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Answer-142화 (14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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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합니다."

다음 날, 팀에 합류한 마르코 로이스는 침울한 기색으로 훈련장에 모인 동료들에게 사과했다. 하루를 못봤을 뿐인데 몰라보게 초췌해진 모습에 선수들은 혀를 찼다.

"고생했다."

먼저 스티븐 제라드가 나서서 그의 어깨를 가볍게 만져 준다. 마르코 로이스는 힘없이 고개를 숙였다. 단단한 캡틴의 손이 못내 부끄럽게 느껴졌던 것 같다.

"이야, 이 자식, 하루 사이에 몰골이 말이 아니 잖아."

카윗이 장난스럽게 그의 엉덩이를 살짝 차며 다가왔다. 제라드가 그에게 슬쩍 눈치를 주었으나 카윗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이었다.

"고생했다 임마, 얼굴을 보니 본인도 멍청한 짓을 했다는 건 알고 있나 보네. 그래도 얼굴 펴 임마. 누구 죽은 것도 아니고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어. 앞으로 또다시 이런 일을 안하면 되는거야. 알겠어?"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타박과 위로를 동시에 말한다. 오히려 그런 모습에 조금 가라 앉았던 분위기가 살짝 풀리는 듯, 제라드도 픽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래, 안 다쳐서 다행이지. 아무튼 고생했다."

하나 둘, 마르코를 위로하는 동료들, 따뜻한 위로에 마르코의 표정도 조금은 밝아 졌다. 그로서는 이적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사고를 친 자신을 동료들이 싸늘하게 바라보지 않을까 걱정했던 것 같다.

"...감사합니다."

"고개 들라니까, 앞으로 반복하지만 않으면 된다고."

어느 정도 분위기가 수습되자 마르코는 코치와 함께 훈련장을 벗어났다. 마지막까지 동료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쓸쓸히 발걸음을 옮기는 마르코, 데이빗은 고개를 갸웃하며 입을 열었다.

"마르코가 어디 가는 거죠?"

"음? 아무래도 사고를 쳤으니까, 구단 사람들하고 만나서 이야기를 제대로 해야할 것 아니야."

당연한 것 아니냐는 카윗의 말, 데이빗은 흐음 하고 탄성을 흘렸다.

"한동안 근신에 몇 경기 정도 출장 정지 처분은 피할 수 없을걸? 아마 지금 그런 징계 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불려간 걸테고 말이야."

"안타깝네요."

입맛을 다시며 중얼거린다. 카윗은 어쩔 수 없는거 아니냐는 듯 고개를 흔든다.

"어쩌겠냐.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자, 우리도 일과 시작하자고."

"세 경기 출장 정지에 유소년 사회 봉사 60시간이라, 다행히 징계 수위가 크진 않군요."

회의를 마치고 집무실로 돌아온 달글리시 감독과 클락 수석 코치, 예상보다 수위가 높지는 않아 안도한 기색이다.

"거기에 벌금도 좀 내야하고 2주간 주급 정지까지 있지. 뭐 돈이야 그렇다 쳐도 확실히 이정도 징계면 납득할 만한 수준이야."

과도한 징계는 선수에게 불만을 야기 시킬 수도 있다. 잘못한 것은 인정하지만 내가 그정도로 심한 죄를 지었냐 는 식으로 생각이 들게 한다면 난감하다. 반면 너무 약한 처벌은 잘못된 선례를 남길 수 있다. 그랬기에 달글리시 감독은 이번 조치가 적정한 수준이라고 생각했다.

"일단, 다음 에버튼 전, 그리고 칼링컵 경기, 그다음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전이지. 마르코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전까지는 뛸 수가 없게 된거야."

클락은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가장 중요한 경기에 우리의 카드 한장을 잃은 셈이군요."

"상관 없어. 나도 아쉽긴 하지만 디르크도 있고 막시도 있다네. 세 경기 정도 그를 못 쓴다고 해서 크게 팀 전력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야. 그보다는..."

혀를 차며 한숨을 쉬는 달글리시 감독, 그리고 못다한 말을 잇는다.

"선수들의 집중력이 아무래도 떨어지진 않을까 걱정이네. 다행히 큰 동요로 번지지는 않았다고 하지만, 최근 좋던 기세를 이어나가기에는 좀 무리가 있겠지."

감정의 고양, 자신감 등, 현재 리버풀은 아주 괜찮은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게 되자 선수들은 경기 그 자체를 즐겁다고 여기기 시작했고 경기에 완전히 집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람은 참 신기하게도, 별 것 아닌 일에도 달아 오르는 반면, 아무것도 아닌 일에 흥을 잃거나 집중력이 깨지곤 한다.

고양된 자신감이 사라지게 되면 평소와 다른 자신의 모습에 당황하게 될 수도 있다. 평소에 잘 되던 것이 안된다면 선수들은 조급하게 움직일 가능성도 있다. 달글리시 감독은 그런 상황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 리버풀은 이번 시즌 보여준 강력했던 모습과는 좀 다릅니다! 아무래도 조금 산만하고 효율적이지 못한 것 같죠?]

[그렇습니다. 최근 리버풀은 뒤숭숭한  일이 좀 있었으니까요. 선수들이 조금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거겠죠.]

리버풀과 에버튼의 경기를 중계하는 해설자와 캐스터는 평소와 다른 리버풀 선수들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었다. 딱히 그들의 말이 아니더라도, 경기를 보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을만큼 리버풀의 경기력은 이번 시즌 그들이 보여온 모습과 달랐다.

[베테랑 수비수 파비우 아우렐리우가 팀을 떠나고 싶다는 말을 언론을 통해 퍼뜨렸고, 얼마 전에는 주전 공격수 마르코 로이스가 사건을 일으켰죠. 아무리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라고 해도 완벽히 평상심을 유지하는 것은 무리가 있겠지요.]

[그렇다고 해도 오늘 리버풀의 수비는 조금 끔찍하군요. 특히 골키퍼 호세 레이나는 오늘 정말 최악에 가깝습니다. 지난 시즌부터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하는 빈도가 조금씩 늘어나곤 했는데 오늘은 정말 할 말이 없습니다.]

전반 30분이 막 지난 시간, 스코어는 에버튼 2, 리버풀 0 로 두 골차이가 나고 있었다.

[상대의 코너킥을 펀칭하려고 나온 판단이 너무 성급했어요. 그가 처리할 수 있는 공이 아니었는데 어설프게 달려 들었고 골대를 무방비 상태로 만들고 말았죠. 결국 니키차 엘라비치에게 쉬운 골을 허용하며 에버튼에게 두 골차 리드를 안겨주게 되었습니다.]

전반 시작하자마자 불의의 습격을 받으며 완벽히 흐름을 내준 리버풀이었다. 전반 3분만에 마루앙 펠라이니의 패스를 이어 받은 레온 오스만이 강력한 중거리 슈팅으로 리버풀의 골망을 흔들었다. 이 기습적인 실점으로 인해 그렇지 않아도 평소보다 가라 앉은 분위기로 경기를 시작했던 리버풀은 완전히 흐름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잔 실수가 여러 차례 나오기 시작했고 전반적인 플레이의 세밀함이 떨어져 버렸다.

[이 실점은 치명적으로 보입니다. 리버풀 선수들은 이 경기에서 승점을 따내기 위해서는 더 이상 실점은 안됍니다. 빨리 본인들의 평소 모습을 떠올릴 필요가 있어요!]

"그게 마음대로 되면 이 고생은 안 하겠지."

루이스 수아레즈는 테크니컬 에어리어까지 나와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는 달글리시 감독의 목소리를 들으며 쓰게 고개를 흔들었다. 평소의 플레이를 떠 올린다. 말처럼 쉽다면 누가 부진에 빠질 것이며 슬럼프에 빠지겠는가. 애초에 평소의 플레이를 의식하며 플레이 한다는 것 자체가 부자연스러운 일이다. 의식적으로 하는 플레이가 자연스럽긴 어려운 일이니 말이다.

"그래도, 이대로는 위험해요. 이대로 가면 져버린다구요."

데이빗이 분한 마음을 이기지 못한 채 주먹을 떨며 토해 낸다. 주변을 살피면 대부분의 동료들이 바닥으로 고개를 처박고 있었다. 저 모습은 이미 패배한 모습이나 다를 바 없었다. 데이빗은 그게 견딜 수 없을 만큼 화가 났다.

"알고 있어! 어떻게든 해 봐야지! 어떻게든."

수아레즈도 이를 갈며 중얼거린다. 승부욕이라면 팀 내에서 제일이라고 하는 그 답게 그 또한 지금의 상황이 맘에 들지 않았다.

"젠장, 다들 별 것도 아닌 일로 이렇게 얼이 빠져서야."

수아레즈 본인 또한 동료를 신경쓰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것과 지금 경기는 별개라 생각했다. 그래서 얼이 빠진 다른 선수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달글리시 감독의 독려도, 별반 효과가 없었다. 선수들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자신들이 지금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이미 냉정을 되찾을 만한 상태가 아니었다. 단지 그들이 무능력해서가 아니었다. 어떤 위대한 선수라도 결국엔 사람, 한번 잃어버린 집중력을 되찾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었다. 단순히 평소대로 하라는 독려로 되찾을 만큼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바뀌는 것은 없어 보였다. 다시 재개된 경기, 하지만 리버풀은 여전히 무기력했다. 마루앙 펠라이니는 리버풀의 중원 지역을 자신의 집처럼 드나들었고 스티븐 피에나르는 특유의 탄력을 살려 활발하게 리버풀의 진영을 헤집고 다녔다.

"헤이!"

펠라이니로부터 연결되는 패스, 첫 골의 주인공 오스만은 우측 사이드에서 중앙으로 쇄도하던 피에나르를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패스, 너무도 간단하게, 제대로 된 견제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오스만의 패스는 피에나르에게 정확히 연결되었다. 그리고 지체 없이 슈팅으로 연결한다. 강렬한 기세로 날아가는 슈팅, 힘껏 몸을 뻗는 레이나 골키퍼 하지만 약간의 차이로 미치지 못했고 막아 내지 못했다는 생각에 레이나 골키퍼의 눈이 절망으로 물든다.

콰앙!

하지만 다행히, 피에나르의 슈팅은 골대를 맞고 튕겨 나와 엔드라인을 넘어갔다. 골을 확신했던 에버튼 팬들이 탄식을 흘렸고 슈팅을 날린 피에나르는 머리를 감싸쥐며 아쉬워 했다. 그리고 그때 전반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려 퍼졌다. 데이빗과 수아레즈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진짜 미치겠네."

수아레즈는 부글부글 끌어 오르는 속을 참기 힘들었다. 성큼성큼 발걸음을 자신들의 진영으로 옮긴다. 그는 답답한 동료들에게 제대로 한 마디 쏘아 붙일 작정이었다.

"뭐 하는...!"

"뭐 하는거야 너희들! 경기를 하겠다는 거야 말겠다는거야!"

막 소리를 지르려던 그의 목소리를 가로채듯 터져나오는 노호성, 수아레즈가 말을 멈추었고 다른 선수들의 이목이 그 선수에게 쏠렸다. 경기 시작부터 선수들을 독려하며 어떻게 해서든 흐름을 뒤집어 보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그들의 캡틴, 스티븐 제라드가 화난 표정으로 일갈하고 있었다.

"이따위로 플레이하면 우리는 똑같아! 매번 트로피 하나 없이 쓸쓸히 집으로 돌아가야 했을 때와 변한게 없다고! 캐라!"

자신의 절친한 친구이자 부주장을 맡고 있는 캐러거를 강하게 부른다. 잡아 먹을 듯한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던 제라드.

"나한테 뭐라고 그랬어? 이번 시즌에는 느낌이 좋다고 했지? 지금 경기 하는 꼴을 봐! 어디가 좋다는 거야? 이딴 경기를 하면서도 우승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비단 캐러거에게만 하는 말이 아니었다. 제라드는 강렬한 눈빛으로 선수들 한 명씩 바라보았다.

"웃기지마! 이딴 경기를 하는 팀이 우승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정신 똑바로 차려! 제대로 된 플레이를 할 자신이 없는 겁쟁이는 지금 밖으로 나가! 팀에 피해를 주지 말고 꺼져 버리라고!"

평소 감정을 드러내는 성격이 아닌, 무뚝뚝하게 플레이로 이끄는 제라드가 보기 드물게 강하게 소리치자 선수들은 놀란 듯했다. 원래 화를 내지 않던 사람이 화를 내면 무섭다고 했던가. 지금 제라드의 모습이 딱 그러했다.

"...미안하다. 영 우리 답지 않은 플레이를 했어."

느낀바가 있는 지 캐러거가 순순히 사과를 한다. 제라드는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해야 할 말이 사과는 아닐거야 캐라. 너희들도 마찬가지고."

조금은 차분해진 눈으로 선수들을 바라본다. 제라드는 그들의 분발을 촉구하고 있었다.

"그래, 다들 제대로 해 보자고. 이정도로 궁상을 떨었으면 이제 충분하잖아. 안그래?"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끄덕이는 선수들, 그들로서도 스스로 부끄러운 경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제라드는 그들을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완벽한 플레이를 하려고 하지 않아도 돼. 억지로 멋진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도 돼. 평소처럼 하자는 말은 하지 않을 거야. 지금 분하고 화가 나는 기분을 그대로 쏟아 내. 깔끔한 연결따위 필요 없어. 어떻게 해서든 간에 나한테, 그리고 우리 공격수 쪽으로 공을 보내 줘. 그럼 그때부터는 우리가 할 일을 해낼테니까. 할 수 있겠어?"

"당연히 할 수 있다고!"

우렁차게 외치는 캐러거, 그리고 다른 선수들도 굳게 고개를 끄덕인다.

"루카스, 더 이상 저 웃기게 생긴 아프로 녀석이 활개치지 못하게 막아. 옷을 잡아 당기든, 발을 걸어 버리든, 어떻게 해서라도 막으라고. 알겠어?"

"알겠어요. 나한테 맡겨 줘요."

이를 갈며 멀리 떨어진 펠라이니를 노려보는 루카스, 제라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오스만은 내가 커버한다. 이봐 조단, 너는 케이힐을 맡아. 슈팅력을 빼면 별 볼일 없는 녀석이야. 그렇게 당황할 거 없다고."

한 명 한 명에게 지시를 내리는 모습, 조단 핸더슨 또한 굳은 표정으로 반드시 해낼 것을 다짐한다.

"호세, 피에나르에게 언제까지 당하고만 있을 거야? 예전에 크리스티아누를 상대로도 밀리지 않던 모습은 도대체 어디 간거야? 설마 저 녀석이 그 정도 수준이라는 건 아니겠지?"

도발하듯 엔리케를 바라보며 이야기한다. 당연히 엔리케는 발끈했고 큰 목소리로 외쳤다.

"제길, 저딴 자식, 후반전에는 아무것도 못하게 해줄 겁니다. 그러면 되는거 아니에요?"

"그래, 그거면 돼."

말을 마친 제라드는 선수들을 이끌고 라커룸으로 향했다. 이제 힘을 고르며 후반전에 대비해야 했다.

"잊지마. 이 한 경기 때문에 우리는 우승컵을 놓쳐야 할 수도 있어. 난 그런 꼴을 절대 보고 싶지 않아. 다들 이번 시즌이 끝나고 행복한 시즌이라고 추억하고 싶다면, 오늘 남은 경기에 모든걸 쏟아 부어."

============================ 작품 후기 ============================

-내일은 신나는 예비군

-은 개뿔

-아오 그만 좀 불러

-향방작계라 한 편은 올릴 수 있을거에요

-두 편은 노력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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