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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가운데서 친구들과 포옹을 나누는 데이빗, 그 눈빛에는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라는 의문이 가득했고 두 친구는 놀라게 하는데 성공했다면서 기뻐했다. 그제야 데이빗은 알았다는 듯 손뼉을 치며 외쳤다.
[뭐야 제임스가 어제 히히 거리던 게 이것 때문이었군?!]
[그렇게 됐네. 딱히 놀라게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방송국 쪽에서 비밀로 하는 게 더 재미있지 않겠냐고 해서 말이야.]
슬쩍 웃으며 말하는 티티, 이내 옆에서 긴장한 채 뻣뻣하게 굳어 있는 제임스를 가리키며 '뭐 이 녀석은 좋아했지만 말이야.' 라고 덧붙였다. 평소라면 뭐라 구시렁댔을 제임스는 방송이 주는 긴장감에 경직된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음, 그래도 역시 말해 주는 게 좋았으려나?]
놀라게 해서 미안했다는 듯 씩 웃는 티티의 모습에 데이빗이 고개를 젓는다. 놀란 건 사실이지만 이런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도 이런 자리에 친구들과 함께 있다는 사실이 놀라우면서 즐거웠다. 다시 한번 자신의 삶이 많이 변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괜찮아. 하지만 다음번 서프라이즈는 나보다 저 친구를 타깃으로 하는 게 좋을 거 같은데. 맥주 한잔하러 가자고 하면서 방송국으로 오면 무슨 표정을 지을지 정말 기대되지 않아?]
데이빗의 말에 '정말 그래!'라고 소리치며 웃는 티티, 제임스는 소심한 목소리로 뭐라 중얼거렸지만 그런 모습이 오히려 데이빗과 티티를 웃음 짓게 만들었다. 진행자도 웃으며 입을 열었다.
[괜찮은 아이디어네요. 아무튼 데이빗 선수와 가장 친한 친구들이라고 하더니 정말 그런 것 같네요!]
진행자의 말에 데이빗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티티는 조금은 멋쩍은 웃음을 흘렸지만 그 말을 부정할 생각은 없었다.
[지금부터는 데이빗 선수의 가장 친한 두 분을 모시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새뮤얼 씨, 제임스 씨가 처음 데이빗 선수를 만났을 때 어떤 인상이었나요?]
진행자의 질문에 티티는 음-하는 탄성을 흘리며 생각을 더듬는 모습이었고 제임스는 화들짝 놀라는 모양새였다.
티티는 생각을 정리하고 제임스에게 시선을 돌렸다. 조그만 목소리로 '네가 먼저 대답할래?'라고 물어보는 모습이었고 제임스는 고개를 홰홰 저으며 티티에게 먼저 대답할 것을 종용했다. 티티는 피식 웃으며 진행자에게 시선을 돌렸고 입을 열었다.
[첫인상 말이죠. 사실 그렇게 오래된 일은 아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아주 예전 일인 것처럼 느껴지네요. 처음 데이빗을 봤을 때는 참 날카로워 보였어요. 친해지고 나서는 그런 성격이 아닌 것을 알았지만 그때 데이빗은 주변을 경계하는, 뭐랄까 마치 외로운 고양이 같았어요. 쓸쓸해 보였고 상처 입은 것 같았죠. 그 모습이 참 안타까웠어요.]
티티의 말에 데이빗이 조그맣게 '내가 그랬단 말야?'라고 중얼거렸고 티티가 웃으며 '정말 그랬다고 이 친구야!'라고 받아주었다.
[그랬군요. 사실 데이빗 씨는 표정이 밝고 팬들에게도 서비스가 좋은 편이라고 알려져 있어서 상당히 의외인 걸요? 그럼 제임스 씨는 어땠나요?]
진행자의 말에 화들짝 놀라는 제임스, 이내 정신을 추스르더니 더듬더듬 말문을 여는 모습이다.
[에...그러니까 데이빗 저 녀석은, 아 그게 아니라 저 친구를 처음 봤을 때는 사실 기억이 잘 안나요. 기억 나는 건 티티, 아 그러니까 새뮤얼이 데이빗에게 같이 축구를 하자고 했을 때였어요. 아, 음침해 보였던 것 같기도 하고...그러니까 에...]
횡설수설, 말이 정리가 안되는 제임스를 보며 티티와 데이빗은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저 평소에 무서울 것이라고는 전혀 없어 보이던 남자가 이런 긴장된 모습을 보이다니 두 눈으로 보고 있음에도 믿기 힘들었다.
[그러니까 그때 데이빗은 참 비쩍 말랐었어요. 축구를 잘 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했다는 거죠. 그래서 이 친구한테 너는 대충 수비나 하고 있으라고 얘기했는데 갑자기 공을 잡더니 미친놈처럼, 아 죄송합니다. 그러니까 혼자서 공을 몰고 상대 골대로 뛰기 시작하는데 아무도 데이빗을 막지 못했다는 거 아닙니까. 그걸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를 겁니다.]
첫 질문에서는 조금 어긋난 대답 같기도 했지만 진행자는 능수능란했다.
[오, 리버풀 최고의 스트라이커 데이빗 선수에게 수비수를 시킬뻔했다는 거군요! 제임스 씨는 나중에라도 감독을 하면 안 되겠어요. 그렇지 않나요?]
티티는 크게 웃으며 손뼉을 쳤다. 그렇지 않아도 그 이후에 몇 번 그들 사이에서 이야기했던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제임스는 억울한 듯 손을 저으며 항변했다.
[아니 근데 그때는 누가 봐도 그랬을 거라니까요. 그러니까 이 녀석이 얼마나 비리비리해 보였냐면...]
어느새 자신의 페이스를 찾은 제임스가 침을 튀겨가며 열변을 토하자 데이빗과 티티는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들의 눈빛은 '누가 저 친구 좀 말려줘'라고 말하고 있었고 서로의 눈빛을 확인하자 허탈하게 웃음을 흘렸다.
[아무튼 그 이후로 우리는 정말 친해졌어요. 이 녀석에게 시비를 거는 녀석들은 예외 없이 온전하지 못했죠. 그들은 종종 네발로 기어서 문 밖으로 나가거나 항구의 수질이 어떤지 몸으로 확인하는 시간을 가져야 했으니까요.]
자랑스레, 마치 무용담을 이야기하듯 떠벌리는 제임스였고 진행자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데이빗은 '아, 그래. 그때 이야기 군.' 하고 포기한 듯 중얼거렸고 말이다.
[그렇군요. 제임스 씨의 말에 대해서 데이빗 선수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진행자의 질문에 살짝 제임스를 노려본 데이빗, 이내 표정을 회복하고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분명히 과장된 부분이 있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에요. 그때 저는 정말 말랐었거든요. 키는 비슷했지만 체중은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가벼웠어요. 그래도 일반 아마추어에서 그렇게까지 볼품없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불만스럽게 제임스를 째려보며 말을 흐리는 데이빗, 어느새 자신의 페이스를 찾은 제임스가 어깨를 으쓱하며 '사실이잖아!'라고 이야기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이 친구가 저를 위해 나서준 것은 사실이에요. 가끔...은 좀 지나치다고 생각한 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죠. 가장 황당했던 일은 갑자기 이 친구가 상대를 번쩍 들어서 바다에 던져 버렸을 때였어요. 다행히 상대는 헤엄을 칠 줄 알았고 이 친구가 교도소로 끌려가지 않은 이유가 되었죠.]
데이빗의 말에 진행자는 '맙소사! 그거 정말이었어요? 난 농담인 줄 알았는데!'라고 외쳤다. 일동은 크게 웃음을 터뜨렸고 제임스는 자랑스럽다는 듯 어깨를 당당히 폈다. 옆에서 티티가 '자랑할 일이 아니거든'이라고 일침을 놓았지만 딱히 효과는 없어 보였다. 웃음이 가시고 분위기를 정리하려는 듯 진행자가 다시 질문을 시작했다.
[그렇군요. 어쨌든 빼빼 마른 예전의 데이빗 씨는 리버풀의 입단 테스트를 치르게 됩니다. 여기 계신 새뮤얼 로이 씨의 추천으로요. 사실 그 스카우트도 굉장하군요? 아무리 지인의 부탁이라지만 아무런 실적이 없는 부두 노동자를 테스트해 볼 생각을 하다니요.]
진행자의 말에 데이빗은 쓴웃음을 지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미스테리 한 일이었고 천운이 닿았다고 밖에 설명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인생의 운을 그때 다 써버렸다고 해도 좋아.'
데이빗은 어깨를 으쓱하며 할 말이 없음을 표시했고 티티가 입을 열었다.
[사실 개리 씨, 아 데이빗을 스카우트한 그 사람과는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죠. 제가 아마 그 사람에게 처음으로 억지라고 해야 할까요. 강권한 것은 처음이었어요. 그는 난감해했죠. 제가 생각해도 그래요. 누가 만약 저에게 그런 말을 했다면 분명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 친구는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았죠. 있는 그대로 데이빗을 봐주었어요. 그의 그런 훌륭한 인품과 안목이 지금 데이빗을 만들었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닐 겁니다.]
티티의 말에 데이빗이 동의하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군요. 사실 지금 데이빗 선수의 체구를 보면 날렵하다고 해야 할까요. 아직도 그렇게 우락부락한 덩치의 모습은 아닙니다. 그래서 언제나 데이빗 선수의 약점으로 지목되는 것 중 하나가 몸싸움과 내구도에 대한 부분이죠. 실제로 많은 팀들이 데이빗 선수를 마크하기 위해 피지컬이 뛰어난 수비수를 1:1로 대인마크를 붙이곤 합니다. 데이빗 선수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을 텐데 어떻게 준비하셨나요?]
데이빗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시했다. 여전히 자신의 약점으로 지목되는 부분이었고 훈련 시 가장 신경쓰는 부분이기도 했다. 굳이 이 방송이 아니더라도 많은 이들이 그 부분을 언급해왔고 말이다.
[사실 리저브 시절부터 저의 약점이었고 지금도 완벽히 극복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리버풀에는 저를 도와주는 유능한 스탭들이 존재하고 있죠. 그들은 제가 약점을 극복할 수 있도록 저를 단련시켰고 제가 한계를 넘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어요. 특히 리저브 팀의 체력 담당 코치였던 조지 웨스트 코치는 굉장했어요. 그는 사람의 한계를 이끌어 내는 방법을 아주 잘 알고 있었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줄 아는 유능한 사람이었어요. 물론 유쾌하기만 한 경험은 아니었죠. 가끔 화장실에서 제가 점심에 무엇을 먹었는지 확인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고 카페에서 음료를 기다리다 잠들어버린 적도 있어요. 하지만 그 시간들은 저를 점점 강하게 만들어 주었고 제가 프리미어 리그에서 환상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었죠.]
[그리고 나를 막기 위해 전담 수비수를 둔다고는 하지만 축구가 무조건 육체적인 강인함만으로 최고가 될 수 있는 스포츠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 약점이 그러한 부분이듯 저 또한 육체적으로 강인한 수비수들을 상대하는 법을 깨우쳐 갈 테니까요.]
데이빗의 자신감에 진행자는 찬탄을 터뜨렸다. 말은 겸손하고 돌려서 말했지만 내용은 그야말로 천의무봉의 자신감이 아닌가.
-나를 막으려고 덩치를 세우는 것은 헛수고다-
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지난 시즌, 데이빗은 그럴만한 능력이 있음을 스스로 증명해 보였다. 허세가 아니었다. 실력이 뒷받침된 자신감이었고 스포츠 선수라면 그 정도의 자신감은 있어야 했다.
[그렇군요. 그러면...]
인터뷰는 꽤나 긴 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중간중간 돌발적인 전화 연결(물론 사전에 준비한 것이다)로 데이빗의 주변인들과의 대화가 있었다. 스티븐 제라드, 디르크 카윗, 조지 웨스트 리저브 코치 등이 연결되었고 데이빗은 때로는 당황하기도 했고 때로는 유쾌하게 웃으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데이빗 씨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데이빗 씨! 도대체 차는 언제 살 건지 말해줘요! 아니! 방송을 마치고 바로 사겠다고 약속해줘요! 그게 아니라면 다음 시즌 시작 전에는 꼭!'
스튜디오를 웃음바다로 만들어버린 구단 직원의 절규가 있었고 데이빗은 크게 웃으며 '저는 당신이 태워주는 차가 너무 편해서 한동안 살 계획이 없습니다'라고 놀렸고 말이다.
[오 이런, 데이빗 씨, 아직 차가 없다니 놀랍군요. 그나저나 조만간 꼭 한 대 장만하셔야겠는데요?]
진행자도 어깨를 으쓱하며 웃었고 데이빗은 별다른 대답 없이 웃기만 했다.
'생각해보니 차를 산다고 마음 먹은 지도 좀 됐는데 아직도 안 샀네.'
굳이 살 필요를 못 느꼈다고 할까, 가만히 있으면 태워주러 오는 사람이 있다 보니 그런 것 같았다. 데이빗은 재밌기도 했지만 이제는 정말 한대 뽑기로 마음먹었다. 예전에 제라드와 카윗이 차를 추천하다 으르렁 거렸던 모습도 떠올랐다.
[데이빗 씨와 대화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가는 줄 모르겠군요. 저희 쪽에서 꽤 질문을 많이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끝이 보이니 말이에요.]
[그런가요? 그렇게 짧은 시간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요. 시간도 꽤 흐른 것 같고.]
시계를 한번 쳐다보며 고개를 갸웃하는 데이빗의 모습, 해설자는 씩 웃으며 말을 받았다.
[꽤 지루하셨던 모양이죠? 죄송합니다. 우리 PD의 프로그래밍이 생각보다 재미가 없기로 유명하거든요! 오 이런, 노려보지 마세요. 장난입니다.]
PD를 향해 우스꽝스러운 표정으로 손을 모으는 진행자의 모습에 데이빗이 푸핫 웃음을 터뜨렸다. 생각보다 촬영이 길어져서 피곤하긴 했지만 그럭저럭 재미가 있었다. 맨날 하라고 하면 못하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내년은 우리 잉글랜드에 꽤나 특별한 해가 될 거라는 것을 알고 계시겠죠? 유로 2012와 런던 올림픽이 열리는 해입니다. 우리 잉글랜드는 축구의 종주국으로 자부심 높지만 국제 대회에서 그동안 크게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 했습니다. 그러기에 내년에 열리는 두 개의 대회에 거는 기회가 그 어느 때보다 큽니다. 그리고 최근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이는 데이빗 선수를 대표로 선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데이빗 씨는 그러한 의견에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두근
국가대표.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비단 축구에서만이 아니라 어느 분야에서건 한 나라, 자신의 나라를 대표해서 나선다는 것은 얼마나 영광스럽고 명예로운 일인가. 데이빗은 가슴이 뛰는 것을 느꼈다.
[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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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쓰자니 조금 어색하네요. 다음 편은 자정 무렵에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