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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편은 후기를 꼭 읽어 주세요.
전반 35분, 선제골을 기록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기세 등등하게 리버풀을 몰아 붙였다. 웨인 루니는 평소 모습대로 최전방과 미드필드를 오가며 지배력을 발휘하기 시작했고 안데르송, 플레처 또한 기세 등등하게 날뛰며 리버풀의 미드필더들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역시나 압권이었던 것은 등 번호 13번의 박이었는데 그는 비록 2 대 1에 가까운 상황이긴 했으나 리버풀의 에이스 데이빗 장을 계속 봉쇄해 내며 흐름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쥐고 있는데 일등 공신이 되었다.
애초에 데이빗이라는 선수는 이미 프리미어 리그에서 일 대 일로는 막는 것이 불가능하다 는 판정을 받은 선수였으니 2 대 1로 막아내었다고 해서 부끄러운 일은 아니었다. 사실 그에게 두 명의 마크를 붙인 팀들 중에서도 결국 그에게 당한 팀들도 수두룩했으니 말이다.
그만큼 그의 마킹 능력은 빛을 발하고 있었다. 경기를 해설하는 캐스터와 해설자 또한 그런 그의 활약을 칭찬했다.
[첫 골을 넣은 것도 정말 환상적이었습니다만, 정말 숨이 막히는 마크네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 오늘 완벽하게 데이빗 장을 봉쇄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프리미어 리그의 어떤 팀도 성공하지 못했던 데이빗 선수에 대한 제어를 이 선수가 완벽하게 해 주고 있네요. 정말 놀라운 활동량입니다. 심지어 이런 위험한 공격수를 마크하면서 동시에 공격 가담까지 하며 골까지 기록했어요. 왜 이 선수를 두고 세 개의 폐를 가졌다고 하는 지 정말 잘 알 수 있는 장면입니다.]
[지난 시즌, 데이빗 장 선수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해트트릭을 기록했기에 오늘 경기를 앞두고 키 플레이어로 지목이 되었는데요, 그때 박은 부상이었죠. 마치 지난 번에 활약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예전 2009-10 챔피언스 리그 16강 전에서 AC 밀란을 상대했을 때, 안드레아 피를로 선수를 완벽히 지워버렸던 장면이 떠오를 정도입니다. 사실 데이빗 장 선수는 피를로보다 훨씬 역동적이고 빠르죠. 그래서 아무리 상대의 에이스 전문 마크맨 박이라 할지라도 힘들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리버풀로서는 가장 믿을만한 에이스가 꽁꽁 묶인 셈이 되었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주도권을 쥐고 리버풀을 몰아 붙입니다.]
결국 전반은 더 이상 득점없이 종료되었다. 원정 경기에서 선제골을 넣으며 앞서가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들은 밝은 표정을 지은 채 라커룸으로 향했다. 물론 홈에서 일격을 맞으며 끌려가게 된 리버풀 선수들은 똥 씹은 표정이었지만 말이다.
"이야, 이거 생각지도 못한 친구가 골을 넣어주었네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마이크 펠란 수석코치는 연신 싱글벙글이었다. 라커룸으로 향하면서 앞서 가던 알렉스 퍼거슨 감독에게 말을 거는 모습.
"이제 막 전반전을 마쳤을 뿐이야. 너무 풀어지지 말도록 해."
방심하지 말자는 말에 뜨끔한 표정으로 펠란이 입을 다문다.
"그래도 자네 말에는 동의해. 상대의 10번만 막아줘도 자기 몫을 100% 해주는 건데 말이야, 골까지 넣어 주다니 정말 더할 나위 없군."
보일듯 말듯 미소를 흘리며 이야기하는 퍼거슨 감독, 그로서도 지금 상황이 기쁘지 않을리 없었다.
"자, 그래도 방심은 금물이지. 전반은 잘 풀렸다, 정도로 해두고 다시 후반전 대책을 세워 볼까."
"이거 지는 건 아니겠지? 그치?"
관중석에 앉아 열심히 응원하고 있던 에리카와 그의 친구들, 제인은 조금 불안한 듯 흔들리는 눈으로 에리카를 돌아봤다. 예상외로 그녀는 큰 동요 없이 덤덤하게 있을 뿐이었다.
"아직 안 끝났잖아. 이제 전반이 끝난 것 뿐인걸."
"그렇지만...뭔가 분위기가 안 좋잖아. 니 남자 친구도 오늘 영 힘을 못쓰고..."
"제인..."
옆에서 슬쩍 타박하는 목소리에 제인이 핫 하며 말을 끊는다. 그리고 미안한 표정으로 사과를 건네 왔다.
"미안, 딱히 네 남자 친구를 폄하하려 한게 아니라..."
"알고 있어. 그런 생각 안해."
여전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 그 모습에 이상함을 느꼈는지 제인은 의아함을 숨기지 않은 채 질문했다.
"저 있잖아, 지금 네 남자 친구의 팀이 지고 있다고? 고전 중인데 뭐가 그렇게 평온한 거야? 긴장되지도 않아?"
그 말에 싱긋 미소를 더 진하게 띄는 에리카,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은 어조로 대답했다.
"아직 후반전이 남았잖아, 그리고..."
어느새 후반전이 시작할 시간인지 통로에서 선수들이 나오는 모습이 보인다. 함성이 커지는 안필드, 그녀는 여전히 태연한 어조로 말을 마친다.
"데이빗을 한 경기 내내 막아낸 선수 따위, 지금까지 하나도 없었는 걸."
굳은 신뢰를 담아 그렇게 이야기했다.
'마음에 담아 두지 마라. 어쩔 수 없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데이빗은 센터 서클에 서며 전방을 주시했다. 머릿 속에는 조금 전, 라커룸에서 달글리시 감독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널 상대했던 박이라는 녀석이 그렇게 물불 안가리고 날뛸수 있었던 것은, 결국 자신이 뚫려도 뒤에 커버해 주는 하파엘이라는 존재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거지. 그가 시간을 벌어주는 사이에 자신이 회복하고 다시 달려든다, 무식하지만 효과적이었다.'
'이럴때는 우리 쪽에서도 숫자를 맞춰주면 그만이지. 그런 표정 짓지 말라고. 애초에 둘이 덤벼든 것은 저쪽이니까. 뭐, 호세도 오버래핑을 나갔지만 좀 자제하는 감이 있었지. 이봐 호세!'
강하게 호세 엔리케를 부르고 지시를 내렸다.
'후반, 자네의 역할이 크다. 오버래핑은 좀 더 적극적으로 해 주되, 수비에도 신경을 놓아서는 안돼. 자네가 잘 해줘야 우리 팀의 공격이 제대로 살아날 수 있어. 알겠나?'
'데이빗, 호세가 후반전에는 정말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할 거야. 굳이 자네 혼자서 애쓸 필요 없어. 호세와 패스를 주고 받든, 아니면 그를 이용해서 돌파를 하든 그건 자네 판단에 맡기겠네. 중요한 것은 숫자야. 숫자가 같다면 자네가 저 박이라는 녀석에게 묶일 이유가 전혀 없단 말이야. 하파엘을 상대해도 마찬가지. 자, 전반전은 잊어 버리고 후반전에 자네의 진면목을 보여주도록 해.'
부진했던 자신을 책망하지 않고 자신을 살려주기 위해 지시를 내리는 모습에 데이빗은 의욕이 불타 올랐다. 이정도로 믿어 주는데 결과를 내지 못한다면 앞으로 감독 앞에서 얼굴을 들지 못하리라. 데이빗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 에리카가 친구와 함께 경기를 본다고 했던가.'
경기 전에는 알고 있었지만, 전반 내내 고전하다보니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여자 친구와 그녀의 지인들 앞에서 꼴사나운 모습을 보였다고 생각하니 한층 더 불타 올랐다. 결국 남자는 여자 앞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강할 수 밖에 없으니 말이다.
삐익-
그리고 후반전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렸고 수아레즈로부터 공을 이어 받아 뒤로 넘겼다. 그리고 전반과 마찬가지로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상대 팀의 13번과 함께 자신의 자리를 찾아 움직였다.
'간격은 약 5m 정도 인가.'
자신에게 붙고 있는 13번과 2번은 그정도의 간격을 유지한 채 자신에 대한 경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자신이 공격수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상대의 13번이 원래의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에 대한 마크를 위해 움직이고 있는 상황, 데이빗은 상황에 대한 정리를 끝냈다. 슬슬 그렇다면 시작해야 했다. 그는 자신의 뒤에서 호세 엔리케가 슬슬 시동을 거는 모습을 확인하고는 손을 들어 공을 요구했다.
그리고 지체 없이 이어지는 패스, 전반전에 비록 막혔다고 하지만, 45분만에 그의 평가가 떨어질 만큼 그에 대한 신뢰가 얕은 것은 아니다. 그리고 찬스를 만들어 내지는 못했다고 하지만 공을 잃어버린 것도 아니었기에 그를 향하는 패스에 주저함은 없다. 데이빗은 슬쩍 상대를 등지며 패스를 받아 냈다. 등지는 플레이는 딱히 선호하지 않지만, 애초에 상대는 자신보다 체구도 작고 몸싸움이 강력하진 않았다. 안정적으로 공을 지켜낸 데이빗은 자신의 쪽으로 맹렬하게 달려오는 호세 엔리케를 확인하고 미소를 지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프리미어 리그에 있던 시절, 그에 못지 않는 스피드를 자랑했던 엔리케다. 그동안 워낙 자신이 혼자서도 상대 진영을 초토화 시켰기에 안정적으로 뒤에서 백업 역할에 충실했으나 지금은 달랐다. 감독이 직접 공격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라고 지시를 내리지 않았던가. 호세 엔리케는 물 만난 고기처럼, 특유의 스피드를 살려 왼쪽 사이드를 타고 질주했고 데이빗은 슬쩍 웃으며 공을 그의 앞으로 찔러 주었다. 어차피 자신의 등 뒤에 달려 있는 선수는 엔리케를 따라가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엔리케와 상대의 2번, 하파엘을 경합 시키고 자신은 이 13번과 함께 중앙 쪽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2 대 2 상황을 1 대 1 두 개로 분리시키고자 했다. 그렇게 결정한 데이빗은 대각선으로 빠르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공을 가진 엔리케와 거리를 벌림으로써 서로 공간을 확보하고자 했다. 그리고 데이빗의 이런 움직임은 좋은 미끼가 되었다. 하파엘과 대치한 엔리케는 데이빗을 향해 패스를 찔러 주는 모션을 취했다. 그리고 하파엘이 이에 반응하는 순간 볼 것도 없이 공을 사이드 라인 쪽으로 치고 폭주했다. 육상 선수 출신 다운 빠른 스피드, 하파엘도 속도가 느린 선수는 절대 아니었으나 한 호흡을 빼앗긴 상태에서 출발했기에 뒤따라 가는 것이 고작이었다.
"데이빗!"
엔드라인 근처까지 치고 간 엔리케는 결국 그를 선택했다. 뒤에는 끈질긴 모기와 같은 박을 달고, 몇 m 떨어진 앞에는 스몰링이 있는 에이스를 향해 땅볼 패스를 찔러 준다. 수아레즈를 향해 크로스를 올려 주기에는 비디치라는 벽이 너무 커 보였다. 페널티 박스 밖에 있는 데이빗을 향해 살짝 뒤로 빼주는 듯한 땅볼 크로스, 데이빗은 주변 상황 파악을 마치고 자신이 머릿속으로 그렸던 플레이를 실행했다.
"......!!"
앞 뒤로 포위 될 것 같았던 데이빗은 무리하지 않았다. 패스의 경로, 자신의 위치, 그리고 동료의 위치를 사전에 모두 체크했다. 끈질긴 마크맨과 강인한 중앙 수비 사이에서 무리하게 공을 잡았다가는 흐름을 끊어버릴 뿐이었다. 그의 선택은 간단 명료했다. 데이빗은 공을 잡을 것처럼 모션을 취한 뒤 그대로 공을 흘려 버렸다. 순간적으로 그의 플레이를 예상하지 못한 박과 스몰링의 움직임이 멎어 버린다. 공은 그들 사이를 통과하여 중앙 지역까지 굴러갔다. 그리고 공의 수취인은 리버풀의 주장, 캡틴 제라드였다.
무뚝뚝한 표정으로 공을 향해 전력 질주하는 제라드, 그 옆을 플레처가 이를 악 물고 달라 붙고 있었다. 슈팅 코스가 열려 있다. 어떻게 해서든 방해하고자 하는 움직임, 하지만 제라드의 선택은 이번에도 그들의 의표를 찔렀다. 그는 공을 가볍게 찍어 차며 페널티 박스로 투입했다.
"제기랄!"
순간적으로 박과 스몰링의 움직임이 굳어 버렸을 때, 데이빗은 그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공을 흘림과 동시에 페널티 박스로 쇄도했다. 박은 데이빗의 뒤에 있었기에 이미 늦어 버렸고, 스몰링이 반응하여 쫓아 왔지만 그를 마크하기에는 늦은 상황, 어쩔수 없이 비디치가 낭패한 표정으로 그를 마크하기 위해 다가 왔다.
'그냥 때릴까?'
자신의 오른쪽에서 달려오는 비디치의 존재와 날아오는 공의 궤적을 계산하며 데이빗은 잠깐 고민했다. 때리려면 못 때릴 것도 없었지만 미묘하게 슈팅 코스를 침범 당했다. 코스가 남아 있긴 하지만 확률이 높다는 예감이 들지 않았다. 상대 골키퍼는 전반에도 괜찮은 선방을 몇차례 선보였다. 굳이 무리할 것 없다. 데이빗은 골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양보를 결심했다. 그는 제라드의 로빙 패스에 자신의 머리를 가져다 대며 살짝 방향을 꺾어 주었다. 그리고 비디치가 원래 마크했어야 할, 리버풀의 중앙 공격수가 완벽한 노마크 찬스를 잡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이스 패스!!!"
흥에 겨운 외침이 들려 온다. 페널티 박스 내 정면 지역, 자신을 마크하는 선수는 단 한명도 없는 상황, 수아레즈는 씩 웃으며 공을 트래핑했다. 골키퍼가 달려 나오는 모습이 보였으나 늦었다. 각도를 좁혀 보았자 공이 들어갈 공간은 차고 넘쳤다. 초등학생을 데려다 놓아도 골을 넣을 수 있으리라. 그는 가볍게 인사이드로 공을 밀었고 공이 골라인을 통과하는 것을 확인한 뒤 멋진 패스를 찔러 준 동료를 향해 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달려 갔다.
============================ 작품 후기 ============================
-전문가라고 해도 어떤 선수를 완벽하게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어느 정도는 개인의 선호도가 들어갈 수 밖에 없는 것이 선수에 대한 평가라고 생각합니다.
-박지성 선수가 과대 평가 되었다느니, 과소 평가 되었다느니 그런 말은 하고 싶지 않아요.
-제 개인적인 선수에 대한 평가가 무조건 맞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국뽕-전 이 단어가 정말 싫어요-이라는 말은 정말 거슬리네요.
-그냥 '박지성이 저정도는 아니었던거 같은데' '너무 미화한거 아닌가?' 당연히 제시할 수 있는 의견입니다. 저도 이렇게 말씀하신 분들의 생각은 존중합니다. 거기에 대해 굳이 박지성이 어땠고 저쨌고 얘기하고 싶지는 않아요.
-요는 제가 그 선수를 높게 평가한다고 해서 무조건 국뽕(-_-;이 단어는 정말 정이 안가네요)이라고 단정하는 건 납득하기 힘들다는 겁니다. 단어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물론이구요.
-제 생각을 강요하는게 아닙니다. 충분히 반론하실수 있죠. 하지만 최소한 적절한 단어 선택과 예의는 필요할 것 같네요.
-반말+국뽕이라고 한 댓글은 삭제 처리했습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처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