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10 =========================================================================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프리미어 리그 2라운드 아스날 대 리버풀, 리버풀 대 아스날의 경기를 중계해 드리게 되었습니다. 먼저 양 팀의 선발 라인업 부터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해설자의 멘트와 함께 화면에는 양 팀의 포메이션과 선발 출전 선수 명단이 표시되었다.
----------------반 페르시-----------------
토마스 로시스키----아론 램지-----시오 월콧
-----프란시스 코클랭----헨리 랜스버리------
알만드 트라오레-------------------칼 젠긴슨
--------요한 주루----로랑 코시엘니---------
-------------보이치에흐 슈제츠니-----------
[4-2-3-1 의 전형으로 나서는 아스날 FC입니다. 지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개막전에서 악몽과도 같은 대패를 당한 아스날입니다. 그 경기는 저도 보았습니다만 정말 믿을 수 없었죠.]
[그렇습니다. 아스날이라는 빅 클럽에 어울리지 않는 경기력이었어요. 하지만 오늘은 홈에서 열리는 경기인 만큼, 반드시 분위기 반전에 성공해야겠습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오늘 상대도 정말 만만치 않은 팀입니다. 오늘 아스날이 상대하게 될 팀은 리버풀입니다.]
[리버풀은 지난 선덜랜드와의 1라운드에서 무려 5골을 퍼부으며 대승을 거두었죠. 3일 전 스페인 원정에서는 0 대 0 무승부를 거두었습니다만 기세로는 아스날보다 앞서 있다고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그럼 원정팀 리버풀의 라인업을 살펴보겠습니다.]
------------루이스 수아레즈------------
-데이빗 장-----------------디르크 카윗-
------------마르코 로이스--------------
-------------------스티븐 제라드-------
-------루카스 레이바-------------------
호세 엔리케-------------------글렌 존슨
-----다니엘 아게르---마틴 스크르텔-----
--------------호세 레이나--------------
[4-3-3 의 진형으로 경기에 나서는 리버풀 FC입니다. 마르코 로이스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이동하고 디르크 카윗이 선발 출장하였습니다. 양 팀의 선발 라인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리버풀의 강력한 공격진을 아스날의 수비진이 막아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되겠네요. 지난 경기의 대패의 여파가 남아 있는 지 여부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리버풀은 지난 선덜랜드와의 경기에서 선발 출장한 공격수들이 모두 골을 넣으며 현재 감각이 상당하거든요.]
[반면 아스날은 1라운드 이후 휴식을 취하며 컨디션을 끌어 올릴 시간이 있었다는 장점이 있군요. 리버풀은 3일전 스페인 원정을 다녀온 터라 체력적인 문제가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네, 양 팀에게 있어 정말 중요한 매치가 될 이번 경기입니다.]
후우-
크게 심호흡을 내뱉으며 집중력을 끌어 올린다. 이제 곧 심판의 휘슬이 울릴 것이다. 그리고 휘슬이 울리자 마자 자신은 뛰쳐 나갈 것이다. 좀 더 빠르게, 좀 더 확실하게 움직이기 위해 몸을 준비시켰다. 노리는 것은 단 한번, 시작하자 마자 상대에게 가하는 기습이었다. 오히려 상대의 선축이라는 사실이 더 좋았다. 데이빗은 날카롭게 집중력을 끌어 올리며 경기 시작을 기다렸고 마침 내 휘슬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데이빗은 누구보다도 빠르게 공을 향해 뛰쳐 나갔다.
"뭐...뭐야!"
전광석화와도 같은 움직임, 애초에 데이빗은 수비 능력에 있어서 농담으로라도 좋은 평가를 받아본 적이 없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상대에 대한 기습과도 같은 움직임을 보여줄 때 딱히 디펜스 스킬이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타이밍과 스피드, 두 가지면 충분했고 데이빗은 이를 모두 충족 시키는 선수였다.
공을 이어 받은 헨리 랜스버리는 오늘 경기가 첫 선발 출장이었다. 킥 오프 볼을 이어 받고 차분히 주변을 살피려는 때, 자신을 잡아먹을 듯이 달려드는 인영을 보았다. 첫 출장이라는 긴장감과 경기 시작과 동시에 찾아온 갑작스러운 상황이 그를 당황케 만들었고 아스날 FC의 선수라면 하지 않을, 해서는 안될 실수를 하고 만다.
"빌어먹을!"
옆으로 공을 돌린다는 것이 어정쩡하게 공을 밟듯이 차버렸다. 당연히 공에 힘이 제대로 실릴리 만무했다. 기겁한 프란시스 코클랭이 공을 받으러 뛰어 오는 것이 보였으나 이미 최고 속도로 달려 들고 있던 데이빗 장보다 빠를 순 없었다.
타악-
공을 낚아 채는 소리가 경쾌하다. 데이빗은 상대 중앙 수비 두명이 부랴 부랴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것을 확인했다. 무작정 뛰어 든다 싶은 움직임이었기에 자신을 받혀 줄 동료는 주변에 없었다. 어설프게 공을 끌었다가는 순식간에 3~4명에게 둘러 쌓일 것이다. 아무리 자신이라도 필드 가운데에서 둘러 쌓일 경우 어려울 수 밖에 없었다. 생각은 길었으나 행동은 빨랐다. 최선의 선택은 지금 바로 처리하는 것. 데이빗의 왼발이 강인하게 공 왼쪽에 디뎌지고고 활 시위처럼 뒤로 팽팽하게 당겨졌던 오른발이 강하게 휘둘러 진다.
콰앙!
발등에 제대로 때려진 공은 맹렬한 기세로 골문을 향해 날아갔다. 달리던 기세 그대로 때린 슈팅이라 평소 슈팅 파워가 강하다고 평가받진 못하는 데이빗의 슈팅 답지 않게 꽤나 강력했다. 그리고 이는 아스날의 골키퍼, 슈제츠니에게는 불운한 일이 되었다.
[데이빗 장! 시작하자마자 사자와 같이 달려 듭니다! 아! 랜스버리의 어처구니 없는 실수! 공을 제대로 연결하지 못했어요!]
[데이빗이 공을 낚아챕니다. 그리고....골! 골입니다! 경기 시작하자마자 골을 넣어버리는 리버풀의 데이빗 장입니다!]
[도대체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와우!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일이 벌어졌습니다! 단 몇초! 잠깐 눈을 깜빡였다면 이 장면을 못했을 지도 모릅니다!]
[완벽한 기습입니다! 헨리 랜스버리의 끔찍한 실수입니다. 자리에 주저 앉아 일어서지 못하는 랜스버리가 잡히네요.]
[느린 화면으로 다시 보겠습니다. 와우! 처음부터 완전히 노리고 있었습니다. 반 페르시가 뒤로 돌려주는 공과 거의 비슷한 스피드로 랜스버리에게 쇄도하는 모습이 보이십니까? 당황한 랜스버리가 공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고 이는 아스날에게 정말 불운한 일이 되었어요. 그리고 지체없는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을 기록합니다!]
[도대체 몇초만에 골을 넣은거죠? 이정도면 프리미어 리그 최단 시간 골 기록에 도전할 만하지 않을까요?]
[제가 알기로 현재 프리미어 리그 최단 시간 골은 10초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정확한 시간은 모르겠습니다만 분명 이 골은 그에 못지않게 빠르게 들어간 것 같네요.]
둘의 관심사는 이제 방금 터진 골이 프리미어 리그 역대 최단 시간 골 기록을 달성했느냐 여부였다. 그리고 금방 두 사람이 기다리던 자료가 도착했다.
[오 마이 갓! 데이빗 장이 프리미어 리그의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새로이 새깁니다. 6.3초! 종전 최고 기록에서 무려 4초를 단축시키며 역대 최단 기간 골 기록을 세웁니다! 믿을 수가 없군요!]
[종전 최고 기록은 지난 2000-01 시즌에 토트넘 홋스퍼의 레들리 킹이 기록한 10.2초가 최고 기록이었습니다. 정말 대단하군요.]
※주) 프리미어 리그 이전의 기록까지 따지면 역대 최단 시간 골 기록은 4초라고 합니다 (60년대에 기록 되었다고 하네요)
골을 기록한 데이빗은 두 팔을 크게 벌린 채 리버풀 원정팬들이 모여 있는 응원석으로 달려 갔다. 그리고 그들 앞에서 크게 포효하며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고 그를 위한 함성이 쏟아지는 것을 느꼈다. 무절제한 성원, 광기에 가까운 목소리가 데이빗에게는 천상의 목소리와 같이 달콤하게 들렸다.
"이 미친 자식아!"
뒤늦게 자신을 덮치는 동료들이 느껴졌다. 가장 먼저 수아레즈가 그의 등에 올라 탔고 뒤이어 하나 둘 그를 덮치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정말 넌 최고야! 최고라고 이 자식아!"
흥분에 욕설이 반쯤 섞인 칭찬이 날아들었다. 그만큼 그들로서도 보기 드문 장면이었기에 평소보다 격해진 감정의 표현이었다. 당당히 서 있던 데이빗은 어느새 동료들에게 깔려 보이지도 않게 되었다. 격한 골 세레모니가 끝나고 다시 자신들의 진영으로 넘어 온다. 똥을 씹은 듯한 아스날 선수들의 표정이 눈에 들어 왔다.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른 헨리 랜스버리의 하얗게 질린 얼굴도 보였다. 데이빗은 씩 웃으며 자신의 시도가 최고의 결과로 이어졌음을 다시 한번 기뻐했다. 경기는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다.
중원 지역에서 점유율 확보 및 공격 전개의 축이 되어야 할 미드필더 한 명이 시작과 동시에 멘탈이 가루가 되어 버렸다. 이로 인해 사실상 리버풀이 수적 우위를 점한 것과 다를 바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곧바로 정신을 추스리기엔 헨리 랜스버리는 경험이 부족했고 너무나 어렸다. 그는 경기장에서 자신이 무엇을 하는 지도 모르는 상태로 뛰고 있었고, 이를 놓칠리 없는 리버풀이었다.
"스위치!"
동료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스위치라고 했던가. 뒤늦게 랜스버리의 눈에 어느새 자신이 마크해야 했을 마르코 로이스가 왼쪽 측면으로 이동한 것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그 자리에 있어야 했던 그는 어디에 있는거지?
"반대 쪽 봐! 몰고 온다! 막아!"
다시 한번 비명과도 같은 고함이 들려 왔다. 몸은 움직이고 있지만 마치 약에 취한 것처럼, 술에 취한 것처럼 정신없이 부유하고 있는 것과 같다. 반사적으로 고개가 반대로 돌아갔다. 그리고 오른쪽 사이드에서 맹렬히 돌진하는, 자신에게 잊을 수 없는 악몽을 선사한 '그 녀석'이 보였다.
"제기라알!"
정확한 상황 파악이 되지 않는 헨리 랜스버리는 무작정 돌진했다. 다른 것은 눈에 들어 오지도 않았다. 저 빌어먹을 녀석만 막으면 된다는 생각뿐이었다.
"이 미친 자식아! 자리 안 지켜?!"
아스날 동료들은 그런 그를 보고 기겁하여 자리를 지키라고 외쳤으나 소용 없었다. 그리고 헨리 랜스버리가 데이빗의 지척에 접근했을 때, 그는 자신을 보고 씩 웃는 데이빗을 볼 수 있었다.
"수고했어. 그리고 고마워."
무엇이 고맙다고 하는 것일까. 의문은 접어 두고 일단 공을 빼앗겠다는 듯 몸을 날리는 랜스버리, 그런 그의 움직임을 비웃듯 데이빗의 몸이 정지한다. 그리고 그는 의문에 대한 해답은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씩 웃으며 가볍게 중앙으로 공을 밀어주는 데이빗, 자신의 옆을 스쳐 지나 굴러가는 공, 그리고 그 공의 끝에는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은 채 슈팅 모션을 가져가는 디르크 카윗이 있었다.
"아..."
자신이 마크했어야 했을 선수가 자유롭게 슈팅을 때리는 모습이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느리게 보였다. 애처롭게 날아오르는 슈제츠니 골키퍼의 움직임도 눈에 들어 왔다. 하지만 이번에도 공은 무정하게 골대에 박혔다. 랜스버리의 고개가 바닥을 향해 푹 숙여졌다. 경기는 이제 막 전반 15분을 지나고 있었다.
[헨리 랜스버리, 도대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건가요? 완전히 평정심을 잃은 모습입니다.]
[그렇네요. 본인의 포지션을 지키지 않고 무모하게 움직이는 바람에 아스날의 수비에 커다란 틈이 생기고 말았죠. 디르크 카윗이 완전 노마크 상태로 편안하게 공을 받고 슈팅까지 하는 모습입니다. 이건 너무 치명적이네요.]
[빨리 평정심을 되찾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아 있으니까요.]
[동료들이 그에게 뭐라고 말을 하는 모습이 보이네요. 아스날이 빨리 재정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평정심을 되찾아야 해요.]
"지금 뭐하자는 거야?"
고개를 숙이고 있는 랜스버리를 잡아먹을 듯 노려보며 소리치는 로랑 코시엘니였다. 초반의 어처구니 없는 실수는 다독이고 넘어갔다. 어처구니 없었지만 그들도 예상하기 힘든 움직임이었고 어린 선수였기에 동료들이 추궁할 경우 더욱 위축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화는 났지만 조용히 넘어갔던 것이다. 그런데 다시 한번 멍청하기 짝이 없는 플레이로 실점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해버렸다. 참고 있던 화가 폭발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지금 니가 뭘 하고 있는 지 알고는 있어? 도대체 무슨 미친 짓거리를 하는거야? 축구 혼자할거야?"
"......"
"그만, 너 너무 흥분했어."
어느새 다가온 주장 반 페르시가 말려 보지만 쉽게 가라 앉지 않는다. 안그래도 지난 경기에서 기록적인 대패를 당한지라 신경이 날카로워진 상태였기에 자신을 잡는 손길을 뿌리치며 더욱 강하게 소리 질렀다.
"저 빌어먹을 애송이 자식이 경기를 망치고 있잖아! 야 꼬맹이, 지금 니 플레이가 어떤지 알고 있어? 내가 말할 수 있는건 넌 지금 존나 엿같은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거야. 내말 알아 들어? 그 따위로 할거면 당장 꺼져버려 자식아!"
"진정해 로랑! 말이 심하잖아!"
몇몇이 더 나서서 뜯어 말린 끝에야 조금 진정됐다. 반 페르시는 머리가 아팠다. 평소였다면 아무리 어린 루키라도 이런 폭언을 듣는다면 가만있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완전히 멘탈이 나가버려 반응이 없는 모습을 보고 반 페르시는 오늘 이 루키에게 기대할 것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오늘도 힘들겠어...'
============================ 작품 후기 ============================
-그리고 아스날은 떠올렸다.
-그날 그녀석에게 당했던 공포를
-진격의 데이빗
-절찬리 연재 중
-제목 바꾸지마
-네...
-하루에 두편을 쓰면 뭔가 편당 추천이 적어지는 느낌은
-착각이겠죠?
-착각일거야
-그럼 즐감하세요. 추천 선작 코멘 쿠폰 모두 감사드립니다~ (_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