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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nswer-114화 (114/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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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선취골이 중요하다니까."

데이빗은 눈에 띄게 넓어진 공간을 보며 중얼거렸다. 전반 15분만에 터진 스티븐 제라드의 멋진 선취골로 비야레알은 더 이상 거북이처럼 틀어박혀 있을 수 없게 되었다. 패배는 곧 챔피언스리그라는 꿈의 무대에서 탈락을 의미하는 것이었으니까. 무조건 만회골을 노릴 수 밖에 없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전원 수비 태세로 경기에 임했을 때와 달리 공간을 노출 시킬 수 밖에 없었다.

상대가 공격하고 있는 상황이었으나 데이빗은 굳이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하지 않았다. 비야레알은 리버풀의 빠른 역습에 대비를 해야 했기에 극단적인 공세로 나설 수 없었다. 여기서 수비에 조예가 깊지 않은 데이빗이 내려가 봤자 큰 도움은 되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상대가 공격에 인원 투자를 더 할 여지를 줄 수도 있었다. 그래서 하프라인 너머에서 적당히 포어체킹을 하는 수준에서 그쳤고 언제고 찾아올 역습 상황을 기다리며 상대 진영을 호시탐탐 엿보고 있었다.

"커버 해 글렌!"

"둘러 싸! 돌아서지 못하게 막아!"

비야레알이 공세로 나서긴 했으나 애초에 팀 전력은 리버풀이 앞서는 상황, 한동안 미드필드에서 경기 주도권을 놓고 양 팀이 치열한 싸움을 벌였으나 점점 리버풀이 포제션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애초에 중반 지역에서의 개싸움은 리버풀이 베니테즈 시절부터 장기로 삼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데이빗은 일시적으로 중원 싸움에 가담했던 스티븐 제라드의 위치로 이동하여 공을 이어 받았다.

"Go!!"

공을 받기 전에 크게 외치는 데이빗, 자연스럽게 오른쪽 사이드로 벌려 서 있던 마르코가 중앙 지역으로 이동하여 마치 투 톱과 같은 형세가 되었다. 데이빗이 그 아래 위치한 공격형 미드필더와 같이 움직였기에 영리한 마르코 로이스가 그에 보조를 맞추기 위하여 중앙으로 이동한 것이다.

루이스 수아레즈

마르코 로이스

데이빗 장

순식간에 이런 진형으로 변경되었고 데이빗은 마르코 로이스를 향해 전진 패스를 찔러 주고 본인도 뛰어 올라갔다. 세 선수 모두 스피드에는 일가견이 있었기에 그야말로 전광석화와 같은 움직임이었다. 물론 상대는 리버풀의 빠른 역습에 대비하고 있었기에 침착하게 전열을 정비하며 공격에 맞섰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리버풀의 공격진은 프리미어 리그에서, 아니 세계에서 손 꼽히는 수준의 개인 기량과 연계 능력을 갖추고 있었고 더불어 창조적인 플레이에도 능했다.

팡-

데이빗이 찔러 준 패스를 다이렉트 원 터치로 돌려 준다. 좁은 공간에서 이루어진 깔끔한 원-투 리턴. 쿠션을 갖다대는 듯한 깔끔한 볼 트래핑으로 공을 완벽히 자신의 소유로 만든 데이빗은 한 발자국 더 치고 들어간 뒤 수아레즈의 발 밑으로 패스를 보냈다. 수비수들의 틈 사이를 통과시키는 절묘한 패스, 데이빗은 패스를 하면서도 속도를 죽이지 않았고 쇄도를 멈추지 않았다. 수아레즈는 좀 전의 로이스처럼 그대로 공을 다시 데이빗에게 돌려 주었다. 순식간에 이루어지는 두 차례의 원-투 리턴에 비야레알에게 큰 위기가 찾아왔다.

"빌어먹을!"

비야레알의 수비수 크리스티안 자파타는 순식간에 이루어지는 리버풀의 패스워크에 정신이 혼미해 질 지경이었다. 다행히 공의 흐름을 놓치지 않았고 수아레즈가 쇄도하는 데이빗에게 리턴 패스를 내어 주는 것을 확인했고 이를 악 물고 데이빗을 마크해 나갔다. 그리고 곧 그는 무력감에 떨어야 했다.

공을 킵하지 않고 앞으로 디뎌지는 왼발, 그리고 살짝 몸을 틀며 오른발 인사이드로 공을 받아 낸다. 받아 냄과 동시에 공을 끌며 회전하는 오른 다리, 그에 발 맞추어 몸 전체가 부드럽게 회전하며 마크하던 자파타를 타고 넘어갔다. 이제 데이빗의 앞에 남은 것은 골키퍼 단 하나였다. 일 대 일 상황에서 골을 성공시키지 못할 데이빗이 아니었고 데이빗은 이전에 마르코 로이스와 수아레즈에게 패스했던 것 처럼, 가볍게, 하지만 골키퍼의 손이 닿지 않는 구석으로 공을 가볍게 찼다. 그리고 부질 없는 디에고 로페즈 골키퍼의 몸짓이 끝나고 공은 가볍게 골문 안쪽에 안착했다.

우와아아아아!!!!!!!!!!

다시 한번 관중석에서 터져 나오는 굉음. 데이빗은 코너 플랙쪽으로 달렸다. 그리고 관중들을 등지며 두 손으로 자신의 등을 가리켰다. 자신의 이름, 등번호를 보여주는 세레모니. 리버풀 팬들은 그야말로 광분했다.

보았느냐!

이게 바로 우리 리버풀이 자랑하는 스트라이커다!

리버풀 팬들은 기쁨에 겨워 주체를 할 수 없어 보였다. 사실 그들로서도 경기 시작 전, 일말의 불안감은 가지고 있었다. 리그에서야 2연승, 두번의 대승으로 최고의 기세를 보여주었으나 지난 비야레알 원정에서 공격진이 꽤나 부진했기 때문이다. 홈에서 열리는 경기였기에 잘하겠지 라는 기대는 가졌으나 일부 언론에서 내보내는 부정적인 관측, 그리고 그들의 대표 공격수 데이빗 장에 대한 비판이 심기를 불편하게 했었다. 그들은 진심으로 이번 경기에서 그런 재수 없는 언론사의 입을 틀어 막아 줄 만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길 바랐고 전반 30분만에 그들이 원하는 완벽한 장면을 보게 되었다. 당연히 미칠듯이 기뻐할 수 밖에 없었고 그들을 언제나 열광시키는 선수의 이름을 더욱 크게 외쳤다.

그리고 그 짧은 시간에 리버풀 서포터 석 한쪽에서 어떤 팬은 급히 종이에 메시지를 적어 들어 올렸다. 주변의 많은 팬들은 그 메시지를 보고 크게 박수를 치며 환호를 보내 주었다.

Why he is DAVID

그를 까 내리던 일부 언론에 대한 불만, 그리고 보란듯이 멋진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데이빗에 대한 자랑스러움을 표현한 메시지였고 이는 카메라를 타고 생중계 되었다.

Re: 잠깐 바지 좀 갈아 입고 온다.

Re: 진짜 시원한 메시지네. X같은 기자들 이제 뭐라고 지껄일지 기대된다.

Re: 역시 홈에서만 강한 데이빗? 뭐 이런 식으로 쓸 놈은 분명 있을 걸

Re: 홈에서만이라도 이정도로 강한 공격수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 아 메시, 호날두 빼고.

Re: 난 진짜 몇몇 거지 같은 기사를 보고 덩달아 날뛰는 놈들이 더 보기 싫었어. 그들은 우리 팀에 데이빗이 있는 걸 질투했을 뿐이야.

Re: 확실히, 그런 놈들은 데이빗이 지네 팀으로 간다고 하면 아마 만세를 부르며 좋아할텐데.

Re: 데이빗이 가긴 어딜가? 재수 없는 소리는 하지도 마.

Re: 야, 간다는 소리가 아니잖아. 똑바로 읽으라고.

Re: 이제 진짜 메시, 호날두 부럽지 않은 것 같다.

'챔피언스 리그도 똑같은 축구일 뿐이야.'

데이빗은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었다. 지난 경기에서는 분명 첫 해외 원정 경기였기에 컨디션 조절에 실패한 것이 컸다. 하지만 그 외에도 챔피언스 리그라는 타이틀이 주는 압박감도 분명 있었다. 꿈의 무대, 선수라면 누구나 한번 쯤 뛰어보고 싶은 곳이 바로 챔피언스 리그였고 데이빗도 그런 챔피언스 리그가 주는 부담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더 잘해야 한다

더욱 멋진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

반드시 이겨서 토너먼트의 높은 곳까지, 아니 우승을 해보고 싶다

이러한 생각들이 컨디션 난조와 더불어 부진의 원인이 되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들은 좋은 경기력을 펼치는데 대체로 방해가 되었고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못했다. 데이빗은 지난 경기를 되돌아 보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경기를 앞두고 끈임없이 되뇌었다. 경기가 잘 풀리고 있는 지금도 더 욕심내지 않도록, 지금 경기력이면 충분하다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그리고 이것은 아주 현명한 행동이 되었고 비야레알에 있어서는 불운한 일이었다.

두 골을 허용하자 비야레알의 플레이가 점점 더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경기가 마음대로 풀리지 않는 것에 대한 분노, 지고 있다는 압박감, 탈락에 대한 두려움 들이 섞여 그들을 점점 조급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삐익-

심판의 휘슬이 울렸다. 오늘 데이빗에게 가해진 세번 째 반칙, 공을 받고 돌아서는 데이빗의 발을 걸며 옷을 잡아 당겼다. 당연히 데이빗은 넘어질 수밖에 없었고 관중석에서는 엄청난 야유가 터져 나왔다.

우우우우-

이 망할 자식아 지금 뭐하는 짓이야

리버풀의 주장 스티븐 제라드가 달려와 데이빗에게 발을 건 마리오 가스파르를 거칠게 밀어 붙였다. 주장으로서 자신의 동료를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으나 치밀어 오르는 분노 또한 참기 힘들었다.

"이 빌어먹을 자식아. 똑바로 플레이 해. 한번만 더 우리 선수에게 위해를 가했다간 네놈 발목을 분질러 버릴거야. 알아 들어?"

"개 같은 소리 집어 치워. 지가 와서 자빠지는 걸 어쩌라는 거야? 내 발목을 부러 뜨리겠다고? 해 보시지. 너도 멀정하게 걸어가진 못할 걸?"

살벌하게 노려보며 위협하는 제라드, 가스파르 또한 지지않고 맞섰다. 심판이 격해지는 두 선수 사이를 갈라 놓기 위해 급하게 달려 왔다. 양 팀의 선수들도 두 선수들을 말리며 다툼이 더 커지지 않게 막았다.

"참아 캡틴. 이러다 카드를 받으면 캡틴만 손해야."

"알고 있어. 하지만 저 망할 자식이 아까부터 몇번이나 X같은 플레이를 하고 있잖아."

"우리도 알아. 저 거지같은 자식이 또 격투기를 한다면 그땐 캡틴보다 내가 먼저 와서 저자식을 족칠거야. 그러니 일단 좀 진정해."

동료들이 뜯어 말린 덕분에 제라드는 간신히 이성을 되찾았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는 지, 한번 더 가스파르를 매섭게 쏘아보고는 심판을 향해 다가갔다.

"괜찮아?"

마르코 로이스는 흥분한 캡틴을 다른 동료들에게 맡기고 넘어진 데이빗을 살펴보기 위해 다가왔다. 약간 통증이 있는 지 살짝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데이빗의 모습에 걱정스레 상태를 물어 본다.

"약간 통증이 있긴 한데, 뛰는 데는 문제 없을 것 같아. 발만 걸었으면 모르겠는데 저 망할 놈이 옷도 잡아당기는 바람에 중심을 못잡았어."

"그래도 다행이네. 저 자식 완전히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 조심해."

"그래, 하지만 다음번에는 나도 참지 않을 거야. 이번에는 캡틴이 나서서 가만 있지만 말이야."

당하고 가만히 있으면 얕보이게 된다. 길지 않은 프로 경력이었지만 데이빗은 그 사실을 익히 느끼고 있었다. 수비수들이 거칠게 나오는 이유의 대부분은 공격수를 위축시거나 흥분시키기 위함이었다. 그로 인해 제대로 된 플레이를 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다. 지난 경험에서 그러한 사실을 신물이 날 정도로 경험했기에 정신적으로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다. 가끔 정말 미칠 정도로 사람을 긁어대는 선수가 있긴 했으나 상대는 그정도는 아니었다.

"당연히 그래야지. 그나저나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이네. 어때, 찰 수 있겠어?"

은근 슬쩍 제라드가 전담하던 프리킥을 자신의 몫으로 가져온 데이빗이었기에 마르코 로이스는 그의 의향을 묻는다. 누가 뭐라고 해도 이제 리버풀의 전담 프리키커는 데이빗이었기 때문이다.

"마음 같아서는 멋지게 때려서 저 망할 놈의 반칙에 대한 대가를 바로 돌려주고 싶은데 말야, 아직 발에 충격이 좀 남아 있는 거 같아. 괜찮으면 마르코 네가 차보지 그래? 이런 말하긴 그렇지만 캡틴은 아직 완전히 평정심을 찾지 못한 것 같아."

독일에서도 정확한 킥으로 이름을 날렸던 마르코 로이스였다. 묀헨글라트바흐 시절, 팀 내의 모든 킥을 전담했을 정도로 킥에 일가견이 있는 선수였고 리버풀에 와서도 데이빗과 함께 별도의 프리킥 훈련을 받고 있었다.

"오케이. 맡겨 두라고. 널 대신해서 저놈들에게 대가를 치르게 해줄게."

눈을 반짝이며 의욕을 보이는 마르코 로이스, 그도 한 팀의 전담 키커였기에 프리킥 기회가 탐났으리라. 한번 빼는 법도 없이 곧장 차겠다고 나서는 모습에 데이빗이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부탁할게. 둘 다 오른발 잡이라 페인팅을 주긴 어렵겠어. 나는 그냥 세컨드 볼을 노리러 갈게."

"세컨드 볼이 갈 일은 없을거야."

무조건 넣겠다는 자신감을 보이는 로이스, 데이빗은 그런 모습이 믿음직스럽게 느껴졌다. 씩 웃으며 어깨를 두드려 준다.

후우-

늘어선 벽을 보며 호흡을 가다 듬는다. 오랜만에 실전에서 차는 프리킥, 하지만 훈련은 꾸준히 소화했고 킥의 날카로움은 충분히 유지하고 있다고 자부했다. 로이스는 자신에게 프리킥 기회를 양보해준 동료가 고마웠다.

'왠만하면 양보하기 쉽지 않지. 나도 전담해봐서 알지만 말이야.'

프리키커들은 프리킥에 대한 자부심이 높다. 그리고 정말 발이 부서질 것 같이 아프지 않은 다음에야 양보하려 들지 않는다. 킥에 자신이 있는 선수들이 많은 팀에서 종종 킥의 소유권을 두고 다툼이 일어나는 이유기도 하다. 하지만 자신보다 한살 어린 친구는 기꺼이 양보해 주었다. 발이 아프다는 이유를 대긴 했지만 차는데 큰 무리가 없는 수준임은 로이스도 알고 있었다. 본인도 그런 상황에서 늘 킥을 전담해 왔으니까.

'반드시 성공시킨다.'

그럼에도 자신에게 양보해 준것은 자신에 대한 신뢰, 그리고 동료가 빛날 기회를 생각하는 이타적인 마인드 때문이라 생각했다. 그런 동료의 마음에 보답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 그가 만들어 준 기회를 멋지게 성공시키는 것 뿐이다. 마르코 로이스의 눈이 날카롭게 빛나기 시작했다.

스윽

가벼운 도움닫기, 그리고 왼발이 공의 왼쪽에 조금은 비스듬하게 디뎌진다. 채찍처럼 휘둘러지는 오른발 인프런트에 공이 제대로 걸린다. 강한 회전이 걸린 공은 벽을 넘어 휘어지며 떨어지기 시작했다. 몸을 날리는 디에고 로페즈 골키퍼의 애처로운 손을 피해 골 라인을 넘어섰다. 마르코 로이스는 그자리에서 포효하며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동료를 기다렸다. 가장 선두에서 뛰어오는 검은 머리의 동료를 보고 마르코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발 아프다더니 잘만 뛰네.'

그리고 고마움을 담아 강하게 포옹했다. 아무래도 이 팀으로 이적한 것은 잘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하며.

============================ 작품 후기 ============================

-오늘도 한 편 더가요~

-연참하면 확실히 마지막 편에 비해 전 편의 추천, 코멘수가 적어요

-이러시면 아니되옵니다

-이번 편은 114편, 114편입니다.

-다음 편 가시기 전에 잊으신 추천 없는지 다시 한번 확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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