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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리버풀, 챔피언스리그에 나가다.
거칠것 없는 기세의 리버풀이 마침내 리그 4위로 시즌을 마치게 되었다. 혹자는 말할 것이다. 리버풀이라는 팀이 챔피언스 리그에 나가게 된 것이 뭐가 그리 놀라운 일이냐고. 하지만 08-09 시즌을 2위로 마친 이후 마법사 라파 베니테즈의 마지막 시즌에서 6위라는 성에 차지 않는 성적을 거둔 리버풀은 올 시즌 중반까지 강등권, 혹은 중 하위권에서 허덕이고 있었다.
성적 부진을 이유로 로이 호지슨 감독을 경질한 리버풀, 팀의 레전드 킹 케니가 팀을 맡게 된 시점은 23라운드였다. 이 당시 리버풀의 순위는 12위, 챔피언스 리그는 커녕 유로파 리그 진출도 장담할 수 없는 위치였다. 솔직히 이야기해 보자. 1월에 킹 케니가 부임한 이후 리버풀이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하게 될 것이라 예상한 이가 몇이나 될것 같은가. 고백하건대 필자는 전혀 아니었고 대부분의 이들이 필자와 마찬가지였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궁금해진다. 과연 리버풀이 이처럼 변할 수 있었던 원인은 무엇인지 말이다.
1. 케니 달글리시
60세에 가까운 리버풀의 레전드는 자신이 왜 '킹'인지 여실히 보여주었다. 그는 과거 피지컬을 중시하고 전형적인 잉글랜드 축구를 구사한다는 편견에서 벗어나 유연하고 치밀한 축구를 보여주었다. 선수와 감독으로 리버풀의 성공을 모두 경험한 그는 계속된 패배에 침체되어 있던 리버풀의 정신을 일깨웠고 그들이 가졌던 본연의 위닝 멘탈리티를 자극했다. 무엇보다 그가 칭송받아야 할 점은 그가 오기 전까지 벤치와 리저브를 오락가락했던 '프린스' 데이빗 장을 적극 활용하며 그의 포텐셜을 완벽히 터뜨려 주었다는 점이다.
2. 데이빗 장
혹자는 의문을 표할 수도 있다. 킹 케니의 귀환 역시 환상적이지만 리버풀의 약진을 설명하는 첫번째 이유라면 데이빗 장이 아니겠느냐고 말이다. 하지만 그런 데이빗 장의 능력을 완벽히 알아보고 기회를 준 것이 케니였기에 과감히 그를 1위로 꼽았다. 그렇다고 해도 데이빗 장의 이번 시즌이 폄하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19골 8어시스트, 리그에서 손꼽히는 공격수들이 한 시즌을 풀 타임으로 소화한 뒤에야 기록할만한 공격포인트 수치이다. 그는 단 18경기만을 소화하며 이런 무시무시한 기록을 남겼다. 산술적으로 계산한다면 그가 38경기를 모두 소화한다면 40골 17어시스트 가량을 기록하게 되는 것이다. 즉, 표본이 작지만 그는 자신이 출전한 경기에서 리오넬 메시, 크리스타이누 호날두 급의 활약을 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것이다. 굳이 긴 말을 할 것 없이 그가 선발 출장한 경기에서 리버풀은 단 한번도 패배한 적이 없다. 그가 교체로 투입되었을 경우에도 무승부를 거두었을 지언정 패하지는 않았고 그가 경미한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을 때 리버풀은 달글리시 체제에서 첫 패를 당했다. 이만하면 그의 위상과 존재감을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3. 존 헨리, 그리고 FSG
리버풀을 사랑하는 많은 이들에게 지난 시즌은 뜻깊은 해가 되었으리라 믿는다. 그들은 자신의 팀 재정을 엉망으로 만든 두 미국인 구단주가 마침내 팀을 떠나게 되는 기쁨을 맛보았고 새로운 구단주를 맞이 했다. 존 헨리는 미국 메이저 리그 베이스볼의 명문 보스턴 레드삭스의 구단주로 유명한 이였고 많은 이들은 새로운 구단주에 대해 기대반 걱정반의 시선을 보냈다. 이 점잖은 노 신사는 과거 토튼햄에서 명망높았던 코믈리를 단장으로 선임했고 성적부진을 이유로 로이 호지슨을 경질했다. 그리고 케니 달글리시를 설득하여 사령탑에 올리고 선수단을 개편하기 시작했다. 많은 이들을 충격에 빠뜨렸던 페르난도 토레스의 이적건은 결과적으로 훌륭한 판단이었다는 찬사를 듣고 있다. 그를 대신해 기용되기 시작한 데이빗 장과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합류한 루이스 수아레즈는 리버풀 팬들에게 엘 니뇨의 빈자리가 생각나지 않게 해주고 있다. 막대한 이적료 수입과 동시에 성적까지 동시에 잡았다고 할 만하다.
4. 스티븐 제라드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이 헌신적이고 충성심 깊은 스타 플레이어는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고군분투했다. 강등권에서 중위권까지 올라오는 데 그의 원맨쇼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고질적인 허벅지 부상에도 그는 여전히 30야드에서 슈팅을 날리고 끊임없이 뛰어다니며 태클을 시도한다. 이번 시즌 프리미어 리그를 박살낸 데이빗 장과의 호흡도 완벽에 가깝다. 많은 사람들은 이제 리버풀의 프랜차이즈 스타가 자신이 갖지 못한 유일한 것, 리그 우승컵을 손에 넣기를 바랄 것이다.
5. 루카스 레이바
09-10 시즌, 그러니까 지난 시즌에 리버풀 선수들 중에서 가장 많은 욕을 먹은 선수를 꼽으라면 나는 자신있게 루카스 레이바를 꼽을 것이다. 그는 위대했던 전임자-사비 알론소-의 그늘아래 떨어야 했으며 많은 이들이 그와 알론소를 비교하는 말을 들어야 했다. 공격에 전념해야 했을 리버풀의 캡틴은 포제션 확보를 위해 아래로 내려올 수 밖에 없었고 그럴수록 팀의 밸런스는 무너졌고 그에게 가해지는 비판 또한 커져갔다.
하지만 그는 자신에게 가해지는 프레셔에 굴복하지 않았다. 이번 시즌, 그는 완벽히 달라졌고 미드필드에서 여유를 되 찾았다. 캡틴은 예전처럼 아래에서 플레이 할 필요가 없었고 팀은 그의 성장과 함께 점점 공격적으로 변해갔다. 수비 가담이 부족한 데이빗 장 쪽의 공간을 완벽하게 메워주며 팀 밸런스를 맞추는 키 플레이어의 역할을 ㄹ완벽히 수행해 냈다고 볼 수 있다.
-챔피언스 리그에 나가는 리버풀, 다가오는 이적시장에서 노리는 선수는?
리버풀이 2011-12 시즌을 앞두고 돈 보따리를 풀 것이라는 예상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시즌 리버풀을 인수한 존 헨리 구단주는 자신은 충분히 선수 수급을 위해 투자할 의향이 있음을 밝혔다. 그는 그동안 지나치게 인색했던 두 미국인 구단주와 달리 충분히 건강한 재정상태을 유지하고 있고 지난 겨울, 팀의 간판 페르난도 토레스를 이적시키며 거액의 이적료를 챙길 수 있었다.
'나는 많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현명한 케니는 다음 시즌, 리버풀이 좀 더 성공적인 시즌을 보내기 위해서는 투자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했고 많은 이들이 그에 동의했어요. 우리는 케니가 보여주는 축구에 매료되었고 그의 능력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1월 이적시장에서 에레디비지에 출신의 유능한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즈를 영입한 바 있었으나 사실 그 당시에 팬들의 관심은 페르난도 토레스의 이적건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누구보다 사랑했던 엘 니뇨가 헬기를 타고 런던으로 떠날때 까지 그가 떠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존 헨리 입장에서는 억울한 일이지만(그가 팔고자 한 것이 아니었기에) 팀을 인수하자 마자 주축 간판 선수를 팔아치운다는 비아냥을 들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팀이 성공적인 반등에 성공한 지난 시즌을 마친 지금, 그는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배팅을 준비할 것이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지금 리버풀과 이적설로 연결된 선수는 꽤 다양하다. 먼저 선더랜드의 젊은 미드필더 조단 핸더슨과의 링크가 상당히 유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1세의 이 젊은 미드필더는 각급의 청소년 대표를 지내며 재능을 키워왔고 2010년에 이미 국가대표를 지낸만큼 리버풀 뿐만 아니라 다른 빅클럽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스페인 출신의 왼쪽 풀백 호세 엔리케에게도 구애의 손길을 뻗고 있다. 리버풀은 지난 시즌 팀을 떠난 인수아와 점차 폼을 잃어가고 있는 파비우 아우렐리우의 대체자를 찾기 위해 노력했고 그 대안으로 호세 엔리케를 점 찍은 듯 하다. 현 소속팀 뉴캐슬 유나이티드에서는 엔리케를 두고 절대 팔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나 엔리케 본인은 '나는 챔피언스 리그에서 뛰고 싶다' 는 인터뷰를 하면서 리버풀에 관심이 있음을 간접적으로 밝혔다.
스위스 국가대표 출신의 미드필더 세르단 샤키리 또한 리버풀의 관심의 대상이다. 아직 20세가 되지 않은 이 플레이어는 지난 시즌 챔피언스 리그 3차 예선과 플레이오프전에서 맹활약하며 팀을 조별리그에 진출시키는 데 큰 공헌을 하였다. 비록 전통의 강호 바이에른 뮌헨과 AS로마의 벽을 넘지 못하고 16강 진출에 실패했으나 그는 빅 클럽을 상대로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를 선보이며 자신의 재능을 입증했다는 평을 들었다. 바이에른 뮌헨, 인테르 등의 클럽도 샤키리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라 좀 더 상황을 지켜볼 필요성이 있을 것이다.
독일의 신성 마르코 로이스 또한 관심있게 지켜보는 리버풀이다. 독일 국가대표 출신의 22살의 젊은 미드필더는 스피드와 기술이 뛰어난 창조성 넘치는 미드필더로 현재 보루시아 묀헨글라드바흐의 주력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이외에도 뉴캐슬의 주력 공격수 앤디 캐롤, 블랙번 로버스의 젊은 수비수 필 존스 등의 선수들과도 링크설이 떠도는 리버풀이다. 과연 다음 시즌, 안필드에서 붉은 저지를 입고 콥들에게 새로 선보이게 될 이는 누가 될 것인지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수많은 이적설이 하루에도 몇차례씩 터져나왔고 팬들은 각 커뮤니티에서 의견을 활발히 주고받으며 그들이 원하는 선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은 링크설이 뜬 대부분의 선수 중 빅 네임 급의 선수가 없다는 점에 약간의 불만과 불안을 가지고 있었다. 젊은 선수를 키워내는 것은 좋지만 챔피언스 리그에 나가게 된 입장에서는 즉시 쓸 수 있는 커리어가 검증된 선수를 데려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많았던 것이다. 이런 분위기속에서 팬들의 불만을 잠재우려는 듯 리버풀에코에서는 팬들이 원하는 영입과 현실에 대한 칼럼을 게시하였다.
-이적설이 뜨는 선수들이 당신을 흥분시키지 못하는가?
팬으로서 리버풀의 이적시장 행보에 대해 흥미진진해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필자는 우리의 선입견이 실제 그동안 데려온 선수들의 결실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생각해 보고 싶다.
얼마간의 시간을 투자하여 나는 설문을 통해 영입당시 가장 기뻤던 선수들과 그들이 결과적으로 팀에 얼마나 기여했는지에 대해 조사했다. 10점 만점에 예상한 것 이상의 활약이라고 생각한다면 +, 기대 이하라면 -의 점수가 매겨지도록 의도했다. 너무 과거의 이적은 기억해내기 쉽지 않다고 생각했기에 1998년부터 2010년 사이의 이적으로 조건을 걸었고 조사 결과는 흥미로웠다.
답변자들이 가장 흥분됐다고 느낀 건 8.1점의 페르난도 토레스였고 최소점은 1.5점의 장 미첼 페리였다. 그리고 이 두 선수는 예상 점수와 실제 기여 점수가 크게 차이가 안나는 선수로 조사 되었다.
하지만 팬들을 두번째로 흥분시켰던 해리 키웰은 다른 지표를 보였다. 그는 엄청난 기대를 받으며 안필드에 입성해으나 몇차례 매직을 선보인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시간동안 팬들을 실망시켰다. 해리 키웰 말고도 예상 점수에서 탑 10에 속해 있는 이는 모리엔테스, 리트마넨, 시세, 아퀼라니, 헤스키 등이 있었는데 이들은 그 당시에는 전부 괜찮은 이적으로 보였다는 평을 받았음에도 기대치만큼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즉 -점수를 받았다는 말이다.
반면 10점 만점에서 5점 미만의 기대치를 받았던 선수들 중에는 스티브 피넌, 루카스 레이바, 다니엘 아게르, 파비우 아우렐리우, 알바로 아르벨로아, 심지어 이들보다도 낮은 사미 히피아까지 있다. 그런데 전체 선수중에서 기대치 대비 실제 기여도가 가장 높았던 것은 사미 히피아였다. 가장 실망을 안겨준 선수, 즉 예상 대비 활약도가 가장 낮았던 것은 안타깝게도 조 콜이었고 말이다.
영입해 온 선수는 아니지만 멀리 갈 것 없이 데이빗 장의 사례를 봐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처음 안필드에 입성했을때 많은 이들이 라파 베니테즈의 이해할 수 없는 선수기용이 나왔다며 불만을 토로한 것을 필자는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그의 능력에 의심을 품는 콥이 있을까? 비록 그가 조사 대상에서 빠져 있어 정확한 수치를 알 수 없지만 만약 그가 설문 조사군에 포함되었다면 필자는 자신있게 그가 팬들의 기대와 가장 많은 차이를 보인(물론 좋은 쪽으로) 선수로 뽑혔으리라 의심하지 않는다.
물론 지금 언급한 몇명의 선수들은 상당히 극과 극에 가까운 케이스로 평균치를 계산해 본다면 '대체적'으로 팬들의 기대치 만큼 선수들이 활약해 왔다. 하지만 분명히 말 할 수 있는 것은 '빅네임'의 영입이 반드시 성공을 보장해 주지 않는 다는 점이다. 선수가 쌓아온 객관적인 지표, 커리어는 분명 가장 믿을 수 있는 판단 근거가 되겠지만 팬들이 보기 힘든 something invisible 까지 보고 판단해야 하는 것이 구단의 입장이다. 존 헨리는 투자할 의향을 밝혔고 코믈리는 (논란의 여지는 있으나) 능력이 검증된 단장이다. 케니 달글리시의 안목을 의심할 팬들은 아마 드물것이라 생각하고 말이다.
수많은 선수들이 안필드를 거쳐갔지만 진정 팬들의 인정을 받은 이는 드물다. 기대 이상의 영입이 될 수도, 기대 이하의 영입이 될 수도 있지만 그것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리고 기대대로 되지 않는 것이 바로 축구가 아닌가. 예상대로 선수들의 성장이 이루어지고 영입의 성공 실패가 결정된다면 축구는 얼마나 무미건조한 스포츠가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