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Answer-138화 (138/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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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치를 3경기는 우리의 이번 시즌 최종 결과에 가장 중요한 게임이 될 거다."

달글리시 감독은 라커룸에서 선수들에게 연설하고 있었다. 늘 상 있는 일, 감독으로서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에게 동기 부여를 해주는 것은 그의 중요한 임무였다.

"오늘, 일단 독일에서 온 꿀벌 녀석들을 얌전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4일 뒤, 에버튼과의 경기가 있지. 그 친구들도 만만치가 않아. 사이가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고 하지만 어쨌든 라이벌은 라이벌. 그렇지 않나?"

"물론이죠."

적절한 호응, 달글리시 감독은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본론이 남아 있었다.

"에베튼과의 경기가 끝나면 뭐, 유로 2012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가 있지? 그때 각자 나라를 위해 힘써야 할 친구들은 고생 좀 해주고, 다른 친구들은 편안하게 쉬면 되겠어. 어쨌든 10월 15일에는 우리 클럽이 절대로 져서는 안되는 팀과 붙게 된다. 그 팀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 여기 있나?"

모를리 없었다. 리버풀이란 클럽의 숙적, 서로 못잡아 먹어서 안달이 난 클럽이라면 잉글랜드에서 딱 하나 밖에 없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명실상부한 프리미어 리그의 최강자, 최다 우승 클럽인 그들은 리버풀과 노스 웨스트 더비라 불리며 세계에서도 손 꼽히는 라이벌리로 불리고 있었다. 다른 팀에게 지면 적당히 욕 좀 먹으면 끝이라고 하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패배한다면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반응을 보게 된다. 이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쪽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서로를 끔찍하게도 싫어했고 서로의 불행을 즐기는 그런 관계였다.

"우리 클럽의 전성기가 끝나자, 저 빌어먹을 녀석들이 은글 슬쩍 기어 올라와서 왕좌를 차지했지. 그럴줄 알았으면 내가 은퇴를 좀 더 늦추고 감독을 좀 더 오래 해먹는 건데 말이야."

씩 웃으며 농담을 건네는 모습, 선수들은 피식 웃음을 흘린다. 본인의 선수 시절과 첫 번째 리버풀 감독 시절의 위업을 자랑하는 모습이 얄밉진 않았다.

"왜 꿀벌 녀석들을 상대해야하는 시점에서 그 망할 녀석들의 이야기를 꺼내느냐, 그건 그 멍청이들이 이번 시즌 챔피언스 리그에서 아주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지. 아주 멋지다고."

명백히 조소를 흘리면서 달글리시 감독이 입을 열자 선수들의 표정에서도 고소하다는 기색이 맴돌았다.

"이번 시즌 조 추첨이 끝났을 때, 사람들은 말했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최고의 조에 속햇다고. 벤피카가 그나마 좀 한다고 하지만, 바젤이나 갈라치 같은 팀들은 '거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이야."

거함이라는 단어를 말할 때 미묘한 악센트를 주는 모습, 아무래도 이 감독, 누가 리버풀의 감독 아니랄 까봐 라이벌 팀의 부진이 기뻐서 어쩔 줄 모르는 것 같다.

"그리고 오늘까지 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두 경기를 치렀는데 결과는 어떻지? 정말 공은 둥글다는 표현이 이렇게 잘 맞을 수가 없군. 1무 1패다. 압도적으로 조 1위를 차지할 거라 예상한 그 팀이 승점 1점밖에 따내지 못했다고. 어때, 끝내주지 않나?"

"더 바랄 나위 없을 만큼 최고의 결과입니다."

"바젤 그 친구들한테 선물이라도 보내주고 싶은데요."

제라드가 말했고 캐러거가 능청스럽게 떠들었다. 로컬 보이 출신인 만큼 그들은 누구보다도 그 팀을 싫어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래, 내 생각에 이번 시즌, 맨유 녀석들은 16강에 올라가기가 상당히 험난할 거야. 맨체스터 시티도 챔피언스 리그에서 바이에른 뮌헨에게 패배하고 우디네세에게 비기면서 영 상태가 좋지 않다고. 첼시는 그럭저럭 잘 하고 있지만 그쪽은 워낙 만만치가 않은 조라서 말야. 결국 잉글랜드를 대표해서 높이 올라갈 팀은 우리밖에 없다는 거야."

"우리 리버풀은, 리그 우승컵에서 멀어진 시간 동안에도 언제나 챔피언스 리그의 강자로 꼽혀 왔다. 2005년에 이스탄불의 기적이라 불리는 위대한 우승이 있었고 2007년에는 아쉽게 준우승을 거두었지. 최다 우승으로 따져도 우리 팀보다 위에 있는 클럽은 유럽 전체에서 레알 마드리드와 AC 밀란, 두 클럽 밖에 없어. 나는 이번 시즌, 우리 팀의 여섯 번째 빅 이어를 손에 넣길 원한다."

은근슬쩍 이야기가 챔피언스 리그로 넘어갔지만 선수들의 반응은 괜찮았다. 자신들의 팀에 대한 자긍심을 일깨우며 빅 이어라는 꿈을 각인 시키는 모습에 선수들은 사기가 충천했다.

"그러려면 일단 눈 앞의 상대부터 차근차근 밟아 줘야 겠지. 저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패배를 선물해 주자고. 올 시즌 유럽 정상을 차지할 팀에게 졌다는 사실은 저들에게도 크게 치욕적인 일이 아닐거야."

-리버풀 베스트 11 (4-3-3)

-------------------루이스 수아레즈---------------------

--데이빗 장-----------------------------마르코 로이스--

-------------------스티븐 제라드-----------------------

---------------------------찰리 아담-------------------

-------------루카스 레이바-----------------------------

-호세 엔리케--마틴 스크르텔--다니엘 아게르--글렌 존슨--

--------------------호세 레이나------------------------

sub. 디르크 카윗, 알렉산더 도니, 제이미 캐러거, 마틴 켈리, 조단 핸더슨, 막시 로드리게스, 존 플라나간

-도르트문트 베스트 11 (4-2-3-1)

---------------------레반도프스키----------------------

-----그로스크로이츠----카가와 신지-----마리오 괴체-----

---------세바스티안 켈--------일카이 귄도간------------

-마르첼 슈멜처-마츠 훔멜스-네벤 수보티지-우카쉬 피스첵-

--------------------로만 바이덴 펠러-------------------

sub. 미첼 랑거락, 율리안 코흐, 이반 페리시치, 스벤 벤더, 루카스 바리오스, 펠리페 산타나, 야쿱 브와쉬치코프스키

"헤이 데이빗."

킥 오프 시점이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마르코 로이스가 데이빗을 손짓하여 부른다.

"무슨 일이야?"

"내가 말해준 거 기억하지?"

분데스리가 출신인 만큼 상대하는 도르트문트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마르코 로이스였다. 그랬기에 지난 미팅에서도, 그리고 틈틈히 도르트문트 소속 선수들에 대하여 알려 주었는데 데이빗이 혹시 잊지는 않았는지 확인하는 모습이다.

"알고 있어. 저쪽 풀백이 상당히 강력하다는 말이잖아. 그리고 공을 끌면 순식간에 에워 쌓일 수 있으니 간결하게 처리하라고 했잖아."

데이빗의 대답에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첨언하듯 입을 여는 로이스.

"상대해보면 알겠지만 저쪽팀은 압박 속도가 진짜 빨라. 장난 아니라고. 1~2초만 머뭇거려도 한 세명한테 둘러 쌓일거야. 근데 그만큼 적극적인 압박인 만큼, 빠른 패스워크로 돌리다 보면 빈틈이 생기기도 하고, 의외로 뒷공간이 열릴 때가 많아. 사실 이런 부분은 후반전으로 가서 쟤네들 체력이 좀 떨어졌다 싶을때 종종 보이긴 하지만 말이야."

감독 및 코치들로부터 익히 들었던 내용이기에 고개를 끄덕이는 데이빗이다. 하지만 큰 상관은 없다 싶었다. 자신이 드리블 돌파에 강점이 있는 선수라고 불리고 있지만 간결한 원터치 플레이에도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걱정하지마, 완벽한 팀은 없고 우리 팀이라면 쟤들이 아무리 열심히 뛰어다닌다고 해도 뚫어낼 수 있어."

"그거야 당연하지. 그럼 오늘도 좋은 경기를 해 보자."

주먹을 부딪히고 자신들의 위치로 돌아간다. 데이빗은 심호흡을 하며 노란색 유니폼을 입은 상대 선수들을 응시했다. 이제 본 게임의 시작이다. 지난 칼링컵 경기를 치르지 않았던 만큼 몸 상태는 최상이다.

하지만 게임은 데이빗이 상상하던 것 그 이상으로 팽팽하게 흘러갔다. 전반 10분이 지나도록 볼을 제대로 잡아 보지도 못했다. 경기 초반이라고 하지만 상대 팀의 활동량은 그야말로 상상 이상이었다. 선수 전원이 공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드는 느낌이었다.

최전방 원톱으로 나선 레반도프스키도 리버풀의 포백 라인이 안정적으로 공을 소유하고 돌리지 못하게 적극적으로 압박했고 2선 공격수 카가와 신지, 마리오 괴체, 그로스크로이츠는 수비형 미드필더인 것처럼 뛰어 다녔다. 순식간에 공을 가진 리버풀 선수를 향해 2~3명이 좁혀 들어 왔고 나머지 선수들이 약속된 움직임으로 연동하며 빈 자리를 최소화 시켰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아무래도 미드필드에서 수적 열세에 처할 수 밖에 없었다.

지난 시즌부터 포텐셜이 터진 루카스 레이바가 열심히 움직여 주고 있었으나 숫자 앞에는 장사가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스티븐 제라드가 오랜만에 밑으로 내려가서 포제션 확보에 힘을 거들어야 했다. 그리고 달글리시 감독은 마르코 로이스에게도 내려와서 점유율 싸움에 가담할 것을 지시했고 자연스럽게 리버풀의 포메이션은 일시적으로 투 톱 형태로 변경되었다.

'진짜 약이라도 먹었나. 미친듯이 뛰어다니네.'

데이빗은 혀를 내두르며 상대팀의 끈질긴 압박을 지켜 보았다. 어느새 전반 15분이 지나 20분을 향해가고 있는 시점이었다. 그럼에도 그들의 활동량은 떨어질 줄 몰랐다. 마치 이제 막 경기를 시작한 것처럼 파워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도르트문트의 베스트 11, 리버풀은 좀처럼 주도권을 잡지 못했다. 스티븐 제라드가 내려가고 마르코 로이스가 가담하면서 어느 정도 숫자 싸움은 맞춰졌으나 그들의 압박 플레이는 실로 완성도가 높았다.

미드필드 지역에 숫자를 늘리며 투톱으로 전환하긴 했지만 공이 오지 않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이미 미드필더들과의 간격이 어느 정도 벌어진 상태였고 그 사이로 시도된 패스는 대부분 도르트문트에게 걸려 버렸던 것이다. 수아레즈나 데이빗이나 제공권 장악에 큰 강점을 보이는 선수는 아니었기에 무턱대고 전방으로 때려 넣는 롱볼을 구사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좀 내려가야 겠어.'

이왕 포메이션이 변경된 것, 자신이 한단계 내려가서 4-4-1-1의 형태가 되어도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미드필드 근처로 내려가 패싱의 기점을 하나 더 늘려주면 좀 상황이 바뀔거라 생각했다. 데이빗은 마음을 정하고 자신들의 진영을 향해 발을 옮겼다. 이는 공격에 있어서 사실상 프리롤을 부여 받은 그의 위치 덕분이었다. 달글리시 감독은 그를 왼쪽 측면 공격수로 자주 기용하긴 하지만 위치에 구애 받지 말라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의 창의성과 천재성을 최대한 발휘하게끔 하는 것이 팀 공격력이 극대화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에 첼시 전이었나. 그때도 이런 플레이를 했던 것 같고.'

미드필드에서 공격의 기점 역할을 해본 것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시즌 첼시 전에서 그는 공격형 미드필더의 자리에서 상당한 수준의 게임 메이킹을 했던 경험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피지컬이 우월한 편은 아니지만 워낙 볼을 다루는 능력이 좋고 밸런스가 좋은 편이었기에 공을 지켜내는 능력이 탁월했다.

볼을 탈취하는 부분에서는 큰 도움을 주기 힘들다. 하지만 일단 자신들이 소유한 공을 안전하게 지키고 연결시키는 부분에서는 훌륭한 도움을 줄 수 있었다.

[데이빗 장까지 한 단계 아래로 내려오는 군요. 이렇게 되면 최전방의 루이스 수아레즈가 너무 고립되지 않을까요?]

캐스터의 질문, 해설자는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

[아닙니다.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최전방의 루이스 수아레즈와 데이빗 장이 함께 고립될 뿐입니다. 그만큼 현재 도르트문트의 거센 압박에 리버풀은 고전하고 있네요. 공을 효과적으로 전방으로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른 팀이었다면 이런 압박을 진행하는 도중 빈틈을 노출 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고 그 틈으로 기습적인 침투 패스를 연결 시킬 수 있겠지만 도르트문트는 현재까지 그런 틈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팀 전체가 압박에 대한 높은 이해를 보여주며 완벽에 가까운 조직력을 보여주고 있네요.]

[네 그렇군요. 말씀드리는 순간 카가와 신지로부터 볼을 빼내는 찰리 아담입니다. 그리고 둘러 쌓이기 전에 제라드에게 패스, 제라드도 지체 없이 데이빗 장에게 연결 시킵니다. 마리오 괴체와 일카이 귄도간이 강하게 압박합니다. 하지만 간단히 다시 제라드에게 공을 연결 시킵니다.]

[간단한 횡패스입니다만, 저렇게 공을 소유하고 돌린다는 것이 중요하죠. 공을 자신들의 소유에 놓고 리듬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 데이빗 장의 미드필드 가세는 효율적으로 보입니다.]

기본적으로 데이빗은 오프 더 볼 무브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은 아직 듣지 못했다. 뒷공간 침투나 몇몇 선수들과 함께 만들어 내는 스위치 플레이에 강점이 있었으나 아주 특별한 수준은 아니라는 것. 그는 결국 볼을 소유했을 때 빛이 나는 플레이어였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와 다를 바 없는 효율 높은 드리블 돌파나 정확하고 창조성 넘치는 패싱 능력까지, 모두 그가 볼을 소유하고 있을 때 빛을 발하는 장점이었다.

데이빗은 미드필드에서 볼 터치를 최대한 간결하게 처리하는 데 집중했다. 돌파가 아니라 키핑에 집중한다면 두 명 정도의 압박을 이겨내지 못할 것도 없었으나 지금은 공을 돌리며 팀 전체의 리듬을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했다. 그는 다시 한번 자신에게 연결 된 공을 원 터치로 후방의 루카스에게 돌리며 다시 움직였다.

패스 앤 무브, 받고 움직이며 주고 움직인다. 한번 빼앗은 공을 상대에게 넘겨주지 않는다. 루카스에게 넘어간 공은 포백 라인을 한번 거쳐 다시 찰리 아담, 마르코 로이스, 스티븐 제라드를 거쳐 데이빗의 발 아래로 돌아 왔다.

'올라와라. 지금!'

한번 자신들의 진영으로 볼을 돌리며 호흡을 만들었다. 데이빗은 원터치로 볼을 돌리지 않고 중앙 지역에서 킵했다. 상대 수비의 몸이 부딪혀 온다. 누구의 발인지도 모르겠지만 이곳 저곳에서 발이 뻗어진다. 간결한 터치로 살짝 살짝 피해 낸다. 굳이 뚫고 올라갈 생각은 없었다. 한 두 발짝 데이빗이 밀려나는 모습, 그리고 그가 원하던 이가 움직이는 것을 보고 데이빗은 지체 없이 강하게 공을 찼다.

뻐엉-

마르코 로이스가 공을 받기 위해 중앙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그의 마크맨 또한 이동했다. 순간적으로 오른쪽 측면에 공간이 생겼다. 패스를 한번 더 거치며 공략한다면 저 기동력 좋은 도르트문트 선수들은 순식간에 공간을 메워버릴 것이다. 데이빗은 글렌 존슨이 공간을 보아주길 원했고 그가 움직이는 것을 확인하고 곧바로 오른쪽으로 크게 벌려 주었다.

"올라가!"

몰아칠 때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깨달은 스티븐 제라드가 동료들에게 크게 외친다. 공을 이어 받은 글렌 존슨이 사이드에서 고립된다면 지금까지 해온 지루한 공방전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여기서 어떻게든 흐름을 가져와야했다.

============================ 작품 후기 ============================

-오늘은 컨디션을 회복했으니 두편

-세편 써보려고 했는데 도저히 그건 안되네요

-의지야. 의지가 부족해서 그래

-때론 의지만으로 할 수 없는 일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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