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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의 인터뷰가 기사로 실린 뒤 리버풀을 응원하는 팬들은 한층 더 그들의 어린 플레이어에게 깊은 호감을 갖게 되었다. 어찌보면 판에 박힌 대답이었고 모범생같은 답변이었지만 그들로서는 자신들의 선수가 팀에 대한 애정과 충성을 이야기하는 것이 기분 나쁠리 없었으니 말이다. 어떤 이들은 데이빗이 올해의 선수와 올해의 영플레이어에 선정되지 못한 이유로 로이 호지슨 전 감독을 꼬집었다. 그가 만약 일찍부터 데이빗에게 기회를 주었다면 그가 상을 수상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고 주장했고 많은 이들이 그에 동조하기도 했다.
[솔직히 PFA가 제정신이었다면 데이빗을 올해의 플레이어는 몰라도 올해의 영플레이어로 선정해야 했다고!]
[맞아. 이게 다 멍청이같은 로이 호지슨 때문이야. 그 정신나간 인간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올해의 선수상도 따논 당상이었을걸!]
[그것뿐이겠어? 진작 30골 이상 때려넣고 득점왕을 확정 지어놨겠지.]
[진짜 데이빗이 득점왕 수상도 못한다면 말도 안되는 일이 될거야. X발! 좀 보라고! 지금 데이빗보다 꼴랑 한골 더 넣고 득점 1위하고 있는 녀석들은 30경기를 뛰면서 기록한 득점이라고. 이녀석은 고작 16경기에 불과해. 남은 경기가 3경기가 아니라 5경기 정도 되었다면 우리가 이렇게 불안해 하지도 않았겠지.]
[우리 클럽에서 마지막으로 득점왕이 나온게 벌써 10년이 넘었다고. 그 저주받을 배신자 녀석 이후 매번 맨유 첼시 아스날 녀석들에게 빼았겼단 말이야!]
[구단에서 호지슨 멍청이를 1달만 일찍 경질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랬으면 시즌 막바지까지 우리가 이렇게 가슴 졸이며 경기장을 찾지 않아도 되었을텐데.]
[누가 아니래. 즐겁게 노래부르면서 경기를 즐길 수 있었겠지.]
안필드를 찾는 팬들은 대충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들로서는 이미 지난 일들이 너무나 아쉬워서 쉽게 떨쳐낼 수 없었던 것이다. 축구에 만약이란 없지만 어느 팬들이건 간에 만약을 상상하며 즐거워하고 아쉬워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지난 경기에서 이겨서 정말 다행이야.]
[말이라고. 근데 데이빗은 골을 넣지 못했다고! 물론 끝내주는 어시스트를 기록하긴 했지만 말이지.]
마치 자신이 골을 넣지 못한 것 마냥 머리를 쥐어 뜯으며 아쉬움을 표현하는 남자였고 주위의 다른 이들도 탄식을 흘리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래도 수아레즈가 골을 넣은 건 충분히 긍정적인 일이야. 지난 뉴캐슬 전에서는 아무것도 못했지만 데이빗과 호흡을 맞추는 건 정말 괜찮아 보이더라고.]
[아직 합류한지 얼마 안되는 선수니까. 그래도 데이빗과 호흡이 끝내주는 건 정말 환영할만한 일이지.]
수아레즈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는 친구들을 보던 한 남자가 조금은 황당하다는 듯 이야기를 꺼낸다.
[근데 너희들, 데이빗도 사실 신인이나 다름 없는 거는 잊어버린거야?]
남자의 말에 친구들은 '아 그건 그렇지' 라고 중얼거렸다. 하지만 남자의 생각에 동의한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거야 그렇지만. 너도 알다시피 그녀석이 보통 신인이냐? 지금 리그를 박살내고 있는 게 바로 데이빗이라고!]
[그래. 일반적인 잣대로 그를 평가하는 건 이미 불가능해. PFA 올해의 선수상이 다 뭐야. 발롱도르도 노릴 만한 재능인데!]
[그건 좀 너무 앞서간거 아닐까?]
[못받을 건 또 뭐야? 여기서 조금만 더 성장한다면 메시나 호날두가 전혀 부럽지 않은 공격수가 될걸?]
그 말에 기분 좋게 고개를 끄덕이는 무리였다. 사실 지금의 모습만 유지해준다고 해도 바랄 것이 없었지만 워낙 어린 선수였기에 더 나은 모습을 기대하는 것이었다.
[중요한 건 오늘 토튼햄 녀석들을 박살내야 한다는 거야. 데이빗도 이야기했지만 사실 득점왕보다 중요한 것이 우리 팀이 챔피언스리그에 나가느냐 나가지 못하느냐 이거 라고.]
[토튼햄 따위 겁날거 하나없지. 오늘은 반드시 데이빗이 골을 넣고 득점왕 경쟁에서 앞서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데이빗은 나이도 어린 녀석인데 멘탈이 아주 잘 잡혀 있는 것 같아.]
[립서비스라고 해도 기쁜일이지. 아무튼 어서 가자고. 오늘 우리는 그 어느때보다 큰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응원을 해야해!]
[오랜만에 투톱으로 나서는 것 같네요.]
[그렇지? 나도 그런 것 같아.]
센터서클 바깥에서 상대의 킥오프를 기다리며 대화를 주고받는 수아레즈와 데이빗이다. 대부분의 경기에서 수아레즈가 중앙 공격수를, 데이빗이 왼쪽 윙포워드로 출전해 왔기에 둘의 감상은 당연했다. 아예 투톱으로 호흡을 맞추지 않은 것은 아니었고 이번 토튼햄과의 경기를 앞두고 충분히 훈련을 소화했기에 어색한 것은 아니었지만 실전에서 느끼는 기분은 또 달랐다.
[사실 별로 다를 건 없지만요. 루이스가 최전방에, 제가 약간 처져서 움직이는 역할이니 어찌보면 평소와 크게 다를것도 없네요.]
[그런가? 그래도 평소 이상으로 우리 둘 간의 호흡이 중요하지. 뭐 너하고는 잘 할 자신이 있지만.]
그렇게 이야기하며 쓰게 고개를 젓는 폼이 지난 경기의 파트너였던 은고그와의 플레이가 아직도 마음에 걸렸던 것 같다. 데이빗은 가타부타 말하지 않고 수아레즈의 어깨를 가볍게 쳐주었다. 그리고 곧 이어 주심의 경기 시작 휘슬이 울렸고 데이빗과 수아레즈는 곧바로 앞으로 튀어나가며 상대를 압박하며 올라가기 시작했다.
최근 축구계의 대세라고 할 만한 전술은 4-2-3-1, 최전방 스트라이커를 한명 기용하는 전술이었다. 근 몇년간 대부분의 클럽은 두명의 스트라이커를 최전방에 기용하기 보다는 원톱 스트라이커(혹은 제로톱)를 기용하며 미드필드 장악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아무래도 두명의 스트라이커를 기용한다는 것은 중앙에서의 지배력을 어느 정도 손실하는 것을 의미햇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연 투톱전술(대표적으로 4-4-2)과 원톱 전술(대표적으로 4-2-3-1)간의 우열이 존재하느냐 라고 묻는다면 견해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확실한 답을 이야기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팀이 추구하는 목표와 방향이고 그 팀에 맞는 전술을 선택하는 것이었다. 달글리시 감독은 팀의 현재 상황과 가용 자원을 놓고 최적화된 전술을 고민했다.
[최전방에서 공격수 2명 대 수비수 2명, 이런 구도라면 우리에게 충분한 승산이 있을거라 생각했다.]
달글리시 감독은 토튼햄이 만만한 상대가 아닌데다 최근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고 있는 가레스 베일과 모드리치를 경계했다. 거기에 최근 리버풀의 핵심 미드필더로 떠오르고 있던 루카스가 가벼운 부상으로 결장하게 되어 정석적인 미드필드 싸움을 벌이기에는 부담이 크다고 생각했다.
[수아레즈를 원톱에, 혹은 데이빗과 카윗을 올려 쓰리톱을 만든다면 오히려 더 불안할 거라 예상했다. 디르크쪽이야 걱정하지 않지만 데이빗이 아직 수비적인 면에서 팀 기여가 큰 선수는 아니니까. 그는 어디까지나 공격을 통해 상대가 공격할 엄두를 내지 못하게 만드는 역할이 어울린다.]
조금은 초조한 기색으로 경기장을 바라보는 달글리시 감독, 이번 경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았다. 오늘 경기에서 패배한다면 사실상 챔피언스리그 티켓은 물 건너 가는 것이나 다름 없었으니 말이다. 그때 마치 초조한 그의 마음을 알고나 있다는 듯 경기의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다.
리버풀의 진영에서 공을 소유한 모드리치를 순간적으로 압박해 들어간 제라드와 메이렐레스가 볼을 빼내고 곧바로 전방으로 패스를 연결하는 모습에 달글리시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가 생각했던 이미지가 경기장에 그대로 구현될 거라 예상했고 그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데이빗은 제라드가 낮고 강하게 연결한 패스를 키핑하려는 동작을 취했고 토튼햄의 중앙 수비수 레들리 킹은 그런 데이빗이 반전하지 못하도록 압박에 나섰다. 하지만 데이빗은 공을 그대로 뒤로 흘렸고 공은 데이빗이 뒤로 흘릴 거라 예상이라도 한듯 움직이던 수아레즈의 발에 안착했다. 데이빗의 압도적인 1:1 능력에 가려서 그렇지 수아레즈도 드리블과 테크닉에 있어서 어디가서 빠지는 선수가 절대 아니었고 그런 수아레즈와 1:1로 대치한 카일 워커는 긴장감을 유지했다. 수아레즈가 미련없이 옆으로 공을 흘리기 전까지는 말이었다.
토튼햄의 양 윙백은 속공 상황에서 밀고 들어오는 리버풀의 양 윙어를 마크하느라 커버를 들어오기 힘들었고 빌드업 중 공을 빼앗기고 원패스로 역습을 맞게된 상황이라 미드필더의 지원을 받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달글리시가 원하던 2:2의 상황, 수아레즈와 데이빗의 창조적인 움직임을 따라가기에는 레들리 킹은 너무 노쇠했고 워커는 경험이 부족했다.
[나이스 패스!]
빠른 발을 뽐내듯 공을 흘리고 순식간에 반전한 데이빗이 공을 발 아래 붙이고 슈팅 모션을 가져갔다. 이에 당황한 카일 워커가 몸을 날리며 슈팅을 저지하기 위해 시도했다. 하지만 이는 너무나도 성급한 판단이었고 데이빗은 굳이 슈팅에 욕심내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에게 몸을 날린 워커가 마크해야했을 선수에게 다시 한번 공을 밀어주었다.
'그래! 내가 원하는 파트너는 바로 이녀석이라고!'
수아레즈는 굳이 전방으로 쇄도하지 않았다(움직였다면 오프사이드였으니까). 데이빗의 쇄도로 인해 워커는 둘 중 한명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자신이 미끼가 된다면 그걸로 족했고 워커가 데이빗에게 붙는다면 그는 자신을 놓치지 않을 거라 믿었다. 그리고 그 믿음대로 부드러운 패스가 자신의 발 아래 안착했고 수아레즈는 한번 공을 앞으로 친뒤 오른발을 강하게 휘둘렀다. 그리고 두팔을 크게 벌린채 자신의 완벽한 파트너에가 달려가 기쁨을 표현했다.