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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초반부터 죽음의 일정이군요."
스티브 클락 수석 코치는 한숨을 쉬며 일정표를 바라 보았다. 어제 치른 프리미어 리그 개막전에 이어 8월 17일 비야레알과의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1차전을 치러야 했다. 3일 뒤인, 8월 20일 아스날과 프리미어 리그 2차전을 갖고 다시 3일 뒤, 플레이오프 2차전을 치르고, 4일 뒤에는 볼튼 원더러스와 프리미어 리그 3차전을 갖게 되는 박싱 데이 무렵에나 겪을 법한 살인적인 일정이었다. 달글리시 감독도 한숨이 나오는 상황이라 머리를 감쌌다.
"어쩌겠나.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하는 순간부터 일정이 지옥이 되는 건 이미 정해진 사실이었지. 우리가 3위 안쪽에 들지 못한게 문제야."
"그거야 그렇지만요. 다행히 어제의 대승으로 선수단의 사기가 괜찮다는게 긍정적인 요소라고 봅니다. 2주일만 잘 견뎌내면 초반 기세를 제대로 탈 수도 있겠지요."
"9월 초에 유로2012 예선이 있지 않나. 그때 국가대표로 뽑히지 않은 친구들이나 비 유럽권 선수들은 좀 쉴 수 있겠지만...국가대표로 뽑혀가는 친구들이 문제겠군. 이봐 스티브. 자네가 보기에 이번에 몇명이나 뽑혀갈 것 같나."
달글리시 감독의 질문에 스티브 수석 코치가 손을 들어 셈하듯이 선수 이름을 열거하기 시작했다.
"일단 확실히 뽑힐 선수로 스티븐 제라드, 다니엘 아게르, 글렌 존슨, 마르코 로이스, 디르크 카윗, 호세 레이나, 마틴 스크르텔, 데이빗 장...정도겠네요. 데이빗은 이전까지는 국가 대표 경험이 없습니다만...이번엔 뽑히겠죠."
"당연한 일이지. 우리 입장에서는 안 뽑히는 게 좋겠지만, 아쉽게도 파비오 카펠로 감독은 그렇게 멍청한 감독이 아니라서 말이야."
"조만간 공문이 날아 오겠지요. 그리고 그때 우린 데이빗 장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데이빗의 차출은 기정 사실이라 단정 짓고 있는 두 사람이다. 아직 국가대표 소집 공문이 정식으로 구단에 도착한 것은 아니었으나 당연히 뽑힌다고 생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고 선수단 운영을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이었고 말이다.
"일단, 눈 앞의 일에 집중하자고. 비야레알 원정에서는 말이야..."
"감독님, 각 구단에 보낼 소집 공문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아 수고했네."
"제가 할 일인데요. 미스터 카펠로."
카펠로라 불린 남자, 잉글랜드 축구 국가 대표팀의 감독을 맡고 있는 세계적인 명장은 씩 웃으며 안경을 매만지며 자신에게 보고를 마친 남자에게 자리를 권했다.
"다음 불가리아 전만 이기면 유로2012 본선 진출은 거의 확정이죠?"
"그렇지. 몬테네그로가 지금 2패를 한 상황인데 우리 잉글랜드는 지금 무패 아닌가. 다음 경기만 이기면 몬테네그로가 남은 3경기를 전승으로 끝낸다고 해도 우릴 뒤집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지는 거지. 골 득실에서 우리가 꽤나 앞서고 있으니 말이야. 하지만 이왕이면 웨일즈 전까지 이기고 하루라도 빨리 본선 진출을 확정 짓고 싶군."
"그렇게 될겁니다. 불가리아는 이번 예선 내내 최악의 모습을 보였으니까요. 웨일즈는 우리의 홈에서 경기를 치르게 되니 이변이 없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겁니다."
"방심은 금물이야. 불가리아가 최근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하지만 원정에서는 언제든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법이지. 나는 다음 달 몬테네그로와의 최종전이 티켓을 걸고 치르는 혈전이 되질 않길 바라네. 방심은 금물이야."
"실례했습니다 미스터 카펠로. 그렇죠. 방심은 금물입니다."
남자의 사과에 카펠로 감독은 손을 저으며 신경쓰지 말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래서 이번 대표 소집은 아주 중요하지. 상대적인 약팀이라고 하지만 반드시 잡아야 하는 경기니까 말이야. 골 머리를 아프게 했던 공격진에서의 해답도 조금은 보이는 것 같아 다행이고 말이야."
"이번에 처음으로 소집 명단에 포함된 '그' 말씀이시군요."
남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파비오 카펠로 감독, 이번 인선에 가장 신경쓴 부분이기도 했다.
"웨인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는 것이 정말 머리가 아팠었는데 말이야. 루니 외에는 월드 클래스 공격수라고 할 만한 선수가 공격진에 없지 않았나. 시오나 저메인 같은 친구들은 부족한 면이 많아. 사실 이 정도의, 조별 예선 정도에서는 우리가 이미 증명하고 있었듯이 저 정도 레벨의 친구들로 충분하지. 하지만 말야, 애초에 우리 목표는 예선 통과가 아니잖나. 본선 조별리그, 그리고 토너먼트를 치르기에는 너무나도 부족하지. 그렇지 않나?"
"......"
차마 자신의 국가 대표팀 공격수를 깎아 내리긴 힘든지 쉽게 대답을 하지 못하는 남자, 카펠로 감독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사실이잖나. 아무튼, 그래서 이번에 뽑히는 그 친구, 데이빗 장에게는 기대가 아주 커."
"물론 그 친구가 지난 시즌 후반기에 대단한 시즌을 보내긴 했습니다만, 아직 풀타임을 치르며 제대로 검증된 선수는 아닙니다. 국가 대표 경험도 이번이 처음이고요. 심지어 각 연령대 별 국가대표에 뽑힌 적도 없습니다. 기대에 못미칠 가능성도 생각해야하지 않을까요?"
남자의 지적에 카펠로가 고개를 끄덕인다. 충분히 일리 있는 말이었고 자신도 고려한 부분이었다.
"그렇지. 자네 말이 맞아. 하지만 저런 성적이라면 당연히 국가 대표에 뽑혀야 한다는 사실은 자네도 알고 있지 않나?"
"그거야 그렇죠."
"펠레나 마라도나도 처음부터 레전드였던 것은 아니지. 월드컵 결승이 그들의 첫 국가 대표 데뷔전은 아니었다는 말이야. 경험도 중요하지. 하지만 내가 해야할 일 중의 하나는 누가 국가 대표에 어울리는지 판단하는 것도 있다네. 나는 데이빗 장이라는 선수가 현재 잉글랜드가 가장 필요로 하는 부분이라고 확신하네."
"대체 어느 부분이 감독님의 마음을 그렇게 사로 잡은 겁니까?"
남자의 질문에 카펠로 감독이 어울리지 않게 씩 웃으며 말했다.
"골 잘 넣지 않나. 그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한가?"
비야레알의 홈 구장, 엘 마드리갈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리버풀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처음으로 외국 원정 경기를 치른 데이빗 장은 컨디션이 평소와 같지 않았고(2010년 터키 원정 명단에 포함되었으나 벤치 대기 신세였다) 마르코 로이스 또한 챔피언스 리그 경험이 처음이었다. 몇차례 좋은 찬스를 만들긴 했으나 평소와 같은 날카로움은 보여주지 못한 채 후반전에 교체되었다.
어려운 경기를 펼쳤으나 리버풀의 수비가 오늘 빛을 발했다. 특히 가끔 보여주는 어처구니 없는 실책으로 안정감에서 떨어진다는 평을 받았던 호세 레이나 골키퍼는 자신이 왜 리버풀의 주전 골키퍼인지 증명이라도 하듯 연신 신들린 선방 쇼를 선보였다.
숱한 맹공을 막아내며 리버풀은 0:0 무승부를 거두었고 적지에서 귀중한 승점 1점을 챙겼다. 비록 원정에서 골을 기록하지 못한 부분은 아쉬웠으나 2차전은 홈에서 치러지기 때문에 반 발자국 정도는 앞서나갔다고 볼 수도 있었다.
절반의 목적을 달성한 채 잉글랜드로 돌아온 리버풀 선수단, 그리고 정식으로 국가 대표 선수 차출을 요구하는 잉글랜드 축구협회의 공문이 도착했다.
데이빗은 리버풀로 돌아온 이후 감독의 호출을 받았다. 아무래도 지난 경기에서 부진한 플레이를 펼쳤기에 질책을 당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긴장이 되었다. 감독 집무실 앞에 선 데이빗은 크게 심호흡을 하고 문을 두드렸다.
똑똑
"들어 오게."
"실례합니다. 부르셨다고 들었는데요."
"아, 어서오게 데이빗."
달글리시 감독은 문을 열고 들어온 데이빗에게 자리를 권했다.
"몸은 좀 어떤가?"
"괜찮습니다. 아무 문제 없어요."
조금은 어두운 표정으로 애써 씩씩하게 이야기해 본다. 달글리시는 그 마음을 알고 있기에 씩 웃으며 손을 들어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 주었다.
"첫 해외 원정이지 않나. 누구에게라도 어려운 경험이지. 너무 신경쓰지 말라고. 자네는 잘해주고 있어."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좀 더 잘 할 수 있을 겁니다. 네, 그렇게 될거에요."
"알고 있네. 앞으로 우린 좀 더 많은 경기를 치를 거야. 우리의 목표는 알리안츠 아레나로 가는 거야. 유럽 각 국을 돌아 다니며 상대를 이겨야 하지. 그러기 위해선 자네의 힘이 꼭 필요해. 이번 원정은 좋은 경험이 될거야."
변치 않는 신뢰를 보여주는 감독의 모습에 데이빗은 힘이 나는 것을 느꼈다. 질책을 받을까 두려운 마음으로 찾아 왔는데 돌아온 것은 따뜻한 위로였다. 데이빗은 한층 더 이 노 감독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이런, 오늘 용건은 그게 아니었는데 말이야. 아마 이 소식을 전해 주면 자네의 우울함 따위는 한 순간에 날아갈 거야. 내 장담할 수 있지."
씩 웃으며 데이빗의 궁금증을 유발 시키는 달글리시 감독, 데이빗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한다. 좀 더 애를 태워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시원하게 말해주기로 마음먹은 달글리시 감독, 밝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축하하네. 잉글랜드 축구 협회에서 자네를 국가 대표로 차출하겠다고 공문을 보내왔어. 자네는 잉글랜드를 대표하는 선수가 된거야."
[속보-잉글랜드 축구 A대표팀 명단 확정]
다음 달 초에 치러지는 유로2012 예선전에 나설 축구 A대표팀 명단이 확정되었다. 오늘 잉글랜드 축구협회는 정식으로 각 구단들에게 국가 대표 선수 차출 명단을 발송하였다.
GK- 조 하트 (맨체스터 시티)
GK- 로버트 그린 (웨스트 햄 유나이티드)
GK- 잭 버틀랜드 (버밍엄 시티)
DF- 글렌 존슨 (리버풀)
DF- 애슐리 콜 (첼시)
DF- 존 테리 (첼시)
DF- 필 자기엘카 (에버튼)
DF- 레이턴 베인스 (에버튼)
DF- 필 존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DF- 졸리온 레스콧 (맨체스터 시티)
MF- 스티븐 제라드 (리버풀)
MF- 제임스 밀너 (맨체스터 시티)
MF- 스콧 파커 (토트넘 홋스퍼)
MF- 저메인 지나스 (아스톤 빌라)
MF- 스튜어트 다우닝 (아스톤 빌라)
MF- 알렉스 옥슬레이드 체임벌린 (아스날)
MF- 프랭크 램파드 (첼시)
MF- 애슐리 영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W- 웨인 루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W- 저메인 데포 (트트넘 홋스퍼)
FW- 앤디 캐롤 (뉴캐슬 유나이티드)
FW- 데이빗 장 (리버풀)
FW- 시오 월콧 (아스날)
총 23인의 선수가 차출되었고 리버풀 FC의 데이빗 장(21)과 아스날의 알렉스 옥슬레이드 체임벌린(18)과 시오 월콧(22),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필 존스(19),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앤디 캐롤(22)이 처음으로 A 대표팀에 선발되었다.
잉글랜드 국가 대표팀은 오는 9월 2일 불가리아와 원정 경기를 치르고 9월 6일 런던에서 웨일스와 홈 경기를 치르게 된다.
잉글랜드 축구 국가대표 소집 명단이 발표되자 게시판은 오랜만에 활발한 토론의 장이 펼쳐졌다. 유독 처음으로 국가 대표에 소집되는 젊은 선수들이 많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Re: 이번 대표팀은 어린애들이 많이 뽑혔네. 5명이 처음 A 대표팀에 뽑히는 거라고.
Re: 공격진은 루니빼고 사실상 싹 다 갈아 치워버렸네. 괜찮을까?
Re: 저메인도 있잖아.
Re: 공격진은 갈아 치울만 하지. 근데 다들 경험이 없는 애들이라 좀 걱정이 되긴 하네. 그래도 설마 웨일스나 불가리아한테 지겠냐.
Re; 웨인 루니는 왜 국가 대표 유니폼만 입으면 멍청이가 되는 거야?
Re: 주급을 안줘서?
Re: 지금보다 어릴때는 훨씬 잘했는데! 예전 모습으로 돌아 오라고 루니!
Re: 그땐 지금보다 돈을 못벌었지.
Re: 이 망할 이탈리아 자식아. 우리 선수들 좀 그만 뽑아가!
Re: 불가리아, 웨일스 따위 가볍게 찍어 누르고 본선 가자. X발 우승을 언제했는지 기억도 안난다.
Re: 아직도 잉글랜드 대표팀에 우승을 기대하는 친구가 있었다니 놀라워!
Re: 야 너무하잖아
Re: 난 저 중에서 데이빗 장 저 친구의 팬이야. 저 친구가 언제 잉글랜드 대표팀에 뽑힐까 기다리고 있었어. 드디어 저 어린 천재를 대표팀에서 볼 수 있게되어 기쁘다. 아마 저 친구가 우리 팀을 승리로 이끌거야!
Re: 괜찮아 보인다. 공격에 나설 친구들이 전반적으로 경험이 없는 게 불안하긴 하지만 그 외에는 베테랑들이 많아. 그들이 어린 친구들의 고삐를 잘 잡아 줄거라 믿어.
Re: 데이빗 저 친구는 기대할만 하지. 저녀석은 우리 팀을 아주 무자비하게 짓밟았었다고.
Re: 저녀석한테 골 안먹힌 팀은 운 좋게 저 친구가 퍼스트 팀에 자리 잡기 전에 리버풀과의 대진을 끝낸 팀 이외에는 거의 없어. 경기 당 평균 1골씩 때려 박는 녀석이야.
"제가, 국가 대표에, 선발 되었다구요?"
믿기지 않는 지 띄엄 띄엄 말을 이어가는 데이빗, 그 모습이 이해가 가는 지 달글리시는 여전히 온화한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믿기지 않는가 보군? 이걸 어쩌나, 협회에서 보내 온 공문을 보여주어야 믿을 텐가?"
"아뇨, 아닙니다. 아니에요. 감독님이 제게 거짓말을 하실리 없죠. 오, 하지만 믿기지 않아요. 믿을 수 없다구요."
자신이 국가 대표라니? 현실감 없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현실이라고 한다. 현실이었다. 데이빗은 가슴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격정을 느꼈다.
"자네가 안 뽑히면 누가 뽑히겠나? 자부심을 가지라고. 자네는 축구의 종가, 잉글랜드를 대표할 만한 선수야. 가슴을 펴고 당당히 일어서라고. 알겠나."
흥분에 몸을 떨며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무작정 달리고 싶었다. 그래야만 이 뜨겁게 치밀어 오르는 무언가를 해소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달글리시 감독은 흥분한 젊은 말을 진정시켜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개인적으로는 자네가 유로2012 예선 기간 동안 휴식을 가졌으면 했지만 역시 자네를 가만 두질 않는군. 확 차출 거부를 해버릴까 싶기도 했지만 말야, 이건 강제성이 있는 차출 요구라서 말이야."
내가 힘이 없다네 라고 너스레를 떠는 달글리시 감독의 말에 데이빗은 바람빠지는 소리를 내며 픽 웃었다.
"가서 명예롭게 뛰고 오게나. 그리고 절대 다치지 말고 오라고. 우린 자네를 대신할 만한 공격수를 영입할 수 없단 말이야. 알겠나?"
"알겠습니다."
"좋아, 좋은 자세야. 그런데 그전에 중요한 일이 남아 있는 것은 알지? 아스날과의 경기도 남아 있고 플레이오프 2차전도 치러야 하지. 그리고 한 경기를 더 치러야 국가 대표로 나설 수 있어. 이 경기에서 멍청한 플레이를 했다간 카펠로 감독이 자넬 벤치에 처박아 버릴 지도 몰라."
은근한 도발, 뻔한 의도, 하지만 그만큼 효과도 즉각적이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그는 절 선택한 것을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 작품 후기 ============================
-국대 버프를 받았다
-아스날은...
-근데 진짜 로저스 아웃!
-에헤라디야
-자 풍악을, 아니 추천을 올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