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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니 달글리시 감독, "리버풀, 승리할 자격 있었어."]
리버풀의 사령탑, 킹 케니는 지난 8월 20일 아스날과의 원정 경기에서 5 : 0 대승을 거둔 이후 "리버풀은 승리할 자격이 있었다"고 이야기 했다.
"우리는 시즌 초반 환상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번 여름을 아주 잘 보냈고 다들 이 클럽에 있는것을 좋아합니다."
"지난 비야레알과의 무승부를 두고 여러가지 말이 나왔던 것을 기억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원정은 언제나 힘든 도전이고 우리는 조금 운이 따라 주지 않았을 뿐입니다."
"아스날과의 경기는 언제나 어렵습니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잘 해주었고 우리는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에서 승리할 자격이 있었습니다."
"모든 선수들이 완벽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요. 데이빗 장의 해트트릭은 그가 클래스라는 것을 입증하는 사실이죠. 그 같은 선수의 플레이를 보는 것은 즐겁습니다. 그는 영리하고 완벽한 플레이를 할 줄 알아요. 국가 대표에서도 완벽한 플레이를 펼칠 것입니다."
"아직 시즌 초반입니다. 우리의 목표는 지금의 좋은 경기력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지금 당장 어떤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한 경기 한 경기 집중할 것이고 시즌이 끝난 뒤에 우리가 어떤 시즌을 보냈는 지 말하고 싶습니다."
달글리시 감독은 인터뷰에서 섣부른 결과를 예측하고 싶지 않다고 이야기 했다. 리버풀의 팬들은 이에 크게 동감했는데, 지난 시즌에는 시즌 초반부터 부진을 거듭한 끝에 강등권까지 내려갔었지만 분명 시즌 초반에 상당히 기세를 올리며 잘 나간 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번 시즌만큼은 일희일비하지 말고 끝까지 지켜보자는 입장이 많았다. 그렇다고 해도 계속된 대승을 싫어할 팬은 단 한명도 없었고 그 어느때보다 리버풀 팬들의 분위기는 긍정적이었다. 물론 팬들 뿐만이 아니라 구단 또한 행복에 겨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이번 시즌, 그에게 새로운 유니폼을 준 것은 베스트 초이스가 되었네요."
리버풀이 잘나가면서 구단 직원들의 표정도 밝아졌다. 원래부터 충성심 높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는 리버풀 FC였는데 지난 시즌 중반 이후 부터 지금까지 성적이 좋다 보니 매출 또한 꾸준히 상승세를 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데이빗 장의 유니폼이었는데 이번 시즌 기존의 32번에서 10번으로 등번호를 바꾸어 달았기 때문에 반응이 상당히 괜찮았다.
"모두가 좋은 일 아닌가. 솔직히 팀의 에이스라면 에이스다운 번호를 달고 있어야 더 빛이 나는 법이야. 팬들도 더 좋아한다고. 그들은 데이빗이 왜 32번에서 10번으로 번호를 옮겼냐고 따지지 않아. 새로 유니폼을 사야한다고 불평하지도 않지. 그저 그 친구가 순수하게 더 어울리는 번호를 달게 된 것을 기뻐할 뿐이야. 지금 보라고. 지난 번에 들어왔던 물량이 벌써 다 팔려서 급하게 또 들여 왔잖나."
"이번에 1000장이 먼저 들어 온거죠? 잘 팔리는 건 좋은데 이거 가지고 며칠이나 버틸 수 있을 지 의문이네요."
걱정스럽게 중얼거리는 동료에게 열심히 박스를 뜯으며 정리하고 있던 남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 1000장은 단지 언발에 오줌 누는 수준 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판매되고, 현재 밀려 있는 주문만 해도 어마어마했다.
"며칠? 하루라도 버틸 수 있었으면 좋겠군 그래."
"역시 그렇겠죠?"
동료의 말에 당연하다는 듯 박스 안에서 유니폼을 꺼내 옮기며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시즌에도 저 친구의 유니폼 판매량은 팀 내에서 2위였다고. 1위야 뭐 당연히 캡틴 제라드의 차지지만 말야. 그는 언제나 프리미어 리그 전체에서 손꼽히는 인기 플레어니까. 근데 올해는 그것도 장담 못하겠군. 아무튼 고작 반 시즌을 뛴 루키가 다른 선수들을 제치고 2위를 차지한 건 엄청난 거라고."
박스 하나의 정리를 끝낸 남자가 끙 하는 기합과 함께 새로운 박스를 들어 올렸다. 사이즈를 확인하고 다시 정리를 시작하며 말을 이어 나갔다.
"근데 이번에 등 번호가 바뀌었잖아. 기존에 그의 유니폼을 샀던 사람들도 죄다 다시 사고 있잖아. 택도 없이 부족하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한다. 리버풀과 파트너 쉽을 맺은 아디다스 역시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을 게 분명했다.
"이번 시즌에 몇장이나 팔렸죠?"
"글쎄, 15만장은 확실히 넘겼는데, 20만장 근처로 팔리지 않았을까? 근데도 수요가 줄고 있지 않으니 계속 찍어 내고 있지. 내 생각에는 올해 분명 제라드보다 더 많이 팔릴지도 몰라."
"에이 설마 그정도나 될까요?"
그건 무리가 아니겠냐는 동료의 말에 남자는 손을 흔들었다.
"시즌 초반이지만 지금 팀 내에서 압도적으로 1위를 유지하고 있잖아. 제라드의 판매량은 예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하던데 말야. 이틀 전에 해트트릭을 한번 하고 나서 또 주문이 더 늘어나 버렸다고. 거기에 국가 대표까지 나가봐. 그를 찾는 사람은 더 많아 질걸?"
꽤 설득력 있는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인다.
"햐, 이 친구는 받는 연봉보다 유니폼으로 벌어다 주는 돈이 훨씬 많겠어요."
당연한 말이었기에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스타 플레이어들은 거의 다 그래. 구단은 자선 사업가가 아니잖아. 물론 이 친구는 고액 주급자가 아니라 이득이 어마어마하긴 하겠네."
"참 대단하네요. 솔직히 가격이 그렇게 싼 건 아니잖아요. 그래도 신경쓰지 않고 몇 장씩 구매하는 팬들을 보면 대단한 것 같아요."
"다 좋아하니까 할 수 있는 일이지. 고마운 사람들이잖아. 덕분에 우리도 이렇게 먹고 살 수 있는 거 아닌가."
"그거야 그렇죠."
결국 프로 스포츠의 근간은 팬이었다. 스타 플레이어는 팬들이 환호를 보내는 존재이기에 스타 플레이어인 것이다. 돈을 받고 뛰는 프로 선수도, 지갑을 여는 이들이 없다면 존재할 수가 없다.
"아무튼, 얼른 정리를 하자고. 요즘 할일이 정말 많잖아. 안그래?"
"이렇게 바쁜 건 환영이죠."
"당연한 말씀."
유니폼을 정리하는 두 남자의 손길이 바빠졌다.
"뭐하고 있는 거에요? 재미있어 보이는데?"
오랜만에, 아니 리버풀 입단 이후 처음으로 늦잠을 자 버린 데이빗이 조금 늦게 훈련장에 도착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시계를 확인했을 때 얼마나 놀랐는 지 모른다.
'제기랄. 분명 알람 맞춰 놓았는데!'
욕지기를 내뱉으며 부랴부랴 준비했다. 씻고 옷을 걸치며 식당으로 향했다. 기숙사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아저씨가 의외라는 듯 눈을 반짝였다.
'여 데이빗, 오늘 왠일이야. 자네가 여기에 들어 온 이후 이렇게 늦게 밥먹으러 오는 건 처음인데? 오늘 안 오길래 아침을 거르고 나갔나 싶었다고.'
'늦잠을 잤어요. 제길. 저도 이런적은 처음이에요. 콜 씨, 미안한데요, 간단히 먹을 만한거 빠르게 준비해 주실 수 없나요? 시간이 급해서요.'
서두르는 데이빗의 모습에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조금만 기다리라고. 그래도 식사는 꼭 거르지 않으려는 모습이 보기 좋군 그래. 운동 선수는 잘 먹어야지.'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잘 먹어야죠. 콜 씨의 요리 솜씨는 훌륭해서 한 끼를 거르면 손해를 보는 것 같거든요.'
'이 친구 아부하는 솜씨가 제법인데. 뭐 내가 만든 요리를 맛있게 먹어 주면 고맙지만 말야.'
기분 좋게 웃으며 식사를 준비하는 콜, 곧 솜씨 좋게 금세 간단한 빵과 계란, 햄이 준비 되었고 데이빗은 감사를 표하고 접시를 비웠다. 옆에서 천천히 먹으라는 충고가 들려왔지만 사실 느긋하게 먹고 있을 여유는 없었다. 사실 아침을 굳이 꼭 챙겨먹는 이유는 배가 고파서라기 보단 그의 루틴에 가까웠다.
2년 동안 기숙사 생활을 하며 언제나 아침 식사를 챙겨 먹어 왔기에 습관처럼 굳어져 버린 것이었다. 사실 처음에는 루틴이라는 인식도 없엇다. 그냥 당연히 챙겨서 먹었고, 딱히 거를 일도 없었기 때문이다. 아침을 꼭 챙겨먹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이번 여름, 아시아 지역으로 프리 시즌 투어를 떠났을 때였다.
처음으로 시차가 상당한 지역을 방문한 데이빗은 생각보다 시차란 것이 사람을 피곤하게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비행기 안에서 어설프게 잠을 잤고 막상 잘 시간에는 잠을 설쳐 버렸다. 새벽녘에야 잠이 든 데이빗은 아침에 일어 났을 때 평소와 다른 피곤함을 느꼈고 별 생각 없이 아침 식사를 걸렀다. 그리고 그때 아침 식사를 챙겨 먹는 것이 본인의 루틴으로 굳어졌음을 알았다.
별거 아닌 일에도 짜증이 났고 괜히 불안했다. 공복감이 강하게 들었고 집중력도 확 떨어져 버렸다. 팀 동료들은 처음 보는 데이빗의 날카로운 모습에 놀랐었고 그 이후로 데이빗을 '배가 고프면 성질 더러워 지는 녀석'이라고 가끔 부르기도 했다. 그래서 그 이후로는 아무리 피곤해도 아침 식사를 거르지 않았고 별 문제가 없었다. 그런 경험이 있었기에 팀 훈련에 지각할 것 같은 이 시간에도 꼭 챙겨 먹었던 것이다.
어쨌거나 중요한 아침 식사를 해결하고 급하게 구단 직원의 도움을 받아 멜우드 트레이닝 센터로 출근했다. 그는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오늘 무슨 일 있느냐고, 몸이 안좋은 거 아니냐는 반응을 보았다. 그들은 매일 새벽같이 출근하던 데이빗이 지각했다는 사실이 해가 서쪽에서 뜨는 일과 동일시하고 있었다.
'별일이군. 자네가 지각하는 걸 보게 되다니 말이야.'
달글리시 감독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평소 팀의 규율을 중시하는 감독으로 지각과 같은 불성실한 태도를 용납하지 않는 감독이었으나 화를 내기보다는 의아해 하는 모습이 더 컸다.
'어디 아프거나 그런건 아니지?'
'네 문제 없습니다. 그냥 늦잠을 잔 것 뿐이에요. 죄송합니다.'
'자네야 뭐 늘 잘하니까 한번은 실수겠지. 앞으로는 주의하게나.'
큰 문책없이 넘어간다. 평소 워낙 성실한 모습을 보여왔던 그였기에 감독으로서도 크게 질책할 생각이 들지 않았던 것이다. 사실 평소 자신이 출근하면 언제나 볼 수 있었던 데이빗이 안보여서 혹시나 어디 부상 당한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을 조금 했었기에 별 일 없다는 사실만으로도 만족했다.
감독에게 인사를 마치고 훈련에 참여하기 위해 밖으로 향했다. 그리고 먼저 나와 있던 코치에게 인사를 건넸고 비슷한 말을 한번 더 듣고, 같은 이야기를 반복했다.
"뭐하고 있는 거에요? 재미있어 보이는데?"
데이빗은 먼저 가벼운 회복 훈련을 마친 동료들에게 다가갔다. 한쪽에서 울상이 된 조단 핸더슨이 연신 눈을 두리번 거리며 자신을 구해줄 사람을 찾고 있었고 히죽 웃으며 그를 붙잡고 있는 호세 레이나와 루이스 수아레즈가 보였다. 슬쩍 말을 걸며 사이에 끼어드는 데이빗, 동료들은 늦게 나타난 그를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 데이빗? 이제 온거야? 이야 왠일로 지각한거야? 진짜 해가 서쪽에서 뜨겠네.'
'빙고, 이걸로 오늘 10번째.'
가끔 인간적으로 지각을 좀 해줘야 하나 라는 실없는 생각을 잠깐 했지만 피식 웃어버렸다. 어쨌든 지각했다는 사실이 이렇게 놀라움을 줄 정도라면 평소에 다른 사람들로부터 꽤 괜찮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는 뜻이니 말이다.
"별거 아니에요. 그냥 늦잠을 잤을 뿐이니까. 알람을 실수로 잘못 세팅한 것 같더라구요."
"아 그런거야? 다들 맨날 제일 먼저 오는 녀석이 안보이니까 어디 아픈건가 싶더라고. 뭐 그럴 수도 있지. 별 일 아니니 다행이네."
크게 대수롭지 않은 반응, 하긴 생각해보면 정말 성실한 선수들도 가끔은 지각을 하곤 한다. 아플 때도 있고 집안 일이 생길수도 있다.
"근데 아침은 챙겨 먹고 온거지?"
"...그럼요."
"다행이네."
"...천만에요..."
진심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모습에 데이빗은 멋적게 웃어 넘겼다.
"근데 지금 뭘하고 있는거에요? 핸더슨은 왜 그렇게 울상을 하고 있고?"
"아. 니가 와서 깜박할 뻔했네. 어허, 어딜 도망가?"
이제 생각 났다는 듯 손뼉을 치며 고개를 돌리는 수아레즈와 레이나였다. 레이나는 팔을 걷어 붙이고 손가락을 튕기며 호호 불기 시작했다.
"내 차례야. 잡고 있으라고 루이스."
"오케이. 하던 건 마저 해야지. 어딜 도망가려고."
슬금슬금 도망가려던 조단 핸더슨을 잡는 수아레즈, 데이빗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또 괴롭히고 있는거에요? 그만 좀 때려요."
데이빗의 말에 발끈하는 레이나와 수아레즈.
"무슨 소리야. 누가 들으면 우리가 악당처럼 보일거 아냐. 게임의 결과라고 게임. 진 사람이 딱밤 맞기. 오케이?"
"예전에 베나윤 씨가 있었을 때 그냥 붙잡아서 괴롭히기도 했던 거 같은데."
"무슨 소리야. 친한 동료들끼리 할 수 있는 장난이라고 장난."
이건 정당한 권리의 행사라고 계속 강조한다. 그리고 입맛을 다시며 조단 핸더슨의 이마에 손을 가져다 댄다. 데이빗은 리버풀에서 가장 힘이 센 선수를 알고 있었고 이제 그것을 온몸으로 경험할 핸더슨을 위해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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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의 구단주 존 헨리는 후에 데이빗 장을 회상하며 말했다.
-"그는 정말 환상적인 유니폼 판매원...이 아니라 환상적인 선수였어요."
-오늘은 한편 더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