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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 데이빗. 도착했어. 일어나라고."
"으음..."
살풋 잠이 들어 버렸던 것 같다. 데이빗은 졸음기가 가시지 않은 눈을 떠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도착했어. 침은 닦고 나가라."
"무슨 침을 흘렸다고..."
툴툴거리면서도 은근히 신경쓰였는지 손수건을 꺼내 슥 닦아 본다. 그리고 차에서 내려 크게 기지개를 켰다.
"여기구나."
데이빗은 눈 앞의 거대한 건물을 향해 감개무량한 시선을 던졌다. 마치 고급 호텔과도 같은 웅장한 건물이 잉글랜드 축구 국가 대표팀의 훈련장으로 사용되는 세인트 조지 파크였다. 긴 이동 시간으로 피곤했던 기분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럼 잘하고 와 데이빗! 불가리아고 웨일즈고 간에 박살을 내버리라고!"
"태워다 줘서 고마워 제임스. 경기에 나가게 되면 그렇게 해 볼게."
리버풀에서 세인트 조지 파크까지는 300km가 넘는 먼 거리였다. 제임스는 기꺼이 데이빗의 픽업 역할을 자처했고 데이빗은 고맙게 받아 들였다.
"무슨 소리야. 니가 경기에 못 나갈리 없잖아. 대표 명단 보니까 죄다 너보다 못하는 놈들 밖에 없더만. 어제 경기에서도 골 넣었잖아. 리그에서 득점 1위라고!"
지난 볼튼 원더러스와의 경기에서 올 시즌 처음으로 스타팅 라인업에서 빠졌던 데이빗이었다. 이는 선덜랜드 전부터 시작하여 2주 동안 4경기를 매번 선발 출장한 데이빗의 체력 안배 차원이었다. 지난 시즌에는 데이빗이 빠졌을 때 리버풀의 득점력은 절반 이하로 급감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올 시즌에는 달랐다. 수아레즈는 지난 시즌보다 발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었고 마르코 로이스는 적응 기간 따위는 필요 없다는 듯 좋은 모습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었다. 막시 로드리게스는 후반 조커 카드로 충분한 역할을 해주고 있었으며 지난 시즌까지 주전이었던 디르크 카윗도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후반 중반까지 2 대 0으로 앞서고 있던 리버풀은 75분 무렵에 루이스 수아레즈를 빼고 데이빗을 투입했다. 오랜만에 중앙 공격수의 자리에 위치한 데이빗은 후반 39분, 막시 로드리게스의 멋진 크로스를 가볍게 밀어 넣으며 리그 3경기 연속골 행진을 이어갔다. 아스날 전의 해트트릭을 포함하여 6골 2도움을 기록하며 득점 랭킹 1위와 함께 도움 랭킹 공동 1위에 올라 있는 데이빗 장이었다.
그랬기에 제임스의 말도 상당히 설득력이 있었다. 데이빗은 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진심으로 그렇게 굳게 믿는 제임스의 모습이 픽 웃음이 나왔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데이빗 본인도 대표팀 내에서의 경쟁이 해볼만 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알겠어. TV로 지켜보고 있으라고. 그럼 이만 들어가 볼게. 조심해서 돌아가."
"걱정하지 말라고. 나중에 소집 끝나면 연락해. 그때도 픽업 하러 올게. 하루 전에만 이야기 해줘."
제임스와 손을 흔들며 작별하고 후-하고 호흡을 가다 듬었다. 이제야 정말 국가 대표가 되었다는 실감이 강하게 들기 시작했다. 데이빗은 건물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와우..."
웅장한 외관만큼이나 건물 내부도 깔끔하고 멋지게 꾸며져 있었다. 고풍스러운 느낌보다는 현대적인 감각의 내부 디자인이 인상적이었다. 촌놈처럼 두리번 거리며 건물 구경에 여념이 없는 데이빗에게 직원으로 보이는 남자가 다가왔다.
"실례합니다. 데이빗 장 선수시죠? 이번에 A 대표팀으로 선발 되신?"
"네? 네?"
구경에 정신이 팔려 있다 갑자기 누군가 자신을 부르자 깜짝 놀라는 데이빗, 남자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저는 이곳의 관리 역을 맡고 있는 폴 지나스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정중한 인사에 데이빗은 그제서야 황망히 자신을 향해 내민 손을 잡아 갔다.
"리버풀의 데이빗 장입니다. 네, 이번에 국가 대표로 뽑히게 되었습니다."
긴장한 듯한 데이빗의 모습에 폴 지나스는 웃으며 부담을 갖지 말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저에게 그렇게 긴장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는 단지 국가 대표 선수분들을 안내해 드리는 역할을 맡고 있을 뿐이에요. 괜찮으시다면 제가 A 대표팀의 1차 소집 장소로 안내해 드려도 될까요?"
예의바른 폴 지나스의 태도에 데이빗은 호감을 느꼈다. 그의 제의는 데이빗에게 있어서 단비와도 같은 것이었기에 거절할 이유가 없었고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부탁 드릴게요. 아무래도 처음 오다보니 어디로 가야할 지 난감했거든요."
"그럴 수 있죠. 사실 건물이 엄청나게 크다 보니 저도 가끔은 헷갈리거든요."
선수들이 먼저 모여 있다는 세미나 실로 안내하는 폴 지나스, 데이빗은 그에게 몇가지 궁금한 점에 대해 물어 보았다.
"다른 선수들은 이미 도착해 있나요?"
"이미 와 있는 선수들도 있고 아직 도착하지 않은 선수들도 있습니다. 아직 소집 시간까지는 여유가 좀 있거든요. 일찍 오신 편이에요."
그제야 시간을 확인하는 데이빗이다. 아직 예정된 집합 시간까지 30분 이상 남아 있었다.
"혹시 오늘 대표팀 일정이 어떻게 되는 지 알수 있을까요?"
"죄송합니다. 저는 단지 안내하는 역할만 맡고 있어서요. 정확한 일정이 어떻게 되는 지는 모릅니다. 아마 미팅 시간에 전반적인 사항에 대하여 알려줄 겁니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A 대표팀의 집합 장소라는 세미나 실에 도착했다. 폴 지나스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역할은 여기까지라 이야기했다.
"여기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이곳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지나스 씨. 덕분에 헤매지 않고 편안하게 왔네요."
"제가 할 일인데요. 그럼."
폴 지나스와 일별한 데이빗은 세미나 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 갔다. 내부는 생각보다 넓고 잘 꾸며져 있었다. 몇개의 테이블과 의자가 배치되어 있었고 몇몇 선수들이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캡틴하고 존슨 씨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나.'
자연스럽게 같은 팀 동료가 있는 지 찾는 데이빗, 하지만 그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데이빗은 조금 뻘줌함을 느껴야 했다. 그때 다른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한 선수가 데이빗을 발견했고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왔다.
"안녕? 데이빗 장 맞지? 반가워. 예전에 경기장에서 한번 봤던 기억이 있는데. 난 프랭크 램파드야."
"아, 만나서 반갑습니다 램파드 씨. 데이빗 장이에요."
"그래. 근데 왜 그렇게 가만히 서서 있는 거야? 들어 왔으면 다른 선수들하고 인사하고 얘기를 나누지."
램파드의 질문에 데이빗은 뺨을 긁적이며 대답했다.
"아무래도 대표팀에 온 건 처음이다 보니 좀 어색해서요. 같은 팀 동료들도 안 보여서 더 그랬던 것 같네요."
"그럴수도 있겠네. 그런데 이제 우리는 한 팀이잖아. 소속 클럽은 다르지만 지금만큼은 우리가 한 팀이라고. 같은 클럽 동료가 아니라고 해도 친해지는 게 좋겠지. 물론 다시 클럽으로 돌아가면 둘도 없는 원수처럼 싸우겠지만, 이 시간 동안이라도 즐겁게 지내는 게 좋지 않아?"
프랭크 램파드의 점잖은 조언에 데이빗은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이라 어색했을 뿐이지 그들과 끝까지 데면데면한 사이로 남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정말 그런 것 같네요. 좋은 말 해줘서 고마워요 램파드 씨."
데이빗의 감사에 램파드는 씩 웃으며 그를 이끌었다.
"뭘, 앞으로 같이 훈련 받고 경기에 나설 동료니까 당연한 거지. 헤이 이봐들. 인사하라고. 서로 다들 얼굴하고 이름은 알겠지만 정식으로 인사하는게 어때?"
상당한 친화력을 발휘하는 프랭크 램파드였고, 모여 있던 선수들은 웃으며 자기 소개를 시작했다.
"반갑다. 난 조 하트야. 예전에 너한테 골 먹었던 기억이 있네. 잘하던데 대표팀에서도 잘 지내보자."
"하트 씨 반가워요. 데이빗 장입니다. 데이빗이라고 불러 주세요."
먼저 조 하트 골키퍼와 인사를 나누었다. 경기장에서 보았을 때는 좀 날카로워 보였으나 가까이에서 보니 생각보다 서글서글한 인상이었다.
"헤이 프랭키, 유독 이 친구한테 친절한 것 같은데. 무슨 다른 마음이라도 있는 거 아냐?"
"눈치가 빠른데 애슐리, 혹시 알아? 같은 팀에서 뛰게 될 수도 있잖아."
"역시 우리 팀의 부주장 답네. 믿음직스러워. 어때? 데이빗, 우리 팀에서 뛰어 보는건?"
장난스럽게 말을 붙여오는 모습에 데이빗이 난감한듯 웃음을 흘렸다. 그 모습에 크게 웃으며 농담이라고 덧 붙이고는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한다.
"애슐리 콜이야. 잘 부탁해. 근데 같은 팀에서 뛰고 싶다는 건 진심이야. 요즘 잘하더라. 잘하는 선수는 언제나 환영이지."
데이빗은 손을 맞잡으며 악수를 나누었다. 그 외에도 맨체스터 시티의 제임스 밀너, 토트넘 핫스퍼의 저메인 데포와 인사를 나누었고 간단히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아무래도 차를 좀 바꿔야 할 것 같아."
"새로 산 지 얼마 안 됐잖아? 뭐 문제라도 있어?"
"브레이크 밟는 부분이 영 불편한 느낌이야. 이번에는 스포츠 카 말고 세단 쪽으로 알아보려고."
"하긴, 승차감이 불편하면 차 못 몰지. 좋은 차 뽑으라고."
"근데 얼마전에 A 선수하고 스캔들난거 있잖아. 그거 루머가 아니라 진짜라던데?"
"와우? 진짜? 그게 루머가 아니었다고? 대박인데? 어디서 들었어?"
"그 친구를 잘 아는 사람한테 들었는데, 장난 아니더라. 여자 꼬시는 솜씨가 진짜 신의 경지라고 하던데."
선수들은 축구보다는 일상적인 신변잡기 혹은 최근 이슈에 대한 가벼운 화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매일같이 축구를 하고, 여기에서도 곧 훈련 및 경기를 소화해야 했기에 이렇게 편한 시간에는 의식적으로라도 가벼운 이야기를 주고 받는 것이 좋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하나 둘 선수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아, 캡틴, 글렌 씨."
같은 팀 동료들이 도착하자 데이빗은 일어서서 아는 척을 했고 그들도 씩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일찍 와 있었네. 반가워 프랭크, 조도 잘 지냈어? 애슐리는 여전히 좋아 보이네. 저메인은 얼마전에 골 멋지게 넣었던데? 제임스는 여전히 멋져 보이네."
"어서와 스티비, 글렌. 너희 팀 루키가 처음에 니들 없다고 어색해 하길래 같이 이야기하고 있었어. 같이 낄래?"
자리를 권하는 프랭크 램파드였고 제라드와 존슨은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이 녀석 챙겨줘서 고마워. 권해줘서 고마운데 저쪽에 있는 친구들한테도 인사를 할까 싶어서 말야. 그럼 귀찮더라도 우리 루키랑 잘 놀아주라고."
"글렌 씨, 제가 뭐 어린애인가요?"
툴툴거리며 불만을 표시하는 데이빗, 글렌 존슨은 낄낄거리며 웃어 넘겼고 프랭크 램파드도 웃으며 장난스레 입을 열었다.
"얼마든지. 미래는 모르는 거잖아? 혹시 나중에 같은 팀에서 뛰게 될 지도 모르는데 미리 친해지는 것도 나쁘지 않지."
"어이 어이, 우리 루키를 어디로 꼬시려는거야? 이봐 데이빗, 나쁜 아저씨가 뭐 사준다고 따라가면 안된다?"
"끙..."
데이빗은 앓는 소리를 내며 두 손을 들어 올렸다. 그때 스티븐 제라드의 무뚝뚝한 음성이 들렸다.
"그건 좀 곤란하군."
"스티비?"
다른 테이블로 옮기려던 발걸음을 돌려 성큼성큼 다가오는 제라드의 모습에 존슨은 당황했는지 벙 찐 표정으로 그 모습을 바라 보았다.
"농담이잖아 스티비. 진지한 성격은 여전하네."
램파드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해보지만,
"음."
별 말없이 빈 의자를 끌어 당겨 데이빗의 옆에 놓는 스티븐 제라드, 그리고 지그시 고개를 돌려 애슐리 콜을 바라 보았다. 원래 데이빗의 옆에 있던 애슐리 콜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를 벌려 주었다. 뭔가 자리를 비켜주지 않으면 큰 문제가 생길 것만 같았다.
"고마워 애슐리."
"처...천만에."
조금 질린듯한 표정으로 더듬더듬 말하는 애슐리 콜, 제라드는 만족스럽게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그럼 난 저쪽으로 가볼게. 미팅 전까지 즐거운 시간 보내라고."
황급히 자리를 옮기는 글렌 존슨, 분위기가 뭔가 영 이상하다고 느꼈는지 데이빗이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먼 길 오느라 고생했어요 캡틴."
"음. 너도."
"어...글렌 씨하고는 같이 온 거에요?"
"아니, 건물 앞에서 만났다."
뚝뚝 끊어지는 단답형 대답. 데이빗의 이마에 땀이 송글 맺혔다.
"그...그랬군요. 저는 친구가 차를 태워줘서 편하게 왔어요."
"그랬군."
"......"
"......"
'야 뭐야. 분위기 왜 이래?'
'몰라, 쟤네 같은 팀이잖아. 뭐가 이렇게 어색한 건데?'
조그맣게 귓속말을 속닥이는 애슐리 콜과 조 하트.
"나중에 리버풀로 올라갈 때는 같이 가지."
"네?"
"내 차로 태워다 주겠다는 말이다."
"아...감사합니다. 그런데 굳이..."
"싫은가?"
"...아뇨 감사합니다."
도저히 거절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 작품 후기 ============================
-내 남자는 내가 지킨다
-데이빗 꼬시지 마
-츤데레 제라드의 애인...아니 선수 지키기
-우리 캡틴이 이렇게 츤데레일리 없어
-얀데레로 진화한다면?
-첼시로 간다면, 내것이 아니라면...죽여 버리겠어.
-죄송합니다.
-이글 안보실테니 괜찮...
-오늘도 한편 더가요.
-저 좀 착한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