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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실은 무거운 공기가 맴돌고 있었다. 자리에 착석한 이들 중 밝은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다들 걱정이 가득했고 한숨을 달고 있었다. 유일하게 서서 브리핑하고 있는 이, 하얀 가운을 입고 있는 리버풀의 팀 닥터 자크 이크발은 긴 브리핑을 마무리 했다.
"그래서 막시 로드리게스 선수는 재활 기간 포함하여 3~4개월 동안 결장은 불가피할 것 같습니다."
달글리시 감독은 팀 닥터의 진단 결과를 듣고 이마를 감쌌다. 골절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대충 예상가능한 수준이었지만 직접 듣는 충격은 또 색달랐다. 장기 부상 소식을 듣고 좋아할 감독은 세상에 없으리라. 아무리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은 선수라 해도 말이다. 물론 막시 로드리게스는 절대 팀 내에서 적은 비중을 차지하는 플레이어가 아니었다.
"하아...그렇습니까..."
무거운 한숨과 함께 수긍한다. 팀 닥터 또한 밝지 않은 안색으로 첨언한다.
"네, 일단 수술은 불가피할 것 같습니다. 수술 이후에 약 6주 정도는 깁스를 하고 지내야 합니다. 그 이후에 재활을 진행하게 될텐데 경과가 좋다고 해도 한 달 이상의 기간은 소요되는 것이 보통이니까요."
"빠르면 3개월, 경과가 늦다면 4개월 정도라는 말씀이군요."
"그렇습니다. 그래도 골절된 형태나 양상이 크게 위험하진 않습니다. 수술 이후 재활이 순조롭게 이루어 진다면 복귀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겁니다. 지금 판단하기에는 좀 이를 수도 있지만 그럴 가능성이 높은 건 사실입니다."
"불행 중 다행인 소식이군요."
씁쓸하게 중얼거리는 달글리시 감독. 이미 벌어진 일이니 만큼 아쉬워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치명적인 부상이 아니라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닥터 이크발의 견해라면 믿을만 했다. 그는 유능한 의사였고 리버풀에 머물며 그의 능력을 충분히 입증해 왔다.
이크발은 막시 로드리게스의 부상에 대한 브리핑을 마치고 마찬가지로 어제 경기를 치르다 경미한 부상을 당한 다니엘 아게르에 대한 보고를 시작했다.
"그리고 다니엘 아게르 선수는 큰 부상은 아닙니다만 일주일 정도는 휴식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경기가 있다면 진통제 처방 후 뛸수야 있겠습니다만..."
팀 닥터의 말에 달글리시 감독이 고개를 끄덕인다. 리버풀은 오늘 경기 이후 중요한 경기가 한 동안 없다. 칼링컵 경기가 있긴 했으나 그 경기에는 애초에 주전급 선수들의 출전을 제한할 예정이었기에 큰 문제는 아니었다. 다만 문제라면,
"덴마크에서 그를 차출해 가느냐가 문제가 되겠네요."
다니엘 아게르는 자신의 조국, 덴마크에서 부동의 국가 대표 센터백이었다. 언제나 차출되는 선수 중 한 명이었는데, 보통 선수가 소속팀에서 일정을 소화하다가 부상을 당할 경우 차출 명단에서 제외되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이정도로 애매한 부상의 경우 해당 국가에서 소집 요청할 경우 보낼 수 밖에 없었는데 달글리시 감독은 그것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일단 덴마크 축구 협회 쪽에 공문을 보내 보도록 하죠. 덴마크도 지금 본선 진출을 확정 짓지 않았습니까. 아마 잘 이야기한다면 그를 보내지 않아도 될지 모릅니다. 그들로서도 내년 본선을 생각한다면 다니엘이 건강을 유지해야 할 테니까요."
일리가 있는 판단이다. 덴마크가 플레이오프 진출을 놓고 다투는 상황이라면 이야기는 달랐을 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총력전으로 나설 수 밖에 없었을 것이고 상대적으로 경민한 부상인 다니엘 아게르의 차출을 강행할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덴마크는 현재 H조에서 포르투갈을 밀어 내고 조 1위를 확정 지은 상태였다. 큰 무리를 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다니엘 아게르는 리버풀의 선수이기도 했으나 덴마크의 핵심 국가 대표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네, 그렇게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경기에 뛰지 않는다고 해도 차출이 이루어진다면 휴식할 시간에 불필요한 이동을 해야하니까요. 선수의 회복에 좋은 영향을 줄리가 없습니다."
"우리 팀 갑자기 왜 이러는 거지? 진짜 무슨 일이 이렇게 갑자기 한꺼번에 일어 나냐."
멜우드 트레이닝 센터 내 휴게실에서 선수들 몇몇이 모여 있었다. 다들 표정에는 수심이 가득했는데 최근들어 연달아 뒤숭숭한 일이 일어난 팀 내 분위기를 반영하는 듯 했다.
"그러게 말이야. 진짜 누가 우리 팀을 저주라도 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야."
카윗의 말에 캐러거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내뱉었다. 평소 유쾌한 성격에 언제나 동료들을 웃겨주는 분위기 메이커의 그였지만 지금은 침울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글렌 존슨이 손을 꼽아보기 시작한다.
"파비우 녀석이 징징거리기 시작하자마자 마르코 녀석이 골 때리는 사고를 쳤지. 그리고 어제 경기에서 다니엘과 막시가 부상이라. 이게 지금 1주일만에 일어났다는 거 아냐. 진짜 미치겠다."
"그러니까, 진짜 생각하기도 싫은 1주일이었어. 이 정도로 거지같은 1주일은 앞으로도 다시 없을거야."
말할 수록 한숨만 나오는 상황이었다. 그때 휴게실 문이 열리며 굳은 표정으로 스티븐 제라드가 들어 왔다. 그의 표정을 보고 선수들은 그가 가져온 소식이 그리 반갑지만은 않을 것이라 직감했다.
"다녀 왔어? 막시는 좀 어떻대? 그리고 다니엘은?"
어제 경기 중 부상당한 다니엘 아게르와 막시 로드리게스의 정확한 상황을 알아 본다며 나갔다 온 제라드였기에 동료들은 제일 먼저 그것부터 물어 왔다. 제라드는 한숨을 쉬며 무거운 어조르 이야기했다.
"다니엘은 큰 부상이 아니라고 해. 일주일 정도 쉬면 낫는다고 하는데..."
말을 마치지 못하고 한숨을 쉬는 제라드, 그리고 나지막히 내뱉는다.
"막시는 빠르면 세달, 늦으면 네달 동안은 아웃이라고 하는군."
그 말에 선수들의 표정이 똥 씹은 것처럼 일그러진다. 3~4개월이라면 한 시즌의 1/3 이상이라는 긴 시간이다. 경기 감각을 되찾는 시간까지 감안한다면 한 시즌의 절반을 날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의 긴 시간이다. 캐러거가 이를 부득 갈며 중얼거렸다.
"그 망할 새끼, 다음에 만나면 내가 똑같이 만들어 주겠어."
으르렁 거리듯 분노를 표출한다. 글렌 존슨이 쓴 웃음을 지으며 그를 달랜다. 카윗은 자신과 같은 네덜란드 출신의 선수가 저지른 짓이었기에 크게 말하지 못하고 한숨만 쉬고 있었다.
"참아 캐라, 마음 같아서야 나 또한 지금이라도 그 망할 자식을 패대기치러 가고 싶은데 침착해야 해."
"알아. 그래도 그 개자식을 생각하면..."
"그래도 다니엘이 큰 부상이 아니라니 다행이야. 그녀석도 은근히 부상 자주 당해서 걱정했는데 말이야."
분이 가라 앉지 않는 지 주먹을 부르르 떠는 모습, 캐러거가 거칠게 말하기는 했어도 다들 비슷한 마음이었기에 씁쓸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막시는 빠르면 12월 말, 늦으면 1월 이후에나 합류하게 되겠네."
손가락을 꼽으며 글렌 존슨이 헤아려 본다.
"그래, 우리는 박싱 데이 무렵에 무조건 선수 한 명 없이 치러야 해. 2주일 사이에 5~6경기를 치르는 미친 일정을 말이야."
"그게 아니라도 막시가 이탈한 것은 진짜 안된일이야. 그녀석은 좋은 친구라고. 능력이야 말할 것도 없고."
완벽한 주전급 선수로 취급받지는 못하고 있었으나 로테이션으로 폭 넓은 포지션을 소화해 주고, 전문 공격수 빰칠 만큼 극적인 골을 자주 넣어 주는 막시 로드리게스였기에 선수들의 아쉬움은 컸다. 능력을 떠나서도 느긋하고 여유로운 성격의 소유자라 둥글둥글하게 동료들과 잘 지내는 이였기에 더 안타까운 선수들이다.
"마르코 녀석은 다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전 이후에나 합류 가능하지?"
무면허 음주운전으로 징계를 받은 마르코 로이스의 이야기를 꺼내는 캐러거, 제라드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래, 맨체스터 녀석들과 경기를 치른 이후 3일 뒤에 열리는 챔피언스 리그 경기에나 가능하지. 아마 올림피아코스 원정일거야."
"경기를 치르고 3일 만에 그리스 원정을 가야한다고? 죽겠구만."
생각만 해도 끔찍한지 디르크 카윗이 몸을 부르르 떤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전은 언제나 혈전이 펼쳐지는 치열한 매치다. 그 한 경기의 무게감과 경기 이후 선수들이 느끼는 피로감은 다른 경기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런 빅 매치를 치르고 나서 그리스까지 날아가야 한다니 앓는 소리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아무튼, 우리는 지금 이번 시즌을 시작하고 나서 처음으로 위기를 맞이한 거야. 다들 알잖아. 리그를 치르다 보면 모든 시간이 평온할 수 없는거. 그게 이번 시즌에는 조금 빨리 찾아온 것 뿐이야."
제라드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한다. 그는 자리에 모인 선수들, 디르크 카윗, 제이미 캐러거, 글렌 존슨과 하나 하나 눈을 맞추며 강하게 이야기했다.
"막시의 이탈은 나도 슬퍼. 하지만 우린 우리 할 일을 해야해. 그녀석이 돌아 왔을 때 우리가 그녀석을 가장 환대해 줄수 있는 방법은 우승 경쟁을 하고 있는 걸 보여 주는거야. 그리고 시즌을 마치고 같이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거지. 어떻게 생각해?"
"당연한 말씀."
추임새를 넣는 카윗의 목소리, 제라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러려면 우리가 잘해야 해. 그래서 하는 말인데, 어제 경기는 정말 최악이었어. 내가 무슨 말하는 지 알지?"
제라드의 질책에 멋적음 웃음을 흘리는 선수들, 그들이 생각해도 어제 에버튼과의 경기에서 전반전은 정말 최악이었다.
"우리는 어제 지는 것이 당연할 정도였어. 후반전에 좀 나아지긴 했지만 말야. 추격골이 들어간 것도 그래. 그건 그냥 데이빗 녀석의 원맨쇼였다고. 우린 아무것도 제대로 하지 못했어. 내말 틀려?"
"......"
꿀먹은 벙어리처럼 대답이 없는 선수들, 딱히 그들이 수비에 강점이 있는 선수라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제라드는 그만큼 그들이 경기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보이지 못한 것을 질책하고 있었다. 본인도 포함해서 말이다.
"우린 너무 그 녀석에게 의존하고 있어. 그래서는 안돼. 상상도 하기 싫지만 만약 데이빗이 부상이라도 당하면 어쩔거야? 우리는 부상을 늘 가까이 하고 있는 사람들이야. 데이빗이 언제나 건강하기만 할 거라 생각할 수 없다고. 그때 그 녀석이 없다면, 매번 데이빗에게 의존하는 우리가 제대로 된 경기를 할 수 있겠어?"
부정하고 싶은 말, 하지만 제라드의 말은 정확히 현실을 찌르고 있었다. 어제 경기에서도 드러나지 않았던가. 공격이 막히자 결국 패스는 데이빗에게 집중되었다. 그는 그 상황에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주었다. 어떻게 해서든 기회를 이어 나갔고 찬스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인정해야 했다. 자신들은 어느새 데이빗 장이라는 선수에게 크게 의존하고 있었음을 말이다.
"동점골도 그래. 물론 디르크가 정말 잘해줬어. 디르크가 아니었다면 그런 찬스도 나오지 않았을 거야. 그래도 우리는 승점 1점과 막시를 바꾼 것이나 다름 없다고. 우리는 승점 1점을 얻은 대신에 유능한 친구를 긴 시간동안 잃어야 해. 승점 1점과 선수 한 명이라니, 우승하려면 선수가 80~90명은 필요한거야? 그건 아니잖아. 안 그래?"
"네 말이 맞아 스티비."
씁쓸하게 동의하는 캐러거였다. 어제 전반을 마치고 자신의 오랜 친구가 정말 오랜만에 화내는 모습을 보고 느낀 점이 많았다. 그래서 그가 지금 하는 이야기도 납득할 수 있었다. 그가 아는 제라드라는 사람은, 개인적인 감정으로 싫은 소리를 하는 이가 아니었다.
"절대 어제와 같은 경기를 해서는 안돼. 어린 녀석들이 흔들릴 때 잡아줘야 하는게 우리 역할이라고. 근데 우리가 흔들려서야 어쩌자는 거야?"
담담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캡틴의 모습에 선수들은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제대로 하자. 베테랑은 연차만 쌓였다고 베테랑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줘야 되지 않겠어? 굳이 내가 아니더라도, 만약 내가 그런 얼빠진 플레이를 하고 있다면 너희가 나한테 말해. 정신차리라고 말야. 무조건 감싸주는게 팀웍이 아니라는거 잘 알고 있잖아. 안그래?"
"알겠어. 앞으로는 그런 일 없을거야."
============================ 작품 후기 ============================
-미안 막시
-주인공은 활약해야 하니 니가 대신 좀..
-니가가라하스피탈
-리버풀은 비겼네요
-공격수 좀 어떻게 안될까요
-오리지는 트래핑 개선이 젤 시급해 보여요
-클롭 감독이 예전부터 눈여겨 본 선수라니 잘 키워 주시길 기대
-데이빗 현실 세게로 임대보내고 싶다
-그럼 즐감해 주세요
-추천, 선작, 코멘, 쿠폰 모두 감사 드립니다. (_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