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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렌 존슨의 기습적인 오버래핑은 리버풀이 라인을 끌어 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빈 공간을 커버하기 위해 도르트문트 선수들은 라인을 뒤로 물릴 수 밖에 없었고 그만큼 리버풀이 올라올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된 것. 경기가 시작하고 처음으로 상대의 진영에 리버풀 선수들의 숫자가 많아졌다.
"제길."
하지만 그것이 리버풀의 완벽한 찬스로 연결된 것은 아니었다. 오버래핑에 나선 글렌 존슨은 상대의 왼쪽 풀백 마르첼 슈멜처와 대치할 수 밖에 없었다. 글렌 존슨이 비록 밸런스가 잘 잡힌, 만능형 풀백이라는 평을 받고 있긴 했으나 전문 공격 자원은 아니었고 상대는 단단한 수비력을 자랑하는 슈멜처였다. 글렌 존슨으로서는 넘어서기 힘든 상대, 만약 이런 찬스를 잡은 것이 마르코 로이스나 데이빗 장이었다면 좀 더 좋았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어설픈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다 공을 빼앗기느니 한번 돌리는 것이 나았다. 결국 존슨의 돌파는 막혔고 그는 백업을 위해 다가온 마르코 로이스에게 공을 돌렸다.
"마르코!"
마르코가 둘러 쌓이기 전에 공을 더 넓은 곳으로 돌려야 했다. 스티븐 제라드는 크게 소리 치며 패스를 요구했다. 다행히 그가 완전히 패스 코스를 잃어버리기 전에 공을 전달 받을 수 있었고 제라드는 크게 왼쪽으로 사이드 체인지를 시도했다.
오오오!
명실상부한 리버풀의 에이스, 데이빗이 가슴으로 공을 트래핑하자 안필드의 관중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가 보여 준 마법이 대부분 시작된 곳, 왼쪽 측면에서 그가 공을 잡자 자연스럽게 기대감이 들었던 것. 데이빗은 트래핑한 공을 발 아래에 둔 채 자세를 낮추며 상체를 크게 왼쪽으로 흔들었다.
그 앞에 섰던 우카쉬 피스첵이 그에 반응했다. 하지만 동시에 자신을 함께 마크하던 마리오 괴체가 남아 있었다. 데이빗은 공을 오른쪽으로 컨트롤했고 마리오 괴체의 발이 공을 건드리기 전에 크로스를 시도했다.
낮고 강한 오른발 크로스, 왼쪽 측면에서 오른발로 올린 크로스 답게 골 라인쪽으로 휘어져 날아갔다. 절묘하게 수비진 사이를 헤집으며 날아간 크로스는 반대쪽 사이드에서 골문으로 쇄도하던 마르코 로이스에게 연결되었다.
[데이빗 장의 크로스! 마르코 로이스에게 연결됩니다! 슈팅~! 아! 살짝 떠 버리네요. 골문 위로 넘어가는 마르코 로이스의 아쉬운 마무리!]
[와우! 이 좋은 찬스를 놓치나요? 마르코 로이스! 회심의 슈팅이 골대를 벗어나 버리고 맙니다.]
[본인도 정말 아쉬운 지 머리를 부여잡고 망연자실한 표정이네요. 이건 그야말로 골이나 다름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렇습니다. 리플레이로 보시면 아시겠지만, 여기서 스티븐 제라드 선수의 사이드 체인지가 아주 좋았어요. 그리고 평소라면 수비를 제치고 문전으로 파고들 데이빗 선수는 상대의 강한 압박을 의식했는지 간결하게 크로스로 연결하죠? 크로스가 정말 완벽했네요. 날카롭게 휘어지며 수비 사이를 뚫고 마르코 로이스에게 정확하게 연결되었습니다만 마무리가 정말 아쉬웠네요!]
[그래도 좋은 공격을 펼친 리버풀입니다. 스코어는 아직 0 대 0, 양 팀은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괜찮아, 신경쓰지마 마르코."
데이빗은 자신들의 진영으로 돌아가기 전, 마르코 로이스에게 다가가 위로를 건넸다. 누구라도 실수할 수 있었다. 실수에 대해 복기하고 되 짚어 보는 것은 경기가 끝난 뒤에 해도 늦지 않았다. 일단은 그가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격려해 주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미안, 완벽한 찬스였는데 내가 망쳤어."
아쉬운 마음을 아직 떨쳐내지 못한 것인지 마르코 로이스가 말했다. 하긴, 소위 말하는 발만 갖다 대면 들어가는 상황이었으니 그럴법도 했다. 못 넣기가 더 힘든 상황이었으니 자책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신경쓰지 말라니까, 아직 시간은 많아. 우리는 지고 있는 것도 아니라고. 천천히 또 하나 만들어 보자. 이번엔 내가 만들어 줬으니 다음엔 니가 나한테 만들어 주는게 어때?"
일부러 가볍게 이야기하는 데이빗의 마음을 느꼈는지 마르코 로이스의 표정이 조금은 밝아 진다.
"그래 그래. 못 넣은 내가 잘못이지. 기다리고 있어봐. 완벽하게 하나 만들어 줄테니까."
"약속한거야?"
슬슬 농담을 주고 받으며 자신들의 진영으로 돌아가는 마르코와 데이빗, 그런 그들에게 뚱한 얼굴로 다가오는 사람이 있었다.
"다 좋은데 말야, 니들 요즘 나한테 패스 너무 안하는 거 같지 않아?"
오늘 공을 제대로 만져보지도 못한 수아레즈가 불퉁한 얼굴로 투덜댄다. 마르코와 데이빗은 유쾌하게 웃으며 그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
"생각보다 더 현명한 플레이어로군."
도르트문트의 위르겐 클롭 감독은 방금 전의 아찔한 상황에 가슴을 쓸어 내렸다. 천만 다행으로 실점하지는 않았으나 골이나 다름 없는 상황이었다. 그는 방금 전의 위기 상황을 만들어 낸 주인공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위험했네요. 천만 다행입니다."
옆에 있는 코치도 십년 감수 했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만큼 방금 전 리버풀의 공격은 날카로웟고 치명적이었다.
"공을 못잡으면 답답한 마음에 개인 플레이로 타개하려 들거라 생각했는데, 판단 미스야. 훨씬 스마트하고 상황 판단이 빠른 친구로군. 골치 아픈 일이야."
위르겐 클롭 감독은 40대의 젊은 감독임에도 능력이 아주 뛰어난 감독으로 평가 받고 있었다. 그는 한정된 자원으로 팀에 적합한 선수를 발굴, 영입하는데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었으나 전술적인 역량 또한 우수한 감독이었다.
그는 리버풀을 상대하기 위해 그들의 경기를 숱하게 찾아 보았고 리버풀의 에이스, 데이빗 장을 고립시키는 것이 경기를 승리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이자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랬기에 이번 시합을 준비하며 리버풀의 왼쪽, 자신들의 기준으로는 오른쪽으로 향하는 패스를 원천 봉쇄할 것을 지시했다. 게겐 프레싱으로 대표되는 그들의 전술에 걸맞게 미드필드 지역에서의 싸움은 도르트문트의 특기였다. 상대의 가장 위험한 무기에 방아쇠가 당겨지지 않도록 배제시킨 뒤 중원 지역에서 개싸움을 유도하여 주도권을 쥐고자 한 것이 그의 의도였다.
하지만 상대 공격수는 굳이 공을 기다리지 않았다. 직접 중앙으로 합류하여 리버풀의 볼 운반 작업을 도왔고 리듬을 만들어 냈다. 보통 경험이 많지 않은 어린 선수라고 보기 힘든 유연한 플레이였기에 클롭 감독은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저 친구가 오지 않는 공을 기다리며 얌전히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어쩔 수 없지. 귄도간과 괴체에게 전해. 귄도간은 그를 전담 마크하고 괴체는 그에게 향하는 패스 코스를 견제하도록. 다른 선수들도 그에 맞춰서 움직이라고 말이야. 저 친구가 중앙 지역에서 계속 볼을 돌린다면 흐름을 완벽히 내줄 위험이 있겠어."
"비디오로 보던 것보다 더 잘하는 것 같네."
"음?"
고개를 돌려 확인하니 상대방의 11번 선수였다. 순간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 고개를 갸웃하는 데이빗, 그보다 상대가 먼저 입을 여는 것이 빨랐다.
"마리오 괴체야. 잘 하더라."
"아 데이빗 장이야. 고마워."
시합 중이라 길게 대화를 이끌 생각이 없는 데이빗, 괴체도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 마디를 더 남긴 후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르코가 옮긴 팀이라 관심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더 좋은 팀인거 같네. 그래도 우리가 이길거야."
도발치고는 상당히 온건하다. 데이빗은 픽 웃으며 공을 요구했다. 결과는 끝나 봐야 아는 것이다. 방금전의 플레이로 자신의 모든 것을 보았다고 느낀다면 오산이라는 점을 알려주고 싶었다.
위르겐 클롭 감독의 지시는 효과를 보는 듯했다. 준수한 태클 능력과 커팅 능력을 가진 귄도간이 데이빗이 어느 자리로 움직이던 간에 따라 붙고 다른 선수들이 그 자리를 연동하며 메꾸자 데이빗의 미드필드 지배력도 상당히 약해질 수 밖에 없었다. 거기에 괴체 뿐만이 아니라 도르트문트 선수들이 볼 배급의 핵심 역할로 떠오른 데이빗에게 향하는 패스를 눈에 불을 켜고 견제를 해대니 제대로 공을 받기도 힘든 상황, 하지만 후반 40분, 데이빗은 또 한번 찬스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헤이!"
간신히 볼을 키핑한 데이빗은 우측에서 자신을 크게 부르는 소리를 확인하고 그대로 공을 밀어 주었다. 그리고 등지고 있던 귄도간을 민첩하게 타 넘으며 앞으로 이동했다. 귄도간의 민첩성이 그리 뛰어나지 않다는 사실을 체크한 상태에서 기습적으로 이루어지는 빠른 움직임, 그가 마크를 시작한 이후로 처음으로 보여주는 자신의 최고 속도, 순간적으로 귄도간은 한 타이밍 마크를 놓칠 수 밖에 없었다.
사실 아무리 뛰어난 수비수라도 90분 내내 상대를 완벽하게 마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수비는 공격에 대응하는 수동적인 부분이 있기 때문에 상대의 움직임을 단 한순간이라도 놓쳐서는 안된다는 부담이 있다. 귄도간은 계속해서 데이빗에 대한 마크를 잘 수행해 왔으나 갑자기 기어를 바꾼듯한 움직임에 미처 대응하지 못했다.
삑삐익-
결국 파울로 끊을 수 밖에 없는 도르트문트, 재빠르게 커버들어온 세바스티안 켈이 거친 태클로 그를 저지해 냈다. 주심은 단호한 표정으로 켈에게 옐로우 카드를 들어 보였다.
우우우우-
안필드를 가득 채운 팬들의 원성이 거셌다. 프리킥 위치는 상당히 괜찮았다. 페널티 박스에서 약간 우측이긴 했지만 직접 슈팅을 노려볼 만한 좋은 위치, 하지만 그들은 팀의 핵심 선수에 가해진 거친 플레이에 분노했고 이를 야유로 표현하는 것이었다.
"어떻게 처리할거야?"
마르코 로이스가 다가와 묻는다. 데이빗은 자신이 처리하겠다고 대답하고 자리를 잡고 섰다. 마르코 로이스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세컨볼을 노리기 위해 박스쪽으로 진입했다. 수비벽의 위치와 골대와의 거리를 가늠하던 데이빗의 눈이 반짝였다.
'왠지 될 것 같은데...'
원래는 직접 노릴 생각이었다. 거리는 어림잡아 28m 이내, 아예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지만 충분히 직접 노려볼만 했다. 하지만 좀 더 괜찮은 그림이 머리에 떠올랐다. 데이빗은 상대가 세운 벽 사이에 서 있는 선수를 확인했다. 수아레즈가 상대 선수와 신경전을 벌이며 자리를 잡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루이스, 여기를 좀 봐요.'
은밀히 보내는 신호, 데이빗은 허리에 양 손을 올린 뒤 발을 가볍게 두번 튕기는 것으로 신호를 보냈다. 말로 할 수 없기에 수아레즈가 확실히 인지했기를 바래야 했다. 그리고 다른 선수들에게도 좀 더 먼쪽 포스트로 이동하라는 내용의 사인을 보냈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배치가 끝나자 데이빗은 몇 걸음 더 뒤로 물러선 이후 킥을 준비했다. 자신이 실수하지만 않는다면, 수아레즈가 제대로 반응해 준다면 완벽한 작품이 나올 것이다. 데이빗은 두근거리는 심장을 억누르며 집중력을 끌어 올렸다.
삐익-
플레이를 재개해도 좋다는 주심의 신호, 데이빗은 호흡을 멈추고 도움닫기를 시작했다. 한 발, 두 발, 그리고 평소와 똑같이, 축이 되는 왼발을 공의 왼쪽에 비스듬히 붙였다. 감차차겠다는 신호, 애초에 그가 처리한 프리킥의 대부분은 인프런트로 감아서 벽을 넘기는 것이 보통이었다. 누구나 알고 있었고 도르트문트의 선수들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그들은 왜 하필 이번에만 다른 플레이를 하냐고 원망할 법도 했다.
공을 띄울 것처럼 휘둘러지던 데이빗의 오른 발이 급격히 감속을 시작했다. 그리고 공을 앞으로 밀듯이 툭 굴려버리는 모습, 이미 벽을 넘기는 커브 볼을 의식한 도르트문트 선수들의 발 아래를 지나 굴러갔다. 허를 찌르는 땅볼 슈팅은 아니었다. 슈팅이라고 하기에 그 공은 너무 느렸고 위력이 없었다. 그리고 그때 그 공에 반응하는 유일한 선수가 있었다.
'이렇게 연결할 줄이야. 정말 상상도 못했다.'
수아레즈는 데이빗의 패스가 발에 닿는 순간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갑자기 한번 거쳐가는 플레이를 하겠다고 신호를 보내길 래 혹시나 했다. 자신은 이미 상대의 벽을 견제하기 위해 수비 벽 사이에 끼어 든 상황, 하지만 자신을 보는 데이빗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마치 '난 너에게 공을 줄거야'라고 말하는 느낌. 만약 그런 느낌이 아니었다면 상대 수비수들의 점프를 방해하거나 공이 자신의 쪽으로 올 때 비켜주는 역할에 그쳤을 것이다. 하지만 묘하게 발이 근질거렸고 결국 상대 수비가 점프하는 틈을 타 뒤로 빠지듯 움직였던 것이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공은 자신의 발 아래에 안착했다.
데이빗이 한번 거쳐가는 플레이를 한다고 했기에 다른 선수들은 모두 반대쪽 포스트에 자리잡고 있었다. 자연히 벽을 뚫는 패스를 이어 받은 자신을 마크하는 선수는 단 한 명도 없는 상황, 루이스 수아레즈는 이런 완벽한 찬스를 놓칠 만큼 무능력한 선수가 아니었다. 골키퍼가 부랴부랴 뛰쳐나와 보지만 이미 늦었다. 수아레즈는 침착하게 슈팅으로 연결했고 간단히 골망을 흔들었다.
============================ 작품 후기 ============================
-아서스 드립 한번 쳤다가 평생 연재할 기세
-살려주세요
-갑자기 오랜만에 와우가 땡기네요
-그럼 연재를 못하겠지
-며칠전에 PC방 갔다가 제 글 읽고 계신분 봤어여
-엄청 신기
-조아라 글 표지에 저 리버풀 로고 쓰는 거 저밖에 없죠?
-그게 아니면 다른 글 보고 계신 것일 수도...
-표지 바꿔야 하는데
-조아라 담당자님이 만들어 주신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심
-기대할게요
-보고 계신거 다 암
-빨리 만들어 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그럼 즐감하세요~추천, 선작, 코멘, 쿠폰 모두 정말 감사드립니다(_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