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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언론에서 크게 다루는 것도 이해가 가는 선수군요.]
존 헨리는 안필드에 마련된 VIP석에서 경기를 관전하고 있었다. 사실 그는 리버풀만 운영하는 것이 아니었고 다방면에 걸쳐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기에 리버풀의 구단주였지만 생각보다 리버풀의 경기를 직접 관전하는 기회가 적었다. 물론 자신의 팀이니 만큼 리버풀의 경기 결과 혹은 팀 내 변동사항을 보고받고 있었다.
[언론의 말은 모두 믿을 것이 못되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지금 세대에서 가장 핫(Hot)한 플레이어라는 사실은 틀림이 없죠. 경력이 짧지만 짧은 시간 동안이라도 이정도 퍼포먼스를 보여준 플레이어는 사실 드무니까요.]
노신사 존 헨리의 옆에서 함께 관전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이는 바로 존 헨리가 직접 영입한 리버풀의 단장, 코믈리였다.
[이해가 갑니다. 지금 리그에서 득점 3위에 올라있지요? 1위와는 겨우 한골밖에 차이가 안나는데 치른 경기수는 절반을 좀 넘는 수준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맞습니다. 시즌을 풀타임으로 치르지도 않았는데 다른 최고 수준의 플레이어들이 한 시즌을 전부 소화해야 기록할만한 공격 포인트를 벌써 올리고 있죠. 괜히 언론에서 벌써부터 호날두나 메시와 같은 세계 최고의 플레이어에 버금갈만한 재능을 가지고 잇다고 이야기하는게 아닙니다.]
'유망주가 원하는 대로 다 터지는 건 말이 안되는 일이지만, 저녀석은 이미 유망주라고 하기엔 너무 커버린 것 같으니...'
코믈리의 대답에 고개를 주억거린 존 헨리 구단주, 축구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도 호날두, 메시의 이름은 들어 봤을 만큼 현 시대를 주름 잡고 있는 세계 최고의 플레이어들이었다. 그런 급의 선수가 될만한 자질이 있는 선수가 자신의 구단 선수라는 사실이 싫을 구단주는 세상에 없을 것이다.
[이왕이면 득점왕을 저 친구가 차지했으면 좋겠군요. 우리 클럽에서 득점왕을 배출한지도 꽤나 긴 시간이 흘렀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벌써 10년이 넘었군요. 지금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고 있는 마이클 오웬이 득점왕에 오른 것이 마지막이었군요.]
[물론 팀이 챔피언스 리그에 나가는 것이 먼저겠지만요. 이왕이면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들이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을 원하는 이유는 팬들과는 조금 달랐다. 구단을 경영하는 이유는 어찌되었든 이윤을 창출하기 위한 것, 그런 의미에서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이라는 것은 구단 경영자 입장에서 포기할 수 없는 매력적인 목표였다. 물론 그들 또한 팀에 애정이 어느 정도는 있는 것은 분명했기에 무조건 실리적인 이유만으로 팀의 승리를 바라는 것은 아니었다. 구단을 맡아 운영한다면 설령 별 다른 애착이 없다고 해도 자신의 팀이라는 생각에 없던 애정도 생기기 마련이었으니까. 더구나 존 헨리의 경우, 자신이 팀을 인수한 이후 팀 성적이 수직 상승하며(실제로는 로이 호지슨 경질 이후) 결과적으로 성공한 인수가 아니었냐는 말이 나오고 있었으니 말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챔피언스 리그 진출이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은 결과가 될 것이다.
[우리끼리 이야기입니다만.]
조금 전, 스티븐 제라드의 강렬한 중거리 슈팅이 살짝 토튼햄의 골대를 벗어나자 호-하는 작은 감탄사를 흘린 존 헨리 구단주, 옆에 있던 코믈리 단장에게 다시 말을 걸었다.
[사실 구단 운영에 있어서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리는 부분이 미디어 수익 아니겠습니까. 그중에서도 역시 중계권으로 발생하는 수익이 가장 큰 부분이겠지요.]
당연한 이야기였기에 코믈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존 헨리는 시선을 경기장에 둔채 말을 이었다.
[리버풀을 인수하기로 결정하면서 프리미어 리그의 중계권료 분배 방식과 타 리그의 그것을 비교해보았습니다. 최근 가장 경쟁력이 있는 두 리그를 꼽는다면 역시 프리미어 리그와 스페인의 프리메라 리가를 꼽더군요.]
[맞습니다. 분데스리가나 세리에A도 훌륭한 리그지만 잉글랜드와 스페인의 리그가 조금은 앞선 모양새라는 것은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죠.]
[그렇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프리메라 리가의 중계권료의 협상은 그야말로 자유경쟁, 완벽한 시장 논리가 지배하는 구조더군요. 실제로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와 같은 빅 클럽이 프리메라 리가의 전체 중계권료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40%정도 된다고 하니 말이죠.]
[그렇습니다. 그쪽에서는 각 팀이 자체적으로 방송국과 협상하는 개별 판매 형식이죠. 빅클럽이 유리할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그야말로 부익부 빈익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프리미어 리그의 경우 리그 사무국이 중계권 협상 혹은 경매를 한 뒤 수익을 20개 구단에게 분배하죠. 분배금의 50%는 20개 구단에 똑같은 액수로 분배하고 나머지 50%를 중계 횟수를 기준으로 차등 지급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승팀, 혹은 최고 인기 팀과 꼴지팀간의 중계권 수입차가 2배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게 됩니다. 프리메라 리가에서는 심한 경우 15배 이상 차이가 날 때도 있죠.]
코믈리는 이런 부분이 라 리가에서 상위팀과 하위팀간의 경기력 차이가 큰 이유라고 생각했다. 결국 프로 구단의 힘은 튼튼한 재정에서 나온다고 본다면 재정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수입원이 부실하다면 강해지기 힘들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프리미어 리그가 프리메라 리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력이 평준화가 되어 있다고 이야기하는 근간이 바로 이 부분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요. 제가 들은바로는 대충 리그 순위가 한단계 차이마다 약 75만 파운드의 중계권료가 차이나더군요.]
그것도 적은 차이는 아니었지만 기본적으로 보장되는 중계권료가 상당했으니 다른 리그에 비해 큰 차이라고 보기는 힘들었다. 코믈리는 조금은 구단주의 속 마음이 짐작이 가기 시작했다.
'Winner takes all 의 구조가 아닌 만큼, 무조건 우승을 해야한다는 동기부여가 안된다는 얘기겠지. 뭐 사실 그것도 어느정도는 일리가 있어.'
*실제로 2011-12시즌, 리그 8위를 기록한 리버풀은 약 5400만 파운드의 수익(중계료포함)을 올린 반면 우승팀 맨체스터 시티의 수익은 6천만 파운드 가량으로 생각보다 크지 않다.
5~6백만 파운드가 적은 돈은 아니지만 우승을 하기 위해 투자되어야 하는 금액을 생각한다면 어찌보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장사일 수도 있었다. 코믈리는 최소한 그렇게 알아 들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내가 있는 것이다.'
코믈리는 자신의 능력에 자신이 있었다. 통계에 너무 심취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듣기도 했지만 그가 토튼햄 단장 시절 보여주었던 수완은 분명 대단한 일이었다.
'1억파운드를 투자해서 우승해봐야 누가 알아주겠나. 요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고의 효율을 뽑아내는 것이지. 어찌보면 나와는 최고의 파트너가 될 만한 인물이야. 최소한 말은 통하는 양반이니까.'
그랬으니 굳이 다른 팀에 머무르고 있던 자신을 리버풀로 불렀으리라.
'제한된 자원으로 그 이상의 성과를 낸다. 내 모토와도 연결되는 것이지.'
코믈리는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이미 가지고 있는 자원, 앞으로 더 높은 연봉 계약을 체결해야겠지만 거저 얻은 거나 다름 없는 리버풀의 핵심 플레이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드리블을 잘하는 선수들은 익히 보아 왔습니다만, 저 선수의 능력은 놀랍기만 하군요.]
수비가 밀집된 곳에서 절묘하게 잦은 볼터치로 슬쩍 슬쩍 피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절로 찬탄이 나왔다. 아마 상대 입장에서는 죽을 맛이리라. 빼앗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발만 뻗으면 공을 빼낼 것 같은데 그러지 못하니 말이다. 코믈리는 존 헨리의 감탄에 동의할 수 있었다.
[그렇습니다. 그보다 더 대단한 것은 저렇게 자신에게 수비를 끌어 들여놓은 뒤 비어 있는 동료를 찾아낼 줄 안다는 거죠. 지금처럼요.]
마치 자신은 미끼였다는 듯 시원한 패스가 수비수로 둘러 쌓인 틈새를 비집고 흘러나갔다. 코믈리는 드리블도 드리블이지만 저렇게 어린 선수가 이런 침착한 플레이를 한다는 사실이 더 놀라웠다.
'보통은 저런 좁은 지역에서 둘러 쌓이면 시야가 좁아지기 마련인데. 난놈은 난놈이군. 하긴 스포츠 세계만큼 재능이 불합리할 만큼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분야가 또 있을까.'
깔끔한 패스가 다시 한번 수아레즈에게 연결되는 모습에 안필드가 달아 올랐다. 수아레즈는 이번에는 슈팅 대신 패스를 선택했다. 자신과 데이빗에게 토튼햄의 수비진의 시선이 모조리 쏠려 있었고 우측에서 중앙으로 침투하던 카윗이 완벽한 노마크 찬스를 맞았다.
[두번째 골이군요. 경기는 끝날 때 까지 모른다고 하지만 오늘 경기는 조금 안심하고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경기력이 훌륭하군요.]
[정말 그렇군요. 골을 넣은 선수도 물론 잘했습니다만 과정이 아주 멋졌습니다. 저야 전문가가 아니니 뭐라 정확히 말은 못하겠지만요.]
[옳게 보셨습니다. 상대 수비를 좌측과 중앙으로 몰아 넣은 뒤 비어있는 오른쪽을 공략한다. 간단하고 정석적인 전술이지만 이렇게 깔끔하게 해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저것이 바로 월드 클래스의 공격수들을 가지고 있는데서 오는 이점이죠. 1:1의 대인 마크로는 감당해내기 힘드니까요. 필연적으로 공간이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알고 서도 당한다고 해야 할까요?]
코믈리의 찬사에 존 헨리가 호오-하는 감탄성을 흘린다. 이만한 극찬을 듣기에는 아직 이르지 않냐는 듯 어깨를 으쓱해 보였고 코믈리는 싱긋 웃으며 덧붙였다.
[머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다들 알게 되겠지요. 메시와 호날두가 양분하고 있는 축구계에 새로운 도전자가 등장하는 것을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