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Answer-151화 (15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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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수가 그렇게 사람 짜증나게 만드는 데 일가견이 있다고?'

킥 오프 휘슬이 울리고 데이빗은 천천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진영에서 움직였다. 현재 공은 리버풀의 포백 라인이 안전하게 돌리고 있었고 데이빗은 공의 흐름을 보며 포지션을 잡고 있었다. 그리고 마치 찰거머리처럼, 자신의 곁을 따라다니는 검은 머리의 선수를 볼 수 있었다.

'진짜 장난 아니야. 그 자식은 있잖아, 그러니까 그런거야. 왜 목장을 지키는 개들 있잖아. 지시를 내리면 끝까지 양들을 따라 다니는 그런 녀석들. 딱 그래. 경기가 끝날 때까지 따라 다녀. 망할 놈 같으니. 심지어 우리 집까지 따라 올 것 같다니까?"

그의 마크를 겪어 본 적이 있는 스티븐 제라드가 진절머리가 난다는 듯 고개를 흔들며 한 말이었다. 평소 차분한 태도와는 거리가 멀게, 보기 드물 정도로 짜증을 내며 말하는 모습에 데이빗은 어지간히도 시달렸구나 하고 예상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캡틴이 짜증낼 만큼의 마크를 펼쳤다는 선수가 오늘 자신을 따라다니게 되었다는 사실에 흥미를 느꼈다.

'얼마나 대단하길래 감독님도 주의하라고 말할 정도인지 궁금하네.'

제라드 뿐만이 아니라 달글리시 감독 또한 절대 얕보지 말라고 신신 당부를 할 정도였다.

'그 녀석은 예전에 안드레아 피를로를 아예 경기장에서 없애 버렸어. 피를로는 알지? 물론 자네는 피를로보다 훨씬 더 위협적인 선수야. 자네라면 저 모기 같은 녀석을 이길 수 있을거라 믿어. 하지만 절대 방심해서는 안돼. 알겠나?'

흥미가 생김과 동시에 강한 호승심이 생겼다. 자신이 좋아하는 두 인물이 크게 인정하는 선수라고 하니 말이다. 데이빗은 생각을 정리하고 슬쩍 움직이며 공을 요구했다.

"데이빗!"

호세 엔리케로 부터 직선적인 전진 패스가 이어진다. 데이빗은 자신의 마크맨을 등지며 공을 킵하는 모션을 보인 후 그대로 공을 흘렸다. 그리고 재빠르게 반전하여 마크를 떨쳐내고 달리기 시작했다.

'별 거 아니잖아?'

맥빠질 만큼 쉽게 제쳐냈다. 약간 비스듬하게 등지며 마크맨이 패스를 견제하지 못하게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자신이 반전하는 데 아무런 압박을 주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경계한 것이 허탈해 질만큼 쉽게 뚫어 버리자 데이빗은 내심 김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이대로 달려 가서 상대의 오른쪽 풀백 하파엘 다 실바만 제압하면 경기를 시작하자마자 제대로 기선 제압을 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이는 너무 성급한 판단이었다.

"데이빗! 뒤! 뒤에서 온다!"

"?!!"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엔리케의 목소리에 슬며시 뒤를 확인하는 데이빗, 그리고 눈이 화등잔만하게 커졌다. 완벽히 제쳐낸 상대가 어느새 자신을 따라 붙고 있었다. 그리고 공을 향해 발을 뻗는 모습, 데이빗은 입술을 깨물며 왼발로 공의 진로를 멈춘뒤 몸을 세웠다. 그 사이에 발을 뻗은 상대는 몸을 회복하고 다시 자신의 앞에 섰다.

"......"

입술이 말라오는 것을 느꼈다. 자신이 언제 제쳐 졌냐는 듯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서 있는 상대를 보고 있자니 황당한 느낌마저 들었다. 데이빗은 왜 자신의 캡틴과 감독이 그렇게 경계하며 진절 머리가 난다는 표정을 지었는 지 알 수 있었다.

이후 데이빗은 정말 진저리쳐지는 시간을 보내야 했다. 자신이 어디를 가든 따라오는 상대, 더 황당한 것은 그러면서도 자신의 팀이 공격에 나설 때는 열심히 공격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수비할 때는 귀신처럼 다시 와서 들러 붙는다.

전문 수비수만큼 수비 스킬이 뛰어난 선수는 아니었다. 실제로 제쳐내는 데 큰 부담은 없었다. 하지만 다른 선수들과는 다른, 경이적인 활동량과 끈질김으로 제쳐져도 제쳐져도 끝까지 따라왔다. 몸을 날리거나 자세가 무너진 상황에서의 회복력은 놀랄만큼 빨랐다. 지금처럼 말이다.

'제기랄, 진짜 뭐 이런 자식이 다 있어?'

몇 차례의 볼 터치로 그를 완벽하게 무너뜨렸다. 아니 무너뜨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금새 자세를 회복하고 자신을 다시 쫓아왔다. 마치 오뚝이처럼, 넘어져도 금방 다시 일어나 쫓아오는 모습에 데이빗은 혀를 찼다. 그리고 마치 수비를 처음 하는 선수처럼, 아마추어처럼 자신에게 들러 붙어 발을 뻗어 왔다.

'보통 수비들은 먼저 달려들지 않는데 이 자식은...'

공 밖에 보이지 않는 것처럼 자신에게 들러 붙어 발을 뻗어 온다. 은근 슬쩍 밀고 잡는 손 동작이야 프리미어 리그에서 너무나 당연한 것이니 그러려니 해도, 아무리 생각해도 이 선수의 움직임은 정상이 아니었다. 최소한 데이빗이 알고 있기로는 말이다.

보통 수비가 이런 식으로 먼저 달려 들어 버리면 한 순간에 제쳐질 위험이 높았다. 달려든다는 것은 무게 중심이 앞으로 쏠린다는 이야기였고 한번 제쳐지면 끝이었다. 그렇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선수에게는 그런 것이 없었다. 스피드는 자신이 확실히 우위에 있었다. 하지만 제쳐진 이후에도 하파엘이 시간을 벌어주는 사이 다시 쫓아 온다. 그리고 같은 행동의 반복이었다. 데이빗은 슬슬 짜증이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이 망할 자식, 발을 확 걷어 차 버릴까.'

실제로 그러진 않겠지만, 이런 생각이 들 만큼 상대의 마크는 짜증스러웠다. 공을 빼앗기지는 않고 있었다. 하지만 효율적으로 공격을 전개하는데에는 실패하고 있었다.

"역시, 데이빗이라고 해도 쉽지는 않네요."

초조한 듯 손톱을 깨무는 스티브 클락 수석 코치, 아직 전반 중반에 불과했지만 이정도로 데이빗이 아무 역할도 못한 채 막힌 모습을 보는 것은 드문일이었다.

"저 영감이 자랑하는 에이스 전문 마크맨 아닌가. 쉽지 않을거라 생각했지만 정말 지겨울 정도로 잘 따라 다니는 구만."

달글리시 감독 또한 지금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에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적이지만, 저런 끈기는 정말 대단하네요. 정말 사냥개가 따로 없습니다."

지금까지 이정도로 데이빗에게 따라 붙는 선수가 없었기에 혀를 내두른다. 달글리시 감독도 동의해야 했다.

"정말 그래. 그래도 다른 선수들이 오늘 아주 잘해주고 있어서 다행이군."

데이빗이 막혔지만 아예 공격권을 내주고 있는 것은 아니었기에 두 팀간의 경기는 팽팽한 가운데 리버풀이 살짝 주도권을 잡은 모양새였다. 제라드는 자신을 폄하한 퍼거슨 감독에게 시위라도 하듯 안정적인 경기력으로 리버풀을 지휘했다. 데이빗이 돌려준 공을 받아 슬쩍 돌아서며 안데르송의 견제를 피해냈다. 그리고 한 두 발자국 더 치고 나간 뒤 강렬한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다.

콰앙!

발등에 제대로 얹힌 공은 맹렬한 기세로 골문을 향했다. 이를 악 물고 몸을 날리는 데 헤아 골키퍼, 그리고 간신히 공을 펀칭해 내는데 성공했다. 흘러나온 공에 달려드는 수아레즈와 비디치, 하지만 비디치가 한발 먼저 공에 다다랐고 그는 길게 걷어 내며 위기에서 벗어났다.

한 차례 리버풀의 맹공을 막아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그들은 프리미어 리그 최강으로 꼽히는 팀 답게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왼쪽 측면에서 루이스 나니의 돌파에 이은 중거리 슈팅으로 맞불을 놓으며 흐름을 넘겨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여 왔다.

[양 팀, 정말 한 치의 물러섬이 없네요! 경기는 완벽하게 팽팽합니다!]

[루이스 나니가 순간적으로 글렌 존슨을 제쳐내고 슈팅을 시도합니다. 살짝 빗나가긴 했습니다만 좋은 시도였습니다.]

[역시 리그 최고의 라이벌 전답게 흐름이 쉽게 넘어가지 않습니다. 이렇게 되면 선취골을 먼저 기록하는 팀이 확실히 앞서나갈 수 있겠죠?]

[그렇죠. 어떤 경기라고 해도 선취골의 중요성은 말할 것도 없겠죠. 하지만 오늘 경기는 이렇게 양 팀이 전혀 물러섬 없이 맞서고 있는 만큼, 먼저 골을 기록하는 쪽이 흐름을 가져갈 확률이 높아 보입니다.]

[양 팀의 주포들이 지금까지는 침묵하고 있습니다만, 어느쪽이 먼저 터질지가 관건이겠습니다.]

[그렇습니다. 리버풀의 에이스 데이빗 장 선수는 현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에게 완벽하게 봉쇄당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리버풀의 해결사로 완벽한 모습을 보여 주었던 데이빗 선수의 부진이 조금은 뼈 아픈 리버풀이네요. 그만큼 박이 그를 완벽하게 마크하고 있다고 할 수도 있겠네요.]

[반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웨인 루니는 루카스 레이바 선수의 견제에 고전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최전방의 치차리토 선수는 리버풀의 오프 사이드 트랩에 고전하며 제대로 된 찬스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네요.]

삐익-

심판의 호각소리가 날카롭게 울렸다. 다시 한번 공을 연결 받은 데이빗이 그를 따라 붙는 박을 제쳐냈다. 어설프게 흔들어 보았자 끊임 없이 따라오는 상대였기에 알고도 못 따라오는 스피드 경쟁으로 그를 떨쳐 놓으려 했다. 한번 견제 동작을 보여 준 이후 곧바로 사이드로 공을 차 놓고 달리는 데이빗, 이번에야 말로 제쳤다고 생각했을 때 상대는 몸을 날려 태클로 저지했다. 비록 파울 콜은 받아 냈으나 전혀 기쁘지 않았다.

"대단하네요."

시합 시작 전과 변함 없는 표정으로 넘어진 자신에게 손을 내미는 상대, 데이빗은 치밀어 오르는 짜증과 함께 완벽히 상대를 인정하게 되었다. 그의 손을 잡고 일어서며 그런 뜻에서 던지는 말.

"......"

별 다른 대답 없이 그를 일으켜 세우고 프리킥 수비를 위해 자신들의 진영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데이빗은 고개를 흔들며 발을 풀어 보았다.

"딱히 컨디션이 나쁜 건 아닌데..."

컨디션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아니, 요즘에는 늘 괜찮은 편이었고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고전하는 이유는 자신의 문제가 아니었다. 지독하리만치 자신을 괴롭히는 상대의 움직임을 칭찬해야 마땅하리라.

"괜찮나?"

어느새 근처로 다가와 몸에 이상이 없는지 물어 오는 제라드였다. 데이빗은 고개를 끄덕여 자신에게는 아무 문제가 없음을 밝혔다.

"그런데 저 사람 진짜 짜증나네요. 저런 마크는 진짜 처음이에요."

"그래, 정말 짜증나는 녀석이지. 나도 재 작년에 상대해 봤지만 정말 치가 떨리는 경험이었어. 체력도 좋은 녀석이라 후반전에도 저렇게 뛰어다닐 거란 말이지."

"그거 참 끔찍한 일이네요."

질렸다는 듯 한숨을 쉬는 데이빗의 모습에 제라드가 그의 등을 두드리며 격려를 해준다.

"그래도 너라면 저 녀석을 이길 수 있을거야. 할 수 있지?"

"물론이죠. 당하고만 사는 취미는 없어요."

재개된 경기, 데이빗이 프리킥을 얻어 낸 위치는 직접 노리기에는 너무 먼 위치였다. 크로스를 시도하기에도 조금은 먼 거리, 데이빗은 어쩔수 없다는 듯 공을 옆으로 돌렸고 다시 전방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약속이나 한 것처럼 자신에게 찾아오는 상대를 보고 내심 한숨을 쉬었다.

'30분만에 이렇게 상대가 싫어질 줄이야.'

그래도 약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기에 얼굴로 드러내지 않으려 했다. 아무리 기계같은 이 선수라고 해도 빈틈은 있을 것이 분명했다. 집중력이 끊기는 순간이 찾아 올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데이빗은 마음을 가라 앉혔다.

그 사이에 루카스가 오른쪽으로 이동한 수아레즈를 향해 길게 찔러 주는 패스를 시도했다. 하지만 그 패스를 한발 먼저 영리하게 끊어낸 것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파트리스 에브라였다. 그는 곧바로 자신의 앞에 있던 루이스 나니를 향해 패스를 찔러 주고 본인 또한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에 발을 맞추듯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다른 선수들 또한 라인을 끌어 올리며 역습에 나섰다. 데이빗은 늘 그렇듯, 리버풀의 다른 선수들이 수비에 성공할 경우 재빠르게 역습에 나서기 위해 하프라인 근처에 자리를 잡고 기다렸다. 자신이 이렇게 있음으로 해서 상대의 포백 라인이 완전히 넘어오지 못하는 효과도 있었으니 말이다.

루이스 나니는 글렌 존슨과 대치했다. 테크닉이 뛰어난 선수인 만큼 글렌 존슨은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집중했다. 좀 전에 그에게서 완전히 제쳐지고 슈팅까지 허용했다. 이번에는 반드시 막아야 했다. 하지만 그는 몸이 하나였고 루이스 나니의 뒤로 돌아 뛰는 파트리스 에브라까지 마크할 여력이 없었다. 나니는 별 욕심없이 에브라를 향해 공을 찔러 주었고 존슨은 뒤 늦게야 에브라를 쫓아 달려갔다. 하지만 이미 에브라가 완전히 속도를 붙인 상황이었기에 따라 붙기에는 무리가 있었고, 에브라는 중앙 쪽을 힐끗 살펴 보고는 땅볼 크로스를 시도했다.

"걷어 내!"

글렌 존슨이 공의 행방을 쫓으며 크게 소리친다. 페널티 박스 바깥쪽으로 꺾어준 에브라의 크로스, 골문 앞으로 들어왔던 수비들이 이 공을 걷어 내기 위해 달려 나온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공에 달려드는 선수가 있었다. 데이빗을 찰거머리처럼 쫓아다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13번, 박이 어느새 이곳까지 달려왔던 것이다. 그는 침착하게 에브라의 크로스를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했다. 호세 레이나 골키퍼가 몸을 날려 보지만 미치지 못했고 그물을 출렁이는 슈팅, 데이빗은 멀리서 그 장면을 보고 허탈한 듯 웃음을 흘렸다.

"세상에, 지금 저기까지 달려간 거야?"

그 잠깐 사이에 자신을 마크하다가 최전방까지 올라가 골까지 넣고 오는 모습에 기가 막혔다. 같은 팀의 디르크 카윗이 가끔 저런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상대방의 입장에서 보니 황당하기 그지 없었다. 대단하긴 했으나 마냥 감탄하기에는 속이 좋지 못했다. 자신을 마크하면서 동시에 공격까지 해낸다니, 데이빗은 자존심이 상한 듯 이를 으득 물었다.

============================ 작품 후기 ============================

-추노 박 VS 장

-넌 자유의 몸이 아냐

-여태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는 다음 편에 계속

-그럼 즐감해주세요

-추천 선작 코멘 쿠폰 모두 감사 드립니다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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