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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1일 불가리아 소피아 공항, 잉글랜드 축구 국가대표팀이 9월 2일 진행될 유로2012 예선전을 치르기 이해 입국했다.
"도착했네."
"2시간 정도 걸렸나?"
"두시간 조금 넘게 걸렸어. 금방 도착했네."
"자려고 하니까 내리는 느낌이네. 으하암."
"여기 시차가 얼마나 난다고 했지? 혹시 아는 사람 있어?"
"2시간, 여기가 런던보다 2시간 빨라."
"시차로 고생할 일은 크게 없겠네. 나쁘지 않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발걸음을 옮기는 선수들, 그리고 공항에 장사진을 이루고 있는 취재진을 보며 휘파람을 불었다.
"이야, 바글바글하게 모여 있네."
"늘 그렇잖아. 새삼스럽게 뭘. 어차피 우리가 상대할 사람들 아냐. 인터뷰하는 사람들은 좀 수고해야겠지만 말야."
"우린 쉬고 있을테니 인터뷰 잘 하고 오라고."
선수단 전원이 인터뷰에 참여할 수는 없었기에 카펠로 감독과 함께 몇몇 선수들이 인터뷰를 진행하기로 사전에 정해졌다. 주장인 존 테리, 잉글랜드의 에이스 웨인 루니, 그리고 데이빗 장까지 세명의 선수가 인터뷰에 임하기로 되어 있었다. 존 테리는 귀찮았는지 조그맣게 '망할'이라고 중얼거렸고 (물론 표정관리는 완벽했다) 웨인 루니는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데이빗은 가타부타 별 반응이 없었고 말이다.
"우린 먼저 버스에 올라가 있으면 되나?"
"아니, 인터뷰하는 곳 근처 대기실에서 기다렸다가 인터뷰 끝나면 같이 이동할거야."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이동하는 잉글랜드 대표팀, 기자들은 거의 악을 쓰다 시피하며 질문을 계속하고 있었다. 공항 안전 요원들에게 밀리면서도 손에 든 카메라를 놀리고 입으로 계속 질문을 외치는 모습에 선수들은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었다.
"참 대단한 프로 정신이야."
누군가가 중얼거렸고 모두가 동의했다.
"30분 동안 인터뷰를 진행하겠습니다."
공항 한 편에 마련된 인터뷰 장소에 착석하며 파비오 카펠로 감독이 말했다. 그리고 기자들의 손이 미친듯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BNT(불가리아 공영 방송)의 페디아 다미아노프입니다. 먼저 불가리아와의 경기를 앞둔 소감을 말씀해 주세요."
"불가리아는 빠르고 강한 팀입니다. 체력적으로 강인하고 좋은 능력을 지닌 몇몇 주의할 만한 선수들도 있죠. 더구나 잉글랜드 축구를 경험한 몇몇 선수들의 경우 잉글랜드에 상당한 위협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축구를 할 것이고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아스톤 빌라에서 뛰고 있는 스틸랸 페트로프 선수와 볼턴 원더러스의 마르틴 페트로프 선수를 언급해 주신 것 같은데요, 두 선수는 불가리아 대표팀의 핵심입니다. 이 두 선수에 대한 대응책이 있으신가요?"
"세부적인 전술에 대하여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만 경계하고 있다고만 말씀드리겠습니다."
무뚝뚝하게 전술에 대하여는 말할 수 없노라는 카펠로 감독, 이어 다른 기자를 지목하여 발언권을 준다.
"웨인 루니 선수에게 질문하겠습니다. 당신은 이번 잉글랜드 대표팀이 소집되었을 때 SNS를 통하여 '꼬꼬마들이 A팀에 들어왔어. 이제 내가 이 아이들을 챙겨야 해'라는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잘 챙겨주고 계신가요?"
기자의 질문에 폭소가 터져 나왔다. 웨인 루니도 한참을 웃다 마이크를 잡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랬었죠. 이번에는 저보다 어린 친구들이 많이 대표팀에 합류했어요. 저는 그들과 잘 지낼 것이라는 생각에 그런 멘트를 작성했었고, 음. 네 잘 지내고 있어요. 그들은 각자의 소속팀에서의 활약도 좋았고 훈련에서도 괜찮은 모습을 보여 주었어요. 앞으로 있을 두 경기에서도 좋은 모습으로 A 대표팀에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겁니다."
"옆에 있는 데이빗 장 선수도 21살의 어린 선수이고 이번에 대표팀에 처음 합류했는데요, 웨인 루니 선수가 잘 챙겨 주나요?"
자신에게 질문이 날아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지 살짝 놀란 모양의 데이빗, 이내 목을 가다듬고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웨인은 보고 배울 점이 많은 선수에요. 그는 공격수가 갖추어야 할 모든 능력을 가지고 있고 훈련에서 언제나 열정적이에요. 훈련 중에 미흡한 점이 있다고 하면 언제나 먼저 말을 걸어주죠. 그는 제가 대표팀에 적응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깔끔한 데이빗의 대답에 웨인 루니가 해맑게 웃으며 데이빗에게 하이 파이브를 하자는 듯 손을 뻗어 왔고 데이빗도 씩 웃으며 손을 마주 쳤다. 기자들 사이에서 다시 작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웨인 루니 선수, 이번 불가리아 원정 경기 결과를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흔하고 뻔한 질문, 웨인 루니는 정석적인 멘트로 답했다.
"불가리아는 좋은 팀이에요. 분명 이번 경기는 어려운 경기가 될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플레이를 펼칠 수 있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 믿어요."
"카펠로 감독님께 질문 드립니다. 잉글랜드는 현재 G조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남은 3경기 중 2경기를 이기면 진출이 확정되는데요, 조 1위 진출에 대하여 자신이 있으신 가요?"
"물론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괜찮은 시간을 보내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될 것입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우린 잘 해낼겁니다."
"데이빗 장 선수는 이번이 대표팀 첫 발탁입니다. 소속팀에서의 맹활약으로 대표팀에 뽑히게 되었는데 대표팀에서도 좋은 활약을 이어나갈 자신이 있으십니까?"
질문의 대상이 왔다 갔다 하고 있었기에 집중하고 있던 데이빗은 자신있게 대답했다. 예상한 질문이기도 했으니 미리 준비했던 무난한 대답을 내 놓았다.
"물론입니다. 세인트 조지를 가슴에 달고 뛰는 것은 저의 꿈이었어요. 만약 경기에 나설 수 있다면 제 모든 것을 경기장에 쏟아 낼 준비가 되어 있어요."
"존 테리 선수에게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이번에..."
30분의 인터뷰는 금방 지나갔다. 선수들이야 어떻게 느꼈을지 몰라도 기자들의 입장에서는 턱없이 부족했음이 분명했다. 정해진 시간이 끝나자 카펠로 감독은 무뚝뚝하게 정해진 시간이 지나 갔음을 알리고 자리에서 일어 났다. 기자들은 몇가지만 더 물어보겠다며 아우성을 쳤으나 씨알도 먹히지 않았고 파비오 카펠로 감독 이하 선수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선수들과 함께 공항 밖으로 나섰다.
"선수들의 상태는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습니다. 시즌 개막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라 체력적으로도 충실하죠. 다만 앤디 캐롤의 경우 컨디션이 완전히 올라오지 않은 느낌입니다. 그리고 프랭크 램파드는 지난 시즌 탈장 수술 이후에 전반적으로 폼이 떨어져 보입니다."
불가리아에서의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8월 31일에 입국한 잉글랜드 대표팀은 9월 1일까지 가벼운 훈련을 진행하며 컨디션 관리에 신경을 썼다. 시간만 충분했다면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팀 워크를 좀 더 끌어 올릴 수 있었겠지만 이번의 대표팀 일정은 촉박했고 여유가 없었다. 카펠로 감독 이하 대표팀 코치진은 방에 모여 내일 치러질 경기의 베스트 11과 벤치 멤버를 결정하기 위해 의논을 시작했다. 총 인원은 23명이었으나 교체 선수는 7명까지 등록할 수 있었고 5명의 선수는 벤치 밖에서 경기를 관전해야 했다.
"골키퍼는 다른 분들도 별 이의가 없겠죠? 조 하트 이상의 선택은 없다고 봅니다."
"동의합니다. 그리고 로버트 그린이 후보 골키퍼로 벤치에서 대기하면 될 것 같네요."
골키퍼의 자리는 이견의 여지가 없었다. 현재 잉글랜드 부동의 No.1 골키퍼는 조 하트였고 다음 경기에도 잉글랜드의 골문은 그가 지킬 것으로 보였다. 별 다른 이변이 없다면 한 동안 골키퍼 자리만큼은 변동이 없으리라.
"포백의 한 자리는 주장 존 테리에게 우선 배정해야겠죠? 그는 좋은 리더십을 가지고 있고 훌륭한 커맨더입니다. 그가 경기에 뛸때와 뛰지 않을 때 수비 라인의 전반적인 조직력 차이는 상당합니다."
첼시와 잉글랜드의 캡틴 존 테리 역시 골키퍼의 조 하트 못지 않게 자신의 자리가 확고한 선수였다. 그를 대체할만한 자원은 잉글랜드에 사실상 없다고 보아도 무방했다.
"그와 짝을 맞출 선수로는 필 존스, 졸리온 레스콧, 필 자기엘카 선수가 있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무래도 필 존스 선수는 경험이 부족하지 않습니까? 원정에서의 A 매치 데뷔는 선수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저는 졸리온 레스콧 선수가 존 테리와 함께 중앙 수비를 보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필 자기엘카 선수는 벤치 대기로 돌리면 될 거 같네요."
"풀백은 왼쪽에는 레이턴 베인스 선수 외에는 대안이 없군요. 오른쪽에는 애슐리 콜과 글렌 존슨이 있지만..."
"아무래도 애슐리가 낫겠죠."
"나도 동의 하네."
글렌 존슨은 좋은 오른쪽 수비수였지만 월드 클래스 풀백이라 불리는 애슐리 콜의 아성을 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는 것이 그들의 견해였다. 파비오 카펠로 감독은 그들의 의견에 동의를 표했고 앞에 놓인 보드에 결정된 수비진의 이름을 적어 넣었다.
"프랭크가 컨디션이 썩 좋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제라드를 굳이 오른쪽으로 돌려 둘을 동시에 쓸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그렇다면 제라드를 중앙에 배치시키고, 남은 한 자리는 누구에게 줄 생각인가요?"
"아무래도 제라드의 공격력을 극대화 시키기 위해서는 스콧 파커가 낫겠지. 그는 활동 범위가 넓고 수비가담 능력이 아주 뛰어나니까 말이야."
"제임스 밀너는 어떨까요?"
"제임스는 오른쪽 미드필더가 나을 것 같습니다. 왼쪽은 물론 스튜어트 다우닝이 맡아 주어야 겠죠."
"애슐리 영도 오른쪽 윙으로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 같습니다만..."
프랭크 램파드의 컨디션 난조가 오히려 포지션 선정에 편해지는 아이러니한 결과를 낳았다. 굳이 두 선수의 공존 문제를 신경 쓸 필요 없이 각자 원래의 포지션 대로 배분하면 되었기 때문이다. 한 두명의 선수를 두고 의견이 갈리긴 했으나 큰 이견 없이 마무리 되었다.
"남은 건 이제 공격진이군요."
"뭐, 공격진이라고 하지만 루니의 파트너를 누구로 할 지만 결정하면 되는 거죠."
틀린 말이 아니었기에 피식 웃음을 흘린다. 국가 대표에서 한동안 부진에 빠진 웨인 루니였으나 그를 뺀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현재 남아 있는 공격 자원은 저메인 데포, 앤디 캐롤, 시오 월콧, 데이빗 장입니다. 저는 일단 앤디는 명단에서 제외하는 게 나을 것 같네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훈련을 진행하며 살펴 보았을 때 공격진 중에서 몸상태가 가장 좋지 않습니다. 전반적으로 반응이 늦고 정교함이 너무 떨어집니다. 반응이 늦다보니 장점인 제공권 장악에 있어서도 타이밍이 늦고 있어요."
"시오 월콧은 나쁘진 않습니다만..."
말을 흐리는 코치, 다른 코치가 동의하며 말을 받았다.
"괜찮은 상태입니다만, 아무래도 가장 상태가 좋은 것은 저메인과 데이빗입니다. 저는 루니의 파트너로 저메인과 데이빗 둘 중에 한 명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할 것 같습니다."
"음..."
가타부타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카펠로 감독, 그리고 둘 중 누구를 스타팅 라인업에 포함시킬지를 두고 회의를 시작한 이래 가장 격렬한 토론이 벌어졌다.
"저는 데이빗 장을 기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지난 1월부터 리그 최고의 공격수였습니다. 이번 시즌, 프리미어 리그와 챔피언스 리그를 병행하며 총 5경기에서 7골 3도움을 기록했습니다. 현재 경기당 2개의 공격 포인트를 올리고 있는 만큼 최고의 폼을 유지하고 있죠. 훈련에서의 모습도 물론 훌륭했고 말입니다."
데이빗 장을 강하게 추천하는 코치, 그리고 반대의 견해가 곧바로 나온다.
"저도 그의 능력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이번 경기는 그의 데뷔전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원정 경기의 어려움을 생각한다면 그의 선발 출장은 다음 홈에서 열리는 웨일즈 전이 적당할 것 같습니다."
"원정 경기가 어려운 무대가 될 것이라는 사실에는 동의합니다만, 그의 능력은 대표팀 내에서도 발군입니다. 현재 대표팀에 있는 선수들 중에 지난 시즌에 가장 많은 골을 넣었던 선수는 풀 타임을 소화한 앤디 캐롤입니다. 고작 13골 밖에 안되죠. 그는 훨씬 더 적은 경기를 뛰면서 19골을 넣었어요. 선발 출장 시키지 않는 것이 이상한 일이 될겁니다."
"하지만 그는 지난 비야레알과의 원정 경기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됩니다. 그는 잉글랜드 내에서 펼쳐진 경기에서는 압도적이었지만 원정 경기에서는 좋지 못했어요."
계속 이어지는 반박, 거기에 다시 가해지는 반박.
"단 한경기로 그가 원정에서 약할 것이라는 생각은 위험합니다. 그런 논리라면 그는 원정 경기의 어려움을 이미 느껴 봤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겁니다."
"저는 다른 이유를 떠나서 저메인이 지난 불가리아와의 1차전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습니다. 그때 저메인은 불가리아 수비진을 완전히 박살내 버렸습니다. 심지어 해트트릭을 기록하기도 했죠. 그렇기에 저는 저메인을 선택하는 것이 더 안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거라 봅니다."
갑론을박이 오고 갔다. 양쪽의 의견 모두 일리가 있었고, 그랬기에 쉽게 결론이 나지 않았다. 코치들의 대화를 한참 듣고 있던 카펠로 감독이 펜을 들고 화이트 보드 앞에 섰다.
슥-스윽
보드에 적혀지는 이름, 일부 코치는 고개를 끄덕였고 일부 코치는 고개를 갸웃했으나 감독의 결정이었다. 그리고 긴 토론이 끝나고 내일 불가리아 전에 나설 엔트리가 확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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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한 편 더 갑니당
-성실성실 열매를 먹은듯
-라이즈리얼성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