. 누가 더 승리에 어울리는 팀인지 말이야."

============================ 작품 후기 ============================

-올림피아코스: 행운의 여신이 내게 미소를 짓는군

-리버풀: 운이 좋은 것 같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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