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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다. 앞으로 여러분들을 지휘 할 파비오 카펠로라고 한다. 오랜만에 만나는 선수들도 있고 처음 보는 친구들도 있군."
엄숙한 어조로 선수들의 앞에서서 이야기하는 카펠로 감독, 온화해보이는 인상과 달리 상당한 원칙주의자로 알려져 있었고 선수단을 강하게 장악하는 스타일이다. 스타 플레이어를 중시한다고 알려져 있는 반면, 자신이 정한 기준 밖으로 나가는 선수에 대해서는 스타 플레이어라 할 지라도 가차 없이 내치는 것으로 유명했다. 대표적으로 레알 마드리드 시절, 데이비드 베컴과의 일화가 있을 정도로 말이다.
"일단 대표팀에 온 이상 자네들은 한 팀이라는 사실을 명심하도록. 각 소속팀간, 혹은 사적인 관계로 인하여 대표팀에 피해가 가는 일은 없어야 할 거야. 미리 말해 두지만 나는 팀 케미스트리를 해치는 행동은 절대 용서하지 않아. 나는 어떤 선수가 주급을 얼마 받는지, 얼마나 인기가 많은 스타인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어. 나는 우리 팀에 해를 끼치는 사람은 그가 누구라고 할 지라도 용서하지 않을 거야."
선수단 전체에 전해지는 경고 메시지, 데이빗은 침을 삼켰다. 본인이 팀 케미스트리를 해치는 스타일이라고 생각 하진 않았으나 이런 직접적인 경고 메시지를 듣게되니 자연스럽게 긴장이 되었다.
"또 소속팀에서 부여받은 역할과 대표팀에서의 역할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미리 말해두고 싶군. 나는 여러분들이 각자의 소속팀에서 보여준 퍼포먼스를 전부 보았고 그에 따라 내가 구상하는 팀에서 여러분들이 맡아야 할 역할을 준비해 두었어. 포메이션이 소속팀과 다를 수도 있고 전술이 다를 수도 있어. 그래도 여러분들은 잉글랜드 최고의 선수들이니 만큼 잘 수행해 줄거라 믿네. 왜 나에게 이런 롤을 맡겼냐고 묻지 말도록. 그와 관련해서는 어떠한 타협도 없을 테니 미리 말해 두겠네."
'뭔가 엄격한 감독님 같네.'
데이빗은 대표팀의 감독이 생각보다 더 엄격하게 느껴졌다. 여기로 오기전에 제라드나 존슨으로부터 간단히 듣긴 했지만 실제로 겪어보니 더욱 깐깐한 사람 같았다. 그가 겪어본 감독들과는 스타일이 판이하게 달랐다. 베니테즈는 열정적이었으나 온화한 편이었고 리저브 팀의 맥마흔 감독은 누군가는 성질 불같은 영감이라 평했으나 자신에게는 자애로운 할아버지 같았다. 킹 케니, 달글리시 감독은 더할나위 없는 자신의 후원자였고 말이다. 그는 강한 스타일의 감독은 처음 겪는 것이었고 자연스럽게 조금 부담이 생기는 것을 느꼈다.
'아...무슨 스타일인지 모르는 사람도 하나 있었지.'
자신을 허구헌날 벤치에 처박아 두었던, 반 시즌만에 경질된 누군가를 떠올리며 쓴 웃음을 흘렸다. 잊고 싶은 이름, 아직도 가끔 울화가 치미는 그 사람이 생각나자 아무리 깐깐한 감독이라도 그정도로 최악은 아닐거라 생각했다. 그러니 마음이 조금은 편해지는 것을 느꼈다.
"다들 알겠지만 나는 화려함보다는 실속을 중요시하고, 골을 넣는 것 만큼이나 상대에게 골을 허용하지 않는 것을 원한다. 개인의 역량은 중요하지만 지나친 돌출 행동은 자제할 것을 바라네. 내가 요구한 역할을 여러분이 완벽히 수행해 준다면 승리는 자연스럽게 따라 올거야."
탄탄한 수비력을 갖추고 속공 위주, 역습 위주의 전술을 선호하는 감독 답게 자신의 색깔을 미리 선수들에게 알리는 모습이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에 비견되는 최고의 명장으로 불리는 만큼 자신의 전술과 능력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게 느껴졌다.
"우리는 9월 2일, 불가리아의 소피아에서 원정 경기를 치러야 한다. 오늘 점심 식사 이후 휴식을 취한 후 간단히 훈련을 진행할 것이다. 그리고 내일 불가리아로 이동하여 미리 시차 적응 및 현지 적응을 진행하며 훈련을 병행할 예정이다. 일정에 질문이 있는 사람 있나?"
딱히 손을 드는 사람은 없었고 카펠로 감독은 말을 이었다.
"다들 알겠지만 불가리아 전 이후에는 9월 6일에 웨일즈와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경기가 있지. 시간이 촉박하여 손발을 맞춰볼 시간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러분들의 능력이라면, 그리고 여러분들이 나와 코치진을 믿고 따라와 준다면 충분히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 믿는다."
잠시 숨을 돌리며 선수들을 응시하는 카펠로 감독, 그리고 못다한 이야기를 마무리 짓기 위해 입을 열었다.
"그럼 이제 대표팀 소집 기간 동안 함께 지낼 룸 메이트를 정해 주도록 하겠다. 2인 1실이 원칙이나 인원이 23명 인 관계로 한 조는 3명으로 편성이 될 것이다. 먼저 조 하트, 그리고 필 자기엘카. 둘이 같은 방을 쓴다. 그리고 존 테리, 졸리온 레스콧이 함께 생활 하도록. 그리고..."
계속하여 선수들의 이름을 호명하는 카펠로 감독, 데이빗은 자신이 누구와 함께 방을 사용하게 될지 기다렸고 제 일 마지막에 호명되는 그의 이름을 들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프랭크 램파드, 저메인 데포, 데이빗 장. 이상이다. 배정에 대하여 할 말이 있나?"
"......"
방 편성을 듣고 데이빗은 본능적으로 옆자리에 앉아 있던 캡틴, 제라드의 눈치를 살폈다. 미간에 주름이 살짝 깊어진 것이 조금은 불만이 있는 것 같았다. 데이빗은 어색하게 웃으며 눈을 돌렸다. 다행히 제라드는 방 편성에 대하여 항의하지 않았고 편성이 확정되었다.
"그럼 각자 방으로 가서 가져온 짐부터 풀고 정리하도록. 12시 30분부터 식사가 진행될 예정이니 늦지 말고 그때까지 식당으로 오면 된다. 각 호실은 문 옆에 붙여 놓았으니 참고하도록. 그럼 즐거운 점심 되도록 하고 훈련 시간에 보도록 하지."
삑-철컥
문을 열고 들어온 세 남자, 데이빗은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는 방에 감탄했다.
"휘유 방 좋은데?"
저메인 데포가 방을 둘러보며 감상을 말했다. 그리고는 널직한 간격으로 배치된 침대를 보더니 가장 창가와 가까운 침대에 가방을 던지며 말했다.
"나는 이 침대를 쓸래."
"뭐야, 나도 창가 쪽 침대가 좋다고."
이의를 제기하는 램파드, 하지만 데포는 선수필승을 이야기한다.
"이봐 프랭키, 먼저 맡는 게 임자 아니겠어? 미안하지만 다른 쪽을 선택하라고."
"쳇, 뭐 하루만 자면 되니까 양보하도록 하지. 그럼 난 이쪽."
움직임이 늦어 가장 맘에 드는 자리를 선점하지 못한 아쉬움때문인지 벽 쪽에 붙은 침대로 얼른 가방을 던지며 말하는 램파드였다. 데이빗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으나 별 불만없이 가운데 있는 침대에 가방을 올리며 앉았다.
"햐 좋네. 그나저니 니네 캡틴 장난 아닌데?"
푹신한 침대가 마음에 드는지 쿠션에 얼굴을 비비며 저메인 데포가 말했다. 데이빗은 어색하게 웃음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하하하..."
"프랭키가 농담하니까 완전 정색하면서, 우와 진짜 무섭더라. 이게 말로만 듣던 남자의 질투? 뭐 그런거야?"
참 듣기에 민망한 화제라고 생각했다. 데이빗은 뺨을 긁으며 소심하게 항변했다.
"캡틴도 그냥 장난이었을거에요."
"와우, 장난 두번 쳤다가는 소심한 사람은 심장마비 걸리겠네. 뭐 스티비가 좋은 친구인건 알고 있어. 평소에 말 수가 그렇게 많지 않은 것도 알지만 그런 모습은 처음봐서 신기해서 그런거니 너무 신경쓰지 마."
그러면서 램파드를 향해 묻는다.
"근데 진심이었어? 원래 그런말 잘 안했잖아?"
램파드는 묘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글쎄? 진담 반 농담 반이라고 해둘까?"
"그게 뭐야. 진심이었다는 거네. 스티비가 그래서 그렇게 견제한 거였군? 눈치 채고 말이야. 너도 너무하네. 팀의 에이스를 빼가려고 하냐."
낄낄거리며 상황을 즐기는 저메인 데포, 데이빗은 이런 상황이 처음인지라 난감하게 있을 뿐이었다. 그래도 에이스라고 하는 말은 듣기 좋았다. 램파드는 웃으며 데이빗을 향해 말했다.
"곤란하게 했다면 미안. 근데 같은 팀에서 뛰고 싶다는 건 진심이었어. 너만 괜찮다면 우리 구단주는 아마 얼마를 들여서라도 너에게 우리 팀 유니폼을 입혀줄 것 같은데."
은근히 권하는 램파드, 데이빗은 잉글랜드를 대표하는 스타가 자신에게 이런 말을 한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도 했고 은근히 기분이 좋기도 했다. 그리고 저 팀의 구단주라면...왠지 농담처럼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의 대답 은 정해져 있었다.
"높게 봐줘서 고마워요 램파드. 하지만 첼시에는 좋은 선수들이 많잖아요. 저는 지금 리버풀이 좋아요. 마음만 감사히 받을게요."
'토레스 씨도 첼시로 간 마당에 나까지 가면 아마 난리가 날거야. 진짜 전쟁이 날 지도 모르지.'
데이빗도 점점 리버풀이라는 곳에서 자신의 위치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팀 내에서 받는 주급이야 그리 높은 편은 아니었으나 감독, 코치진은 자신의 상태에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관심을 쏟았고 동료들 또한 은연 중에 자신의 능력일 확실히 믿고 있음이 느껴졌다. 팬들의 반응은 말할 것도 없이 최고였고 말이다. 그런 상황에서 가뜩이나 토레스 이적 건으로 묘한 분위기가 형성된 첼시로 이적한다? 모르긴 몰라도 토레스 이적 때 못지않은 난리가 날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첼시 뿐만이 아니러 어느 팀이라도 이적할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고 말이다.
"아쉬운걸. 본인 의향이 그렇다면 어쩔수 없지. 그래도 언제라도 생각이 있으면 이야기 해. 런던에 오면 한번 식사나 같이 하자고."
쿨하게 포기하는 척하며 여지를 완전히 닫아두지는 않는 모습, 저메인 데포는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끼어 들었다.
"너무하네 프랭키. 나는 너희 팀에 필요 없어? 아직 그래도 쓸만한데 말야."
"미안 저메인. 네가 5살만 어렸다면 좋았을텐데 말이지."
"...프랭키, 네가 나보다 4살이 더 많은 건 알고 있어? 우와 벌써 늙은이 취급하는거야?"
낄낄거리며 악의 없는 농담을 주고 받는 두 선수, 데이빗도 이제 부담을 털고 웃으며 대화에 동참했다.
"근데 카펠로 감독님은 어때요? 아까 오리엔테이션에서는 되게 깐깐한 것처럼 보였는데."
데이빗의 질문에 즐겁게 웃고 떠들던 램파드와 데포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데이빗은 감독과 선수들의 사이가 모두 원만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눈치챘다.
"뭐...능력이야 검증된 감독이지마 말야. 좀 답답한 부분이 있어. 너도 겪어보면 알거야."
답답하다는 듯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며 이야기하는 데포였고 램파드도 끼어 들었다.
"자신이 내린 전술 지시를 벗어난 움직임을 보이면 엄청 화를 내. 심지어 그런 시도의 결과가 좋았어도 말이야."
"플랜 B라는게 없어. 언제나 한 가지만 추구하고 고집하지. 그가 추구하는 전술은 완성도가 높지만 경직되어 있는 건 어쩔수 없지."
"성격이 엄청 강해. 눈도 마주치기 힘들 정도로 엄격한 스타일이긴 한데, 특정 선수를 편애하거나 싫어하거나 그런 건 없어. 언론에는 스타 플레이어를 엄청 중용하는 감독이라고 알려져 있는 경우도 있긴 한데, 그런거 전혀 없더라."
그리 좋은 말이 나오지 않는 모습에 데이빗은 살짝 걱정이 들었다. 그런 기색을 눈치 챈 램파드가 웃으며 다독였다.
"너무 걱정하지 마. 뭐, 우리가 이렇게 말하긴 했어도 아예 나쁜 보스는 절대 아니라는 거지. 감독이 누가 되었든 간에 우리는 축구만 잘하면 돼. 오케이?"
그리고 데이빗은 점심 식사 이후 진행된 훈련에서 이들이 한 이야기의 의미를 제대로 알 수 있었다.
'자네의 위치는 포워드야. 다음 경기, 그리고 앞으로 우리는 대부분의 경기에서 4-4-2 전형으로 나설거야. 우리 공격수들은 모두 투 톱의 역할을 수행할 줄 알아야 해.'
'자네가 대부분 왼쪽 윙포워드로 나섰던 건 알고 있어. 하지만 리버풀에서 몇번은 투톱으로 나선 겄도 알고 있지 .'
'나는 투 톱을 동일 선상에 놓지 않을거야. 한 명의 공격수는 살짝 쳐져서 섀도우 스트라이커의 역할을 수행해 줘야 해.'
'훈련을 진행하며 나는 더 나은 공격수들의 조합을 찾을거야. 만약 자네가 웨인과 함께 조합된다면 자네는 아마 최전방에서 골에 집중하는, 말하자면 포처와 같이 움직여야 할거야. 반면 저메인과 같이 뛴다면 섀도우 스트라이 커 자리에서 연계에 조금 더 신경을 쓰는 움직임을 보여야 겠지.'
'이건 경기 중에서도 선수 교체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건 알고 있겠지? 그리고 다시 한번 말하겠네만, 자네에게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도록. 요구되는 역할 이외의 것에 욕심내지 말도록. 알겠나?'
알겠다고 대답은 했지만 몸에 밴 습관이 그리 쉽게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소속팀에서 언제나 윙포워드, 혹은 섀도우 스트라이커의 자리에서 공격 시에는 거의 프리롤에 가까운 움직임을 가졌던 데이빗이었다. 달글리시 감독은 지나치게 이기적인 플레이가 아니라면 크게 터치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곳에선 달랐다.
'뭐하고 있나! 골을 노려야 할 자네가 왜 아래로 내려오는 건가?'
'빨리 적응하도록 해! 내가 할 수 없는 걸 요구하는 건가?'
등등
전술적인 지시와 다른 움직임을 보일 때마다 불호령이 날아왔다. 이는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는데 막상 공을 차는 시간보다 감독으로부터 전술적인 지시를 받고 혼나는 시간이 더 길게 느껴질 정도였다. 데이빗은 그제서야 방에서 램파드와 데포가 했던 이야기가 와닿기 시작했다.
'아...진짜 시키는 대로만 하자. 난 지금 리버풀의 데이빗이 아니야. 내 출전 여부를 결정하는 사람은 저 감독이야. 어쩔수 없어.'
오히려 편한 감도 있었다. 시키는 역할에만 충실하면 된다. 굳이 나서서 다른 일을 할 필요가 없다. 답답하긴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것이 과연 선수들이 능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것과 비교해서 더 나은 것인지는 알기 힘들었다.
============================ 작품 후기 ============================
-기쁘다 클롭 오셨네
-노말 원이라고 하시는 클롭찡
-4년안에 우승 안하셔도 괜찮아여. 챔스만 나가주세요..ㅠㅠ
-리버풀 우승은 이 글에서 시킬 것
-본격 작가가 대리만족하는 글
-뭐라는 거야
-오늘 약국 문이 닫았더라구요
-작가의 약발은 추천수에 비례하죠
-이제 나에겐 추천밖에 보이지 않아
-간단한 설문이 진행 중입니다. 참여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즐감해 주세요~ 추천, 선작, 코멘, 쿠폰 모두 정말 감사드립니다 (_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